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836화 (836/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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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3일이라는 시간은 후다닥 지나가 출정 당일날이 되었다.

삼태극의 모두는 간단하게 몸을 풀면서 칼리 제국과의 전쟁에 대한 긴장감 때문에 평소와 달리 말수가 적었다.

"캬아~! 드디어 이 몸의 기념비적인 우주 정복일이 왔구나!"

진우는 빼고.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평소보다 더 흥분해 있었다.

'평범한 일반인이였던 내가 우주의 지배자가 된다. 큭큭큭! 나를 이 세계로 보내준 그 운석이 미치도록 고맙구만!'

칼리 제국은 강할 것이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진우는 자신의 목숨보다도, 자신의 욕망을 따르는게 더 우선 순위가 높았다.

당연히 사람에게 있어서 생존 욕구가 가장 큰거 아니냐 싶겠지만, 기이하게도 진우는 생존 욕구가 있긴 있어도 최우선 순위가 아니였다.

쾌락과 정복감.

이 두가지 욕구가 생존 욕구보다 더 높은 순위에 있으며, 이 두가지 욕구를 위해 세번째로 중요한 욕구인 생존 본능 따윈 아무래도 좋았다.

현대인으로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거나, 시간이 지나면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르는 인간이 바로 진우라는 인간인 것이다.

그리고, 그 쾌락과 정복감을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줄 전쟁이 오늘 시작된다.

개인의 권리와 목숨을 중요시 여기는 현대인이면서도 사람을 죽이는데 아무런 감정을…아니, 오히려 흥분과 즐거움을 느끼는 전형적인 살인마같은 인간인 진우는 전쟁을 향한 기대감에 심장이 뜨겁게 달아오름을 느끼게 되었다.

평소와 달리 시끌벅적하지 않은 아침 식사 이후, 진우는 이실리아가 만들어준 식후용 브라우니와 아키의 모유가 섞인 우유를 먹으며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함교로 향하였다.

함교에 도착하자,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던 페리샤를 향해 입을 열었다.

"페리샤, 통신은?"

"아까 통신을 걸었는데 잠시 후에 자신들이 연락을 취할테니 기다려 달라는 답을 받았습니다."

"쯧. 하여튼 때굴수만 많은 놈들은 이래서 문제라니까. 뭘 결정해도 빨리빨리 처리하는게 없어."

펜타곤은 규모에 비해 단합이 아주 잘 되어있는 조직이였으나, 진우 = 페리샤 -> 조직원들 이라는 아주 간단 명료한 조직 구도를 가지고, 모두가(도윤 제외) 돈같은 재물이 아니라 진우 한 명을 중심으로 모인데다 검증된 페리샤의 능력을 신뢰하고 있다.

페리샤가 갑자기 자살에 가까운 임무를 시켜도, 그녀라면 뭔가 생각이 있을거라 생각하며 그대로 이행할 수 있을 정도의 신뢰.

진우라는 중심과 페리샤의 신뢰가 합쳐져 있고, 거기에 대해 소수라는 이점까지 함께하여 아무리 중요한 대국적인 대부분의 문제도 하루안에 뚝딱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삼태극이다.

즉, 펜타곤이 문제가 아니라, 삼태극이 비정상이라는 것.

하지만, 남의 사정 따윈 알려고도, 이해할 노력도 하지 않은 진우는 투덜투덜 거리면서 느려 터졌다느니, 저래가지고 뭔 세계를 지키겠냐느니 험담을 잔뜩 퍼부었다.

그렇게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연락이 오게 되었다.

-우리쪽은 이제 준비를 끝냈…….-

"늦었잖아! 이 몸이 우주의 제왕이 될 기념비적인 날인데 뭘 그렇게 꾸물거려!"

-…….-

그리핀은 어디서부터 딴지를 걸어야 할지 엄청나게 고민한 표정이 약 0.1초 동안 일어났지만, 이내 '원래 이런 새끼였지' 라고 생각하며 표정을 정리했다.

'저쪽도 주인님에 대해 슬슬 익숙해졌나보네.'

그리핀의 표정관리를 처음부터 확인하고 있었던 페리샤는, 그리핀 또한 진우에게 익숙해졌다는 사실에 남몰래 미소를 지어보였다.

"평소 같았으면 당장 날라가서 아구창부터 휘갈겼겠지만, 오늘은 우주의 제왕이 될 기념비적인 날이니 봐주도록 하지."

아니, 기념비적인 날이라면서 화를 내더니, 기념비적인 날이니까 용서해주겠다는 것은 또 무슨 개소린가?

하지만, 이제는 진우의 개소리에 어느정도 익숙해진 그리핀은 당장이라도 따지고픈 마음을 억누르며 이야기를 진행하였다.

'저 자와 계속 말장난을 하면 시간이 밑도 끝도 없이 소모된다.'

그리핀은 그렇게 생각하며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쪽의 준비도 다 끝냈다고 생각하겠소. 현재 시간은 오전 9시 17분. 작전 개시는 오전 10시 30분 정각에 개시하도록 할 예정이오.-

거기까지 말한 그는 말을 추가로 덧붙였다.

-현재, 계획했던대로 전 세계 각지에서 로켓을 쏘아올릴 준비를 하고 있소.-

전 세계에서 로켓을 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면서 칼리 제국의 시야를 지구쪽으로 끌어내고, 진짜로 쏴올리며 그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렇게 지구쪽 방향으로 칼리 제국의 시선을 돌린 후, 이지스를 가동시킴으로서 칼리 제국에게 이 전함들이 지구의 결전 병기라는 것을 모두 공개한다.

그리고, 칼리 제국의 머리속에 철저히 각인시킨 후, 지하드가 텔레포트 시스템을 이용하여 칼리 제국의 함대 후방으로 이동하여 기습 공격을 개시하고, 이지스와 함께 망치와 모루처럼 앞뒤로 공격하여 칼리 제국의 함대를 파괴한다는 것이 작전의 개요다.

이러한 사실을 사전 협의를 통해 모두 알고 있었던 진우와 페리샤는 예전과 같은 내용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칼리 제국의 함대는?"

-지구 전역에서 로켓을 쏘아올릴 준비를 하는데도 평소와 같다는 보고가 들어왔소.-

"아주 제대로 자리 깔고 구경하고 계시는구만."

지구인을 아주 우습게 보는 칼리 제국인들의 모습에 진우는 살짝 심기불편한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그도 그럴것이, 이렇게 싸잡혀서 무시 당하면 아무리 호인이라 해도 기분 나쁠 수 밖에 없으니까.

"그건 그렇고 저번에 우리에게 전송해준 예지는 잘 봤어. 덕분에 우리쪽에서 여러 회의를 통해 예상치 못한 최종 병기가 만들어졌거든."

-최종 병기……? 어떤 무기인지 물어봐도 되겠소?-

"큭큭큭. 그건 그 때의 즐거움으로 남겨두지. 원래는 서로 무기 스펙을 공개해야 협력이 쉬워지겠지만, 이건 서로 말을 맞춘다고 협력이 되는 그런 수준의 무기가 아니거든."

하지만, 진우는 이 '최종 병기' 에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고, 페리샤 또한 '최종 병기' 라는 부분에서 여유있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 정도의 여유라니……? 대체 삼태극은 무슨 짓을 하려는거지?'

핵무기? 아니면 핵무기 이상의 폭발력을 가진 미사일?

그리핀은 삼태극이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건지 알아내고자 하였지만, 진우와 페리샤는 끝까지 '최종 병기' 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굳이 추가로 설명을 해드리자면 우리쪽에 방해만 하지 않으면 됩니다. 좀 많이 민감한 것이라서 '외부의 방해' 만 없다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기거든요."

느긋한 어조속에서 약간 힘이 섞인 단어가 강조되었지만, 그리핀은 아주 약간의 동요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게 말한다면 더 이상 물어도 소용없겠군. 우리쪽도 이제 준비를 하…….-

=여어! 안녕하신가! 힘쎄고 강한 아침!!=

그 때, 갑자기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리핀은 목소리의 주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는데도 그의 정체를 외치듯이 말하였다.

-그랜드 아크!?-

=나를 두고 너희들끼리만 재밌는거 다 차지할 속셈이냐! 내 눈에 흙이 들어가지 않는 이상, 절대 그런 꼴 못보지!=

"힘쎄고 강한 아침. 너도 끼려고?"

진우로부터 새로운 아침 인사, '힘쎄고 강한 아침' 이 입에 붙은 그랜드 아크는 껄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이미 내 전용기를 타고 중국으로 향하는 중이다! 일부러 거절도 못하게 거의 다 와서 연락했단 말씀! 크하하하핫!=

"아, 진짜다."

페리샤는 중국 영역에 도착한 그랜드 아크의 신호를 이제 막 확인하였다.

원래는 그 전에 마스지드가 먼저 눈치를 챘겠지만, 그녀는 최후의 전쟁을 위해 지하드의 모든 시스템과 추가로 연결한 무기 시스템을 점검하는데 집중하고 있어서 레이더 경계에 소홀히 하고 있었다.

'안 돼! 그랜드 아크가 지하드에 있게 되면……!'

지하드 내부에서 자살 임무를 맡고 인질이 되어있는 이벨의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

지하드가 터지면 자신이 죽는다는 위기감을 느낀 그랜드 아크가 삼태극 일행에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이벨을 막는다면 그야말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칼리 제국이 지상으로 피할 것을 대비하여 지상쪽을 맡아야 할 사람들이 필요하오. 그랜드 아크님에게 굳이 설명하지 않은것은 이러한 이유로…….-

=싫다! 이 기회 아니면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우주 함대전을 눈 앞에서 보지 못한단 말이다! 지상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엑스트라 역할 따윈 맡고 싶지 않아!=

그리핀은 어떻게든 그랜드 아크가 지상에 남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려 하였지만, 그는 1초의 고민도 없이 거절하였다.

=어이, 치우! 너 칼리 제국에게 질 것 같냐?!=

"아니? 내가 미쳤다고 승산도 없는 싸움에 달려들어서 자살하냐? 내가 아무리 목숨을 초개처럼 사용한다 해도 그딴식으로 뒤지고 싶진 않다고."

=그럼 나도 가서 같이 구경해도 되지?! 방해는 절대 하지 않고, 일개 전투원으로 사용해도 군말없이 따르마!=

"페리샤."

그랜드 아크의 선언에, 진우는 페리샤에게 어떻냐는 의미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괜찮군요. 우주전에 통달한 칼리 제국이라면 텔레포트로 적의 함선에 이동하여 내부 시설을 파괴하는 짓을 할지도 모릅니다. 매우 위험한 전술이지만 우주 최강의 제국이라면 무시할 수 없는 확률이지요. 그때를 대비하여 그랜드 아크가 주인님과 함께 내부를 맡아주신다면 적의 접근전에 대한 대비는 모두 다 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페리샤 또한 긍정적으로 대답하면서 그랜드 아크의 합류를 받아들이는데 한 몫을 하자, 외부인인 그리핀으로선 그 결정을 철회시킬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지스 전함에 탑승하시는 것이 어떻겠…….-

=아, 미안하군! 천하일미도 마음에 맞는 친구와 함께 해야 맛있는거 아니겠는가? 마음만 고맙게 받지!=

그랜드 아크는 그리핀의 제안을 거절하였고, 이벨의 부담을 어떻게든 덜고자 노력하였던 그리핀은 더 이상 무리하게 제안하면 의심을 살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물러서게 되었다.

-…알겠소. 우리들도 준비해야 할 것이 이것저것 있으니 이만 통신을 끊도록 하지.-

"응응. 그럼 이따 우주에서 보자고."

그리핀은 그렇게 통신을 끊었고, 진우는 그의 얼굴이 있던 자리를 향해 피식 웃어보였다.

"재도 참 고생 많다. 그치?"

"후훗."

=응? 뭔 소리들이야?=

진우는 전후사정을 모르는 그랜드 아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일단 와라. 와서 얘기해줄께."

=오케이! 나에게 그 쪽 위치를 알려줘! 바로 날아가지!=

"그건 그렇고 아까부터 왜 그렇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어?"

그냥 평범하게 말해도 되는데, 마치 거친 운동을 하듯이 악악 소리를 지르는 그의 모습에 진우가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자, 예상치 못한 답이 튀어나왔다.

=지금 전투기 타고 마하의 속도로 날아가고 있으니까! 이거 존나 씐나는데!!=

"엉? 너 아까 전용기 타고 온다며?"

=나를 위해 탑승한것은 모두 전용기다! 크하하하하하핫!!=

역시나 그랜드 아크 또한 진우과의 인간으로서, 말도 안되는 개소리를 정론처럼 생각하는 막가파였다.

"응? 그런데 전투기가 이정도 거리를 왕복하는게 불가능할텐데요?"

페리샤는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유럽 대륙에서 중국까지 왕복이 가능한 기술이 개발됐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하였는데, 돌아온 대답은 가관이였다.

=상관없어! 너희들 덕분에 돈은 썩어 넘치게 많으니 처음부터 버릴 생각으로 탔거든! 폭발과 함께 등장한다! 이것이야말로 주인공의 등장 방식이지!=

"크윽! 이 새끼……! 나도 생각치 못한 등장신을 만들어내다니……!"

진우는 전투기를 폭발시키는 화려한 등장신에 한 방 먹었다는 듯이 침음성을 내면서 부러워 하였고, 그 모습에 페리샤는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내뱉고 말았다.

이런 철없는 것들이 세상을 두려움에 휩쓴 악의 제왕들이라니.

왜 남자는 나이가 많아도 애들인지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된 페리샤였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좀 짧음.

간만에 휴일이니까 왠만해선 못 만나는 가족들끼리 함께 오손도손 모여서 같이 놀고 하느라 글을 쓸 시간이 엄청 없어서 이제 올립니다.

그리고 전편 이후에 지진에 대한 피해를 알아보니 그냥 흔들린 정도로 그친 곳도 있지만, 생각보다 피해가 심각한 곳도 있었기에 이 자리에서 사죄를 하고자 합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지진이라고 해봤자 일본에 비하면 별거 아닌 수준이라서 그냥 낄낄거렸는데, 이번건 생각보다 더 컸다고 하더군요.

그 부분에 대해 이렇게 사과의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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