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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습격당한 펜타곤 기지는 일단 외부에는 알리지 않은 비밀 장소로, 겉으로 보자면 인적이 드문 곳에 있는 휴게소형 카페에 불과하다.
카페 지배인을 제외한 종업원들은 모두 일반인.
그런데도 습격자들은 이 기지의 위장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카페를 공격하여 폭발시키고, 카페 지하와 이어진 통로만을 정확하게 부수면서 경고를 듣고 몰려온 경비병들을 단번에 막강한 화력으로 몰살시켰다.
여기까지라면 펜타곤에 원한을 가진 빌런들이 연합을 하여 습격을 했다고 해도 되겠지만, 문제는 이 다음부터다.
그들은 몇 명씩 팀을 이루어 여기저기 흩뿌려지듯이 퍼져나갔고, 보이는 이들은 모두 죽이면서도 기기를 약탈하거나 파괴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원한 관계에 의한 테러가 아니다.'
지휘통제실로 향하여 보고를 확인한 그리핀은 원한에 의한 테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저들이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이 샅샅이 수색하고 있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방금전의 대사가 떠오르게 만들었다.
'…정말로 로스차일드 가문의 공작인건가?'
솔직히 베스는 매그너스의 말이 맞다고 하지만, 그녀의 능력 또한 다른 사이코 메트리 능력자들과 같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정보를 제공한 당사자가 잘못된 정보를 진실로 여기고 있을 수 있다는 오류.
전에도 설명했지만, 1+1의 답이 2 라는 계산을 3이나 4로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잘못된 답을 말해도 본인은 그것을 진실로 알고 있으니, 여과없이 정보만을 건내야 하는 사이코 메트리들은 그런 잘못된 정보를 전달함으로서 적의 수작에 놀아나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리핀은 정말로 그 정보가 맞는건가 틀린건가 고심하고 있었는데, 지금의 상황을 확인하자 자신도 모르게 로스차일드 라는 이름이 머릿속에 떠오르게 되었다.
"적의 이동경로를 예산하여 함정을 발동해라! 그리고 쉘터를 닫아서 이동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춰! 기지 내부에 있는 이능력자들을 각개격파 당하지 않게끔 가까운 이들끼리 일단 집결시켜라!
"예!"
지휘통제실의 요원들은 빠르게 대답하며 그리핀의 지시대로 기지 내의 이능력자들과 함정들을 통해 적의 체력과 숫자를 조금이라도 빼놓기 시작하였다.
"밖으로 파견나간 요원들 모두 불러들여라! 내 예상이 맞다면 이 공격은 양동이나 원한에 의한 테러가 아니라 뚜렷한 목표물을 가진 계획적 습격이다!"
기지를 공격하여 외부에 나가있는 펜타곤의 히어로들을 혼란에 빠지게 만들면서 양동 공격을 가하는 경우도 몇차례 있었지만, 이번 습격은 적의 정체가 정말로 로스차일드 가문이라면 생체 나노슈츠를 목적으로 두고 있을것이다.
그 밖에도 중요 설비라던가 정보를 보관한 곳에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경비를 철저히 하였고, 마지막으로 자신과 함께 지휘통제실로 따라온 베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베스."
"슈츠가 있는 쪽으로 가면 되는거죠?"
베스는 그리핀이 무엇을 말하는지 예상하였고, 그리핀은 자신과 같은 결과를 도출해낸 그녀에게 더 말을 하는건 사족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선 입을 다물었다.
지휘통제실 밖으로 나선 그녀는 약간 걱정된 표정으로 소음이 들려오는 통로를 따라 어디론가 향하였다.
'만약, 정말로 매그너스라는 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습격은 100% 로스차일드의 입김이 닿아있어.'
평소같았으면 정보가 제대로 맞는건지 확인을 하겠지만, 마치 상황을 딱 맞춘듯한 습격은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방금전의 정보에 신빙성을 느끼게 되리라.
'일단 최대한 버텨야만해. 이벨이 도착하면 상황은 반전된다.'
다른 리더들은 모두 각자 멀리 떨어져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이 곳을 지원할 수 있는 이들은 주변에 있는 이능력자들과 부모님과 같이 목장일을 도우며 흔들리던 멘탈이 안정되어가는 이벨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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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탁!
쿠궁- 쿠웅- 으아아아---
매그너스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폭발음과 악에 가까운 사람들의 기합성과 비명소리를 뒤로 하면서 무작정 아무곳이나 달려가고 있었다.
그 또한 감옥에 갇혀있는 입장이였기 때문에, 그가 알고 있는 기지 내부의 지리는 감옥 -> 취조실 루트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이 기지는 내부 보안에 신경을 썼기 때문에, 이 곳의 요원들은 자신들만이 알 수 있는 표식을 통해 표지판을 붙여두었다.
당연히 그런 표식의 의미도, 뜻도 모르는 매그너스의 입장으로선 답답해도 일단 자신이 아는 루트를 벗어나 최대한 멀리멀리 이동하는 수 밖에 답이 없었다.
'젠장! 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매그너스는 몇분째 같은 공간을 빙빙 도는듯한 착각을 느끼면서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이 습격을 로스차일드 가문의 소행이라고 확신하였다.
보아하니 펜타곤에서도 이 기습을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것만해도 그만큼 적이 제대로 준비를 해왔다는 뜻인데, 마구잡이식 테러라면 지금보다 더 시끌벅쩍해야 정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무렇게 기지 내부를 돌아다니던 매그너스는 앞쪽에서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오자, 마침 '+' 방향으로 통로가 이어져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기에 재빨리 벽 뒤로 몸을 숨겼다.
"흐아악!"
그와 동시에 약 20m 앞쪽에서 'ㄱ' 자로 꺽인 통로에서 이 기지의 요원으로 보이는 흑인 남성은 튀어나와 눈물콧물을 질질 짜면서 매그너스의 방향으로 도망쳐왔지만, 그의 몸은 누군가에게 덜미가 붙잡힌듯이 상체와 하체가 따로놀면서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으아아아아아!!"
쓰러진 그는 펜타곤의 요원치곤 너무 겁을 먹으면서 권총을 꺼내들어 자신을 쫓아온 이들을 향해 쏴재꼈지만,
우우웅--
염동력자가 만든 방패에 부딪히면서, 허공을 몇차례 돌다가 힘없이 땅에 떨어지게 되었다.
그를 뒤쫓아온 염동력자는 넘어져 있는 흑인 요원을 향해 손을 뻗었고, 그와 동시에 흑인 요원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쳐 올라갔다.
그리고,
뿌득- 우드득--!!
"꺽……! 까하아악……!"
흑인 요원은 온 몸이 구겨지면서 괴상한 비명 소리를 토해냈지만, 그를 붙잡은 염동력자는 다른 습격자들과 달리 헬멧을 쓰지 않은채로 신경질적인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꽈지직!!
염동력자가 힘을 더더욱 가하자, 온 몸이 구겨지던 흑인 요원은 팔다리와 목이 이상한 방향으로 꺽이면서, 마치 거인에게 힘으로 우왁스럽게 짓눌린것 같은 시체가 되어버렸다.
잔인하게 죽여놓고서도 뭐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습격자로 보이는 염동력자는 몸이 기이한 각도로 꺽여나간 시체를 발로 걷어찼다.
"어이, 이미 죽은 녀석한테 시간 낭비하지 마."
같은 습격자로 보이는 이가 한박자 늦게 도착하면서 시체를 발로 차고 있는 그를 만류하였지만, 염동력자는 영 분이 풀리지 않은 표정이였다.
"이 망할 깜둥이 새끼 때문에 내 헬멧이 날라갔다고! 이딴 쓰레기 새끼한테!!"
보아하니 도망치던 요원은 다른 동료들과 함께 성공적으로 기습을 하였지만, 아쉽게도 습격자가 쓰고 있던 헬멧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위기를 벗어난듯 싶다.
애초에 흑인 요원은 이능력자라고 보기엔 너무 평범하게 도망쳤기에, 다른 동료가 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숨어있는 매그너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이 목소리……!'
자신은 이 목소리를 알고 있다.
그 증거로 심장에서부터 올라오는 분노가 주체 못할듯이 끓고 있었다.
"살인은 부가적인 목표일 뿐이다. 빨리 물건을 찾아야 해."
염동력자의 동료가 계속해서 부가적인 목표에 집중하는 그에게 경고를 하였고, 염동력자는 침을 퉤 뱉으면서 불만과 쾌락이 어울려진 표정으로 아쉽다는 듯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퉷. 똑같은 깜둥이라 해도 살집이 없으니까 으깨는 맛이 없잖아. 저번에 그 저택에 있던 뚱땡이는 살집이 많아서 으깨는 맛이 좋았는데."
"!!"
-큭큭큭! 이 깜둥이(Negro 니그로)년은 존나 뚱뚱해서 찌그러뜨리는 맛이 각별한데?-
-지방이 많아서 생각보다 쉽게 안 된다고. 나는 이 년을 처리할테니까 너희들은 나머지 것들을 처리해.-
매그너스는 자신의 저택이 수수께끼의 습격자에게 파괴당하고, 그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잔인하게 죽어버린 사건을 기억하였다.
그 중에는 뚱뚱한 흑인 여성이자, 사회 생활의 경험이 없던 자신을 잘 보필해준 누나와도 같은 존재인 미핀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예전에 조사관이 보여준 기억을 통해, 미핀을 잔인하게 구겨뜨리면서 죽여버린 살인마의 목소리를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는 매그너스는 그제서야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다.
'로스차일드……!'
그렇다. 자신의 저택을 파괴한것은 로스차일드 가문의 소행이였던 것이다.
예전에 진우…아니, 치우가 만들어준 비밀 기지를 파괴함과 동시에 불필요한 학살과 파괴를 자행하였다.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서.
게다가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로렌드 로스차일드가 치우를 소환하자고 몇번이나 설득하려 하였지만, 그때마다 자신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동기부터 끝까지 로스차일드 가문의 존재감이 나온다.
드디어 가족과도 같은 그들을 죽인 살인마들을 발견하게 된 매그너스는 온 몸을 부르르 떨어댔지만, 그는 이빨을 꽉 깨물며 악마들도 놀라 기겁할 표정이 되었다.
'참아! 참아야만 해! 여기서 나가봤자 개죽음이야! 내 힘으론 손 끝 하나 대지 못한다고!'
매그너스의 심장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머리는 이대로 나가봤자 개죽음이라며 복수와 이성이 충돌하였다.
으즉!
분노와 증오로 미쳐버리기 일보직전인 매그너스는 붕대 위쪽의 팔뚝을 이빨로 깨물었고, 그 고통으로 분노를 가까스로 참아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미친듯이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들것 같았기 때문이다.
얼마나 힘있게 물어뜯는지 그의 팔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지만, 매그너스는 그 와중에도 저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기지 내부가 생각보다 혼란스럽지만, 그래도 이만한 숫자가 샅샅이 수색하고 있으니 조만간 물건을 보관한 장소를 알아낼 수 있을거다. 저들도 바보가 아니라면 중요 지점에 강도 높은 함정을 설치할테니까."
"그렇다면 함정이 있는 쪽으로 찾아가야 한다는 뜻이군."
"아까처럼 방심하다 죽지 마라."
"쳇. 알겠어. 알겠다고."
그렇데 말한 그들은 대열을 정리하고선 다른 방향으로 향하였고, 그 모습을 확인한 매그너스는 그제서야 팔뚝을 깨물던 입을 뱉어내며 온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드디어 찾아냈다.
드디어 원수를 찾아냈다.
안그래도 로스차일드 가문이 KKK단 처럼 변해서 그들의 행보를 반드시 막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매그너스는, 막아내는것이 아니라 로스차일드 전체를 무너뜨릴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
와락!
"읍!?"
순간, 누군가가 매그너스의 옆으로 다가와 그의 입과 멱살을 낚아챘다.
홱!
매그너스는 아론으로부터 받은 수행이 헛되지 않았는지, 당황하기보단 본능적으로 자신의 멱살을 낚아챈 방향을 향해 팔꿈치를 휘둘러 반격을 가하였다.
하지만, 매그너스의 입과 멱살을 붙잡은 상대는 양 손을 쓰고 있으면서도 자신에게 향해 날아오는 공격을 막아냈다.
염동력이다.
"!?"
그제서야 자신을 붙잡은 상대를 확인한 매그너스는 두 눈이 희둥그래졌다.
자신을 추궁하던 그리핀의 호위역이였던 여성이 자신을 향해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신, 왜 여기에 있는거지?"
베스는 감옥에 있어야 할 그가 왜 여기에 있는지를 추궁하면서 입을 틀어막은 손을 때어냈다.
만약, 마음에 안드는 대답이라도 했다간 단숨에 힘을 쓸 준비를 하면서.
하지만, 매그너스가 자신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자, 베스는 그런 그의 모습에 당황하기 시작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까지 온갖 압박을 가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던 그가 눈물을 보이는 모습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발……."
"응?"
"제발…슈츠를 되돌려줘……!"
"그게 무슨 소리……."
"신발을 핥으라면 핥겠다! 노예가 되라면 평생 되겠어! 그러니까! 제발…제발 슈츠를 돌려줘……!"
강한 진실.
상대방의 대사를 통해 진실과 거짓을 알 수 있는 베스만의 기준이긴 한데, 그녀는 모든 대사를 3개로 구분하고 있다.
거짓, 진실, 강한 진실.
당연하게도 강한 진실의 뜻이 뭐냐고 생각될 것이다.
그녀 혼자서 구분하고 있는 강한 진실이란, 무슨 일이 생겨도 반드시 자신이 한 말을 지키는 신념어린 약속이였다.
그녀의 경험상 강한 진실을 말한 사람들은 자신이 한 말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무릎 써가면서까지 지키고자 노력한다.
강한 진실을 말한 사람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적었지만, 그 꼽을 정도로 적은 사람들을 겪은 경험 덕분에 강한 진실을 통해 무언가를 약조한 사람들은 무조건 믿어도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강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바로 눈 앞에 있었다.
문제는 그는 포로의 입장이고, 펜타곤을 적대한 적이라는 것.
"나는 이 기지를 습격한 놈들을 죽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 제발 부탁이다! 하라는건 뭐든지 할테니까 제발 내게 슈츠를 돌려다오!"
매그너스는 자신의 멱살을 붙잡은 베스의 힘이 약해지자,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땅에 박으며 애원하였다.
그 어떤 압박에도 굴복하지 않던 매그너스가 스스로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모습.
그리고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강한 진실을 느낀 베스는 한 숨을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따라와. 지금까진 운이 좋아서 함정이 없는 지역만 돌아다닌것 같지만, 이대로 가면 피떡이 될테니까."
"!!"
매그너스는 베스의 목소리에서 긍정의 의미를 느끼게 되자, 자신이 애원하였지만 설마 들어주리라곤 예상 못했다는 표정이 되었다.
"저…정말인가……?!"
"지금 손이 하나라도 더 부족한 상황이니까.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은 없어. 빨리 움직여!"
어찌보자면 정말로 악운이 강했다.
이런 최악의 상황속에서 운이 좋게도 자신의 진실된 약속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어쨌든간에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매그너스는 감사의 인사를 하기 보단 베스의 뒤를 바짝 붙으면서 그녀와 함께 슈츠가 보관된 장소로 향하였다.
'로스차일드……! 나는…네 놈들을 무슨 수를 써서든 파멸시키고 말거다!!'
전에는 그릇된 야망을 막는다는 신념이였다면, 지금은 상대방의 모든걸 파멸시켜 버리겠다는 복수의 화신이 된 매그너스.
그것을 위해서라면 개가 되든, 노예가 되든, 어떤 굴욕따윈 웃으면서 받아들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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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할말이 없다
왜냐하면 존나게 더워서 머리가 안돌아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