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847화 (847/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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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인간은 위기의 순간에 그 본성을 내보인다.

평소 같았으면 외계인의 존재를 국가에서 최대한 은폐를 하였겠지만, 대놓고 공개 방송까지 하고 도시 하나와 인근의 군부대까지 몰살시킨 여제의 공개 방송에 숨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칼리 제국의 함대가 지구로 내려오면서, 펜타곤과 삼태극의 공동 전선을 알지 못하는 일반 시민들은 종말론자들과 사이비 종교들이 판치기 시작하였다.

종말론자들은 성경의 내용을 비틀거나, 예언자들의 예언을 말하며 종말이 도래했다고 목이 찢어져라 울부짖고, 사이비 종교들은 칼리교 라는것을 지구가 멸망해도 자신들은 살아남을 수 있다고 거짓된 사실을 퍼트렸다.

여제가 들었더라면 ‘누가? 내가?’ 라며 헛웃음이 나올만한 내용 이였지만, 인간의 불안감은 상식적인 생각을 막기 때문에 그러한 사이비 종교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거기다가 각 국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평소같이 생활하라고 말하였지만, 시민들은 마트에서 온갖 보존 식량을 사재기 하였고, 물가는 엄청 올라가지만 그래도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 되었다.

가격은 비싸고 물건도 적다.

그렇다면 돈이 없는 이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씨…씨발! 손 들어! 움직이지 마!”

“!?”

셀리의 부모님 대신에 그녀를 키워준 할머니, 로파시 클로디아는 평소처럼 집에서 유일한 취미인 뜨개질을 흔들 의자에 앉아 집중하던 도중, 갑자기 집 문을 박차고 들어온 2인조의 젊은 남성들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여기저기 해진 옷과 더러운 검댕이가 묻어져 나와있는 얼굴들.

아무리 봐도 빈민가 사람임이 분명하다.

두 남자는 처음으로 강도질을 하는건지, 칼을 쥔 손이 작게 흔들리며 과도하게 흥분한 표정과 말투를 사용하고 있었다.

경찰이나 범죄와 관련된 사람이 이 남자들을 본다면, 로파시가 엄청난 위기에 빠져 있다는 것을 직감하였을 것이다.

이런 범죄를 자주 저지른 전문가들은 로파시가 저항 할 수 없는 노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간단하게 제압하는 것으로 끝낸다.

어차피 아무런 방해거리도 안되는 노인을 죽여봤자 이득이 없으니까.

하지만, 초보 범죄자들은 극도로 흥분한 상태여서 아주 약간의 도발이나 저항만으로도 상대방을 죽여버리고, 전문가들조차 쉽게 예측하지 못하는 기행을 벌이기도 한다.

다행히도 로파시는 연륜이 있었고, 애초에 늙은 몸으로 저항할 생각조차 없었다.

“여긴 다 늙은 노인 한 명이 전부라네. 가만히 있을 테니 그렇게 노려보지 말게나.”

로파시는 흔들 의자에 계속 앉아있으며 저항할 의사가 없다는 듯이 양 손을 머리 위로 들어보였다.

‘어째서 강도가 여기까지……? 여긴 치안이 좋아서 범죄자가 온다 해도 좀도둑 정도가 한계인데?’

로파시는 세상 돌아가는 것이 점점 험악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치안이 좋은 구역까지 강도가 찾아오자 브라질의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음을 직감하였다.

“빨리 다 뒤져! 여긴 내가 감시할 테니까!”

2인조 남성 중 한 명은 로파시를 감시하고, 다른 한 명은 집안을 뒤지기로 하였다.

우당탕- 쨍그랑!

수색을 맡은 남자는 가장 먼저 문에서 들어오자마자 왼쪽에 있는 부엌부터 뒤지기 시작하였다.

돈이 될만한 것보다 식량을 먼저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이들이 굶주려 있다는 뜻.

노인 혼자 살기 때문에 많은 양의 식료는 없었지만, 그래도 며칠간 배를 채울 정도의 양은 되었기에 부엌에서 이것저것 챙기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부엌을 뒤지자,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 로파시는 자신을 감시하는 남자를 향해 애원 어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보게, 먹을 것들을 다 가져가면 노인 혼자서 어떻게 버티라고 이러는겐가?”

“닥쳐! 할망구의 사정 따위 알게 뭐야!”

“안 그래도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서 문젠데 그걸 다 가져가면 나를 죽이는 거나 마찬가지라네.”

“썅! 닥치라고 했잖아 할망구! 그러면 여기서 당장 죽어볼래? 앙!?”

남자는 위협적으로 칼을 휘두르며 로파시를 위협했지만, 노인 혼자서 식량을 구하러 다닐 수 없는 노릇인 로파시는 다시 한번 애원하였다.

“제발, 더도 말고 딱 하루 분량만이라도 남겨주게. 제발 부탁…….”

“아 좀 닥치라고 이 할망구야!!”

잔뜩 흥분해 있던 강도는 로파시의 애원이 짜증났는지, 그녀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

로파시는 그 모습에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뒤이어 찾아올 고통을 대비하였지만,

빠각! 우득!

“끄가아아악!”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자신을 위협하던 목소리가 내지르는 비명이 울려 퍼지자, 깜짝 놀라 두 눈을 떴다.

거기에는 예전에 봤었던 익숙한 얼굴의 동양인 남성의 모습과, 그 남성의 손에 붙잡힌 팔이 기묘한 방향으로 꺽인 강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야. 너 죽고잡냐? 감히 누구한테 손을 대? 엉?”

“이…이 씨발…새끼가……!”

“허쭈? 아직 얘가 감을 못 잡았네?”

동양인 남성은 일반인의 힘을 아득하게 넘어선 속도로 남자의 무릎을 로우킥으로 후려치자,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무릎 뼈가 살을 뚫고 튀어나왔다.

우지직!

“으아아아아악!!”

그는 비명을 내지르며 발버둥 쳤지만, 동양인 남성은 그런 그를 문 쪽으로 간단하게 내던졌다.

쿵! 쾅!

“끄어어억! 끄르르륵!”

그는 부서진 손목과 무릎에 괴로워하며 거품까지 물었지만, 동양인 남성은 신경도 쓰지 않으며 로파시를 향해 다가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디 다치시진 않으셨습니까?”

“지…진우 군……. 여긴 어떻게…잠깐, 그렇다면……!”

로파시는 진우의 얼굴에 반가워 하면서도, 그가 왔다면 같이 와야 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 그의 몸 너머쪽을 보고자 상체를 옆으로 당겼다.

“크헉!”

우당탕!

“당장 우리 집에서 꺼져!”

거기에는 부엌 방향으로 향한 강도가 억센 힘에 튕겨지듯이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젠장……! 두고보자!!”

이제는 아무도 쓰지 않을거라 생각한 3류 악당스런 대사와 함께, 부엌에서 튕겨져 나온 강도는 무릎과 손목이 박살난 동료를 어깨동무 하듯이 잡으며 함께 집 밖으로 튀어나갔다.

“할머니!”

“셀리야!”

그렇게 강도들을 쫓아낸 셀리는 흔들의자에 앉아있는 로파시를 향해 달려나와, 그녀의 상체를 끌어안았고, 로파시 또한 그에 응하면서 두 조손은 재회를 하였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최악의 재회를 할 뻔 하였지만, 다행히도 이렇게 건강하게 다시 마주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두 조손은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정말로 다행이야.”

로파시는 셀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면서, 셀리와 다시 재회하였다는 사실 자체를 행운으로 여겼다.

그녀가 알고 있는 사실은 진우가 셀리를 구해주었고, 삼태극에 대항하는 저항 조직의 일원이 되었다는 날조된 진실 이였기에, 삼태극이 계속 승승장구하는 상황에서 멀쩡하게 돌아왔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 생각할 수 밖에.

“그런데 여긴 대체 어떻게 온거니, 응?”

“칼리 제국 문제 때문에…아니, 일단 여기서 나가요, 할머니.”

셀리는 미리 입을 맞춰둔 ‘설정’ 을 읊으려다, 일단 여기서 나가는 것이 최우선이라 판단하면서 할머니의 몸을 조심스럽게 안아들었다.

브라질의 치안은 원래 막장 오브 막장으로 유명하다.

군대나 중동계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하는 RPG-7, 중기관총, 그 밖의 군용 무기를 갱단들이 사용하는 무법 지대로, 경찰들조차 무서워서 못 들어가는 지역이 있을 정도다.

거기다 경찰들도 월급이 너무 적어, 부업을 하지 않으면 생활고에 시달릴 정도라 뇌물과 부패가 만연하다.

그나마 치안이 좋은 동네까지 강도가 쳐들어왔다는 것은, 브라질의 상황이 막장이 되어간다는 반증이다.

이런 문제가 생긴 이유는 100% 삼태극 때문인데, 삼태극이 중국을 무너뜨리면서 다른 국가들의 경제도 흔들리는 과정에서 브라지들의 경제가 크게 요동친 것이다.

국가가 돈이 없으니 물가는 더 비싸지고, 경찰들도 더더욱 가족과 자신의 삶을 위해 부패가 심각해지면서 한 갱단에게 이 지역의 치안을 팔았다.

즉, 범죄를 저질러도 일부러 늦게 출발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것이다.

그런 브라질에서 부모 없이 할머니의 손으로 자라난 셀리는, 칼리 제국에 의해 다른 국가들이 전부 사재기, 종말론자들이 판을 치는 상황을 페리샤 덕분에 알게 되었고, 진우에게 사정하여 할머니를 보호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래서 짧게 ‘칼리 제국에 의해 모든 국가의 시민들이 요동치고 있기에 도와드리고자 찾아왔다는 설정을 만든 후, 진우와 함께 로파시를 돕기 위해 브라질로 오게 되었다.

어쨌든, 위에 설명했듯이 브라질은 갱단들이 판을 치는 곳이고, 저 강도들도 소속된 갱단이 있을 것이 분명하기에, 그 갱단이 듣도보도 못한 것들에게 당했다면 보복을 위해 몰려올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한 번 얕보이면 부하들에게도 무시를 당하는 것이 마피아, 갱단들의 세계.

그렇기에 강도들이 속해있는 갱단에서는 무슨 짓을 벌여서든 보복을 하러 찾아올 것이다.

“그래, 그래야지. 빨리 나가자꾸나.”

그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로파시는 손녀의 손을 맞잡아 몸을 일으켰고, 그녀의 부축을 받으며 밖으로 향하였다.

하고 싶은 얘기는 차고 넘쳤지만, 지금은 이 위기속에서 벗어나는 게 최우선이다.

공터든 어디든 좋으니 일단 로파시를 안전하게 둘 장소를 찾고자 한 셀리였지만, 진우는 아무리 지켜야 하는 사람이 있다해도 자신이 겨우 갱단 따위에게 등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여기에 있어. 내가 알아서 다 처리할께.”

“주…진우씨, 당신이라면 충분하겠지만, 갱단들이 다른 방향에서 공격하면…….”

진우는 이 곳의 지리를 모르지만, 이 곳에서 먹고 사는 갱단들은 다르다.

아무리 11등급이라 해도, 혼자서 모르는 길을 찾아가는 것은 헛된 시간을 유발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갱단이 공격해오면 몸이 연약한 노인인 로파시에게 큰 문제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걱정하지 마. 나는 혼자가 아니니까.”

진우는 자신의 관자놀이를 검지 손가락으로 툭툭 건들었고, 그제서야 셀리의 표정이 불안감을 벗어나게 되었다.

“알아서 처리하고 올 테니 편안하게 해드려. 그 동안 못 나눴던 대화도 나누고.”

그렇게 말한 진우는 밖으로 나서면서 문을 닫으며 나가자, 로파시는 손녀가 사랑하는 남자가 위험에 빠졌다는 생각에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저…정말 괜찮겠니? 갱단 이능력자들도 많은데…….”

브라질처럼 치안이 낮고 부패가 만연한 국가는 이능력자들이 불법적인 일에 빠지기 쉽다.

거기다 갱단끼리의 싸움도 빈번하기 때문에, 실전 경험이 많고 국지전에 능한 이능력자들이 득실거린다.

그런 할머니의 걱정에, 셀리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다독여주었다.

“걱정마세요. 진우씨는 혼자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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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샤.”

-상황은 모두 확인했습니다. 노아, 하린을 지원하여 셀리의 저택 주변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두 사람의 특징은 적을 조용히 처리할 수 있다는 것.

이실리아와 아키도 조용히 처리가 가능하지만, 겨우 갱단 나부랭이들에게 보호하는 일을 노예 서열 1,2위에게 시킬 순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플래티나도 보내줘. 냄새로 놈들 뒤를 찾게.”

아수라급 괴수인 플래티나라면 훈련받은 개들보다 더 월등하게 특정 냄새로 목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진우는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향하였고, 얼마 후에 노아와 하린이 진우가 있는 지점으로 텔레포트를 하였다.

“페리샤한테 들었지? 셀리 할머니를 지켜드려라.”

“네에~”

“걱정마세요, 주인님.”

두 노예는 진우와 가볍게 뺨을 부비적 거리며 애정행각을 벌인 후에 셀리가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뒤이어 플래티나가 표범 형태로 텔레포트로 모습을 드러내자, 그녀는 사람처럼 몸을 일으키며 진우의 뺨을 혀로 할짝이며 애정을 보여주었다.

“잠깐. 너무 들러붙는거 아냐?”

진우는 너무 엉겨붙는 플래티나를 간신히 떨어뜨리자, 그녀는 투덜거리듯이 대답하였다.

“그르릉~ 저도 열심히 일했는데 주인님은 다른 여자들만 귀여워 해주시고…….”

그동안 페리샤의 지시대로 남몰래 열심히 일했었던 플래티나는,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지 못한 진우의 무릎을 몸으로 부비적 거렸다.

‘그러고보니 바쁜 일이 많아서 신경을 못 써줬지.’

순번에 따라 잠자리 봉사를 할 땐 안아줬지만, 칼리 제국에 대한 문제로 개인적으로 대화를 많이 하지 못했었던 진우는, 칼리 제국 문제만 처리하면 한동안 노예들과 함께 알콩달콩하게 지내기로 결정하였다.

지금은 칼리 제국 때문에 긴장을 완전히 놓을 수 없는 입장이였고, 무엇보다 자신의 소유물을 잃어버리는 것에 극도로 혐오하는 가치관을 지닌 진우는 지금 당장의 안락 때문에 미래를 버리고 싶지 않았기에 노예들과 노닥거리는 횟수를 줄이고 있었다.

물론, 칼리 제국 문제만 해결하면 아예 대놓고 푹 늘어질 작정이였지만.

“요즘엔 바빠서 신경 못 써서 미안하다. 여제, 그 년만 처리하면 실컷 귀여워 해줄 테니까 기대해도 좋아.”

진우는 평범한 설표 형태인 플래티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고, 플래티나는 꼬리를 살랑살랑이며 기분 좋게 그의 손길을 받아주었다.

“그럼 가자. 감히 내 노예를 슬프게 만들려던 잡것들을 한큐에 싹 다 처리하자고.”

인류 역사상 최강최악의 악이 브라질의 악과 맞붙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사이드 스토리 깔짝 진행하고 ㅅㅅ씬도 좀 써주고 다시 스토리 ㄱㄱ

와 그건 그렇고 이 양반들 날 진짜 엄청 개쓰레기로 보고 있었네?

저교 님들아?

제가 이래뵈도 협동심 개쩔거든요? 제 개인적인 욕심보다 다 같이 잘 되는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요 이 양반들아.

대신에 내 노력과 호의를 배신하면 그 땐 을사바트 강림이지 뭐.

제가 이렇게 클린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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