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848화 (848/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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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루바츠 갱단.

루바츠라는 이름을 가진 두목이 만든 갱단으로, 워낙 많은 갱단이 있기에 다들 편의상 기억하기 쉬운 두목 이름을 붙인다.

애초에 자기 자신의 악명이나 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다들 갱단 이름은 두목의 것으로 통일하는 추세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더 두려워하고, 자신들보다 더 강한 조직의 보스들에게 좋은 대우로 편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치안이 막장인 동네라서 갱단이나 마피아, 카르텔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차지하고, 몇몇 도시나 마을은 아예 범죄 집단이 관리하는 곳이 있는 브라질이라지만, 그렇기에 범죄 조직들끼리 피라미드 형식으로 엮여서 나름대로의 질서를 찾고 있었다.

즉, 강력한 힘을 지닌 마피아, 카르텔의 하위 조직 형태로 소속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같은 라인끼리 싸움이 일어날 수 있고, 힘이 있어야 더 상위 라인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갱단의 두목들은 자신들의 악명과 함께 실력을 쌓아 올리고자 노력한다.

루바츠 갱단의 두목인 루바츠 또한 이와 같은 갱단 두목들 중 한 명으로, 삼태극 때문에 브라질의 경제가 휘청이면서 식량이 곧 자원이 되자 각 조직원마다 할당량을 정하여 식량을 구해오도록 명령을 내렸다.

처음엔 힘없는 슬럼가의 무리들을 노렸지만 다들 똑같은 생각을 하였는지 생각보다 많이 얻지 못하자, 루바츠는 궁리 끝에 치안이 좋은 지역을 노리기로 결정하였다.

지금까지 꿍쳐둔 돈으로 평소 안면을 트고 있던 담당 구역의 경찰들에게 뇌물을 건내, 그들이 만들어준 시간동안 일반 시민들의 식료를 강탈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제 귀금속이나 보석 같은 것들은 돈이 안된다. 식량만이 답이야.’

아마 경제쪽에 아주 약간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국가가 주도로 하여 경제를 살리거나, 농부, 어부 같은 이들을 지원하여 식량 수급률을 증가시키면 배가 불러진 사람들은 다시 식량 외의 물건에다 눈을 돌린다.

혹은 국제적으로 금과 보석류는 비싸게 거래되니까 미래를 위해 일단 가지고 있는 것이 만약의 사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라고.

하지만, 그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브라질처럼 부패가 만연한 국가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유력 정치가들은 하나같이 범죄 조직과 결탁하였고, 국가가 흔들리자 힘있는 이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기 바쁘고, 돈이 급해진 경찰들은 자신들이 지켜야 하는 시민들의 안전까지 팔아먹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도 위와 같은 답을 할 수 있다면, 인간이 선하다고 믿는 공상가나 병신이 분명하다.

어쨌든, 루바츠는 모아둔 돈을 풀어 식량을 얻기 위해 경찰들을 매수하고 조직원들을 보냈고, 하나 둘씩 할당량 만큼의 식량이 들어오자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물론, 조직원들이 몰래 자신들 몫을 빼돌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애초에 그것들까지 계산해서 할당량을 분배했으니 알면서도 딱히 추궁하지 않았다.

비록, 힘으로 지배하여 서로간의 충성이나 믿음이 약하다지만, 그렇다고 한계 이상까지 부하들을 수탈하면 돌아오는 것은 배신밖에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들보다도 더 빨리 식량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이유도 있었다.

“보…보스, 여기 할당량…….”

“가서 창고에다 놓고 와라.”

“예…예…….”

화려한 붉은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코와 입술에 링을 끼워 불량스런 느낌을 강조한 30대 중반의 남성, 루바츠는 껄렁하게 식량 포대를 가져온 부하에게 턱짓을 하며 명령을 하였고, 부하는 겁을 먹은듯이 후다닥 뛰어나갔다.

저열한 승리감과 만족감 이였지만, 루바츠는 그 저열함이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참고로 부하는 그의 불량스런 분위기와 외모에 겁을 먹은 것이 아니다.

“크르르릉-“

그의 옆에는 거대한 몸집을 지닌 호랑이와 사자, 고릴라가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루바츠의 능력은 세뇌 능력.

단, 인간을 상대론 사용이 불가능하고, 동물만 지배하고 강화할 수 있는 특화, 특수형 이능력자였다.

그렇기에 그는 작은 쥐부터 능력을 키워나가, 힘있는 육식동물들을 하나 둘씩 차례차례 지배하면서 돈을 벌고, 밀수입으로 위험한 동물들을거래하여 힘을 키워나가는 방법으로 지금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하나같이 인간보다 거대하고, 빠르고, 강한 힘을 가진 육식동물들의 힘은 고위 이능력자에게 통하지 않지만, 하위 레벨이라면 충분히 통용되는 정도이니 아무런 이능력이 없는 평범한 인간이라면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총을 쓰면 되는거 아니냐 싶겠지만, 위에 설명했듯이 동물을 지배하며 강화할 수 있기에 인간의 인식 범위를 넘어선 속도와 파괴력을 지닌데다, 루바츠의 부하들 또한 원호 사격을 가할 테니 적의 입장으로선 이도저도 못하다가 짐승들의 밥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계는 명확하여 피라미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다른 하위권들보다 강력한 조직이 바로 루바츠 갱단이다.

어쨌든, 동물들을 길러야 하는 입장인 루바츠는, 먹는 입이 많다보니 다른 이들보다 먼저 식량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보스!”

부하들이 창고에 식량을 채울수록 입가에 미소가 그려져 있던 루바츠는, 갑작스럽게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뭐냐?”

“신입 애들이 다쳐서 돌아왔습니다!”

“뭐? 일단 들여보내봐라.”

자신이 차지한 낡은 창고를 개조한 본거지를 찾아온, 요 근래에 새로 받아들인 신입은 자신과 같은 신입인 동료를 어깨동무하듯이 부축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보…보스……!”

신입은 루바츠의 얼굴을 보자, 자신들이 당한 수모를 되갚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얼굴이 환해졌지만, 루바츠는 속으로 짜증을 부리고 있었다.

‘쯧. 이 새끼들 대체 뭘 했길래 다쳐서 온거야?’

한 눈에 봐도 부축 받고 있는 신입은 무릎뼈가 살을 튀어나와 있고, 손목도 덜렁거리는게 뼈가 부러진게 분명하다.

저 정도로 잔인하게 대할 정도라면 어디 힘있는 집안의 경호원이나 다른 조직의 가족이 사는 곳을 건든 것이 아닐까 싶어 남몰래 겁이 덜컥난 루바츠는 당장이라도 추궁하고 싶었지만 다른 부하들도 있었기에 일단은 참았다.

일단 전후사정을 알아야 제대로 대처를 하든 말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어디서 그렇게 다친거야?”

“그게…….”

동료를 이끌고 온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모두 설명하였다.

오랫동안 노인 혼자서 사는 집을 확인한 후에 그 곳을 털기로 마음먹은 2인조 강도는, 할당량의 식량을 빼앗기 위해 힘으로 잠금 장치를 박살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 소란에 주변에서 경찰이 올게 분명하지만, 어차피 경찰들에게 뇌물을 먹였고 식량만 구하면 되니까 오래 걸리지 않을거라 판단한 그들은 처음에 매우 순조로웠다.

하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동양인 남성과 노인과 혈연관계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튀어나와 자신들을 박살냈다는 것을 모두 설명하였다.

“그 새끼들 뭐하는 놈들인데?”

“모…모르겠습니다. 최소한 이 근처에서 보던 얼굴들은 절대 아니였습니다.”

이 근처에서 보던 얼굴이 아니다?

신입이긴 하지만 이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 왠만한 얼굴은 다 알고 있는 그들이 모르는 얼굴이라면 외지인이라는 뜻이다.

‘일단 우리쪽 라인은 아니라 이거군.’

얼굴도 모르는 외지인이라면 보복해도 상관없다.

타 조직의 조직원이라 해도, 남의 구역에서 조직원들을 해쳤으니 자신을 비호해주는 윗선에서도 남의 구역을 빼앗으려는 행동으로 보고 옹호해줄 것이다.

휴대 전화조차 가지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고 밑바닥의 신입이지만, 그렇기에 보복을 해주면 부하들에게도 부하들의 충성심을 살 수 있다.

리스크는 적고 이득은 크다.

만약, 그 남녀가 엄청 큰 조직의 자녀나 혈연관계라면 문제가 심각해지겠지만, 그만한 이들의 할머니가 혼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그 새끼들 집이 어디냐!”

루바츠가 몸을 일으키며 로파시의 집 위치를 물어오자, 동료를 끌고 온 신입은 악독한 눈빛으로 그 위치를 불었다.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저…….”

콰앙!!

“!?”

“!!”

신입이 로파시의 주소를 불려던 찰나, 낡은 창고의 문이 박살나면서 요란한 소리를 토해냈다.

창고의 문을 박살낸 이는 동양인 남성으로,

“저 새끼입니다! 저 새끼예요!”

강도들의 냄새를 쫓아온 진우였다.

정문이나 마찬가지인 위치의 문을 박살낸 그의 손에는, 목이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려 있는 경비의 시체가 들려 있었다.

밖에는 여러명의 경비가 있는데도 문을 박살내고서야 알게 되었다는 것은 매우 강력하거나, 은신과 관련된 이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였기에, 창고 안에 있던 이들의 표정이 살짝 심각해졌다.

“야.”

진우는 팔을 가볍게 앞으로 휘두르자, 밖에서 경비를 서던 조직원의 시체가 루바츠를 향해 쏘아져 나갔고, 그의 등 뒤에 있던 고릴라가 주먹으로 시체를 내리치면서 루바츠를 보호하였다.

“니가 여기 머가리냐?”

“니 뭐하는 새끼야!”

루바츠는 명백하게 자신을 향한 대사에 오히려 크게 소리치며 기세 싸움을 벌였지만, 서로 소리를 악악 내질러야 기세를 잡을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의 싸움을 초월한 진우는 그의 외침을 간단하게 무시하였다.

“나는 내 소유물을 엄청 소중하게 여기거든?”

“이 새끼가! 누구냐고 묻잖아!”

“오늘 내 소유물이 크게 슬퍼할 뻔 했어. 조금만 늦었더라면 마음의 상처를 입었겠지. 소유물을 소중히 대하는 주인된 입장으로서 열이 받을까, 안 받을까?”

“죽여!”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혼잣말만 하는 진우의 모습에, 루바츠는 부하들을 시켜 죽이라 명령을 내렸고, 그와 동시에 바지 허리부분에 끼워둔 권총을 꺼내들어 난사를 하기 시작하였다.

타타타타탕!!

여러명이 한꺼번에 총을 쏴재꼈지만, 진우는 피하거나 막을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다.

티티티틱!

그의 뒤쪽에서 남몰래 모습을 숨기고 있던 플래티나가 튀어나와 그에게 향하던 총알들을 모두 쳐냈기 때문이다.

“뭐…뭐야 저거…….”

“보스랑 같은 능력인 건가……?”

먼지 하나 묻지 않은 새하얀 털을 가진 표범.

이 시궁창에서 저런 깨끗한 하얀색을 가진 것도 놀랍지만, 그보다 놀라운 것은 짐승이 총알들을 모두 쳐냈다는 것이다.

‘저거다!’

새하얀 설표를 본 순간, 루바츠는 자신도 모르게 온 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동물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우습지만, 저 설표에겐 제왕 같은 기품과 강인함이 느껴져왔다.

‘저걸 내 손에 넣어야 해!’

그는 동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알지 못하지만, 동물의 힘이 곧 자신의 힘이다보니 대학가서 배운 전문가들보다 더 자세하게 동물을 볼 줄 알았다.

이는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감각적인 차원의 문제였다.

어쨌든, 총알을 튕겨낸 설표의 힘도 힘이지만, 설표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제왕의 기품은 소유하고 싶다는 욕심을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농담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키우고 단련시킨 호랑이, 사자, 고릴라를 다 내줘도 좋으니 건방진 동양인과 함께 온 설표를 받아내고 싶을 정도다.

“퉷. 야, 머가리.”

그 때, 진우가 땅바닥에 침을 뱉고선 루바츠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거 핥아. 그럼 용서해주고 여기서 끝내주도록 하마.”

“허, 이 새끼좀 봐라?”

루바츠는 가만히 있으니 아주 끝없이 기어오르는 건방진 동양인의 모습에 살기가 일어났다.

아무리 봐도 생전 처음 보는 얼굴인걸 보아, 다른 조직과도 관계없는 외부인이 분명한데 대체 뭘 믿고 이 지랄을 하는 거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베리, 저 하얀 표범을 맡아. 게스, 도노반은 저 동양인 새끼를 죽여.”

루바츠는 자신의 동물들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크아아앙!”

“크허어엉!”

베리라 불린 거대한 몸집의 뱅골 호랑이는 플래티나를 노리며 달려들었고, 게스라 불리운 아프리카 사자와 고릴라 도노반이 그 뒤를 따라 진우를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다.

“하아. 이래서 사람이 좋게 대해주면 안된다니까. 기껏 살아남을 길까지 마련해줬는데 은혜도 몰라보다니.”

진우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사자와 고릴라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가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에게 쓰일 1페이지가 아깝다. 후딱 끝내자고.”

============================ 작품 후기 ============================

사이드 미션에는 당연하게도 ㅅㅅ씬이 들어가야 정상이니 다들 기대하셈.

아참,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사바트4입니다. 전편에서 열폭한 사바트와는 관계없는 사람이니 상관 마세요.

사바트와 같은 유전자랑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위에 말했듯이 저는 사바트4 라서 완전 별개의 인간으로 취급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들 사바트의 미러링 휴먼 사바트4와 친하게 지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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