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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2일이 지나면서 D 데이가 찾아왔다.
로스차일드 가의 본가는 그야말로 왠만한 군부대 기지 못지 않은 인원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그들 전원은 로스차일드 가문 소속의 이능력자들로, 그 중에서도 최소 5등급 이상인 이들만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군부대 수준의 인원들이 몰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으나, 대규모 이능력 전투에서는 섣불리 뭉쳤다간 아군이 방해가 되어 제대로 능력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말을 반대로 해야 한다.
그렇기에 로스차일드 본가의 땅 여기저기에는 거의 천에 달하는 이능력자들이 몸을 풀면서 전의를 다잡고 있었다.
진실을 아는 사람들은 지금의 로스차일드 가문은 반드시 한번 무너져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진실을 모르는 이들은 자신들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그만한 대우를 해주는 로스차일드 가를 향한 충성심이 매우 강하였다.
물론, 삼태극이 공격해온다 라는 사실을 미리 알려주면 겁을 먹은 이들이 도망치는 것을 막고자, 이들은 거대 빌런 세력이 본가를 기습해 올 것이라는 명목으로 본가에 모이게 되었다.
“와우. 이게 다 최소 5등급 이상의 이능력자들이라고? 이렇게나 많았었나?”
한 남성은 로스차일드 가에 속해있는 이능력자가 얼마나 되는지 몰랐지만, 백 단위를 아득하게 넘어선 숫자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히어로, 빌런, 정부에 속하지 않은 중립 이능력자들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남성의 옆에는 비슷한 나이대의 남성도 감탄사와 함께 주변을 두리번 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빌런 조직의 습격으로 본가의 건물이 붕괴되었고, 이번엔 가주를 노리고자 또다시 습격을 해온다는 이유로 본가에 소환된 그들의 눈에는 수많은 텐트들과 이동식 시설들이 즐비하였다.
“어? 저거 대공포잖아?”
“대공포까지? 대체 얼마나 많은 빌런들이 공격해오길래 저렇게까지 준비를 하는 거지?”
“그 뿐만이 아냐. 리버의 무인형 병기들까지 있다고.”
두 사람은 한 쪽 구석에 설치된 대공포들과 리버의 무인형 병기들까지 수백대가 이동해오는 모습에 ‘대체 공격해오는 빌런 조직의 정체가 뭐냐’ 라는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자신들에게 배정된 구역을 넘어가지 않는 한도 내에서 여기저기 구경하던 두 사람은 적의 습격을 대비하기 위한 로스차일드 가의 대응력에 감탄하면서도, 한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어이, 이거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 대공포?”
“아니, 그것도 그렇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낀 그는 조심스래 입을 열었다.
“흑인이나 동양인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아.”
“…….”
천 단위의 사람들이 모였는데 전부 백인들이다.
흑인과 동양인 중에서 경험 많고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이능력자들은 무궁무진하다.
그런데도 이 곳에는 오로지 백인들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보호하던 무역선 에도…….’
위험 지역 쪽의 무역선 보호를 담당하고 있다가 본가의 호출로 비행기를 타고 하루 만에 도착한 그들은, 기억을 곰곰이 되씹어보니 많은 경험을 지니고 있던 무역선의 사람들 중, 백인을 제외한 이들이 하나 둘씩 여러 이유로 해고를 당했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백인으로 이루어진 신입들이 대거 들어왔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 신입들이 일을 잘 하면 또 모르겠는데, 해고당한 동양인, 흑인 선원들보다 능력이나 경험 면에서 모두 부족하였다.
그 때는 그냥 누가 인맥을 동원해서 자기 사람들을 채운거라 생각했는데, 로스차일드 본가에 동양인과 흑인들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기이한 모습은 그들에게 의아함을 가져다 주기 충분했다.
“그리고 이상한 건 그뿐만이 아냐. 빌런 조직의 습격이 이뤄진다고 하는데 왜 군대…아니, 경찰조차 보이지 않는 거지? 로스차일드 가문의 본가가 공격을 당한다는데 헛소문이라 해도 경찰이나 군대가 출동해야 하는거 아냐?”
“…….”
이상한 부분이 하나 둘씩 튀어나오면서 의문을 가진 그들의 머릿속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왜 동양인과 흑인들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가.
왜 공권력이 개입하지 않는가.
자신들이 모르는 뭔가가 있음을 직감한 그들은 무거운 분위기가 되었지만, 조용히 동료의 의문을 듣고 있던 남성은 고개를 내저었다.
“분명히 이상하군. 하지만, 지금은 그 의문을 탐구해야 할 때가 아니야. 우리들의 임무는 일단 적의 습격을 막아내는 것이니까. 놈들이 말한 시간은 오늘이니까 적당하게 긴장해 두고 있어.”
“뭐, 그건 그렇지.”
지금은 자신들의 고용주들의 본가를 지키는 게 우선이다.
일은 좀 힘들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능력과 성과만큼 정확하게 대우해주니 일을 할 때마다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이런 직장은 어디 가서 쉽게 얻지 못한다.
어디서든 조금이라도 가격을 더 후려치려는 이들과 말싸움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귀찮은지 몸으로 깨우치고 있던 그는, 빌런들을 처리하고 지금의 직장을 안전하게 지킬 생각에만 전념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본가에서는 적의 정체를 아는 것 같은데……. 일부러 사기 문제 때문에 알려주지 않는건가?’
이만한 숫자의 이능력자, 군대에서나 운용할법한 대공포의 모습.
눈치 좀 있는 사람들은 이런 대응을 통해 적의 정체를 본가에서는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다고 판단하였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이제와서 그런 말을 해 봤자 분란만 일어날게 뻔하니까.
여기에 올 정도라면 로스차일드 가문을 향한 기준치 이상의 충성심과 실력, 경험을 겸비한 이들이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아마 어중이 떠중이들 다 불렀으면 진작에 난리가 났으리라.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건 컨디션 조절이 전부로군.’
의문을 품었던 그들은 이내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가 컨디션을 점검하기 시작하였고, 그 모습은 확실하게 프로의 그것과도 같았다.
“준비는.”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였습니다.”
웰터 로스차일드는 본가로부터 멀리 떨어진 피신용 은거지에 자리를 잡아, 측근 몇 명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퇴로용 텔레포터의 호위를 받고 있었다.
그는 본가 각지에 설치된 감시용 카메라들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는데, 전투가 벌어지면 그것들 대부분이 파괴될지라도 최소한 자신의 두 눈으로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파악하고 싶었기에 설치해둔 것이다.
‘천여명이 넘는 이능력자. 모두 경험과 숙련도가 높아, 자신의 급수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이능력자를 상대로 싸울 수 있는 이들이다. 대공포와 대 괴수용 무기, 리버로부터 거금을 들여 무인형 병기들까지 준비해놨으니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했어.’
웰터는 치우가 동양인이라는 사실에 그를 무시하였지만, 그렇다고 그가 가진 군세까지 무시한 건 아니다.
괴수를 조종하고, 무인형 병기 기술의 최선두를 달리던 리버의 기술력을 가뿐하게 추월한 삼태극의 군세.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녀석들의 약점은 숫자. 괴수와 무인형 병기의 숫자는 많지만, 이능력자 자체는 적다. 페리샤라는 삼태극의 두뇌가 있지만, 이런 국지전에선 두뇌보다 숫자의 힘이 판도를 지배하지.’
릴리야의 머리에서 삼태극에 대한 정보를 모두 뽑아낸 로스차일드 가의 군사 전문가들은, 괴수들과 무인형 병기들의 연쇄 공격을 차분하게 대응하며 삼태극의 이능력자들을 숫자로 압박하여 처리하는 전술을 짜냈고, 그 전술은 여기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전해지면서 각자의 위치에 맞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었다.
‘자, 올테면 와라. 감히 로스차일드 가문의 힘을, 백인의 힘을 이기겠다는 그 헛된 야망 따윈 내가 무너뜨려주마.’
“아, 로렌드는?”
그렇게 전의를 다질 때, 안전한 곳으로 보내둔 아들의 상태가 궁금해졌는지 그 부분을 책임진 보좌관에게 입을 열었다.
“가주님의 명령대로 안전 지역에 모셨습니다만, 가주님과 함께 삼태극의 멸망을 지켜보겠다고 주장하셔서 그 분을 호위하고 있는 이들이 꽤 곤란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훗. 역시 내 아들답군.”
지금까지 로렌드에게 사무적으로 대했던 웰터는, 삼태극의 멸망을 자신과 함께 지켜보고 싶다며 강하게 주장하는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 그건 그렇고 정부와 펜타곤 쪽에서는?”
“그들은 확실치 않은 정보이며, 기만 전술임을 대비하여 각지에 경계를 강화시키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저희들의 소견으론…그들은 우리를 버렸다고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쓰레기 같은 자식들. 이 나라의, 세계의 경제를 누가 지탱해주고 있는데 감히……!”
삼태극, 미국, 펜타곤의 임시 동맹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된 웰터는 자신들의 죽음을 기정사실화 한 정부와 펜타곤의 행동에 분노를 금치 못하였다.
지금은 눈 앞의 문제를 처리하는 게 우선이라서 다른 곳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지만, 삼태극의 문제만 해결하면 자신들을 배신한 대가를 충분히 치루게 만들어줄 것이다.
“복제 인간들은?”
“전원에게 대다수의 전염병과 질병에 면역을 가지게 예방접종을 실시했습니다. 감기처럼 바이러스가 수시로 변화하는 종류의 병균이 아닌 이상,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보좌관들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인 웰터는 복제 인간들의 질병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였다는데 든든함을 느꼈다.
그들의 힘과 숫자라면 삼태극을 공격하는데 큰 도움이 될 테니까.
‘저주? 웃기는군. 놈들은 영화에나 나올법한 좀비 바이러스를 만든 놈들이야. 저쪽에도 살라딘의 유전자를 가진 복제 인간이 한 명 존재하니, 그 유전자를 이용하여 복제 인간들에게만 통하는 세균을 아무도 모르게 퍼트린 것이겠지.’
그 효율적인 좀비 바이러스를 ‘그렇게 해서 지구를 지배해봤자 재미 없다’ 라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지만, 살라딘의 복제 인간들이 가진 힘에 겁먹어서 세균전으로 갔다고 판단한 웰터는 일부러 저주라는 얼토당토않는 개소리를 통해 헛된 힘을 쓰게 만드는 작전이라는 군사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아마 갑자기 병이 낫게 된 이유도 그 바이러스가 일종의 테스터용일 확률이 높다.
일단 예방접종을 실시해뒀지만, 그래도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여 그들의 전력이 없는 상태에서 싸우는 전술도 충분히 마련한 상태다.
째깍- 째깍- 째깍-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했기에, 가문의 일부분만이 알고 있는 은신처 안에는 손목 시계의 초침이 도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시간은 15시 27분.
군사 전문가들은 높은 확률로 기습을 위해 밤 늦은 시간대에 공격해올 수 있다고 판단하였지만, 그 전에 공격해올 가능성도 낮은 편은 아니라고 경고하였다.
다행히도 여기에 호출된 이능력자들 또한 다들 경험 많은 베테랑이기에 너무 체력을 소비하지 않고 적당하게 긴장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에 체력 분배에 관해선 큰 문제는 없었다.
거기다가 그들의 컨디션 유지가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웰터는 그들의 컨디션과 체력을 유지하고자 최고급으로만 이루어진 스포츠 드링크, 에너지 바, 간이 휴식 시설등을 무제한으로 지원해 주었다.
전투가 벌어지면 그 모든 것 들이 다 사라지겠지만, 싸우는 이들의 사기와 체력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 정도 가격은 매우 싼 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몇 분 후가 되자,
후웅-!
텔레포트 특유의 공기 빠지는 소리가 초대형으로 일어나면서 로스차일드 본가 위에 그림자가 생겨났다.
거대 UFO 같은 원반형 비행체.
지하드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삼태극!?”
설마 본가를 공격해오는 놈들의 정체가 삼태극 이라곤 상상도 못한 대다수의 이능력자들은 당황하였지만, 지하드의 선체 아래쪽 중심부에서 거대한 구멍이 모습을 드러내고, ‘벌집’ 이라는 코드네임으로 불리 울 정도로 선체 여기저기에 무인형 병기들이 출격할 수 있는 구멍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우웅--!!
지하드의 선체 중심부에서 거대한 몸체를 지닌 이형의 생명체, 괴수들이 낙하하고 무인형 병기들이 등 뒤의 제트팩으로 말벌처럼 벌집에서 튀어나오자, 미리 준비하고 있던 대공포의 사수들이 대응 사격을 시작하였다.
투카카카카카카카캉---!!
그들은 삼태극이 모습을 보인다면 지휘관의 명령이 없어도 사격하게끔 미리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게틀링 형식의 대공포를 쏴재끼며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삼태극의 무인형 병기, 창귀들을 향해 불꽃을 토해냈다.
쿵! 콰쾅!!
“캬아아악!”
“키에에엑!”
땅에 추락한 괴수들은 괴성을 질러대며 살기를 드러냈고, 그 모습에 로스차일드 본가에 모여있던 이능력자들은 괴수들이 더 내려오기 전에 미리 숫자를 줄여놓고자 달려나갔다.
삼태극에게 있어선 마음에 들지 않는 적을 쳐부수는 전쟁.
미국과 펜타곤에게 있어선 세계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한 전쟁.
로스차일드에게 있어선 세계의 지배를 위한 피할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로스트 아크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봤는데 최악의 운영으로 소문난 스마일 게이트가 운영을 외주에게 맡긴다는 정보를 입수함.
그게 정말이라면 로스트 아크는 내 인생겜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일단 1차 CBT니까 막상 해보면 "씨발 이거 뭐야 ㅡㅡ" 라는 말이 나올 수 있지만, 반응이 좋으면 내 인생겜이 될거임!
CBT에 당첨되면 어떤 직업을 키워야 할지 확인해봐야긋네.
그러니까 내 노예가 될 놈들이 있으면 미리 말해라.
내가 고기 방패로 카와이하게 잘 써먹어줄께 ㅎㅎㅎ
응? 당첨되면 소설은 언제 쓸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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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이, 설마 내가 아예 손을 놓겠어? 일단 나름 열심히 쓰...
탈출!!
PS : 어제 밤에 거의 다 써놨는데 마지막 부분만 두고 너무 졸려서 자버림. 그래서 아침에 마무리랑 후기 적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