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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쿵! 콰작!
"크아아아아!"
디스트로이어는 자신의 이명대로 아키를 죽이기 위해 팔을 휘두르면서, 그 경로에 위치한 건물을 마구잡이로 부셔버렸다.
하지만, 아키는 체술만으로 날렵하게 이동하며 디스트로이어의 공격을 피하거나, 오히려 반격을 가하면서 그의 몸체에 상처를 만들어냈다.
"씨발…이거 진짜냐……?"
그리고, 머리가 부족한 디스트로이어가 전면에서 적을 공격할때, 상황에 따라 원호하거나 도주하는 적의 추격을 위해 적당히 높은 곳에서 상황을 관전하고 있던 아이언 머슬의 부하는 눈 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핫!"
낭랑한 기합성이 울려퍼지면서 디스트로이어의 주먹을 낚아챈 아키는 깨끗하다고 밖에 표현이 안되는 엎어치기를 하면서 거대한 몸체를 바닥에다 내리꽂았다.
콰앙!
그 충격으로 디스트로이어의 등을 중심으로 크레이터가 생성되었지만, 아키는 뒤이어 주먹으로 안면을 향해 내리꽂았다.
쾅!
엄청난 충격을 가하였는지, 디스트로이어의 하체가 올라갈 정도의 타격과 굉음.
"크아아아!"
그 와중에도 디스트로이어는 양 손으로 지근거리에 있는 아키를 잡고자 팔을 휘둘렀지만, 아키는 물흐르듯 낮게 점프하여 회피한 후, 발끝으로 얼굴을 힘있게 내리 찍고선 거리를 벌렸다.
"크후! 크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디스트로이어는 슬럼가를 장악한 다섯 길드의 멤버들이 보면 경악할 광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얼굴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격받아, 코에서는 코피가 흘러나오고 얼굴 여기저기에 푸른 멍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입가에는 한 줄기의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
비록, 디스트로이어가 10등급의 신체 강화자라지만, 머리가 매우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기 때문에 그 점만 잘 파고든다면 공략이 없는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디스트로이어를 상대로, 더더욱이나 1:1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
"저 새끼…대체 정체가 뭐야……!?"
무투파인 아이언 머슬의 이능력자 답게 단단한 체구를 지닌 히스패닉계 남성은, 저런 여성을 마음대로 공개 섹스를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대리고 다니는 남자의 정체가 미친듯이 궁금해졌다.
참고로 그 남자, 진우는 현재,
"으음~ 리아의 몸은 아무리 즐겨도 질리지가 않는단 말야."
"꺄앙~♡"
마치 스스로 빛을 발하는 보석마냥 아름다운 금발과 모델로 나서서 성공하는게 당연한듯한 몸매, 그리고 저런 잘록한 허리로 수박만한 가슴을 유지한다는 불가사의한 여성을 품안에 안고선 가슴을 주무르거나, 코로 그녀의 목덜미의 체취를 맡는다거나, 허벅지를 매만진다거나, 어쨌든간에 그녀의 몸 전부가 자신의 소유물인것 마냥 희롱하였다.
거기다가 눈에 확 띄는 금발의 미녀는 오히려 그런 그의 행동을 즐거워하듯이, 색기가 느껴지는 웃음을 자아내고 있었다.
'응? 그런데 저 얼굴…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이언 머슬의 부하, 흔히들 잭 해머라는 이명으로 불리우는 그는 진우의 품안에 안겨서 아양을 떠는 여성의 얼굴이 어디서 본 것 같은 익숙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저런 미녀를 내가 모를리가 없잖아. 그냥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와 분위기라던가 얼굴 형태가 비슷한가보지.'
콰앙!
저 정도의 미녀를 자신이 모를리 없다는 이유로 잡념을 버린 그는, 굉음이 터져나오자 시선을 디스트로이어 쪽으로 돌렸다.
"크후…크후우……!"
'위험해. 저러다가 진짜 당하겠어!'
디스트로이어는 남자의 품에 안기 딱 좋은 체격을 가진 동양인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얻어터져, 얼굴이 완전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농담이 아니라, 이대로 가다간 외부인 놈들에게 뉴욕 할렘가 전체가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잭 해머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그건 안 돼!'
잭 해머는 밖에서 수많은 살인, 강도, 강간을 해온, 급수를 붙이자면 특급에 준하는 범죄자다.
그런 그가 정의의 심판을 받지 않은 이유는 뉴욕 할렘가의 악명 때문이다.
경찰들도 신고를 받아서 온다 해도 할렘가 외곽만 돌 뿐이고, 멋 모르고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초짜 히어로들은 고깃덩어리가 되어 처참하게 나동그라진다.
국가도 포기한 무법지대.
그런데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외부인 놈들이 쳐들어와서 마음껏 할렘가를 뒤집고 다닌다면? 할렘가의 그 어떤 악당들도 그 외부인 놈들을 처리하지 못한채 돌려보낸다면?
할렘가의 악명은 땅에 떨어지게 될테고, 범죄자들의 힘이 약해졌다고 판단한 공권력은 디펜스 게임 마냥 밀려올것이 분명하다.
그는 법정에 서게 된다면 평생 감옥에 살거나, 사형을 당하게 될 정도의 악당.
그렇기에 여기서는 미래의 적이 될 디스트로이어가 죽게 내버려두는게 아니라, 무슨 수를 써서든 원호해야만 했다.
아무리 미래의 적이라지만, 할렘가의 악명이 땅에 떨어지면 5대 조직이고 나발이고간에 생존을 위해 싸워야만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쿵! 콰쾅! 우지직!
"크으~ 팝콘이나 치킨이 없는게 진짜 아깝네. 딱 팝콘각인 진풍경인데."
진우는 디스트로이어와 아키의 싸움을 보면서 입에 뭔가 씹을게 없어서 허전함을 느꼈고,
"그러실줄 알고 미리 준비했죠, 짜잔~"
이실리아는 아공간에 미리 넣어뒀던 팝콘과 콜라를 꺼내서 염동력으로 눈 앞에다 옮겨주었다.
"와! 역시 리아가 최고라니깐!"
이실리아를 백허그하면서 품안에다 쏙 넣어둔 진우는 그녀를 안은 자세로 팝콘을 잡았고, 한 웅큼 잡아서 입안에다 털어넣었다.
"꺅! 진우씨! 머리 위에 부스러기 떨어지잖아욧!"
"미안미안. 화내지 말고 아~ 해."
"아~"
진우는 화내는 이실리아의 입안에다 팝콘을 직접 넣어주었고, 금새 화가 풀린 이실리아는 금방 헤실헤실 웃기 시작하였다.
'저거다!'
잭 해머는 한 쪽에서 서로 몸을 껴안고 부비적거리는 진우와 이실리아의 모습에서 기회를 엿볼 수 있었다.
'저 새끼를 인질로 잡으면……!'
디스트로이어와 싸우는 여성쪽은 믿기 힘들지만 10등급의 신체 강화자가 분명하다.
진우가 부하들을 혼자서 도륙했다는 소식을 정보원들에게 들었지만, 그 정도 녀석들을 처리하는건 자신이나 아이언 머슬 정도의 강자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설마 10등급 이능력자가 넘쳐나는것도 아니고, 저 새끼도 10등급 이능력자는 아니겠지.'
자세히 찾아보면 9등급 이능력자는 어느정도 찾아볼 수 있지만, 10등급은 그야말로 인외의 경지다.
이들의 정체는 모르지만, 설마 저 남자까지 10등급의 이능력자일리 없다고 생각한 잭 해머은 벌크업으로 부풀어오른 근육질의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날렵하게 몸을 숨기며 이동하였다.
'뒤에서 기습하여 저 놈을 인질로 잡는거다.'
보아하니 여자들은 어째서인지 저 비실비실해 보이는 동양인 남자를 사랑하고 있는듯 하다.
일반적으로 여러명의 여자가 한 남자에게 달라붙으면 대다수는 돈이지만, 10등급의 이능력자가 돈이 부족할만한 클래스인가?
어디든지 떡하니 나타나면 국가 단위로 제발 자신들에게 와주세요 라면서 돈다발과 함께 찾아들것이다.
그러니 디스트로이어를 상대하는 여자는 동양인 남자를 사랑하기에 함께 하고 있다는게 오히려 설득력이 느껴질 정도였다.
'오히려 그러면 그럴수록 다행이지.'
저 여자가 진심으로 그를 사랑한다면, 인질로서 최고의 가치를 지니게 되니까.
잭 해머는 들키지 않고자 멀게 돌아서 진우의 뒤쪽으로 향하였고, 천천히 다가가면서 양 손으로 그의 턱과 머리를 붙잡을 자세를 취하였다.
'조금만. 이대로 조금만 더……!'
고양이 발이 되어 살금살금 다가가는 잭 해머.
그리고,
덥썩!
"으악!? 뭐…뭐야악!?"
"꺄악!?"
그는 진우의 턱과 머리를 붙잡으면서, 밀리터리 영화에서 특수 부대가 보초병의 목을 꺽는 자세를 취하였다.
진우와 이실리아는 갑작스런 사태에 깜짝 놀란듯이 비명을 내질렀고, 이실리아는 황급히 진우의 품 안에서 빠져나갔다.
"잡았다, 씨발 새끼야!"
"자…잠깐……! 우…우리 일단 대화를 해보자고! 응? 돈이냐? 돈이 문제야? 그런거라면 얼마든지 줄께!"
'됐다!'
잭 해머는 당장이라도 울것같은 표정과 목소리가 되어버린 진우의 모습에 속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진우씨를 놔줘!"
"씨발! 내 몸에 염동력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이 새끼 모가지를 부러뜨릴거야! 내가 못할것 같냐!?"
"아아아악!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
"큿……!"
그렇게 말한 잭 해머를 진우의 목을 옆으로 돌렸고, 그의 악력에 목이 꺽이기 일보 직전이 된 진우는 어린 아이마냥 고통어린 비명을 내질렀다.
이실리아는 그런 그의 모습에 신음성을 삼켰고, 완벽하게 이들을 제압했다 생각한 잭 해머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너! 당장 목을 꺽어버리기 전에 저 년한테 투항하라고 말해! 당장!"
"모…모모모모목! 내 목! 목이 아파아아악!"
"그러니까 당장 말해!"
"끄갸아아아악!"
잭 해머는 진우의 목을 좀 더 꺽어들어갔고, 진우는 3류 악당같은 괴성을 내지르며 고통스러워하였다.
"말하면…살려주는거야……?!"
"최소한 지금 목이 꺽여나가진 않겠지! 빨리 투항하라 말해!"
그리고선 목이 아프게끔 좀 더 꺽기 시작한 잭 해머.
"저…정말이지? 정말로 말하면 살려주는거 맞지!? 말하라고 해놓고선 목 꺽는거 아니지!?"
"아 씨발 새끼가! 말하면 안 꺽어! 안 죽인다고 개새꺄! 그러니까 당장 말해!"
"아아아악!"
잭 해머는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드는 진우의 모습에 짜증을 내면서 더더욱 힘을 가하였고, 진우는 다시 한번 비명을 내질렀다.
"끄흐윽…흐으윽……! 엄마……!"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다 큰 어른이 칠칠맞게 엄마를 부르며 훌쩍이기 시작했다.
'딱 보니까 권력이나 돈 많은 갑부 집안의 철부지 도련님이구만!'
잘만 하면 엄청난 양의 돈을 뜯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 잭 해머는 같은 요구를 계속 반복하였다.
"마지막 경고다! 당장 항복하라고 말해!"
이 겁쟁이는 눈물콧물 질질 짜면서 디스트로이어와 싸우고 있는 동양인 여성을 향해 투항하라고 말할 것이라 예상한 잭 해머였지만,
"허나 거절한다."
"…어?"
갑자기 목소리가 무거워지면서 진지한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한 진우의 갑작스런 변화에 오히려 당황하게 되었다.
"이 손 진우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자기 스스로 강하다고 생각하는 녀석에게 'NO' 라고 거절하는 것이다!!"
"이…이 새끼가!"
자신을 놀린것이라 생각한 잭 해머는 그의 목을 꺽기 위해 힘을 가하였지만,
"어……? 어어!?"
아무리 힘을 주어도, 몸을 비틀어가면서 전력으로 힘을 가해도 진우의 목은 조금도 미동하지 않았다.
그는 약간 늦게 도착하여 진우가 디스트로이어의 공격을 막아내는 장면을 보지 못하였고, 그 모습을 목격했었던 목격자는 발목이 부러진 부상으로 도망가지도 못하고 아키와 디스트로이어의 싸움의 여파에 곤죽이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잭 해머는 그 목격자가 도망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으면서도 적에게 기습 공격을 가하기 위해 계속 모습을 감춰야만 했기에, 도망도 못치고 죽는 것을 구경만하고 있었다.
그를 살려줬다면 기습을 하지 못하였겠지만, 대신에 스스로 사지로 들어서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득! 뿌드득!!
"끄아아아악!?"
진우는 자신의 목을 잡고 꺽으려는 잭 해머의 손을 붙잡으면서 악력에 힘을 가하였고, 그의 손에서는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압도적인 힘.
자신이 모든것을 내걸고 덤벼도 발끝조차 따라갈 수 없는 절대적인 힘.
진우는 잭 해머의 손이 완전히 으스러지기 전에 풀어주었고, 어떻게든 빠져나가고자 몸을 뒤로 빼던 잭 해머는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좋아. 아주 좋아! 딱 내가 원하던 그 표정이야!"
"하악……! 끄흐으윽……!"
"자신이 언제든지 죽일 수 있는 약골이 알고보니까 자신보다 더 강한 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의 그 절망감! 억울함! 경악감! 네 놈의 표정은 최고로 HIGH 하다고! 카하하하하하핫!!"
"씨…씨발…미친 새끼……!"
미쳤다.
이 새끼는 미쳤다.
강자들은 자존심이 높다.
일부러 약한척을 하는것도 일종의 전술이긴 하지만, 눈물콧물까지 흘려가면서 살려달라고 엉엉 우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짓을 해봤자 자신의 명성에 흠이 갈 뿐이니까.
하지만, 이 남자는 그딴것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오로지 타인의 절망을 느끼기 위해서라면 똥밭에라도 구를 준비가 되어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이해하지 못하였겠지만, 슬럼가의 주민이기에, 타인의 절망을 먹고 사는 범죄자이기에 알 수 있었다.
'이 새끼는…우리들보다 더 미쳤어……!'
눈 앞의 동양인은 슬럼가의 주민들보다 더 질이 안 좋은 남자라는 것을.
============================ 작품 후기 ============================
참고로 워낙 넓은 미국인지라 똑같은 이명을 가진 히어로, 빌런들이 존재하는데, 히어로들은 늦게 만든쪽이 이명을 고치고, 빌런들은 싸워서 이기는쪽이 차지함.
그렇다고 자신의 특징을 살린 이명을 버리기 싫어서 단어를 약간만 바꾸거나, 추가하는게 일반적.
그러니까 비슷한 이명이 많은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비슷한 이명이 많다는 질문은 하지 말도록!
참고로 이명이 왜 이리 단순무식해 보이나요, 라는 질문을 하면 미국 대장이랑 쇠남자, 거미 남자, 박쥐 남자는 안 무식해보이냐고 진지하게 되물어볼테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