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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예상은 했다.
분명히 칼리 제국은 다시 한번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하지만, 하필이면 왜 이 타이밍이란 말인가!
"위치는?"
진우는 빠르게 뒷정리를 하고선 함께 즐겼던 노예들과 함께 함교로 향하였고, 그 곳에는 미리 선행하여 함교쪽에 도착한 이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젠장. 조금만 더 하면 분위기 탈 수 있었는데.'
이벨처럼 확고한 정의감으로 움직이는 년들은 단순히 툭탁퍽 하면서 제압한 후에 즐기면 생각보다 오래 버틴다.
물론, 진우가 '아씨 오래 버티니까 짜증나네 ㅡㅡ' 라면서 투덜거리긴 해도 짜증까지 낼 위인은 아니다.
오래 버티면 오래 버티는대로 조교하는 맛이 있으니까.
정의의 용사를 스스로 음란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그 틈을 벌려 나가는 쪽이 훨씬 조교하는데 반응이 재밌기 때문에 그런 수단을 사용하다가, 슬슬 입질이 오는것 같았는데 갑작스래 칼리 제국이라는 바위가 강가에 쳐박히면서 분위기가 바뀌어 버렸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칼리 제국이 또다시 습격을 했다고 하니, 이번엔 저번 전력보다 더 강한 전력임이 분명하다.
-현재 칼리 제국의 습격이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습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민간인의 피해를 강요하는 의도로군요."
생체 나노슈츠의 힘 덕분에 격한 성행위로 떨어진 체력을 어느정도 회복시킨 페리샤는, 함장만이 앉을 수 있는 의자에 몸을 파묻으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였다.
"의도는?"
진우가 페리샤에게 칼리 제국의 의도를 물어오자,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면서 칼리 제국이 민간인들을 공격할때의 이득을 생각하였다.
"군사 지역이 아닌 도심지역을 공격해봤자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이득은 지구측의 상업 활동을 멈추게 만드는 것 정도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여제의 성격이라면……."
"그런 전략적인 이유가 아니라, 지구인이 더 독기를 품기 위함이예요."
페리샤의 말을 이어, 이벨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모두의 시선이 이벨에게 모였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여제는 처음부터 우리를 상대로 '전쟁' 을 하고 있는게 아니예요. 그러니 전략적인 요소라던가 그런걸 찾는건 의미가 없다고 봐요."
"크르…동감이다."
여제에게 증오심을 품고 있는 쿠베리아트도 이벨의 말에 동감하였다.
"애초에 여제는 전쟁이란걸 재미를 위해서 하고 있어. 거기다가 일부러 상대방이 자신의 공격을 충분히 방비할 시간을 주고 여유까지 부리는 재수없는 년이지."
두 외계인들이 입을 모아 주장하고, 여제의 말투가 오만함의 극치라는 것을 확인했었던 삼태극 일행들은, 여제또한 진우와 비슷한 인종임을 느끼게 되었다.
"놈들의 숫자는?"
어쨌든, 칼리 제국이 습격해왔으니 이대로 내버려둘 수 없는 노릇.
-갑작스런 습격이라 지금의 정보로는 확실하게 알 수 없…….-
순간, 말을 이어가던 마스지드는 말을 멈추었다.
그렇게 2~3초간 침묵하던 그녀는 약간 다급한 목소리로 다시 재차 보고를 시작했다.
-긴급 상황입니다. 칼리 제국의 습격대가 소수민족 연합의 도시에도 습격을 가하였습니다.-
"뭐?"
그와 동시에 진우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이 새끼들이……! 감히 내가 지배하는 녀석들을 공격해?"
처음엔 적의 숫자를 물어왔지만, 이젠 그딴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한 짐승처럼 낮게 으르릉거린 진우는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마스지드, 적의 습격 위치를 확인해서 모두에게 전해줘라. 전원, 습격 위치로 이동하여 단숨에 박살낸다! 내가 지배하는 녀석들을 공격하면 어떤 꼴이 되는지 똑똑히 보여줘라!"
"예!"
그걸로 끝이였다.
그의 명령 하나에 모두가 하나되어 움직였고, 거기에는 인원을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잡다한 업무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이게 삼태극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구나.'
이들은 움직이는데 불필요한 업무같은게 없었다.
진우가 '가라' 라고 한 마디 하면 모두가 한 목적을 향해 움직이는 것이다.
물론, 펜타곤도 시민들이 위급한데 사람이 움직이는데 이런저런 업무같은게 있을리 없지만, 다른 지역에서 히어로 추가 파병을 요청할 경우엔 이것저것 확인해야 할게 많기 때문에 약간 출발이 늦는 경우가 있다.
절대 권력을 가진 군주제.
삼태극 내부에 여러 고위 간부들이 파벌을 가지고 있다거나, 내부 알력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전문가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전부 다 틀렸다.
'다들 그의 명령에 조금도 의구심을 품지 않는다.'
삼태극이 소수민족 연합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팩트가 된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삼태극에선 그들을 도와주고자 전원이 출동하였다.
'대체 어째서 이렇게까지 그들을 지켜주려는 거지?'
이 장면만 따로 보자면 마치 정상적인 위정자의 모습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진우라면 '그딴것들 알게 뭐냐' 라면서 잔인하게 무시해야 정상이건만, 자신의 품안에 들어온 그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너무나 익숙해지기 어려웠다.
어쨌든, 페리샤를 제외한 모두가 텔레포트 시스템으로 마스지드에게 받은 위치로 이동하였고, 의구심을 품게 된 이벨은 밥값은 하겠다는 이유로 자신도 보내달라 요청하였다.
병사용 신호기는 자력으로 텔레포트가 불가능하고, 소속 간부나 그 위의 최상의 간부의 허락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의 생각을 읽은건지, 아니면 그녀가 방해 해봤자 상관없다고 생각한건지, 페리샤는 딱히 거부하지 않고 그녀를 텔레포트 시켜주었다.
그 이후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남궁 신을 필두로 모든 삼태극의 간부들이 총 출동하였고, 거기다가 이벨까지 지원을 왔다.
이정도 멤버들이 모였는데 칼리 제국의 습격을 퇴치하지 못하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것이다.
"살아남은 놈들이 있나?"
녹색 피를 뿌리는 외계인의 몸을 반으로 찢어버린 진우는, 자신과 함께 싸워 칼리 제국의 외계인들을 몰살시키고선 발 끝으로 시체를 툭툭 차며 생존자를 찾아다니는 노예들의 모습을 확인하고선 입을 열었다.
-확인하겠습니다. ……. ……. 시체의 숫자는 최초 습격한 외계인의 숫자와 일치합니다. 생존자는 없습니다.-
마스지드의 보고를 확인한 진우는 제국의 생존자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으나, 자신들이 모르는 어떤 능력이 있을지 모르니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무인형 병기들에게 수색을 명령하였다.
와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대피하고 있었던 소수민족 연합의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도 그럴것이, 세상은 삼태극을 지구 역사상 최악의 악으로 손가락질 하고 있지만, 이들에겐 고통받는 자신들을 해방시켜주고, 뭉칠 수 있는 구심점을 준데다 힘들어서 도움을 요청하면 뭐든 다 해결해주는 최고의 지배자였기 때문이다.
"고맙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사람들은 삼태극 사람들을 향해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하였고, 진우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 인사를 받아주었다.
"당연하지. 너희들은 내 지배를 받아들인 녀석들이다. 나는 내 물건을 다른 놈들이 망가뜨리는걸 혐오하거든."
마치 '니들은 내 지배를 받는 백성들이다' 같은 대사였다.
현대인이라면 당연히 기분이 나빠야 정상이건만, 사람들은 오히려 환호성을 내지르며 진우를 떠받들었다.
솔직히 지배를 받는다고 해도, 무거운 세금같은것은 없는데 무인형 병기들이 언제나 치안과 야생 괴수들을 해결해준다.
참고로 삼태극의 지배를 받는 괴수들은 드넓은 중국 땅을 마음껏 활보하면서 자연 발생하는 야생 괴수들을 사냥하는 중이고, 중국의 땅덩어리가 워낙 넓은 탓에 자연 발생하는 괴수와 동식물, 그리고 간간히 살아남은 중국인 생존자들을 먹어치우면서 알아서 생존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몇 마리는 야생 괴수에게 죽어서 사망하였지만, 살아남은 괴수들은 야생 괴수의 핵을 먹어치움으로서 조금씩 더 강해지는 중이기에, 오히려 알아서 떨거지들을 떨쳐내고 정예화가 되어가는 중이였다.
'뭐야 이거?'
삼태극의 일행들을 도와서 칼리 제국의 외계인들을 처리한 이벨은 고맙다고 인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당황스런 표정이 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런 감사의 인사는 생전 처음 받았기 때문이다.
히어로 생활을 하면서 몇차례 감사 인사를 듣긴 하였지만, 몇 명은 자신이 살아났다는 것에 기뻐하기 보단 자신의 재산이 망가진 것에 화를 내어 적반하장식으로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사람들을 살려줘도 너희들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냐, 라는 식으로 대충 인사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달랐다.
진심어린 표정과 목소리로 고맙다며 인사하고 고개를 숙인다.
자유와 정의의 나라, 미국에서도 겪지 못한 것을 지구 역사상 최악의 악이 지배하는 곳에서 겪은 것이다.
특히, 사람들은 처음보는 얼굴인 이벨을 향해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었다.
"도와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누나! 고마워요!"
"복받으실 겁니다."
남녀노소가 우르르 몰려나와 감사의 인사를 하는 진풍경.
이들의 표정은 누군가가 억지로 나와서 하라고 하는게 아니라, 마음 깊숙히 우러나오는 감사의 인사였다.
삼태극에게 지배를 받아, 죽지 못해 사는 삶을 살고 있을거란 전문가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모습.
미국의 대도시같은 풍족함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사람들끼리 열심히 살아가고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풍경.
삼태극의 지배를 받으면 인류는 몇 년 가지 못해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하거나, 삼태극의 악행에 죽어나갈 것이라 예상했었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치우님! 이거 받아주세요!"
그 때,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어린 여자 아이가 쪼르르 달려나와 진우에게 과일 바구니를 내주었다.
이벨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진우라면 이딴거 왜 주냐면서 버럭 소리를 질러야 하겠지만,
"음……. 내가 손에 피가 좀 많이 묻어서 그러니 다른 사람한테 주지 않을래? 아, 이실리아, 와서 이것좀 받아줘."
"어머, 귀여운 공주님이 선물을 주셨네요? 잘 먹을께."
진우는 오히려 자신의 손에 묻은 피가 아이에게 닿을까 싶어 꺼려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실리아에게 부탁하여 과일 바구니를 받아챙겼다.
마치 이야기 소설에서 백성들을 가족처럼 여기는 귀족의 모습이 이러할까?
진우가 평소의 사악한 모습과는 다르게, 아이를 부드럽게 대해주면서 웃어보이는 모습은 너무나도 이질적이였다.
특히, 방금전만 해도 페리샤의 목을 조르고 배를 발로 짓밟아 깨우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였다.
하지만, 그 모두에게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가 행복해 한다는 것.
'대체 무슨 수를 쓴거지? 왜 저런 악당의 지배를 받는 사람들은 모두 다 행복해하는 거야?'
이벨은 진우의 지배를 받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큰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이래서는 오히려 상황이 반대가 되지 않는가?
'아냐, 치우는 바보가 아냐. 보여주기 형식으로 자신의 지배를 받으면 행복하다는 것처럼 보여준 후, 나중에 본색을 드러낼게 분명해.'
하지만, 이벨은 어디에 가든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두뇌의 소유자가, 가혹한 폭행을 당한 이후에도 행복해하는 모습과 진우의 지배를 받는 이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서 큰 혼란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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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까지 97편 안에 끝낸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