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837화 (837/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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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전투기를 땅에 꼬라박으며 폭발시킨 후, 파일럿 슈츠를 입은채로 화염속에서 폼을 잡고 나오는 그랜드 아크의 모습에, 부러움과 질투심에 가득찬 진우는 페리샤에게 때를 쓰며 자신도 하고 싶다고 징징 거렸다.

마치 '단비꺼야아아아아~~~~~!!' 라는 환청이 들리는 것 같은 때를 부렸던 진우였지만, 이제 곧 출발해야 하는데 뭔 전투기냐고 페리샤에게 타박당한 그는 쪼잔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육지 조까! 나는 우주선 위에 있다고!' 를 시전하며 정신 승리를 한 것이다.

근데 이게 그랜드 아크에겐 먹혔다는게 역시나 그들답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서로 한 방씩 먹인 두 사람은 유치한 장난은 그만두고 악의 제왕다운 대화를 나누기 시작…….

"그래서 가면 안된다고들 다들 결사반대 하길래 '아 몰라' 라고 무시하면서 그냥 전투기 타고 왔지."

…은 개뿔.

"그런데 너 전투기 조종할 줄 알아?"

"당연하지. 우리가 10등급 신체 강화자였을 당시엔 마하의 속도로 먼 거리를 움직이면 체력이 크게 소모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잖나? 그래서 진짜 내 힘이 필요한 곳이 필요하면 전투기를 타고 움직여야만 했거든. 처음엔 조종사를 시켰는데 나중에 내가 직접 조종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훈련을 받고 해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재미나지 뭐야?"

"하긴, 우리 수준이 되면 그 정도는 되어야 재미를 느낄 수 있겠지."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무슨 다이아몬드 수저냐면서 격분할만한 대화.

전투기를 마치 자가용처럼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는 두 사람은, 그렇게 지하드 내부를 돌아다니다가 굳은 얼굴을 애써 감추려는 여성과 만나게 되었다.

"여, 간만이군. 잘 지냈나?"

아무것도 모른다는듯이 해맑게 웃은 그랜드 아크는 지하드 내부를 걸어다니다 만난 이벨을 향해 손을 흔들어보였고, 그 모습에 표정이 와락 구겨질뻔한 그녀는 가까스로 표정관리를 하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갑자기 만나면 표정 관리를 못했겠지만, 페리샤로부터 그랜드 아크가 함께 하고자 찾아왔다는 공지를 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였다.

"간만입니다."

"뭐, 옛날 같았으면 서로 싸우면서 씹고뜯고맛보고즐기고 했겠지만, 이번엔 함께 싸우니 잘 지내보자고."

실제로 그랜드 아크와 이벨은 서로 싸운적이 없으나, 적대 관계임은 분명했다.

단지 서로 활약하는 무대가 달랐을 뿐.

"그런데 칼리 제국이 무슨 수를 쓸지 모르는데 혼자 온 것은 좀 위험하지 않습니까? 만약을 대비해 호위를 두는 것이……."

이벨은 그리핀이라면 반드시 그랜드 아크가 지하드에 오지 못하게 말렸을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왔다는 것은 결국 막지 못하였다는 뜻임을 직감하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내쫓지 못한다면 오히려 외부인을 더 잔뜩 불러와, 미래의 적대 세력이 될 아크로스의 조직원들을 감시하느라 자신에 대한 감시망이 소홀히 해지게끔 유도하려 하였으나,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이런 모습이라는 걸 아는 녀석은 내 최측근 몇몇밖에 없어. 나머지는 모두 내가 엄격진지근엄 할 줄 안다고. 부하들 시선 때문에 친우와 마음놓지 못한채 지낸다면 그게 무슨 재미겠는가?"

그랜드 아크는 이벨의 말을 도중에 잘라먹으며 이 홀가분한 기분을 절대로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예, 그럼 저는 이만."

이벨은 그렇게 말하며 간단하게 인사하고선 몸을 제대로 풀고자 훈련실로 향하였다.

'제길……! 계획이 어긋나고 있어……!'

지금 멤버만 해도 자신의 임무를 성공시킬 수 있을지 의문인데, 거기에 그랜드 아크까지 더해진다면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지하드와 함께 폭사하면 그랜드 아크, 치우, 두 악당들을 죽일 수 있는 최고의 찬스…….'

지금은 그랜드 아크가 치우보다 한끗발 뒤져 있는게 일반적인 중론이지만, 그랜드 아크는 혼자서 지금의 세력을 만든 입지적인 인물이다.

치우가 운이 너무 좋은거지, 그랜드 아크의 능력, 지배력은 절대 무시받을 수준이 아니다.

즉, 임무의 성공률은 더 낮아졌으나, 성공하기만 하면 삼태극, 아크로스를 전부 와해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거기다 아크로스는 그랜드 아크의 카리스마로 뭉쳐있기 때문에, 그가 사라진다면 조직이 와해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벨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만약을 대비해 몸을 확실하게 풀어두고자 훈련장으로 향하였고, 진우와 그랜드 아크는 그런 그녀를 뒤로하며 나아가다 이실리아와 마주치게 되었다.

"어머, 오래간만…이긴 한데 맨날 얼굴을 보니까 뭐라 인사해야 할지 그렇네요."

이실리아는 옛날엔 반드시 죽이겠다고 달려들던 그랜드 아크의 얼굴을 보자 반갑게 웃으며 인사하였고, 이실리아 때문에 여러 작전들을 방해받아 그녀를 생각하면 이빨을 득득 갈아대던 그랜드 아크 또한 아무런 사심없는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하하하하! 하긴, 영상으로 서로 얼굴을 보다보니 그런감이 있군요, 제수씨."

그랜드 아크는 예의를 차리기 위해 일부러 그녀에게 존대말을 사용하였고, 두 사람은 하하호호 웃으며 옛날의 악감정따윈 1%도 없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이, 나 이제 애아빠 된다."

"오! 진짜!? 몇개월!?"

그랜드 아크는 '애아빠' 라는 부분에서 이실리아가 얼굴을 발그래 붉히자, 진작에 나왔어야 할것이 이제야 왔다는 생각에 기뻐해주었다.

"아직 일주일도 안됐어요. 하지만 배란 유발제를 먹었으니……."

이실리아는 자신의 배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으며 그 뒤는 말하기 부끄럽다는 듯이 말꼬리를 흐렸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그랜드 아크는 진우의 등을 팡팡 두들겼다.

"크하하하핫! 배짱 좋은데! 설마 칼리 제국을 상대하면서 애아빠가 될 결심을 하다니 말야!"

"그야 이 몸이 이길게 뻔하니까. 그 여제라는 년도 내게 덤볐다는 것 자체를 후회하게 만들어 줄거다."

"그럼! 그정도 배포는 있어야 이 그랜드 아크의 친우라고 할 수 있지!"

그렇게 세 남녀는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었고, 마지막으로 칼리 제국을 쓰러뜨리자는 결심을 하며 각자 볼일을 보기 위해 헤어졌다.

"짜식! 애는 몇이나 낳을거냐?"

"최소 내 여자들 숫자만큼은 낳아야지."

"푸하하하! 좀만 더 노력하면 축구팀이랑 야구팀도 가뿐하겠구만!"

그랜드 아크는 호탕하게 웃으며 진우의 계획에 찬사를 보내주었고, 두 사람은 낄낄 거리며 아이와 관련된 소소한 대화를 나누었다.

쿵- 쿠웅-

그 때, 양 어깨에 큼지막한 철제 상자를 들고, 배에 날카로운 상어 이빨로 구성된 입을 가진 외계인, 카로스 종족의 여왕이였던 쿠베리아트가 묵중한 소리를 내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

"……."

그리고 그랜드 아크와 눈이 마주치자, 두 사람은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하듯이 입을 다물며 서로의 눈을 노려보았다.

'이 외계인…강하다.'

'주인님 말고도 이런 전사가 있다니…….'

본능적으로 상대방이 강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껴, 일종의 호승심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랜드 아크 또한 진우로부터 얘기를 들어 그녀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나, 실제로 만난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지역의 벙커에서 했었던 회의에서도 쿠베리아트는 그랜드 아크와 만나지 못했었다.

하지만, 막상 만나보니 본능적으로 모든 힘을 쏟아부어 상대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전의가 고요하게, 그러면서도 뜨겁게 일어나며 방금전까지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온대간대 사라졌다.

"자, 거기까지."

짝!

"!!"

"!!"

진우가 기습적으로 박수를 치며 흐름을 끊자, 두 사람은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다.

"마음같아선 싸움 붙여보고 싶은데, 지금 우리가 그렇게 시간이 남아도는건 아니거든? 그렇게 싸우고 싶으면 칼리 제국 놈들하고 싸우라고."

그렇다.

진우의 말대로 지금은 아군끼리 싸워야 할 때가 아니였다.

물론, 서로의 목숨을 앗아가는게 아니라 대련 형식으로 싸우는 것이겠지만, 지구의 운명이 걸려있는 대전쟁이 앞으로 1시간 후에 시작되는데 체력을 뺀다는 것은 바보 아니면 등신이라는 뜻밖에 안된다.

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반드시 싸워보겠다는 다짐을 새긴 그들은 그렇게 서로의 눈을 흘겨보며 엇갈려 나갔다.

"…저게 우주에서도 유명한 전투 종족, 카로스라는 종족인가?"

"음. 문화는 야만적인 수준인데, 그렇다고 머리가 나쁜건 아니야. 단지 종족 자체가 우리쪽 과에 속해있다는게 문제지. 거기다가 배에 있는 입으로 에너지를 충전하여 에너지 포를 날리는 말도 안되는 능력이 있어서, 원거리 무기 없다고 얕본 외계인들은 하나같이 격추당해 버렸다지 아마?"

"거참, 우주는 넓다 라는 말밖에 안 나오는군."

지구인의 기준으로서 생각하자면 말이 안되는 매커니즘 이였지만, 미지의 영역인 우주의 신비라고 밖에 설명이 불가능하다.

잡아서 해부라도 해보면 또 모르겠지만, 지구에 카로스 종족은 쿠베리아트 단 한명 뿐이고, 진우는 자신의 암컷을 지적 연구를 위해 희생시키는 탐구적인 인간은 절대로 아니였다.

진우와 그랜드 아크는 방금전의 화제에서 연결하여 외계인 중에서 강한 종족이 또 있는가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 시작하였고, 진우는 자신이 아는 선에서 전투 종족은 카로스 밖에 없으며, 그 종족도 여제에 의해 멸망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설명하였다.

"또 그놈의 여제인가."

그랜드 아크는 뭐만 하면 존재감을 드러내는 여제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고, 그렇게 두 사람은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함교로 도착하였다.

"그건 그렇고 대체 나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진이 뭐길래 나를 끌고 오는거야?"

이제와 설명하자면, 진우는 그랜드 아크에게 재미난 것을 보여주겠다며 함교로 대려온 것이다.

"너도 보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을걸?"

함교 안으로 들어오자, 함장 전용의 의자에 앉아 지하드의 상태를 확인하던 페리샤가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를 하였다.

"페리샤. 펜타곤이 보내준 그 사진 꺼내봐."

"예."

그랜드 아크는 '펜타곤이 보내준' 이란 부분에서 고개를 갸웃거렸고, 페리샤가 기기를 조작하여 정면부에 위치한 대형 스크린에 어떤 사진이 떠오르자 두 눈이 희둥그래졌다.

"이건……!?"

팔이 잘려있는 진우, 피를 토하며 일어나려는 이벨, 약간의 상처를 입은 여제의 뒤쪽에 쓰러진 스킨 헤드의 누군가.

그리고 피투성이가 되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자신의 모습.

"펜타곤의 예언 능력자가 사흘 전에 이 내용을 예지했다고 하더군. 덕분에 지하드의 공격력을 강화시킬 개수 작업도 변화를 맞이해야만 했어."

"…이게…우리의 미래라고?"

"예언의 적중률만으로 따지자면 최강이라는 펜타곤의 예지 능력자의 예지니까 거의 확실하겠지."

"……."

아무리 호탕한 성격의 그랜드 아크라 해도 이 사진을 보고 평소처럼 껄껄 웃지 못하였다.

어째서인지 삼태극과 관련된 문제는 예지하지 못하여 그 정확도가 낮아졌다고 생각할법도 하지만, 삼태극 빼곤 100%에 가까운 정확도를 보여주었기에 그랜드 아크는 이 사진을 무시할 수 없었다.

펜타곤이 일방적으로 조작된 사진을 보여줄 수 있겠지만, 만약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얻을 이득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오지 않는다.

아니, 하나 있다면 삼태극이 위기감을 느끼고 더더욱 전력 강화를 한다는 부분?

"걱정 말라고. 우리도 이미 여러 대책을 마련했으니까. 꽤 재미난 볼거리가 될거야."

하지만, 진우는 걱정하지 말라며 그랜드 아크의 등을 팡팡 두드렸고, 그런 그의 모습에 그랜드 아크 또한 다시 원래의 여유를 되찾게 되었다.

'그래, 여제의 실력이 예상보다 강하거나, 우리가 실력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는 상황이 생긴 것이겠지. 이 사실을 알았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 사진의 가치는 충분하다.'

그랜드 아크는 절대로 적을 방심하지 않겠다며 각오를 다졌고, 진우는 그런 그의 표정만으로 이 사진을 보여준 가치는 충분하다 생각하였다.

페리샤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적의 공격에 함선의 일부분이 파괴될때를 대비해, 수리용 드론들이 곧바로 투입되게끔 주요 부분에 수리용 자재를 보관하였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가 끝나자, 마스지드로부터 전 세계 각지에서 로켓이 쏘아져 올려졌다는 정보가 들어왔고, 펜타곤의 신호에 따라 텔레포트를 준비했다.

"텔레포트까지 30초."

페리샤는 자신의 신호기를 통해 지하드 내부에 있는 모두에게 텔레포트 시간을 공지하였다.

원래는 그냥 텔레포트해도 되지만, 30초라는 시간을 준 이유는 그녀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주기 위함이다.

"29. 28. 27."

시간이 세기 시작한 페리샤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10 단위 아래로 내려갔고, 그녀의 목소리에 따라 긴장한 몇몇 이들은 크게 심호흡을 하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3. 2. 1. 텔레포트 기동!"

후우웅--

미리 저공 비행을 하며 지하드를 가동시키고 있던 마스지드는 페리샤의 신호에 텔레포트를 하였고, 지하드가 사라지면서 텔레포트 특유의 공기빠지는 소리가 크게 울려퍼지며 주변에 작은 흙바람을 일으켰다.

============================ 작품 후기 ============================

절단 마공이다! 절단절단절단절단절단절단절단절단!!

근데 이렇게 기대감을 높여주는 방식은 다른 작가들도 쓰는거니까 상관읎제? ㅎㅎ

이런 절단 마공 한두번 당해본것도 아닌데 저항력들좀 길러졌을거 아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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