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843화 (843/923)

0843 / 0923 ----------------------------------------------

12장

칼리 제국의 여제가 삼태극, 그것도 치우와 상대하기 위해 지구를 결투장으로 사용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 때문에 당연하게도 전 세계는 난리가 났다.

특히, 본의 아니게 자국 영토를 외계인이 무단 점거하는 것을 지켜보게 된 러시아 대통령, 알렉산드로 로스차키는 경악을 넘어서 분노를 토해내고 있었다.

더 열받는건 남의 땅을 무단으로 점령하고서, 아무런 방어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다는 것이였다.

아니, 정확히는 공격 의사만 없으면 어느정도 가까이 다가가도 칼리 제국은 굳이 공격하지 않았다.

마치 공격할 가치가 없다는 것 마냥.

차라리 지구인의 반격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차라리 긴장이라도 할텐데, 아예 대놓고 어떠한 움직임도 보여주지 않으니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들어 더더욱 분통이 터질 수 밖에.

알렉산드로 대통령은 우주라면 모를까, 지구라면 얘기가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반격의 봉화를 피어올릴 준비를 하였다.

그 밖에도 세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여러 국가의 수장들은 이 문제로 인해 긴급 회의에 들어가게 되었다.

한편, 우주에서는 삼태극이 이지스의 생존자들을 지하드에 탑승시킨 후, 이지스를 버린채로 지구로 향하였다.

"여기가 지하드 안……."

패배의 충격과 적이나 마찬가지인 삼태극의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에 의기소침해진 생존자들은, 지금 아니면 영원히 볼 기회가 없는 지하드의 내부 구조를 이리저리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수백대의 두억시니들로 하여금 철저하게 경계 태세를 펼쳐두고, 중요 시설까지 방비를 해둔 상태인데다 경고까지 해뒀기에 펜타곤의 크루들은 배정받은 공간에서만 지내게 되었다.

-전 승무원 탑승 완료.-

"지구로 발진하라."

페리샤의 목소리에는 조급함이 없었다.

지구로 칼리 제국의 함대가 향하였는데도 이런 여유를 부린 이유는, 어차피 지구의 다른 국가들이 초토화되어 봤자 자신들하곤 상관없는 일이며, 지구 전역에 공개 방송을 할 때 지하드의 채널까지 찾아왔기 때문이다.

"지구를 결투장으로 사용한다니. 어이, 아무래도 이 년은 우리과 같은데?"

진우는 지구를 결투장으로 사용하겠다며 자기 멋대로 지껄이는 여제의 모습에 오히려 같은 동료를 찾은듯한 미소를 지어보였고, 그랜드 아크 또한 거기에 응했다.

"푸흐흐흐. 여제도 꽤 멋을 아는구만. 그래도 역시나 스케일이 달라서 그런지, 설마 행성 단위로 나올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

"그러게. 우리같았으면 대륙 하나로 생각했을텐데 말야."

두 사람은 낄낄 거리면서 '역시 사람은 큰 물에서 놀아야 해' 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 모습을 본 페리샤는 한 숨을 내쉬면서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 심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운석을 맨 손으로 부수는 괴력을 가진 존재와 싸워야 합니다. 긴장도 안됩니까?"

그녀는 명석하고 합리적인 판단력을 가지고 있으나, 죽음보다도 무서운 공포를 알고 있는 두 남자의 가치관까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차피 싸워야 하잖아. 싸움은 힘이고 스피드고 다 필요 없어. 깡따구와 근성만 있으면 돼."

마치 정신론을 펼치는 옛날 코치들처럼 근성 운운하는 진우.

"음음. 맞는 말이지. 처음부터 쫄면 이길 싸움도 못 이기는 법이니까."

그리고 거기에 수긍하는 그랜드 아크.

너무나 가치관이 비슷한 두 사람은 호탕하게 웃으며 여제와의 싸움을 기대하고 있었다.

게다가 여제 또한 잔재주나 기술력의 승부가 아닌, 정면 승부를 요구하였기에 몸이라면 자신있는 두 사람이 이렇게 살짝 흥분해 있는것도 당연한 일이였다.

페리샤는 어린애같은 두 사람의 모습에 다시 한번 한 숨을 내쉬면서, 마스지드에게 지하드 내부에 탑승한 이들 중에서 이상한 짓을 하는 이들이 없는지 철저히 경계하라 지시를 내리며 지구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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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벨은 지하드에 탑승한 펜타곤의 크루들이 조금이라도 편해질 수 있게끔, 사람들을 보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크루들 전원 기본적인 응급처치는 스스로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고, 의사들또한 생각보다 많이 생존해 있었기에 이벨은 거의 구걸하듯이 페리샤에게 간청하여 얻은 구급약품을 전달하는 일만 해도 충분하였다.

그렇게 의약품을 전달해준 후, 그녀는 그리핀의 상황도 알아보고자 사람들에게 수소문을 하여 그가 있는 장소를 찾아갔다.

그리핀은 사람들에게 혼자 있고 싶다면서 인적이 드문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벨은 그가 있다는 장소를 찾아갔다.

"그리핀?"

구석진 곳에 혼자 쪼그리듯이 앉아있는 그리핀의 모습에, 그녀는 그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만졌…….

"꺼지라고 했지!"

화악!

순간, 그리핀은 자신의 어깨를 만지려던 이벨의 팔을 신경질적으로 쳐내면서 분노어린 음성으로 울부짖었다.

"그…그리핀……?"

평소에는 사람이 다치지 않게 힘을 빼면서 일반인 수준의 악력으로 행동하는 이벨은, 자신의 팔을 쳐낸 그리핀의 모습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까지 자신이 봐왔던 그리핀은 언제나 침착하고, 냉정함을 겸비하면서도 상대방을 생각해주는 배려와 여유를 겸비한 이상적인 지성인이였는데, 지금의 그리핀은…….

"후욱- 후욱- 후욱-!"

약간 붉어진 흰자, 작게 흔들리는 눈동자, 분노로 얼룩진 표정.

그것은 마치 성난 짐승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리핀은 자신에게 다가온 사람이 이벨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짐승처럼 분노어린 표정이 살짝 누그러졌다.

"…미안하다. 잠시…흥분했어. 지금은 나 혼자 있고 싶으니까 잠시 비켜주겠나?"

사과하자마자 혼자 있고 싶다면서 이벨이 말하는 틈을 주지 않고 속사포로 내뱉은 그리핀.

이벨은 타인과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그의 모습에 대답조차 하지 못한채 내쫓겨야만 하였다.

'그리핀…….'

그녀는 갑자기 상처입은 짐승처럼 되어버린 그리핀의 모습에 당혹감을 느꼈으나, 회심의 무기인 이지스 전함이 너무나 간단하게 격파된 충격때문이라 생각하며 그가 충격을 수습할 시간을 주기 위해 말없이 자리를 벗어나주었다.

그렇게 모든 이들이 사라지자, 쪼그려 앉아 고개를 무릎에 파묻은 그리핀은 나지막히, 마치 무언가를 저주하듯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삼태극…삼태극…삼태극……!"

그가 증오하는 것은 칼리 제국이 아니라 삼태극이였다.

언제나 합리적이고 냉정한 판단으로 펜타곤의 리더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아왔던 그리핀.

하지만, 그는 삼태극과 관련된 일이라면 대부분의 실패를 겪어야만 하였고, 거기다 자신들은 칼리 제국에게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한채 일방적으로 얻어터질때, 삼태극은 자신들 몰래 게획한 비밀 병기로 중국을 공격하는데 사용했던 기상천외한 능력을 통해서 십수대를 제외한 칼리 제국의 함선들을 파괴하였다.

계속되는 실패와 인류의 적인 삼태극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몇차례나 겪게 된 그리핀은 최초의 몇번은 그 고통을 교훈삼았으나, 그 실패를 계속해서 겪게 되자 분노와 증오심으로 얼룩지게 된 것이다.

거기다가 자신들과는 차원이 다른 공격력으로 칼리 제국을 패퇴시킨 삼태극의 모습은, 그리핀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자신들은 무슨 짓을 해도 저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분노로 이루어진 열등감.

'이대로라면 여제를 어떻게든 죽인다 쳐도 지구는 삼태극의 손에 넘어가버린다. 그 전에 놈들을 막아야만 해……!'

어찌보면 당연하고도 합리적인 생각이지만, 깊은곳에서는 계속된 실패와 패배로 조금씩 쌓여있다 폭발한 열등감이 섞여 있었다.

'더이상 수단과 방법따위를 가리지 않겠다! 어차피 네놈들만 죽이면, 네놈들만 없어진다면 어떤 더러운 수를 사용했다 해도 문제를 최소화시킬 수 있으니까!!'

그리핀은 자신들이 기습 공격으로 죽이려 했던 상대에게 도움을 받은 굴욕감이 열등감으로 변질되어 버렸고, 그로 인해 평소라면 생각치 않을 비겁한 수까지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반드시, 반드시 네 놈들을 모두 죽여버리겠다! 그 누구도 내 위에 서지 못하게 만들겠어!'

특히, 언제나 자신의 머리 위에 올라선 페리샤는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는 것을 몇번이나 뼈저리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그녀를 죽여서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 위에 있다는 이 불쾌감을 모조리 끝장내버릴 것이다.

그렇게 다짐한 그리핀은 화장실을 가는척을 하며, 펜타곤의 중요 인사들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위치 추적용 신호기를 구석진 자리에다 은밀하게 붙여 두었다.

이거라면 삼태극이 어디로든 도망가도 곧바로 쫓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감시 카메라의 존재가 자신을 확인하고 있다는 가정하에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팔을 움직인 그는 화장실 밖으로 나왔고, 삼태극의 모든것을 박살내고자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선 이번 기회에 지하드의 내부 구조를 확인하고 싶었으나, 자신들을 경계하고 있는 두억시니들이 무기를 꺼내들며 언제든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삼태극을 향한 분노와 열등감이 폭발하면서 시야가 좁아졌지만, 그래도 그 정도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좁아진것은 아니였기 때문이다.

언제나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그리핀.

그런 그의 변질은 페리샤조차 예상치 못한 일이였다.

그로부터 몇시간 후.

스텔스 기능을 이용해 미국의 대공권에 걸리지 않은 지하드는 인적이 드문 해안가에 착륙하여 펜타곤의 요원들을 내려주었다.

"즉, 너도 우리와 함께 할 이유가 더이상 없어졌다는 뜻이지. 잘 가라고."

진우는 이벨도 함께 내려다주면서 아무런 미련 없다는 듯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정말 가도 되는건가?"

하지만, 이벨은 자신이 그라면 어떤 이유를 내밀어서라도 인질로 잡았을거라 생각했기에, 이런 그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꼈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을 계속해서 인질로 잡는다면 삼태극에게도 여러모로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지스의 크루들을 도와준 것을 이유로 삼는다면, 그 은혜 때문에라도 남을 수 밖에 없는것이 이벨의 현재 상황이였다.

그런데도 진우는 아무렇지 않게 이벨을 풀어주었다.

"어차피 나중에 여제에 대한 문제로 협력을 해야 할 것 아냐? 나는 이래뵈도 팀플레이를 중요시 여기는 성격이라서 괜한 불화는 만들지 말자는 주의거든."

라고 말했지만 실상은,

'후타나리 자지 없애는 방법을 알 때까지 네 년이랑 가까이 있기 싫어!!'

라는게 진우의 속마음이였다.

감히 암컷 주제에 남자처럼 자지를 달고 있는 후타나리를 본능적으로 혐오하고 있는 진우는, 여성 호르몬을 농축시키든, 아니면 절개 수술을 생각해내든, 확실하게 방법을 알아내기 전까지 그녀와 함께 있지 않고 싶었기에 순순히 내려보내 준 것이다.

'일단은 여제를 쓰러뜨려야 하는데 집중해야만 해. 여기선 놀고 있을 여유가 없다.'

물론, 그 너머에는 이성적인 판단에 의거한 합리적인 이유도 함께하고 있었다.

"…고맙다고는 해두겠어."

"고마워 할 필욘 없어. 나중에 펜타곤한테 니들이 사용한 물자의 몇배만큼 보상을 하라면서 보상을 받을 생각이거든."

"그래도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사실이야. 그 부분은 인정해."

이벨은 예상외의 호의를 받고서 인사 한마디 없다는 것은 스스로를 욕하는 것이라 여기며 떠듬떠듬 거리며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그렇게 모든 이들을 내려보낸 진우는 지하드에 다시 올라타며 어디론가 향하였고, 왠지 모를 강렬한 살기를 느낀 이벨은 그리핀이 지하드를 향해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단순한 충격이라면 좋을텐데…….'

지금까지 그리핀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강렬한 살기를 감지한 이벨은, 갑자기 노골적으로 살기를 내비치는 그의 모습에 걱정을 하게 되었다.

어쨌든, 응급처치는 했지만 당장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들도 있었기에, 이벨은 몸만 빠져나와 연락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전무한 사람들을 대신하여 날개를 펴올려 사람이 사는 지역으로 날개짓을 하였다.

그 와중에도 그리핀은 조금씩 점 형태가 되어가며 멀어지는 지하드를 노려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심심하다.

나는 존나 심심하다.

게임 불감증에 걸렸는지, 그냥 하던 게임들을 의무적으로 즐기는 느낌이 든다.

재미난 뭔가를 찾아야겠는데...생각해보니 사람들이 왕좌의 게임을 그렇게 물고빨고 한다던데 그거나 볼까?

그러고보니 워킹데드도 시즌 3까지만 보고 그 이후론 시간이 안되서 못 봤었지.

게임은 요즘할게 없으니 미드나 봐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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