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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강대한 적의 공격에 필사적으로 병기를 만들고, 그 병기를 만들땐 이미 모든게 다 무너져서 사용할 짬이 되지 않아 탈출시킨 생존자에게 맡긴다. 이거 완전 고전 영화의 내용이구만."
진우는 고전 영화의 클리셰를 그대로 담았다고 낄낄 거렸지만, 실제로 그 클리셰의 대상이 된 이벨은 웃을 수 없었다.
"…당신에겐 연민이란 감정이 없나요?"
그녀라고 왜 뒤에서 샌드위치와 감자 튀김을 먹으며 영화관 분위기를 연출하던 진우의 상황을 모르겠는가.
단지, 다시는 듣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애써 무시했을 뿐이다.
진우는 이벨의 힐난에 어깨를 으쓱이며 아주 가벼운 어조로 대답하였다.
"내 가족이 아니니까."
"……."
"사정만 보면 아주 불쌍하지. 하지만, 결국 남의 가족이지, 내 가족 사정이 아니잖아? 아마 '우리' 가족 문제였으면 아주 눈물을 펑펑 울어재끼면서 여제를 향한 복수심을 불태웠겠지만, 방금 말했듯이 남의 가정사인데 내가 왜 백그라운드에서 분위기를 깔아줘야 해?"
그는 '우리' 부분에서 이실리아와 아키의 어깨를 껴안으면서, 자신이 말한 '가족' 의 범위가 어디인지 알려주었다.
덕분에 그녀들은 다른 이들의 따가운 눈총을 무시하면서 진우의 품에 파고 들어가면서 매혹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모습에, 한 때는 이실리아를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존경하였던 이벨과 베스, 그리고 다른 몇몇 펜타곤 소속의 이능력자들과 기술자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던 이실리아와 저기 있는 이실리아는 완전 다른 존재임을 자각하였다.
"뭐, 여차하면 너도 '우리' 가족이 되면 어깨를 토닥여주면서 힘내라고 응원해줄 수 있는데 생각있어?"
"거절하죠."
이벨은 그가 말하는 '가족' 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휙 돌리면서 거절하였고, 진우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그건 그렇고 그거 진짜 제대로 통하기는 통하남? 꽤 시간이 지난것 같은데 아무리 밀폐되어 있다지만 시간이 꽤 지났는데 내용물이 변질되었다거나 그런거 아녀?"
"…우리 부모님을 믿지 못하시는건가요?"
안그래도 진우 때문에 신경질이 나 있던 이벨은 표독하게 쏘아붙였지만,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믿지. 믿으니까 의심하는거야. 설마 다 죽어가는 순간에 자식을 탈출시키면서 헛소리를 하는 부모가 있겠어? 하지만 그 사람들도 말했잖아? 그건 의도치 않은 실수로 만들어진 독약이라고. 즉, 최소 1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어떤 문제가 생겨도 전혀 이상할게 없다는 뜻 아냐? 너희들은 검증도 안된 무기를 신용하냐?"
짜증나고 분하지만 맞는 말이였다.
이벨의 부모님들도 이 독약을 만들고선 제대로 조사할 시간이 없었기에, 시간이 지나면 어떤 문제점이 생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내가 하고싶은 말은 하나야. 그 독약을 철저히 분석하자는 것. 그러니 지하드의 최첨단 시설을 이용해서 확실하고 신속하게 효능을 확인하는게 낫지 않겠어?"
"!!"
즉, 진우의 말은 이거다.
'그거 존나 탐나니까 나한테 내놔!'
거기다가 겉으로나마 쉽게 반박할 수 없게끔 명분까지 챙겼다.
하지만, 애초에 명분이라는 것은 '신용할 수 있는' 사람이 써야 그 효과가 큰 법이다.
"거절합니다. 당신들에게 넘겨줬다간 다시는 못 볼게 뻔하거든요."
"음……. 존나 완벽한 논리라서 반박할 수 없군."
다른 평범한 이들 같았으면 그것을 트집잡아서 난리를 치겠지만, 진우는 완벽한 논리라며 오히려 칭찬을 해주었다.
거기다가 그는 모든 이들이 놀랄 발언을 하였다.
"그럼 여기서 한가지만 확인해보자고. 나한테 그 독약을 한 방울 묻혀주겠어?"
"!!"
"형님?"
"진우씨!"
펜타곤의 모두와 진우를 호위하기 위해 함께 온 이실리아, 아키, 남궁 신 까지 모두 놀란 눈이 되었다.
"진짜 통하기 할지 엄청 궁금하다고. 어차피 죽는것도 아니고 그냥 10분동안만 효력을 발휘한다는데 뭐 어때?"
"형님. 하지만 여긴…….'
남궁 신이 말을 흐렸지만, 누구나 그 대사를 상상할 수 있는 내용이였다.
"진우씨, 굳이 실험하겠다면 안전한 곳에서 하도록 해요."
"그렇게 하세요, 진우씨. 거기다가 아까 말했듯이 시간이 지나서 어떻게 변질되었을지도 모르잖아요. 효력이 없을수도 있지만, 최악의 상황에는 이능력이 아예 사라진다는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어요."
아키와 이실리아는 필사적으로 진우를 뜯어말렸지만, 그는 오히려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떤 효력을 발휘할지 몰라 스릴감이 넘치니 그러니까 재밌는거라고."
그리고, 잠시 뭔가를 생각하고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너희들이 나를 지켜줄텐데 상관없잖아?"
즉, 그는 남궁 신과 그녀들을 믿고 신뢰하기에 이 스릴을 즐기고자 하는 것이다.
"왜? 내 이능력이 사라지면 다 떠날거야? 아니잖아?"
"바보같은 질문이십니다. 저는 형님이 이능력…아니, 남이 평생 보살펴줘야 하는 삶을 살게 되어도 저는 형님의 곁에 남겠습니다."
남궁 신은 진우의 이능력을 보고 충성을 맹세 한게 아니기에, 오히려 굳은 결심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대답하였고, 이실리아도 한 숨을 내쉬면서 나긋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는 수 없죠. 진우씨가 그렇게까지 원하신다는데……. 만약에라도 진우씨의 이능력이 사라진다면 평생 우리가 먹여 살려주면 되는 일이고. 그치?"
마지막에 이실리아가 아키에 물어보자,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능력이 사라지든, 앉은뱅이가 되든, 저희들은 진우씨를 평생 보살펴 드릴께요."
이실리아와 아키는 진우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의 노예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원래부터 타인에게 기대야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연약한 여자들이 아니였다.
돈이 없으면 내가 직접 벌면 되고, 사랑한다면 내 손으로 직접 남편을 평생 먹여 살리면 된다는 가부장적인 마인드를 소유한 이들이 바로 이실리아와 아키다.
"큭큭큭. 역시 내가 사람은 정말 잘 골랐다니까."
진우는 그녀들의 결의어린 목소리에 자화자찬을 하면서 독을 가진 이벨을 향해 다가갔다.
"내 손 위에다가 한 방울 떨어뜨려봐라."
무방비하게 손을 내미는 진우의 모습.
그 모습에 이벨을 포함한 펜타곤의 모든 이들은 정말로 실험을 해보자는건지, 아니면 독을 떨어뜨리는 틈을 타서 빼앗으려는 연극인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어떻게 하지? 차라리 이 기회를 이용해서 죽일까?'
'아냐, 그를 죽이면 모루 역할을 할 지하드가 없어져버려.'
'애초에 독을 사용하려는 틈을 타서 빼앗으려는게 아닐까? 지하드의 설비라면 성분을 분석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아냐, 성분을 분석해도 부모님이 온갖 행성을 오가며 모은 독초들로 만든거야. 성분을 아는것과 만드는것은 다른 문제야.'
'어떻게 하지? 정말로 아무 생각없이 '스릴' 을 즐기려는 생각인걸까?'
'정말로? 자신의 위치가 있는데 겨우 그딴걸 즐기려고 이렇게 한다고?'
'내가 모르는 수가 있는게 아닐까?'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벨의 머리는 엄청나게 뜨거워졌다.
순간적으로 수많은 생각하면서 고민을 하게 되니, 농담이 아니라 차가운 물이나 얼음을 머리 위에 올리면 만화처럼 수증기가 치익 하며 올라와도 이상할게 없을 정도였다.
"좋아요. 나중에 정말로 이능력이 영구적으로 사라졌는데 왜 안 말렸냐느니, 그딴 말은 하지 마세요."
이벨이 고민하는 것을 눈치챈 베스는, 그녀의 손에서 독약이 든 병을 자신이 챙기면서 뚜껑을 빼내고 경고하듯이 말을 하였다.
'여기선 필요 이상으로 고민하면 안 돼. 펜타곤의 리더 두 명이 모여서 끙끙 거리면 다른 사람들 눈엔 우리가 치우뿐만 아니라 그 일행에게도 겁을 먹은것 같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이건 기세 싸움이다.
누가 옳느냐, 그르냐라는 명분 싸움이 아니라, 너희들 따윈 아무렇지 않다는 기세 싸움.
여기서 필요 이상으로 고민한다면 펜타곤의 리더라는 명성과 직위 때문에, 치우의 이능력이 사라져도 그를 호위하는 세 명에게 겁을 먹었다는 인상을 주고 만다.
치우가 아니라 그 호위에게 겁을 먹는 펜타곤의 리더.
이러한 소문은 아무리 단속을 해도 입과 입을 타고 금새 퍼져나갈 것이고, 그것은 곧 사기와 결속력 저하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거기다가 치우는 이능력이 사라져도 자신을 위해서 헌신할 부하들이 있기에, 그들을 신뢰하고 스스로 위험에 뛰어들었다는 소식까지 함께 퍼져나간다면 악효과는 더더욱 빠르게 퍼져나가리라.
베스는 염동력을 사용하여 한 방울의 독액을 빼내고선 다시 뚜껑을 닫았고, 그 독액을 진우가 내놓은 손바닥 위에 내려놓았다.
"흠, 미끌미끌 거리는 감촉이 좀 기분 나쁜데."
진우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중지 손가락을 구부려서 손바닥 위에 올려진 독액을 이리저리 얇게 펴 발랐다.
"읏?"
그 때, 진우의 몸이 순간적으로 휘청거렸다.
마치 순간적으로 무거운 물건이 자신의 몸을 억누른것 마냥.
"크읏……. 이능력이…내 힘이…분해되어가는…느낌인데……."
이능력자는 자신의 힘이 사라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두 다리, 두 팔을 가지고 생활하는데 갑자기 다리 하나와 팔 하나가 사라졌다면?
시력 2.0에서 갑자기 0.2로 떨어진다면?
극단적인것 같지만, 이능력자들이 이능력을 상실하였을때의 그 고통은 이것보다 더 강하다.
그런데 그 과정이 진행되어가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끼고 있는 진우는 그 탈력감에 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일반인이 됐다.'
그리고, 원래 일반인이였기에 알 수 있는 감각을 느끼게 된 진우.
"어디보자."
그는 잠시 주변을 두리번 거렸고, 가장 가까이 있는 단단한 물체가 이벨이 타고 온 우주선임을 확인하고선 그 쪽을 향해 다가가,
"흐읍!!"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때앵-!
"끄아악!"
당연히 탄탄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우주선은 일반인이 된 진우의 주먹질에 흠집조차 나지 않았고, 대신에 자신을 때린 그의 주먹을 작살내주었다.
"아…아파……!"
"진우씨! 괜찮으세요!?"
그 모습에 이실리아와 아키가 후다닥 달려나왔고, 진우의 손목과 주먹 부위를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었다.
"크으으……. 이거 효과 직빵이네? 정말 한 방울로 내 이능력이 전부 다 사라질 줄은 상상도 못했어."
진우는 눈물을 찔끔 흘리며 두 여성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고통을 조금씩 완화시켰다.
"효과는 내가 보증했으니 제대로 성분을 분석해봐. 혹시 모르잖아? 지구에도 비슷한 효과를 지닌 독초라던가 그런게 있을지도?"
'이능력이 사라졌는데도 저 여유는 대체 뭐지?'
베스는 겉으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였지만, 속으론 엄청 놀란 상태였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는 실제로 독액을 떨어뜨리면 화들짝 놀라서 피하거나 변명을 댈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이능력이 사라졌는데도 저 여유는 대체 뭐란 말인가?
자신도 이능력이 사라졌을때를 대비한 훈련을 위해 EIEW를 처음 사용했을때 느꼈던 그 탈력감과 상실감에 한동안 제정신이 아닐 정도였는데, 왜 저 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 있는거지?
'그렇게나 자신의 주변 사람을 믿는건가?'
진우의 비밀을 모르는 베스는 자신의 주변을 호위하는 남궁 신, 이실리아, 아키, 세 사람을 자신의 목숨처럼 신뢰하는건지, 아니면 단순히 정신력이 강한건지 모르겠지만, 분명한것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쨌든 효과는 확인 됐으니 성분 조사를 위해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벨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데 그녀에게 시간을 줄 수 있을까요?"
"그래? 뭐, 그정도야 상관없지. 신. 따라가라."
"예?"
"예?"
그의 대답에 베스와 신,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반문하였다.
"형님, 지금 이능력이 사라지신 상태인데 그런 위험은……."
"그냥 가라는게 아냐. 혹시라도 저 독을 가져와서 우리들의 이능력을 빼앗을 수 있잖아? 그러니 이벨을 감시해두라는 거지."
그렇게 말한 진우는 반박하려는 베스를 향해 먼저 선방을 쳤다.
"그리고, 만약 싫다면 지하드로 돌아갈때 이벨의 몸을 발가벗기고 똥구멍부터 자궁까지 내 손으로 직접 벌려서 확인하겠어. 뭐, 너무 걱정하진 마. 어차피 나는 내 노예들의 항문 주름 갯수와 형태를 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거든. 그 중에서 한 사람이 추가 됐을뿐인데 추가된 사람의 형태조차 기억 못할 정도의 병신은 아니니까."
"……."
여성의 수치심을 이용하는 협박.
하지만, 여성으로서 자신의 항문을 벌려 확인하겠다고 하며, 그것도 평범하게가 아니라 주름 형태와 갯수까지 기억하겠다는 대사는 너무나 저열하였지만, 너무나 효과적이였다.
"신. 내겐 이실리아와 아키가 있다."
"…알겠습니다."
신은 자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기에, 그리고 이실리아와 아키를 신뢰하였기에 그의 명령대로 이벨 일행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적진에 들어왔는데도 저런 여유라니…….'
'이능력이 사라졌는데 어떻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거지?'
'이게 치우라는 인간인가……?'
그리고, 적진 한 가운대에 들어왔는데도, 이능력이 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신의 호위를 줄이는 대범한 모습에 치우라는 인물이 평범한 악의 수장이 아니라는 것이 여기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각인되었다.
============================ 작품 후기 ============================
참고로 내가 좋아하는 미연시 게임은 RPG 게임.
그것도 평범하게 몬스터 잡고 연애하는 RPG 게임이 아니라, 전투 중에 적이 특정 커맨드를 사용하여 여캐의 옷을 찢고 쎅ㅆ!를 하는 그런 게임을 좋아한다!
왜냐면 그 쪽이 더 흥분되니까!!
적에게 패배하여 능욕당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건 적의 능욕 공격에 체력이 빼앗기면서 패배의 구렁텅이로 빠져가는 모습이다!
물론 그 반대도 좋음.
플레이어가 아름다운 여성이나 암컷 몬스터를 상대로 음란 공격을 퍼부어, 평범하게 상대하면 이길 수 없는 강적을 패배시키는 그 쾌락이야말로 최강이다!!
그냥 '야동이나 보면 되는거지' 라고 생각한 순간부터 변태가 아니다! 그냥 평범한 성욕의 평범한 인남캐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