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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며칠후.
어딘가에 있는 비밀 감옥.
그르릉--
"나와라."
"하아, 또 그 기억을 읽으려는거야?"
감옥안에 갇혀있던 릴리야는 귀찮다는 듯이 한 숨을 내쉬면서 투덜거렸지만, 감옥문을 연 검은 양복의 남성은 그녀가 원하던 대답을 해주었다.
"가주님께서 만나고자 하신다."
"!!"
드디어 때가 왔다.
로렌드를 통해 로스차일드 가문과 연결된 그녀는, 스스로 포박당하면서 로스차일드의 사이코 메트리 능력자들을 통해 순순히 기억을 읽혔다.
그 과정으로 로스차일드는 삼태극의 조직 구성도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놀랍게도 일반적인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완벽하게 다른 조직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소수 정예의 간부진과 뛰어난 병기들과 통솔이 가능한 혈강시 키메라 라는 괴물들로 이루어진 막강한 군대를 지니고 있으며, 조직 전체가 절대권력을 가진 치우의 변덕스런 마음에 따라 모두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문제는 이런 종류의 조직은 리더가 대부분 무능하거나, 아무리 똑똑해도 혼자 폭주하면서 조직을 망하게 만드는데, 치우는 기이하게도 다소의 실책을 범하긴 하였지만 삼태극을 이끌어 일본, 중국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하였다.
페리샤라는 두뇌가 거의 모든것을 다 조율하긴 하지만, 치우가 단순히 혼자서 폭주하기만 하는 인물이라면 아무리 뛰어난 브레인이 곁에 있어도 다 소용없다.
즉, 치우는 반쯤 제정신이 아닌 또라이 이면서도, 리더로서의 자질을 타고난 기형적인 인물이라는 뜻이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이제와서 러시아로 돌아가봤자 자신이 없는 사이에 개판이 되어서 정리하기도 힘들게 분명하고, 아무런 대책없이 있다간 또다시 삼태극에게 붙잡힐게 분명하다.
진우보다 자기 자신을, 그리고 야망을 더 사랑하기에 배신한 릴리야는 예상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린게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가주가 직접 만나보자고 하니 이 기회를 제대로 사용해야 겠다고 다짐하면서 검은 양복의 남자를 따라갔다.
텔레포트로 감옥에 이동되었기에, 감옥 밖은 어떤 구조인지, 어디로 나가야 밖으로 나갈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릴리야는 허튼짓을 하지 않고 조용히 따라가기만 했다.
그렇게 어느정도 걷게 되자, EIEW의 힘으로 이능력을 제어한 취조실 분위기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 안에는 한 눈에봐도 정예중에서도 정예라는 느낌이 감도는 보디가드들과, 의자에 앉아있는 금발을 깔끔하게 올백 형식으로 넘긴 중년인이 눈에 들어왔다.
드르륵-
한 명이 의자를 당겨주었고, 릴리야는 자리가 난 의자에 앉으면서 그렇게 대면하고 싶었던 로스차일드 가문의 가주와 만나게 되었다.
"웰터 로스차일드. 현 로스차일드의 가주라네."
"릴리야 스미르노바 입니다."
그렇게 간단히 인사를 한 후, 웰터는 여전히 아직도 영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쪽도 알겠지만, 우리쪽의 사이코 메트리 능력자들이 읽어낸 기억을 보고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서 며칠이나 시간을 허비해야만 했지. 게다가 나는 아직도 그쪽의 기억을 완벽하게 믿을 수 없더군."
"그래서 마인드 컨트롤 능력자에게 저를 몽롱하게 만들어 무의식까지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사이코 메트리는 살아있는 사람에게 사용하면,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강하게 집중하여 저항하면 저레벨의 사이코 메트리 능력을 막아낼 수 있다.
그렇기에 약물이나 마인드 컨트롤 능력자로 하여금 의식을 몽롱하게 만든 후, 정신력이 흐트러진 사이에 기억을 읽어내는게 가장 정확도 높은 방식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차일드 내에선 릴리야의 기억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도 그럴것이,
"김 건호…아니, 남궁 신. 이능력이 없는데도 이능력자와 맞먹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다, 마법을 사용하여 이능력자들조차 예상치 못한 능력을 사용한다? 허, 이제 마법사가 나타났으니 사우론과 오크 군대, 발록만 등장하면 완벽하겠군."
치우의 계획을 알게 되면서, 남궁 신이 얼굴을 바꾸어 활동하였고, 김 건호라는 이름도 가명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제 기억을 읽었다시피 거기엔 거짓이 없습니다."
릴리야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내뱉으면서 황당해하는 웰터를 향해 자신의 기억에 틀린점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거기다가 동양에 최소 수백년을 살아온 '요괴' 라는 괴물들이 존재하고, 세상을 멸망시킬 정도의 힘을 가진 이무기라는 존재가 있다? 그리고 그 괴물을 그랜드 아크와 치우가 동맹을 맺어서 간신히 토벌하였고?"
"제 기억을 정확히 읽으셨군요."
그녀는 여전히 황당해하는 웰터를 향해 오히려 당당하게 대답하였다.
만약, 지금의 반대 상황이 되어도 자신도 저렇게 반응할게 분명하니까.
"가문내의 몇몇 전문가들은 자네가 환상을 봤거나, 기억을 조작당하여 우리를 무너뜨리기 위해 찾아온 스파이가 아닐까, 라고 의심하고 있네."
"저에겐 삼태극을 배신할 이유가 있다는 것도 읽은걸로 기억합니다만?"
"그래서 사람들의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였지. 한 쪽은 무의식 상태까지 만들어 기억을 읽었으니 이 모든게 사실이다, 반대쪽은 세상에 마법이나 요괴라는 존재가 말이나 되나? 이건 절대로 기억 조작이다. 라고 말일세."
"…후우. 삼태극에 대해 몰랐다면 저 또한 그렇게 생각했을테니 할말이 없군요.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언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잠시 운을 띈 그녀는 웰터의 눈을 향해 마주보면서 입을 열었다.
"저는 저의 야망을 위해 삼태극을 배신하기로 마음 먹었다는 것을요."
"……."
두 남녀는 입을 다문채로 서로의 눈빛을 마주보기 시작하였고, 취조실 안에는 조용한 침묵만이 감돌게 되었다.
"바로 이걸세."
"??"
거기서 갑자기 웰터의 입에서 뜬금없는 대사가 나왔다.
"나는 사람의 진심을 알기 위해선 직접 상대방의 눈을 봐야 한다고 믿고 있지. 이러한 내 직감은 지금까지 내게 배신한적이 없었다네."
드륵-
웰터는 의자에서 일어나 몸을 일으켰고, 릴리야는 그의 입에서 나올 다음 대사로 자신의 운명이 정해질 것임을 직감하였기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 눈을 믿어보지. 하지만, 기억 조작의 가능성도 있기에 감시자가 함께 할테니 그리 알도록."
"!!"
그는 릴리야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야망이 진실됨을 이해하면서 그녀의 전향을 받아주었고, 자신의 진심이 통했음을 알게 된 릴리야의 표정이 환해졌다.
"자, 그렇다면 삼태극을 제대로 부셔볼까? 그리고 지하드라는 그 우주 전함, 참으로 탐나더군. 로스차일드 가문의 상징물로 만들고 싶을 정도야."
이미 삼태극에 의해 그 위험성, 힘이 입증된 우주 전함 지하드.
그 지하드를 로스차일드 가문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 웰터는 릴리야를 최대한 활용하여 삼태극을 무너뜨린 기념품으로 삼겠노라고 다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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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아압!"
낭랑한 기합성과 함께 주먹을 앞으로 내밀자, 주먹을 중심으로 강렬한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면서 자신의 앞에 있는 상대를 향해 빠르게 쏘아져나갔다.
"흡!"
흑표범이 인간처럼 일어서서 이족 보행을 한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수인화된 모습을 가진 여성은 네 발로 뛰어다니면서 지그재그로 소용돌이를 만든 여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캬아아!"
아직 4~5발자국은 더 나아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허공을 향해 손톱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여성.
"큿!"
소용돌이를 쏘아낸 여성은 자신의 정면으로 강하게 휘몰아치는 바람의 막을 만들어냈고, 수인 여성이 휘두른 손톱에서 날카로운 충격파가 퍼져나와 바람의 막과 충돌하였다.
파치지지직--!!
끊임없이 휘몰아치며 유형화된 바람의 막과 충격파가 부딪히면서 강렬한 스파크음이 터져나왔고,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한 그녀는 훈련장 내부에 소용돌이를 만들기 시작…….
-잠깐! 잠깐잠깐!!-
그 때, 천장쪽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다급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두 사람 모두 대련 금지!-
"에에~?"
"이제 겨우 흥이 붙었는데!?"
-저번에 염동력자 두명이 전력을 모두 쏟아부었다가 지하드가 흔들렸던거 기억 안납니까!!-
"윽……."
스피커에서 울려퍼진 목소리에 두 사람은 기운을 내리기 시작하였고, 그 모습을 확인한 스피커의 여성은 다시 경고를 하였다.
-지금 대대적으로 훈련실의 개조 플랜을 짜고 있으니까 그동안 대련은 금지하도록 하세요.-
"예에~"
"예이~"
훈련장 내부의 충격을 최대한으로 흡수하여, 지하드의 흔들림을 최소화 시키겠다는 개조가 현재 삼태극의 최우선 과제였다.
"아아~ 있는 힘껏 힘을 쓰고 싶어~"
하린은 간에 기별도 안간다는 듯이 벽을 발끝으로 쿵쿵 치면서 불만을 토로했고, 그녀의 대련 상대였던 셀리 또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게. 살라딘은 대체 왜 지하드의 훈련장을 부실하게 지은거야?"
그녀들의 불만은 외계인에게서부터 전함을 탈환한 살라딘에게 향하게 되었다.
하지만, 10등급 이능력자가 흔하게 나타나는 존재가 아니다.
살라딘의 이상을 받아들이지 못한 배신자들이 세계를 향해 경고할 때, 권력자들이 기겁한 것은 살라딘의 이능력이 10등급의 염동력이라는 부분이였다.
그만큼 10등급의 이능력자라는게 희귀하며, 존재 자체가 자연재해와도 같은 위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10등급 이상의 이능력자들이 한 세대에 10명이나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랜드 아크, 치우, 아크 엔젤, 스캇.
여기에 더해서 진우의 노예들, 이실리아, 아키, 노아, 하린, 셀리, 후지미네가 10등급의 이능력자가 되었다.
이는 남궁 신이 만든 대자연의 기운으로 가득찬 이무기의 정수를 흡수하면서 생긴 일인데, 그녀들의 생명력이 인간의 기준치를 상회하면서 그만큼 두뇌가 활성화 되었고, 인간의 뇌와 관련이 깊은 이능력 또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만약, 지나가는 사람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준다면 '웃기고 있네. 개나 소나 다 10등급이 되는줄 아냐?' 라고 비웃겠지만, 농담이 아니라 그녀들 전원이 10등급의 이능력자가 되었다.
후지미네같은 경우엔 예상치 못한 효과까지 누렸지만, 이 부분은 나중에 설명하겠다.
어쨌든, 현재 지구의 상태는 삼태극에 의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고, 이능력이라는 종류에 한해선 삼태극에 의해 인류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 세기에 10등급의 이능력자가 한 명 나타나는데도 불구하고 권력자들은 비상 사태에 들어가고 주변에선 시기와 질투심을 보내는데, 그런 존재가 한 세대에 10명이나, 그것도 몇 명을 제외하곤 모두 젊으니 최고의 전성기라는 찬사에는 조금의 과장도 없었다.
"그냥 밖에 나갈까? 폐허가 된 중국 땅이라면 힘을 써도 문제는 없을거 아냐?"
셀리는 뒤늦게 좋은 생각이 들었다는 듯이 제안을 하였고, 하린 또한 그 제안이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딱 좋네! 안그래도 소수 민족 연합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들 정리하느라 고생좀 한다면서? 우리가 훈련도 겸해서 아주 가루로 만들어버리면 치우기도 쉬워지니 일석이조네!"
두 사람은 좋은 생각이라고 재잘재잘 떠들면서 스포츠 드링크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제부터 이실리아 아주머니랑 아키 아주머니는……."
"쉿!"
그 때, 하린이 이실리아와 아키의 근황을 물어보려다가, 셀리가 황급히 손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후지미네가 두 분 앞에서 입조심 안했다가 도게자 했던거 기억 안나?"
도게자.
일본에서 상대방에게 사과하는 방식중 최종 테크트리로, 한국으로 치자면 석고대죄와 비슷한 수준이랄까.
절을 하듯이 사과하는 방식인데, 일본인들은 엄청 심각한 잘못을 저지르면 엎드려서 절하며 상대방에게 사죄를 한다.
진우같으면 '뭐? 겨우 절하면서 사과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고? 그런걸로 해결되면 백만번도 더 할 수 있지!' 라고 할 것 같기에 별거 아닌것 같지만, 일본인들은 몇년 전만해도 공개적으론 절대 못하고 직접 찾아가는 개인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그걸 후지미네가 했다니?
"이실리아…언…니랑…아키 언…니…끄흑……! 안 돼! 못 참겠어!!"
20대 초반의 새내기 처녀처럼 젊어진 그녀들은 다른 이들에게 자신들을 부를땐 '언니' 라고 부르도록 강요하였다.
지금까지 아주머니라고 말하던게 입에 붙어있던 하린의 입버릇 문제도 있지만, 아무리해도 그렇지 실제 나이는 40대 중후반이면서 언니라고 부르게 강요하는건 너무한게 맞다.
하지만, 평소에 하린처럼 '아주머니' 라는게 입에 붙었던 후지미네는 아무 생각없이 이실리아와 아키에게 '아주머니' 라고 불렀고, 그 이후에 엄청난 살기를 내뿜기 시작한 두 여인은 후지미네가 울면서 도게자 하게끔 엄청 괴롭히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었던 셀리는 제 3자의 상황인데도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 두 분들 어제부터 안보이던데 대체 뭐하고 계신거야?"
"어? 너 몰랐어? 어제 점심부터 주인님이랑 달라붙어서 아예 안 떨어지고 있잖아? 원래 오늘은 노아랑 후지미네 차롄데 두 사람 모두 밀려버렸다고."
"……."
하린은 셀리의 설명에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포용력 있는 모성애와 연륜을 가지고 있던 이실리아와 아키는, 젊어진 이후로 완전 신혼 분위기를 잔뜩 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여자지만 이럴땐 정말 '여자들이란 정말……' 라고 말해지고 싶어지네……."
"동감."
두 사람은 그렇게 담소를 나누다가, 이내 스포츠 드링크를 챙기고 페리샤에게 밖에서 훈련을 하고 오겠다고 제안하기 위해 통신을 시작하였다.
============================ 작품 후기 ============================
참고로 동생놈이 전역하면 저는 소설 작업용 노트북 사야 합니다.
진짜 작업용, 딱 그정도로만 쓸거라서 싸게 구입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예상외의 소비라는건 분명함 ㅠㅠ
아참, 개인사를 얘기하자면 제가 사는 곳이 재개발되서 8월까지 이사를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6월까지였으면 좋았을텐데...정말 아쉽네요.
예? 왜 6월이면 좋냐고요? 왜냐면 동생이 7월에 전역하거든요.
일단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열쇠를 부대로 가져갔기에, 아무 생각없이 문따고 들어왔는데 안에 가구가 하나도 없는 상태라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그 모습을 상상만해도 기뻐서 환호할 것 같은데 하필이면 8월이라니...!
확 억지좀 부려서 그보다 더 일찍 이사 가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