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841화 (841/923)

0841 / 0923 ----------------------------------------------

12장

-사…살려줘어어!-

-으아아악!-

갑자기 생겨난 짙은 주황색의 공간에서 튀어나오는 유성군에 난타당하는 함선에서 구조 요청이 나왔지만, 다른 함선들은 그들을 도울 수 없었다.

살아남은 이들도 칼리 제국의 과학력으로도 이해 불가능한 일들이 마구잡이로 튀어나와 혼란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이건 대체 무슨 일이지……?"

기함의 함장은 이게 아군이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죽는 것을 봐왔기에, 평소답지 않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차라리 적의 기묘한 책략이나 함정, 납득이 가는 기술력의 비밀 병기를 사용한다면 다소 당황하긴 해도 냉정하게 지휘를 맡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블랙홀이 튀어나오고, 십수대의 함대를 지워버리는 소형 태양이 뜬금없이 나타나오는데다, 아무 이유없이 유성군이 튀어나오니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놈들이다."

"예?"

왕좌에서 벗어나 두 발로 서 있는 모습이 너무나 이질적인 여제가 단언하듯이 입을 열었다.

"과연. 놈들도 바보는 아니라는 뜻이군. 이런 힘을 가지고 있으니 자신만만하게 도발을 한 거였어."

어떤 이유로 이런 현상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원리는 모른다.

어떤 기술을 사용해야 저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간만에 피가 끓어 오르는군."

저들은 모든 일에 무료함을 느끼던 자신에게 전의를 들끓게 만드는데 성공하였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모든 전함들에게 알려라. 목적지를 지구로 돌리라고."

"예, 예!"

기함의 함장은 말이 목적지를 돌린거지, 실상은 그녀가 더이상 답이 없다 판단하여 후퇴하였음을 직감하였다.

겨우 지구인 따위를 상대하는데 후퇴를 하다니!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퇴각 명령을 내린 여제는 자신들을 향해 온갖 기상천외한 공격을 날리고 있는 지하드, 정확히는 그 위에 있는 작은 인간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화면으로도 느껴지는 이 강인함……. 기대가 되는구나."

언제나 무료한 표정만을 짓고 있던 여제의 얼굴에서 웃음이 펴졌다.

지금까지 온갖 강적들과 싸워보았고, 그 중 몇 명은 자신에게 어느정도 부상을 입혔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위기감은 생전 처음이다.

저 자는 얼마나 강할까? 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얼굴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히죽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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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같은 인간하고 같은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아."

이벨은 진우를 혐오하는 기색을 대놓고 내비치면서 밖으로 나가고자 몸을 일으켰고, 그와 동시에 진우의 입에서 협박어린 어조의 목소리가 나왔다.

"앉아."

"싫어. 너랑 같은 장소, 같은 공기를 마신다는 것 자체가 혐오스럽다고."

그녀는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명분이지만, 진심으로 진우를 혐오하고 증오하였기에 가능한 혼신의 연기였다.

"다른 사람들은 한 번의 기회를 준다지만, 나는 관대해서 두 번의 기회를 주지. 즉, 같은 실수를 세 번 하면 자비가 없다는 뜻이야. 두 번째 기회다. 앉아."

장난기도, 평소의 가벼운 어조도 아니다.

무겁고 진중한, 그러면서도 타인을 지배하는게 자연스러운 목소리.

쿠궁- 쿠우웅--

메인 스크린 너머에서는 삼태극이 보낸 창귀들과 칼리 제국의 전투기들이 도그 파이트를 벌이고 있었고, 간간히 도그 파이트에서 빠져나온 전투기들은 검은 구체가 쏘아져 나와 박살냈다.

아무리 마력이 풍부하다지만, 큰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여러 준비가 필요한 신 대신에 접근하는 적을 도윤이 처리한 것이다.

그랜드 아크는 평소에 보고 싶어하던 화려한 우주전의 모습이 화면 너머에 펼쳐져 있었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하고선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네가 뭔데 내가 나가는걸……."

"야."

이벨이 다시 한번 나가려 하자, 진우가 낮게 으르릉 거리듯이 그녀를 불러세웠다.

"니 병신이냐?"

"뭐…뭐……?"

"여기서 지하드가 폭발하면 우리만 죽을것 같아? 저기 있는 쟤들은 보이지 않냐?"

"!!"

이벨은 '쟤들' 이라는 부분에서 황급히 시선을 돌렸고, 거기에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거대한 화염에 집어 삼키고 있는 이지스 전함들의 모습이 확대되었다.

"큭큭큭. 이지스 전함이 두 대나 되는 모습에 확신했어. 너희들은 우리를 배신할 거라고. 그게 아니라면 이지스 전함이 한 대가 아니라는 것을 왜 숨겼겠어?"

"굳이 숨기지도 않았고, 물어보지도 않았……."

"우리에게 자신들의 전력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겠지. 왜? 우리가 치고박고 싸우면서 만신창이가 될 때 공격하기 위해."

"!!"

펜타곤의 계획을 눈치챈 진우의 목소리에 이벨은 자신도 모르게 경악하려는 것을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억눌…….

"뭐, 우리는 너희들이 우리와 동맹을 맺겠다는 소리를 할때부터 눈치를 챘지만."

"큿……!"

"어떻게 눈치 챘냐고? 당연한거 아냐? 정의라는 이름하에 세계를 주도하는 미국과 명성을 가진 펜타곤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악인 삼태극과 비밀리라고 해도 손을 잡았어. 거기다가 삼태극이 로스차일드 가문을 박살내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였고. 여기서 약점이 될 존재인 삼태극을 처리한다는 생각을 못하는건 병신 아니면 등신이지. 뭐, 네가 스스로 인질이 되겠다고 말했을땐 페리샤도 깜빡 속을뻔했어. 그건 자랑스러워 해도 좋아."

처음부터 눈치를 챘다는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을 흘리고 말았다.

"하지만 페리샤는 희미하게 의심을 붙잡고 있었지. 그래서 펜타곤이 이지스 전함의 스펙을 속이거나, 숫자를 속인다면 우리에게 굳이 자신들의 전력을 알리고 싶지 않았거나, 기왕 처리하는김에 다함께 싸잡아 정리할 수 있으니 배신의 확률이 50%라고 판단했어. 그리고, 너를 함교에 불러서 어떤 이유에서든지 밖으로 빠져나가려 한다면 100%가 된다고 했지. 축하해, 이벨양. 네 덕분에 우린 너희들의 배신을 100% 확신할 수 있었어."

그와 동시에 그랜드 아크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이벨을 당장이라도 덮칠듯한 자세를 취하였다.

만약, 이벨이 지하드 내부에서 난동을 피워 문제가 일어난다면, 자신또한 지하드와 함께 운명을 함께 할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이벨은 그랜드 아크까지 자신을 제압할 준비를 하자, 상정했던 최악의 상황보다도 더 최악의 상황임을 인지하게 되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조용히 입닥치고, 가만히 앉아있어. 그렇게 한다면 칼리 제국을 쳐부순 후, 쟤네들 구조해주고 다 함께 지구로 내려간다."

"……."

이벨은 지금 당장이라도 트리슈라를 부르며 지하드 내부에서 동력원을 파괴하거나 그에 준하는 피해를 입히고 싶었지만, 이미 자신의 배신을 예견하고 있던 그의 모습에 힘을 빼며 자신이 앉던 의자에 주저앉았다.

"지금 여기서 펜타곤 놈들을 다 처리하면 참 간단하고 쉽겠지만, 그런 재미없는 승부는 이쪽이 원하지 않거든. 크으~ 역시 이 몸은 관대해서 탈이야."

"역시 나의 호적수 다운 관대함이군. 자신을 배신하려던 이들까지 용서해주다니."

"그치? 예수랑 부처가 이 시대에 살아있었으면 나한테 무릎 꿇고 무한한 존경심을 표했을걸? 진짜 내가 시대를 잘 못 태어났어. 옛날에 태어났으면 세계 4대 성인이 5대 성인으로 되었을텐데 말야."

이벨은 개소리를 지껄여대는 진우의 모습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이미 자신의 배신을 눈치채고 있는 적의 소굴 안에서 난동을 피운다는건 자살행위임을 알고 있었다.

거기다가 그녀의 포기를 도와주는 존재가 있었다.

"음? 주인님, 칼리 제국의 함대가 지구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쯧. 우주의 지배자니 뭐니 해도 결국 위기에 처해 있으니 본색을 드러내시는군. 신에게 연락해서 놈들을 처리하라고 해!"

"예."

진우는 지구를 공격하려는 듯한 칼리 제국의 모습에, 여제니 뭐니 떠받들어도 결국 똑같은 생명체임을 확인하고선 혀를 찼다.

그 고고함이 마음에 들었는데, 스스로 매력을 깍아내리며 노예 후보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불쾌감을 느낀 것이다.

어쨌든, 페리샤는 신에게 연락을 하였고, 신 또한 칼리 제국의 함대가 지구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확인하였다.

"흥, 도망인가."

신은 비릿하게 웃으며 두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였다.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사용한 이후에 몸 상태를 조율한 그는, 우주의 지배자라는 칼리 제국의 여제에게 명성다운 죽음을 안겨다주기로 결정하였다.

"메테오 스트라이크! 크하아아아앗!!"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치까지 마력을 끌어모은 신은, 방금전과 똑같은 주문을 외우며 짐승같은 괴성을 내질렀다.

쿠우우우우---

무식하게 마력을 쏟바우느 메테오 스트라이크는 궁극의 마법이라는 이명답게 타공간에서 거대한 운석을 지구로 향하는 칼리 제국의 함대 머리 위에서 소환하였다.

그런데 그 크기가 엄청나다.

거짓말 좀 더 보태서 우주 어딘가에 있는 소행성을 통째로 이동시킨 것 같은 모습이라 해도 농담이 아닌 크기였다.

"헉…허억……! 이걸로 끝이다……!"

마법을 시전한 신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이 한 방으로 모든게 다 끝났다고 생각하였다.

엄청난 마력의 유동을 느낀 도윤 또한 그와 같은 생각이였다.

저 정도로 거대한 운석이 짓이긴다면 여제가 아니라 여제 증조 할아버지가 와도 답이 없다고 생각하였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왜 여제가 우주 최강의 전사라고 불리우는지, 지금까지 그녀를 상대한 수많은 외계인들이 공포와 절망속에서 죽어나갔는지.

"어?"

"후욱…후욱……. 왜 그러지?"

도윤은 칼리 제국의 함대가 박살나는 모습을 확인하고자 눈에 내공을 집중하였고, 그런 그녀의 입에서 이상한 의문표가 나오자 우주복 안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신이 물어왔다.

"가장 큰 함선에서…사람이 나왔는데…이벨처럼 날개가 달려있는 여자에…우주복은 입지 않았는데……."

그녀는 칼리 제국의 기함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의 인상착의를 떠뜸떠뜸 거리며 설명하던 중, 함선에서 나온 우주복을 입지 않은 여자와 눈이 마주쳤고, 여자는 도윤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오싹-

"…커…커윽……!"

"도윤? 왜 그러지?"

"우…웃고…있어……. 나…나를…보면서…커헉!"

"도윤!!"

신은 도윤이 정신차리게 그녀의 머리쪽을 흔들거리게 주먹으로 내리쳤다.

너무 강하게 치면 우주복이 손상될 수 있기에 다소 작은 위력이였으나, 도윤이 외부의 충격으로 정신을 차리도록 만들기엔 충분했다.

"시…신……!"

도윤은 제정신을 차리자마자 신의 품 안으로 안겨들었다.

공포에 질린 나머지, 자신의 주변에서 가장 강한 사람에게 기대고 싶다는 본능이 우선시 된 것이다.

자신이 부모님이 죽게 만든 진정한 원흉이라는 사실을 알고선 언제나 사무적으로 대했던 그녀가 이렇게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안겨오니 신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대체 뭐지? 뭘 본거야?'

신은 몸의 조율을 최우선시 해야만 하지만, 도윤이 무엇을 보고 이렇게 됐는가에 대한 심각성 때문에 눈에 내공을 집중시키려던 찰나,

쿠우우우웅----

우주 공간에서 진동하듯이 퍼져나가는 거대한 소음과, 눈 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에 표정이 경악으로 가득찼다.

자신이 소환한 메테오가 파괴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급히 내공을 집중하여 시력을 강화시킨 신은 다시 한번 경악하였다.

'사람……?'

이벨처럼, 하지만 이벨과는 달리 검은색 날개를 달고 있는 여성이 자신조차 가까스로 따라갈 속도로 날아올라, 메테오를 주먹질로 파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농담이 아니다. 정말로 메테오를 주먹으로 올려치자, 쩌저적 하면서 거대한 메테오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듯이 파괴되었다.

그렇게 여러갈래로 파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의 크기는 엄청났다.

하지만, 메테오를 박살낸 날개달린 여성은 엄청난 속도로 이리저리 날아가며 운석들을 발과 주먹으로 걷어차며 운석 파편이 함대를 덮치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무중력의 우주 공간이라지만, 거대한 질량과 속도에서 나오는 힘은 무시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날개달린 여성은 너무나 간단하게 운석들을 걷어냈다.

그렇게 신이 다소 무리를 하면서까지 소환한 메테오 스트라이크는 여러개의 파편이 되어 우주 공간 저 너머로 날아가게 되었고, 그 모습은 그에게 있어서 큰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아무리 자신이라 해도 저런 힘과 속도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거대한 메테오를 너무나 간단하게 처리하고선 칼리 제국의 기함 위로 착지한 날개달린 여성은, 자신의 날개를 접으며 사람이 들락날락 할 수 있는 해치를 열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궁 신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이며.

"큭……!"

신은 그녀의 미소를 보자마자 심장이 죄여오는 충격을 느꼈다.

사냥감을 바라보는 사냥꾼의 눈빛.

마나나 내공이 섞이지 않는 단순한 살기 섞인 눈빛임에도 불구하고, 신은 무형의 기운이 심장을 움켜쥐는 충격을 받았다.

도윤이 반 공황상태에 빠진 이유도 이 정체모를 기운 때문이리라.

그렇게 해치 안으로 들어가며 시야에서 사라지자, 경직된 심장 때문에 숨을 쉬지 못하던 신은 그제서야 숨을 토해냈다.

"커헉! 허억! 허억!"

'바…방금 그건 뭐였지……?'

처음이였다.

내공이나 마나 없이, 상대방을 죽일 정도의 살기를 가진 존재는.

'위험해. 위험하다.'

그는 여기서 반드시 방금 전의 그 여자를 반드시 죽여야만 한다고 생각하며 마나를 끌어 올렸지만,

"크윽!"

거대한 마력이 사용되면서 몸 내부에 충격을 받은 지금의 그로선 가벼운 마법밖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였다.

결국, 신은 이빨을 깨물면서 칼리 제국의 함대가 지구로 향하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전에도 설명했지만 여제 조교는 이벨과 함께 조교함.

그래서 자꾸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데다, 어차피 마지막 조교인데 뭐 어때 ㅎㅎ 라는 생각을 했더니 개념없이 덩치가 불어나고 있네?

원래 5~10편 정도로 예상했었는데 자꾸 이런저런 생각이 더 추가되서 20편이 나올것 같음;;

일단 쓰면서 너무 지루하거나 노멀한 것들은 최대한 줄여봐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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