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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요 근래에 제이콥 대통령은 흥분으로 가득차 있었다.
국가를 위해, 미국을 위해,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위해 평생을 바치는 정치가를 꿈꿔왔던 그는, 정치판에서 경험이 쌓아질때마다 너무나 두터운 벽을 뼈저리게 체감하게 되었다.
미국의 경제를 좌지우지 하고, 화폐의 생산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힘.
정치를, 권력을 가볍게 뛰어넘는 돈의 힘.
그 벽을 체감한 그는 대통령이 된 순간까지도 미국의, 나아가 세계의 경제를 지탱하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평범한 대통령으로 남을것이라 생각하였다.
야망과 능력은 있지만, 현실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는 그저 그런 대통령.
하지만, 삼태극과 칼리 제국의 등장으로 이 모든게 달라졌다.
칼리 제국이라는 공공의 적을 잡기 위해 삼태극, 펜타곤, 그리고 당연히 비공개로 자신을 포함한 최소한의 최측근만이 아는 비밀 동맹을 맺었고, 로스차일드 가문의 야망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던 삼태극이 본가를 습격하여 가주를 사로 잡았다.
가주로부터 알아낸 모든 비밀 창고와 스위스 계좌에서 로스차일드의 미래를 빼앗았지만, 치우는 '시작은 니들이 했을지 몰라도 끝은 내가 맺는다' 라듯이 중요 인사들까지 암살하면서 아예 가문 자체를 무너뜨릴려고 작정을 한 것처럼 계속해서 공세를 퍼부었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가진 돈의 힘이 사라지자 그들에게 붙어서 아부를 하던 이들도 대부분 떨어져나갔고, 제이콥 대통령은 자신쪽 파벌을 강화하면서 로스차일드 가문의 사업체를 하나둘씩 빼앗기 시작하였다.
애초에 정치가들이란게 촌수좀 따지면 대기업과 관련된 이들이 한둘씩 꼭 나오는 법이니, 거기에 힘을 좀 실어주면 충분하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무너지면 그 충격이 매우 크겠지만, 제이콥 대통령은 대통령조차 건들지 못한 벽을 무너뜨리는데 이정도 충격도 없다면 오히려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였기에 자신의 능력으로 그 충격을 최대한 추스리겠다는 의지를 가졌다.
아니, 오히려 그 충격을 노려야만 정부의 힘을 뛰어넘는 대재벌의 존재를 막을 수 있었다.
거기다가 아직 확정지을 수 없는 단계이긴 하지만, 칼리 제국의 함대를 괴멸시키고, 망치와 모루 작전에서 모루 역을 맡은 지하드가 만신창이가 되어 있거나 내부에 인질로 붙잡힌 이벨이 어떻게든 텔레포트 시스템을 망가뜨려서 이지스 전함의 주포로 쓸어버릴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는 최고의 베스트 시나리오다.
그렇게만 된다면 자신은 미국 역사상 최고의 대통령으로서 손꼽히게 될테고, 개인적으로도 로스차일드 가문이라는 벽을 무너뜨려서 대만족이였다.
아니, 외계인들의 존재가 공식화 되었으니, 이번 기회에 아예 지구를 전체로 한 연방 국가를 만들어 우주로 진출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 삼태극과 칼리 제국의 문제가 다 해결된것은 아니지만, 로스차일드 가문이 무너지면서 지금까지 묻혀왔던 꿈이 다시 떠오르게 된 제이콥 대통령은 마치 막 정치권에 발을 올린 새내기처럼 들떠 있었다.
지구 역사상 최초의 지구 연방을 구축한 대통령!
일종의 망상처럼 느껴지겠지만, 예수가 태어나기 전과 후를 기원전과 기원후라 하여 년도를 따지듯이, 우주 진출을 위해 지구 연방이 만들어진 년을 기준으로 새로운 년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런 그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펜타곤에선 제이콥 대통령에게 좋은 소식을 계속해서 가져다주었다.
"그게 정말인가!?"
제이콥 대통령은 화색이 가득찬 얼굴로 핫라인으로 연결된 펜타곤의 간부에게 되물었다.
대통령의 핫라인이라는게 그냥 전화한다고 다 되는게 아니지만, 제이콥 대통령은 만에 하나라도 누군가가 펜타곤, 정부, 삼태극의 동맹 관계를 알게 된다면 엄청난 파장을 끼칠게 분명하기에, 펜타곤에서 자신에게 연락할땐 무조건 핫라인을 통해 연락하도록 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어쨌든, 그가 이렇게 화색이 된 이유는 펜타곤에서 가져온 정보 때문이다.
-예. 문제는 그 이후에 아크 엔젤 본인이 직접 인식을 해야만 하는 구조입니다. 지구의 기술과는 다른 구조라서 해킹도 불가능한지라 아무래도 아크 엔젤을 불러야만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리핀님이 삼태극과 통신을 연결 중이십니다.-
"음. 그 문제는 알겠네. 그런데 우리쪽에서 딱히 도와줄만한 일이 없는데 왜 핫라인을 연결한건가?"
-…대통령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치우, 그 인간은 무슨 돌발 행동을 할지 모르잖습니까. 대통령님의 말씀대로 이 부분은 정부에서 도와줄 부분이 없지만, 그래도 치우가 미국 땅을 밟으니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아……. 내 생각이 짧았군. 방금 한 말은 잊어주게."
그렇다.
치우가 온다.
이 사실 자체만으로도 핫라인을 연결하여 경고를 해줄만한 가치는 차고도 넘친다.
만약, 그들이 대통령과 연결된 핫라인을 막 쓰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연락을 안했다가 갑자기 치우와 대면을 하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면, 농담이 아니라 펜타곤으로 쳐들어가서 시시콜콜한 집안 사정을 얘기해도 좋으니 핫라인을 활용하라고 분노를 터트렸을 것이다.
그만큼 치우란 인간은 미리 마음의 준비 없이 얼굴을 마주하기 싫은 인간이다.
"만약, 중요한 사실이 알려진다면 또 알려주게. 그럼 나는 일이 있어서 먼저 끊도록 하지."
제이콥은 그렇게 전화를 껐고, 인체 공학적으로 앉는 사람에게 안락감을 주는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아크 엔젤…이벨 양이 타고온 우주선에 외부의 침입을 막는 락이 걸려 있다라……. 과연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쁜것은 아니겠지.'
칼리 제국에 의해 멸망하기 전에 딸을 지구로 날려보낸 시라누 인의 우주선.
거기에 이벨의 생체 정보로만 통과가 가능한 보안 장치가 있다면, 그 보안 장치 너머에는 아무리 못해도 최소한 딸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 안에 칼리 제국을 상대하는데 필요한 비밀 무기같은게 있으면 좋겠군.'
칼리 제국을 상대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물건이 나타나줬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 제이콥 대통령이였지만, 세상 일이라는게 그렇게 원하는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뭔지도 모를 물건에 괜히 헛된 기대심을 품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요즘 일이 술술 잘 풀리기에 미약하게나마 기대감을 품어보았다.
'그리고 치우, 그 인간과 대화를 하고 있을 그리핀을 위해 기도를.'
상대방 속을 박박 긁어대는 치우와 대화해야만 하는 입장인 그리핀의 모습을 상상만 해봤는데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안타까움과 동정심이 우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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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에~ 그렇쿠나~ 우리 이벨쨔응이 타고온 우주선에 아직 비밀이 남아있었쿠나~"
진우는 억지로 최대한 자연스런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는 그리핀의 시선을 무시하며, 오른쪽 콧구멍을 손가락으로 파면서 건성으로 대답하였다.
이벨이 타고온 우주선도 일단은 우주선이기에, 그것의 구조를 알아내면 어떻게 전투용으로 개조할 수 없지 않을까 싶어서 지하드로 떠나기 전에 이벨의 허락을 받고 우주선의 분해를 맡게 된펜타곤의 기술자들은,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여 역설계를 위해 조금씩 조금씩 구조를 확인해가며 우주선 자체를 분해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가며 조심스럽게 분해 하던 중, 외부 장갑을 모두 벗겨내자 갑자기 홀로그램이 떠오르게 되었다.
홀로그램은 이벨과 비슷한 부분이 많은 여성의 모습을 만들며, 미리 저장된 말을 읊었다고 한다.
'이 우주선을 분해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딸인 이벨이 허락을 했거나, 허락없이 만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들이 어떤 목적으로 분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다음부터는 우리의 딸이 직접 찾아와야 합니다. 딸의 안전이 확인되기 전까지 그 누구도 절대 만질 수 없습니다. 만약, 이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분해를 할 시, 엔진을 과부하시켜 폭발을 일으킬 것입니다.'
거의 반 협박이였지만 분명한것은 홀로그램 여성은 이벨의 어머니이며, 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모성애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크흠! 크흠! 그러니까 이벨 양을 잠시 되돌려줬으면 합니다.-
"그래도 겨우 1인용 우주선인데 뭐 쓸만한게 있기야 있겠어? 괜히 시간 낭비하는거 아녀?"
-그렇다 해도 해볼만한 가치는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에이~ 이제야 슬슬 우리 이벨쨔응이 지하드 내부의 분위기에 익숙해져서 슬슬 같이 재밌고 씐나게 놀아보려는데 바깥 공기 쐬면 또 초기화될 가능성이 높잖아?"
-…원하는게 무엇입니까.-
이젠 그리핀도 치우라는 인간에 대해 익숙해질만큼 익숙해졌다.
문제는 치우의 건성건성한 목소리를 들으면 심장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빡침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어쨌든, 치우가 이렇게 되도 않는 땡깡을 부리는다는 것은 뭔가 목적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도 구경할래."
-…예?-
"나중에 니들이 알려주겠지만, 원래 그런건 오픈하자마자 봐줘야 재밌는 법이라고. RPG 게임에서도 누가 보물상자 안에 뭐가 있는지 알려주는거랑 자신이 직접 상자 안에 뭐가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는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잖아?"
-…….-
"그리고,"
거기서 잠시 말을 끊은 진우는 씨익 웃어보였다.
"까놓고 말해서 만약이라도 나에게도 통용될 히든 카드의 존재가 튀어나올 수 있으니까."
대놓고 단도직입적으로 '나는 니들한테 뒤통수 맞기 싫다' 라는 것을 대놓고 말한 진우.
인간 관계에서 이렇게 대놓고 말한다는건 나는 너를 못 믿는다 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이 동맹은 칼리 제국만 없으면 곧바로 깨져버릴 관계에 지나지 않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쪽에서 우주선이 있는 위치를 알려드리지요.-
그리핀도 그 안에 뭐가 들어가 있는지 아예 모르기 때문에, 굳이 대립각을 세우기보단 이렇게 고개를 숙이면서 아주 약간이나마 신뢰감을 주어 인질역을 맡은 이벨에게 도움이 되어주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였다.
뭐가 들어가 있는지도 모를 물건 때문에 서로 감정 상하는 것만큼 멍청한 일은 또 없다.
거기다가 그리핀의 요청으로 함께 온 이벨도 몰랐다는 표정이였기에, 안에 뭐가 들어가 있는가에 대한 정보는 완벽한 무無 였다.
'부모님의 유산이 있었다고……?'
실제로 뭔가 쓸만한게 남아있지 않을까 싶어 이리저리 뒤적였는데도 불구하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비상 식량밖에 찾지 못했던 이벨은 두 눈이 희둥그래졌다.
그냥 옛 부모님과의 연결고리라 생각하여 두고 있다가, 칼리 제국이 지구를 침공하면서 위기감을 느껴 뭐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분해를 허락했는데 설마 그런게 있었을 줄이야?
-하지만, 너무 많은 이들이 오면 우리쪽 기술자들과 이능력자들이 불안해 할 요지가 매우 큽니다. 그러니 되도록 호위는 4명 정도만 대려오셨으면 합니다.-
진우가 가진 악명이 너무 크다보니, 이벨의 우주선을 분해중인 기술자들과 그들의 안전을 책임질 이들은 그의 그림자만 봐도 불안해 한다.
그냥 펜타곤에서도 더 많은 이능력자들을 긁어 모으면 되는거 아니냐 싶겠지만, 그렇게 했다간 삼태극에서도 경계를 하게 될테고, 서로 아주 작은 행동도 불안해하며 과민반응을 보일 것이다.
과도하게 긴장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더 많아진다는 뜻이고, 경험이 부족한 누군가가 실수로라도 이능력을 발현했다간 그대로 전쟁이 시작될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렇기에 이쪽도 추가 증원을 하지 않을테니, 그쪽도 4명 정도로만 호위를 제한하라는 절충안을 제시한셈.
물론, 진우가 평범한 악당 두목이였다면 니들을 어떻게 믿냐고 발광하면서 머리 아프게 만들겠지만,
"좋아. 그렇게 하지."
진우는 대범하게도 상대방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곧이 곧대로 받아들였다.
'여기서 적대해봤자 얻을건 파멸뿐이지. 그정도도 생각 못하는 병신이 펜타곤의 리더 자리를 꿰찰리가 없어.'
'무식해보이는 말투와 행동은 역시나 연극이로군. 우리가 지금 삼태극을 적대해봤자 얻을게 하나 없다는것을 알고 있어.'
상대방의 능력과 머리를 신뢰하기에 가능한 일.
그렇게 그리핀은 우주선을 분해하는 곳의 좌표를 읊어주었고, 진우는 남궁 신, 노아, 아키, 이실리아를 호위로 삼아 그리핀이 부른 좌표로 텔레포트를 하였다.
일부러 페리샤를 뺀 이유는 두뇌 싸움을 할 장소가 아니라는 것과, 펜타곤에게도 페리샤가 지하드에서 이쪽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압박감을 주기 위함이다.
스팟-
특유의 공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그리핀이 전한 좌표로 이동한 진우 일행.
겉으로 보면 인적이 드문 산골에 위치한 소규모 공장같은 모습이였지만, 내부 시설은 최신식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이벨!"
"베스!"
공장에 있는 사람은 그리핀이 아니라 펜타곤의 리더중 한 명, 베스였다.
그리핀은 서로 친한 두 사람을 위해 일부러 자신이 아니라 베스에게 자리를 맡긴 것이다.
"정말…정말 너무 오래만에 만난것 같아."
"나도 마찬가지야. 몇년은 지난것 같았어."
간만에 재회하게 된 이벨과 베스는 서로를 포옹해주었고, 안부를 확인하면서 걸즈 토크를 이어나갔다.
"응?"
그 때, 남궁 신이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는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주변을 확인하였다.
'살기?'
턱-
너무나 강렬한 살기를 느낀 남궁 신은 자신도 모르게 쌍용검을 꺼내들려 하였지만, 진우가 그런 그의 손목을 잡더니 모호한 미소를 짓고선 고개를 내저었다.
"다들 반응하지 마."
신뿐만 아니라, 노아, 아키, 이실리아도 살기를 느끼고선 경계를 하려던 순간에 반응하지 말라는 명령.
뭔가 알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그들은 경계 자세를 풀었고, 그와 동시에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타타타탁!
"진우!!"
선이 굵은 인상과 단련된 체구와 스킨 헤드가 인상적인 남성.
퍼억!!
그 남성은 진우가 선택한 호위들을 뚫고선 그의 안면을 향해 주먹을 꽂아넣었고, 진우는 얼굴에 주먹이 박혀있는데도 불구하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여어, 간만이구만. 매그너스."
============================ 작품 후기 ============================
의외로 인기가 많은 매그너스 재등장.
몇몇 독자분들은 매그너스와 BL을 쓰...큼큼, 상상만해도 토할것 같으니 그만 합시다.
어쨌든 담주 월욜에 로스트 아크 클베 당첨 확인이 가능합니다!
제발! 제발 걸려줘! 꼭 하고 싶어! 내가 초대작이라는 게임들 클베때도 이렇게까지 간절하지 않았다고!!
제발! 플리즈! 젭라! 하느님 예수님 알라님 조로아스터님 앙그라마이뉴님 라님 오딘님 제발 제게 행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