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797화 (797/923)

0797 / 0923 ----------------------------------------------

12장

"……."

"……."

"……."

회의장 밖에서는 두 종류의 무리로 나뉘어진채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한 쪽은 굳게 닫혀진 회의장 문을 수호하듯이 방벽을 만들고 있는 펜타곤과 미국을 포함한 타국의 경호원들.

그리고, 마치 그들의 방벽을 뚫고 지나가려는 듯이 뭉쳐져 있는 삼태극과 아크로스의 수행원들.

아크로스와 삼태극이 동맹 관계인것도 있지만, 두 조직 모두 세계의 적이나 마찬가지이기에 만약의 사태때는 서로 힘을 합쳐 회의장으로 난입하기 위해 눈빛을 교환하여 합의를 해둔 상태였다.

안쪽에서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곧바로 뚫고 들어가겠다는 무리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각 국의 수장들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로 방벽을 세운 무리.

물론, 처음에 양쪽 모두 자신들은 함정같은거 없다고 주장하였지만, 순진하게 그런걸 순순하게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서로가 함정을 의심하며 언제라도 힘을 사용할 준비를 갖춘 두 무리의 팽팽한 긴장감은 한동안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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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하하하! 정말 아깝구만! 조금만 더 빨리 왔었으면 정말 볼만했을텐데!"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강당 형식의 책상과 의자 한 쪽에 앉아있는 그랜드 아크는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진우가 싸움닭처럼 이리저리 시비를 걸었다가, 러시아 대통령 알렉산드로 로스차키와 주먹이 오갔다는 소식을 듣고선 크게 웃어 재꼈다.

러시아 대통령은 정말로 치우에게 러시아의 쓴맛을 보여주겠다는 듯이 눈알을 부라리고 있었고, 진우는 나중에도 저딴 표정을 유지할 수 있냐는 듯이 비웃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늦장 부리는게 아니였는데. 괜히 늦게왔군."

"글쎄. 아직 시간은 더 많이 남아있잖아? 겨우 이정도 준비운동을 놓쳤다고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큭큭큭. 하긴, 네 말대로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있지."

그랜드 아크 또한 펜타곤의 부탁에 의해 이능력이 봉인되어 있었지만, 그는 이능력이 일시적으로 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평소의 성격 그대로였다.

아니, 오히려 그의 주변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경호하고 있는 미국측 경비병이 오히려 바짝 얼어붙어 있을 정도.

이능력이 없어졌는데도 불구하고 평소와 다를바 없는 반응을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그랜드 아크와 치우의 그릇을 단도직입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모두 잠시 정숙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때, 그리핀과 미 대통령, UN 사무총장이 단상 위로 모습을 드러냈고, 중후한 인상의 남성인 UN 사무총장이 정숙해달라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떠드는 사람들은 단 두 사람밖에 없었지만, 대놓고 두 사람한테만 조용히 해달라고 하면 기분이 상하다면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에 일부러 이런식으로 말을 한 것이다.

다행히 그랜드 아크와 진우는 '쟤네들이 뭘 하려는걸까' 라는 호기심이 더 강했는지 순순히 입을 다물어주었다.

"이번 UN 회의는 다들 알고 있다시피 칼리 제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으로, 칼리 제국의 위협으로부터 조금이라도 안전해지고자 부득이하게 미국측이 제공한 벙커를 개조하여 회의장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불편한 부분이 많으시겠지만, 여러분들의 안전을 위함이니 다소의 불편함은 참아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에 있는 이들이라면 최소한의 상식은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편하다면서 칭얼거리는 바보는 존재하지 않았다.

"제 역할은 여기까지 입니다. 나머지는 여기에 계신 펜타곤의 다섯 리더중 한 명이신 그리핀 모건님께서 설명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선 사무총장은 단상 구석쪽으로 이동하였고, 그리핀은 사무총장의 마이크를 이어받게 되었다.

"제 소개는 사무총장님이 해주셨으니 단도직입적으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핀은 다소 무례할지 몰라도, 칼리 제국이 언제 다시 공격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1분 1초를 헛되게 사용할 수 없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나가기로 결정하였다.

"펜타곤에서는 10등급의 예지 능력자가 존재합니다. 그 예언에서는 칼리 제국의 존재를 예언하였고, 우리 펜타곤은 그 예언에 대비하여 대책을 마련해 왔습니다."

그 때, 누군가가 그리핀의 말을 듣고선 손을 올렸다.

"잠깐, 그렇다면 왜 미리 알려주지 않은겁니까?"

아르헨티나 국기가 걸려있는 곳에 위치한 남성이 손을 들며 물어왔다.

"그렇다면 우주에서 생전 처음보는 외계인들이 쳐들어오니까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준비를 갖추자. 언제 오냐고? 그건 우리도 모른다. 이렇게 말하면 과연 사람들이 칼리 제국의 존재를 진지하게 받아들일까요? 솔직히 미친놈 소리를 들어도 할말이 없습니다만?"

"큼큼."

아르헨티나의 수장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된다고 생각하였는지 헛기침을 하면서 팔을 내렸다.

그리핀은 마침 그의 질문을 해결한 김에 부가 설명을 더하였다.

"거기다가 이 예언에는 칼리 제국이 공격해오는 시기가 정확하게 확인이 불가능했습니다. 우리가 알 수 있는것은 역경을 딛고 새롭게 영웅으로 태어날 이들, 그리고 칼리 제국으로 배신할 배신자들, 그리고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건사고들이 전부였습니다. 그렇기에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펜타곤의 상급자들은 반 농담 형식으로 '우리가 죽기 전에는 오긴 할까?' 라는 자조섞인 농담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피식-

그리핀이 적당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살짝 풀어주자,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게 되었…….

"말을 계속 끊어서 미안하군. 하지만, 이건 꼭 묻고 싶네."

그 때, 러시아 대통령, 알렉산드로가 손을 들면서 질문을 하였다.

"왜 그 예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삼태극의 발호를 예언하지 못하였나?"

알렉산드로의 질문의 뜻은 이거였다.

그 예언이 있었으면 진작에 치우를 죽였으면 되지 않느냐.

너무나 단도직입적이고 노골적인 질문에, 다들 술렁거리면서 치우의 분위기를 확인하였으나, 가면을 벗고 오픈 페이스가 된 그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보일 뿐 이였다.

"…이렇게 말하면 예언의 신빙성이 떨어질것 같지만…기이하게도 우리측의 예지 능력자는 삼태극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하였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예언에는 치우, 삼태극이라는 존재 자체가 없었습니다."

술렁술렁-

칼리 제국의 습격도 예상한 예언이 삼태극을 캐치하지 못하였다?

알렉산드로는 이 예언을 칼리 제국의 습격 이전에 들었다면 허튼 소리라면서 무시했을 것이다.

솔직히 지구에서 가장 큰 위험은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모르는 삼태극이 더더욱 컸으니까.

하지만, 칼리 제국은 모습을 드러냈고, 펜타곤은 칼리 제국에 대항하기 위해 대비책을 마련해왔다.

"솔직히 말해서 저 또한 그의 정체를 묻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리핀은 그렇게 말하면서 치우를 향해 시선을 돌렸고,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하게 되었다.

'그야 나는 플레이어니까 새끼들아.'

플레이어라는 존재는 참으로 미묘복잡하다.

일반적으로 게임 자체가 스트레스를 풀고, 재미를 즐기는 용도가 큰데, 밖에서 화가 나는 일을 겪으면 게임 안에서 그 짜증을 토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고, 좋은 일이 생기면 악행을 저지르다가도 기분이 좋으니 선행을 쌓기도 할 수 있다.

이런 플레이어의 행동을 예상하는건 불가능한 일이기에, 플레이어 존재 자체가 예지 능력에 걸리지 않는다.

"글쎄? 이 세상이 나의 의지로 좌지우지 된다는 뜻이 아닐까? 내 존재로 예언의 흐름이 몇번이나 바뀌었잖아? 그러니 허튼 소린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언뜻 듣기엔 자화자찬 같지만, 그의 존재로 지금까지 예언의 내용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리핀은 잠시 입을 다물면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큼큼, 잠시 이야기가 옆으로 새버렸으니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어쨌든, 펜타곤에서는 칼리 제국에 대항하고자 최선의 수단을 마련하였고, 그 수단을 여러분들께 공개하겠습니다."

그리핀은 미리 쥐고 있던 리모컨을 누를려던 찰나, 그의 시선이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치우의 얼굴을 확인하였다.

'이 패를 치우가 보고 있는데서 공개해도 되는걸까?'

지금이라도 치우를 내쫓아야 하는게 옳지 않을까 싶었지만, 칼리 제국을 무찌르지 못한다면 지구의 모두가 죽거나 노예가 된다고 생각한 그는 고민끝에 스위치를 눌렀다.

삐삑-

그가 스위치를 누르자, 미리 준비된 화면이 그의 뒤쪽에 위치한 대형 모니터를 통해 공개가 되었다.

오오오--

그와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경악어린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대형 모니터에는 SF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형태의 전함의 모습이 비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펜타곤에서 극비리에 제조한 우주 전함, 이지스 입니다."

"우주 전함?"

"저런걸 만들었다고?"

"지구의 기술이 그정도였던가?"

수많은 사람들이 이지스 전함의 발표에 웅성거리면서 온갖 의문을 표하였고, 그리핀은 목소리를 살짝 더 높이면서 정숙을 요구하였다.

"모두 정숙해주시기 바랍니다. 질문은 후에 받을테니 흐름을 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질문을 나중에 받아주겠다는 말에 다들 입을 다물면서 화면과 그리핀에게 집중하였고, 그 모습을 확인한 그리핀은 다시 입을 열었다.

"전문적인 군사 용어는 되도록 절제하고 모두가 이해하기 쉽게끔 설명하겠습니다. 전함 정면에는 고 에너지 레이저 주포를 발사할 수 있고……."

'호오. 저게 지하드의 대항마라 이거군. 확실히 지하드보다 공격력이 강해.'

그리핀의 설명을 듣게 된 진우는, 까놓고 말해서 전함 정면부에 위치한 레이저 주포를 제외하면 딱히 큰 위협이 된다고 느끼지 못하였다.

문제는 저 레이저 주포의 위력이 어느정도냐는 것이다.

생각보다 강력하면 여차했다간 지하드가 굉침될 위기를 겪게 될테니까.

그리핀은 전함 좌현과 우현에 대공포와 미사일을 발사 할 수 있다는 것을 추가로 더 설명하였고, 그 정보를 모두 꼼꼼하게 기억하기 시작한 진우는 입을 다물고 조용히 지하드와 이지스의 모의전을 상상하였다.

'지하드는 원반형태에다 주포라고 부를 수 있는 무기가 없다. 대공포와 미사일의 위력은 우리쪽이 더 강하고, 저쪽에는 전투기를 사용하겠지만 우리쪽은 무인형 로봇들이 있는데다 이쪽의 전투력이 더 강해. 하지만, 저 주포 하나에 맞았다간 이쪽의 장점이 모두 무력화 되어버려.'

즉, 지하드와 이지스의 싸움은 위에 설명했듯이 이지스의 주포가 얼마나 강력하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솔직히 말해서 진우는 이지스 전함의 존재로 크게 긴장하고 있었다.

만약, 적들이 안티 텔레포테이션 장치로 지하드의 기동력을 막아내고, 이지스의 주포로 공격한다면?

물론, 지하드에 염동력 배리어가 있지만, 과연 그 배리어가 전함급 레이저 주포의 화력까지 막아낼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

씨익-

하지만, 진우는 이지스의 존재로 긴장하면서도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웃어. 자연스럽게 계속해서 웃어. 생각보다 강하지만, 그렇다 해도 지하드의 힘이라면 처리가 가능하다는 듯한 여유를 보여줘야 해. 그래야 저 녀석의 머리도 복잡해질테니까. 전쟁에서 신중함은 필요하지만, 너무 과도하게 신중하면 오히려 적에게 반격의 찬스를 주는 법이다.'

진우는 자신의 위치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핀이 알고 있는 '치우' 라는 캐릭터는 존나 개새끼이고, 존나 강하면서도, 페리샤라는 두뇌를 최대한으로 활용할 줄 아는 지도자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핀은 두뇌가 사라진 '치우' 의 머리를 높게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부하를 잘 사용하는것과 머리를 잘 쓰는것은 별개의 문제니까.

부하를 잘 사용하는게 곧 머리를 잘 쓰는거라면 삼국지에서 유비가 조조, 제갈량, 곽가 등등, 수많은 전략가와 군사들의 머리를 뛰어넘어야 정상이다.

거기다가 진우는 '치우' 라는 캐릭터를 활동하면서 항상 동물처럼 감정의 변화를 숨기지 않았다.

즉,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꾸준하게 만들어낸, 상대방이 가진 '치우' 를 향한 신뢰를 이용한 것이다.

'웃고 있어? 이지스의 정보를 듣고도 웃을 수 있다고?'

그리고, 진우가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 에 속아넘어간 그리핀은 그의 미소에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지스의 성능을 입으로만 들어서 과소평가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이지스의 스펙을 지하드가 뛰어넘는다는 자신감일까.

그는 모르겠지만, 진우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페리샤는 회의장 안에 수장들만이 들어갈 수 있기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었다.

그녀는 진우가 엄청난 천재라던가 그런건 아니지만,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두뇌의 소유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지스 전함의 숫자가 2대라는건 숨기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조커로 일단은 감춰두는게 좋겠어.'

물론, 칼리 제국을 공격할땐 2대 모두 출격해야 겠지만, 그 전에 삼태극에서 갑자기 공격을 가해오면 전장의 흐름을 가져올 죠커로서 숨겨두기로 결정하였다.

============================ 작품 후기 ============================

요즘 연재 텀을 되도록 짧게, 최소한 하루에 한편을 쓸 수 있게끔 노력중입니다.

물론, 야근 크리를 받아서 힘들땐 좀 힘들지만..

그래야 언능 900편 안에 완결 짓고 인외마경을 쓸 수 있으니까요.

아참, 저는 요즘 남카이림을 하고 있습니다.

오크 전사로 도적들을 소탕해서 본거지로 쓸 수 있을법한 장소를 만들고, 남편 있는 유부녀들을 하나둘씩 보쌈해서 저만의 유부녀 콜렉션을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특히 저는 삼국지 13을 할때도 남편있는 아내들만 공략해서 남편을 죽이고 제가 빼앗으면서 결혼하는 컨셉으로 갈 정도로 NTL을 좋아합니다!

...나는 전생에 조조 였던건가?(인처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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