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757화 (757/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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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영상은 끝나자마자 곧바로 한 명이 손을 들면서 여기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질문을 날렸다.

"저 영상에 나온 증인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한눈에 봐도 마약을 빨아서 반쯤 제정신이 아닌것 같은데요?"

시도때도 없이 흔들리는 눈동자, 입을 열때마다 자제력 없이 튀어나오는 타액, 주의력 없이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모습.

누가봐도 제정신이 아닌 모습이였기에, 그의 발언은 신빙성이 매우 뒤떨어졌다.

거기다가 그가 내뱉은 말들도 하나같이 문제가 있는 발언이였다.

뉴욕 할렘가를 주름잡는 보스들과 이능력자들을 모두 때려잡았다고?

정부조차 포기한 마굴을 주름잡는 이들을?

하늘에서 기계 로봇이 떨어져?

100여명이 모였는데 일방적으로 쥐어 터졌다고?

여기에 있는 이들, 특히 뉴욕 경찰과 관련된 이들은 하나같이 표정들이 터지기 일보직전이였다.

그도 그럴것이, 그들은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할렘가를 조금이라도 청소하고자 어떤식으로든 노력을 했었기 때문이다.

누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이 뉴욕 한 가운대에 있다는건 말도 안된다면서 강경책을 내놓았고, 누군가는 밖으로만 빠져나오지 못하게끔, 또 누군가는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리기 위해 첩자를 심어두기도 하였다.

그런데 왠 미친년놈들이 튀어나와 뉴욕 자체를 공포로 몰아넣을 수 있는 슬럼가를 청소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을 수 밖에.

영상을 소개한 펜타곤 요원은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이 발언은 우리가 조사한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3인조의 구성, 그들의 행보와 이동 경로, 그리고 실제 싸웠던 장소는 염동력의 힘으로 증거 자체를 훼손한 모습도 확인되었습니다."

요원은 그들과 슬럼가의 보스들이 싸웠다고 알려진 장소를 영상에 내비치면서 확인을 해주었고, 그와 동시에 믿을 수 없다는듯한 경찰측 인원이 손을 들었다.

"그 증인의 말에 의하면 금발 여성이 저만한 공간을 구겨서 바다에 내던졌다고 하는데…저정도 염동력자라면 최소한 9등급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거의 운동장 넓이의 공간이 다른 차원으로 날아간것 마냥 휑하니 뚫려있다.

그 안에 있는 수많은 건물들과 콘크리트 바닥까지 사라져 있는데, 이걸 한 명의 힘으로 했다는 것 자체가 믿겨지지가 않는다.

아니, 세상에 강자가 많이 있으니 가능은 할 것이다.

하지만, 그정도의 강자라면 한 남자의 여자가 되기보단 자신의 힘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서 거액의 몸값을 받는편이 더 낫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정도 능력을 가진 동양인 남성의 존재는 듣도보도 못했습니다."

"애초에 무슨 목적으로 할렘가를 공격한건지 불투명합니다."

의문이 의문의 꼬리를 잡고 계속해서 이어진다.

애초에 이 사건은 이상한 점이 너무나 많았다.

1, 3인조 남녀의 힘이 비정상적으로 강하다.

2,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기계 로봇의 정체는?

3, 대체 무슨 목적으로 슬럼가를 공격했는가?

4, 3인조 남녀 이전에 왔다는 2인조 남성과 20여명의 외부인들의 정체는?

5, 20여명의 외부인들은 2인조 남성에게 현상금을 걸면서 잡으려고 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3인조 남녀를 잡기 위해서 전부가 몰려갔을까?

6, 외부인들의 관계는 어떻게 이어져 있는가?

사소한 부분까지 더하자면 A4 용지 한장 분량이 나오지만, 대체적으로 크게 잡자면 이 여섯가지 의문이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함을 가지고 있었다.

경찰측뿐만 아니라, 사정을 뒤늦게 듣고 도착한 펜타곤의 요원들조차 의아함을 감추지 못할 정도였다.

그 때, 회의실 안으로 누군가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펜타곤의 사이코 메트러였다.

"무슨 일인가?"

회의중에 갑자기 들어왔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정보를 가져왔다는 뜻.

그 증거로 사이코 메트러의 안색이 굳어 있었다.

사이코 메트러는 화면의 설명을 하던 펜타곤 요원의 머리 위로 손을 올리며 두 눈을 감았고, 아주 짧은 정보 하나가 그의 머리속으로 주입되었다.

"!!"

그 짧은 정보 하나로 정보를 받던 요원의 두 눈이 희둥그래졌다.

하지만, 이내 뭔가 체념한듯한 눈빛이 되었다.

"알겠네. 계속해서 정보를 모아두도록."

"예."

사이코 메트러는 그렇게 정보 하나만을 주입시키고선 밖으로 나갔고, 모두의 시선이 사이코 메트러의 정보를 주입받은 요원에게 모였다.

빨리 알아낸 사실을 자신들에게도 공유해달라는 무언의 압박이였다.

"전부는 아니지만 의문 몇가지를 단번에 해결할 정보를 얻었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그는 정보를 외부로 퍼트리지 말아달라는 구두 약속을 원하였다.

"단, 이 정보는 섣불리 퍼져나갔다간 큰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외부로 이 사실을 공개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대체 누구길래 저렇게까지 경고를 하는걸까?

모두의 머릿속에 이런 의문이 떠오를때, 그의 입이 열려졌다.

"치우."

"……."

"……."

"……."

순간, 회의실 안이 고요해졌다.

"할렘가를 습격한 이는 치우로 판명됐습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치우가 왜 그런 곳을 공격한다는 건가?"

"분명 그만한 강자라면 가능은 하겠지. 그런데 무슨 목적으로 이득도 없는 짓을 한단 말인가?"

당연하게도 경찰측에선 말도 안된다는듯이 반박을 하였지만, 치우에 대한 정보가 가장 많은 펜타곤측의 인원들은 입을 다물면서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여러분들이 착각을 하고 계시는게 있습니다. 치우는 빌런이 아닙니다."

"??"

이건 또 뭔 헛소리란 말인가?

치우가 빌런이 아니라고? 그 하나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죽고, 국가가 붕괴되었는데?

"펜타곤에서 알아낸 치우는 극도의 쾌락주의자이며, 이 쾌락을 위해선 히어로도, 빌런도 상관없이 짓밟습니다. 방금전 영상에 나온 증인이 이렇게 말했었지요."

-나…남자 새끼! 그 개새끼는 뉴욕 할렘가의 악명을 기대했다면서 수…수백만 달러가 들어간 가방을 들고 자신을 죽여보라면서 사람들을 죽이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고!!-

"즉, 치우는 악명높은 뉴욕 할렘가를 짓밟기 위해 찾아왔다는 뜻입니다. 거기다가 일부러 자신을 공격하게끔 돈가방까지 들면서."

펜타곤의 인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치우가 가진 위험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기에, 펜타곤 내부에선 치우의 성격에 대해 대다수가 암기하면서 그런 성격의 소유자를 발견했을때 반드시 알리도록 지시를 내린 상태였다.

"그는 짐승입니다. 단지 자신만의 쾌락을 즐길 수 있다면 아무런 대가도 필요없고, 명분도 필요없습니다. 타인을 짓밟으면서 쾌락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이유 하나만으로 이런 번거로운 짓을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확실히 치우의 심리를 연구하는 이들도 대부분 그를 쾌락주의자, 혹은 쾌락주의자로 자신을 포장한 고도의 심리 플레이를 즐기는 악당이라고 대부분이 입을 모았다.

참고로, 고도의 심리 플레이라 생각하는 이들은 그런 쾌락주의자가 그만한 세력을 일굴리가 없다고 판단해서이다.

"……."

"……."

회의실 안에는 다시 조용해졌다.

경찰측 인원들은 서로 입을 모으면서 자신들이 알고 있는 치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그 정보에 신빙성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치우뿐만 아니라 삼태극의 다른 간부들도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라는 건가……."

"그렇게 된다면 이 말도 안되는 습격이 일어날 이유가 성립될지도……."

"게다가 삼태극은 무인형 병기를 가지고 있으니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로봇도 설명이 가능해."

"그런데도 들키지 않았다는 것은 병기 자체가 가진 스텔스 기능인듯 싶군."

습격자는 치우라는 가정을 하게 되자, 놀랍게도 많은 의문점이 단숨에 해결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의문이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2인조 백인 남성들과 20여명의 외부인들은 삼태극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거지?"

누군가가 혼잣말을 하듯이 풀리지 않는 의문점을 말하였고, 그 의문점이 최고의 문제거리로 자리 잡게 되었다.

"두번째 외부인들은 첫번째 외부인을 잡고자 현상금을 걸었다. 그런 상황에서 세번째 외부인인 치우 일행을 향해 모두가 달려들었다는 것은 치우 일행을 찾기 위해 첫번째 외부인들을 잡으려고 한다는 뜻이 아닐까?"

"그렇게 된다면 첫번째 외부인들의 정체가 이상해지는데. 그들이 삼태극과 연관이 있는 이들이라는 뜻인가?"

"애초에 두번째 외부인들은 대체 정체가 뭐지? 대체 정체가 뭐길래 치우를 잡으려고 달려든거야?"

"우리가 모르는 어떤 관계도가 있는게 분명해."

논점은 세번째 외부인들의 정체에서, 첫번째와 두번째 외부인들의 정체를 알아내는걸로 방향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삼태극의 정보는 중국과 일본을 공격하면서 알려져 있지만, 그것은 대외적인 군사력과 치우의 성향뿐이지 조직도와 조직내의 파벌 등등, 내부적인 부분은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일단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를 치우에 대해 조사하기 보단, 첫번째와 두번째 외부인들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으로 수사 방향을 잡겠습니다. 경찰측도 동의합니까?"

"동의하오."

"동의."

"잘 하면 우리가 모르는 삼태극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 동의."

경찰측의 고위 인사들은 다들 동의하였고, 그렇게 수사 방향은 치우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모를 외부인들의 정체를 알아내는것으로 촛점이 집중되었다.

신출귀몰한 삼태극에 대한 정보가 극도로 부족하기에, 잘만하면 그들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 그들은 한 마음이 되어 외부인들의 정체를 알아내고자 협력을 하였다.

그냥 평범한 빌런 집단이였으면 주도권을 잡고자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벌였겠지만, 잔악무도한 삼태극을 상대하는데 그런 기싸움은 자살 행위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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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실물로 보니까 훨씬 더 괜찮은 행성이로구나."

십수대의 함선들이 대열을 이루며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중 가장 크고 선두에 나선 함선에는 붉은색 피부를 가지고, 검은 날개를 가진 인간형 외계인, 칼리 제국의 여제가 흥미롭게 지구의 가치를 품평하고 있었다.

"농담반으로 별장용 행성으로 만들겠다고 말했었는데, 이렇게 실물로 보니까 더더욱 욕심이 나는구나."

"폐하. 저를 선봉으로 삼아주시면 지구를 최대한 온전히 바치겠사옵니다."

"아니, 제게 맡겨주시기 바랍니다! 지구의 자전이 한바퀴 다 돌기 전에 모두 정리해두겠습니다!"

대기에서 숨쉴 수 있기에 선별된 외계인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지구를 점령하겠다고 난리를 쳤지만, 여제는 조용히 손을 들어보이자 순식간에 숨소리조차 크게 들려올 정도의 고요함이 자리잡게 되었다.

"그렇게 하면 재미가 없잖느냐. 일단 정보를 모아보거라. 특히, 내게 선전포고를 날린 그 지구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구나."

여제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자신을 향해 대놓고 도발하거나 선전포고를 하는 이들을 만나보지 못하였기에, 진우를 향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시라누 인의 생존자가 살아있다지? 작긴 하지만 꽤나 놀거리가 많아보여서 기쁘군."

그녀는 이 작은 행성에서 자신을 이길 수 있는 강자가 존재하리라곤 생각치 않았다.

단지, 아주 잠시동안이라도 좋으니 재미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상대가 있기를 바랄 뿐이였다.

원래라면 1년이라는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도착했어야 할 칼리 제국의 본대가 진우에 의해 훨씬 빠르게 지구에 도착하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이벨은 여제와 함께 조교합니다.

원래 처음부터 그렇게 하기로 결정해놨거든요. 아마 꽤나 볼만한 조교씬이 될겁니다 ㅎㅎㅎ

저는 저번에도 말했지만, 판타지든 무협이든 장르가 뭐든간에 최종 보스랑 싸울때 대충 끝내는걸 진짜 싫어합니다.

특히 마지막권 거의 끝 부분에 주인공과 최종 보스가 큰 기술 한방씩 날리면서 대결을 휘리릭 끝내는 소설은 극혐 그 자체입니다.

적대 조직의 쫄다구들이랑 중간 보스급 애들이랑은 몇십장씩 쓰면서 투닥거리더니 최종 보스한테는 한 페이지가 전부냐?

애초에 최종 보스랑 싸우는 전투씬을 쓰지 못할 거면 판을 벌리지 말던가 ㅡㅡ

저는 이 소설의 장르를 '전형적인 작가의 자딸용 소설' 이라 정의짓기 때문에 제가 꼴리는대로 최종 보스와의 전투를 길게 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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