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854화 (854/923)

0854 / 0923 ----------------------------------------------

12장

“끄…끄읏…….”

로파시는 아파오는 머리를 쥐어 싸매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악……!”

순간, 머리에서 끔찍한 고통이 느껴지자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고, 어디선가 우당탕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할머니? 왜 그러세요!?”

“세…셀리야……!”

로파시는 셀리의 얼굴을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손녀를 향해 뭐라고 말하려 하였지만,

“어…어……?”

마치 안개로 가려지듯이 셀리를 향한 어떤 기억들이 사라져, 뭔가 불쾌감만 느껴지는 기억의 파편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왜 그러세요? 어디 아프세요? 병원에 대려다 드릴까요?”

“아…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오늘따라 이상하게 머리가 아파오는구나…….”

로파시는 뭔가 엄청난 사건 같은게 일어났다고 몸과 기억의 파편들이 말하지만, 대체 자신이 무엇을 봤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억이 남아있지 않았다.

뭔가, 잊어서는 안 될 무언가를 잊은 무거움이 머리를 짓누른다.

“셀리, 왜 그래?”

“억!”

그 때, 진우가 모습을 드러내자 로파시는 자신도 모르게 밀어닥쳐 오는 공포와 혐오감에 비명을 내질렀다.

“어…어……? 왜 그러십니까?”

진우는 로파시가 갑자기 비명을 내지르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고, 로파시는 그런 그를 향해 뭐라 말하려 하였으나, 또다시 안개가 기억을 덮는 불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뭐지?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지? 내가 왜 손녀의 사위에게 이런 감정을 가지게 된 거지?’

로파시는 자신의 변화에 당황스런 기색이 역력하였다.

뭔가 어떤 일을 겪은 것 같은 기분.

하지만, 그 기분에 대한 기억은 뿌연 안개에 가려진 것 같은 불쾌감과 답답함으로 가려져 있다.

“할머니, 아프시면 어디가 아프시다 말씀해주세요.”

셀리는 그런 로파시의 손을 꼬옥 붙잡으며 걱정스래 물어오자, 로파시는 평소와 같은 손녀의 모습에 안도감을 느끼며 머리가 조금 편안해졌다.

“기억은 안나지만 악몽이라도 꿨나보구나. 가슴이 쿵쾅거리고 싱숭생숭 하는 게…하아……. 아무래도 오늘 아침은 셀리, 네가 좀 해주려무나.”

“예.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 할머니는 푹 쉬고 계세요.”

그녀는 할머니를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혀준 후, 창문을 열고 진우의 몸을 당기며 방 밖으로 나섰다.

창문에서 시원한 아침 바람이 느껴지고 편안한 침대에 다시 몸을 눕히니 머리가 조금 개운해진다.

‘무슨 악몽을 꿨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안 좋은 기억을 되새길 이유는 없지.’

그녀는 이 꺼림칙한 느낌을 잊자고 노력하며 푹신함과 아침 바람의 느낌을 통해 조금씩 컨디션을 정상으로 돌리기 시작하였다.

“큭큭큭. 잘 먹혀 들어갔어.”

로파시의 방에서 나온 진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에서 본래의 사악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진우는 로파시가 기절하자, 미리 준비한 약을 투입하였다.

인터넷이나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는 심문용으로 사용되는 약으로, 중요한 정보를 가진 특정 상대를 죽이지 않고 살려야 할 때 사용한다.

일부러 상대방을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붙여서 정신과 기억이 혼미해지는 약을 투입하면,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후유증처럼 기억 손실이 일어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상대방의 뇌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여차하면 치매나 건망증에 걸리게 되는데, 로파시는 머리가 끔찍하게 아파오는 것을 빼면 딱히 부작용이 없어 보였다.

“주인님…할머니는…괜찮을까요?”

당연히 셀리의 입장으로선 로파시의 안부를 걱정하였으나, 진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였다.

“괜찮아, 이건 부작용을 최소화 시킨 약이니까. 다소 기억의 혼란 증상이 일어나도 단지 그 뿐이야.”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셀리는 할머니의 모습에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였지만, 진우는 기습적으로 그녀의 엉덩이쪽으로 손을 더듬거리더니,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갈고리 모양으로 세워 그녀의 항문을 찔러 올렸다.

“후힛!?”

움직이기 쉽게 탄력성 있는 바지를 입고 있기에, 진우의 손가락은 바지와 함께 그녀의 항문으로 들어왔고, 셀리는 몸을 부들부들 거리며 다시 한번 암컷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자, 할머니가 누워계시니 실력 발휘를 해보시지? 너희들은 모두 이실리아와 아키에게 요리 교습을 받았잖아?”

‘진우씨에게 밥을 대충 먹일 순 없다!’ 라는 일념하에, 이실리아와 아키는 자신들이 어떠한 이유로 식사를 만들 수 없을 때를 대비하여 젊은 노예들에게 반강제적 요리 교습을 시작하였다.

노아는 예전에 요리를 만들고 잘난 척 했다가 ‘진우씨에게 이딴걸 먹이느니 짜장면이나 시키고 말지’ 라는 엄마의 갈굼을 겪어봤기에 나름 거부감을 보였지만, 다행히 순수하게 전체적인 요리 실력의 상향 평준화를 노렸기에 그런 갈굼은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셀리는 집중적으로 교습을 받았는데, 한식, 중식, 일식, 양식이 가능한 멤버들만 있기에 독특한 브라질 요리가 가능한 셀리의 실력을 키워서 진우에게 독특한 향토 요리를 선물하기 위함이였다.

그런 이유로 실력이 가장 많이 늘 수 밖에 없게 된 셀리는 진우에게 항문이 찔린채 부엌으로 향하였고, 진우의 봉사와 요리를 동시에 하며 고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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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네……?”

로파시는 셀리가 만든 요리를 한입 먹고선 두 눈이 희둥그래졌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이 알던 셀리는 이렇게까지 요리를 잘 하는 아이가 아니였기 때문이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셀리의 요리는 솔직히 아무리 좋게 말해줘도 맛있다고 말하기 좀 무리였거든요. 그런데 계속 연습을 하다보니 이렇게까지 되더군요.”

가끔씩 요리 교실에 찾아가 노예들이 만든 요리를 시식했었던 진우는, 처음과 지금의 요리는 그야말로 천지차이 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브라질 요리는 쌀과 팥이 메인을 이루는데, 그 밖에도 닭고기로 만드는 크로켓이 꼬시냐를 다진 양파와 마늘을 황금비율로 넣어 만든 것과 브라질 운동 선수들이 보양식으로 자주 먹는 페이조아다까지 혼자 뚝딱 만들어서 로파시를 놀래켰다.

로파시는 손녀가 만든 맛있는 요리에 감격하며 꼭꼭 씹어먹었고, 진우와 셀리가 서로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애정어린 행동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폭탄 발언을 하였다.

“그런데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했나?”

“풉! 쿨럭! 쿨럭!”

“할머니!”

진우는 자신이 가져온 약의 효능이 없는건가 깜짝 놀랐고, 셀리는 그 목소리 너머에서 느껴지는 장난기에 짓궂은 장난임을 알고 있었기에 투정하듯이 할머니에게 따지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냥 갑자기 궁금해져서 그러는데 왜 그렇게 과민반응 하느냐? 세상이 이렇게 혼란스러우니 결혼식을 꼭 해야 할 수 있다는 고지식한 소리를 하지 않을 테니 대답해주…….”

“그…그런걸 왜 갑자기 밥 먹는데서 해요!?”

“아니…이상하게 오늘따라 이쪽에 관심이 생기더구나. 어째서인지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아서 참다 못해서 나온 거다. 어쨌든 두 사람 했나?”

진우는 로파시의 이 질문이 본능의 영역임을 직감하였다.

기억은 모두 흐릿해져서 사라졌지만, 그래도 몸이 기억하고 있는 충격이 그녀에게 이런 질문을 유도한 것이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셀리와 미리 이런 질문이 왔을 때를 대비해 입을 맞춰둔 진우는, 부끄러운 듯이 헛기침을 두어번 토해냈다.

그런 진우의 모습에, 셀리도 미리 입을 맞춰두었던 것을 기억해내며 깔깔 웃어보였다.

“저도 그러고 싶어서 진우씨를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갔는데도 부끄럽다면서 도망치지 뭐예요?”

“도…도망이라니! 나는 단지 정식으로 결혼식부터 치루자고……!”

“그렇게 말하고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다닥 나갔지? 그게 도망간 게 아니면 뭐겠어?”

“이…이익……! 할머님! 제 얘기좀 들어주십쇼! 툭하면 가슴으로 밀어오고 다른 사람들 있는데도 기습으로 키스를 하고! 솔직히 기분 나쁜 건 아닌데 그래도 최소한 장소는 좀 가려야 하지 않습니까!?”

“흥. 나 말고 다른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으면서. 이렇게 내 냄새를 잔뜩 발라줘야 다른 여자들이 안 온다구.”

“아니, 그래도 사람들 시선이 있는데……!”

혹시나 진우가 셀리를 험하게 대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려 있었던 로파시는, 오히려 진우가 결혼식까지 참고, 셀리가 그딴 거 상관없으니 덮치고 보자는 관계임을 알게 되자, 그제서야 불안감이 해소되며 미소를 지어 보일 수 있었다.

어째서인지 진우를 볼 때마다 가슴이 무겁고 불안감에 시달렸는데, 이 꾸밈없는 모습을 보고 나니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이 바보 같아졌다.

“홀홀홀. 셀리야,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꼭 결혼식을 해야 한다는 고지식한 생각 따윈 하지 않는단다. 두 사람이 좋아서 사랑하고 아이를 낳으면 그게 곧 결혼이나 마찬가지지.”

“들었지, 진우씨? 할머니가 허락도 하셨으니…….”

“자…잠…으웁!”

“홀홀홀홀!”

셀리는 할머니의 허락이 있자 진우의 목덜미를 끌어안아 기습적으로 키스를 하였고, 진우는 버둥거리며 저항하다가 이내 포기하고 순응하였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완전히 반대로 되어버린 모습.

하지만, 로파시는 그 모습에서 진우가 셀리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 이 불안감은 오늘 기분이 이상해서 생긴 문제야.’

그녀는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불안감을 애써 억누르며 식사를 마치고선 몸을 일으켰다.

“설거지는 내가 하마.”

“예!? 아뇨, 저희가 할께요!”

“방해꾼은 빨리 사라져줘야 하는 법이지. 너무 불필요하게 엉덩이를 무겁게 하면 어딜 가나 욕먹는 법이란다.”

로파시는 그렇게 말하고선 그릇들을 치우고 설거지를 위해 부엌으로 향하였고, 뒤에서 애정 행각을 벌일 손녀와 그 사위의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하였다.

“주…주인님……!”

“쉿. 너무 시끄러우면 들킨다고?”

자신의 등 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진우는 셀리의 바지를 무릎까지 벗기고, 상의를 어깨위까지 올리며 양 손으로 그녀의 가슴들을 움켜쥐며 마구잡이로 주물거렸다.

“흡…읍…으읍…….”

셀리는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며 로파시가 이 모습을 보지 못하게끔 노력하였지만, 진우의 공격은 더더욱 강렬해졌다.

찌크윽-

“~~~~!!”

손 하나를 그녀의 보지쪽으로 향하여, 마치 자기집 안방 드나들듯이 검지와 중지 손가락이 쑤욱 들어갔다.

찌큭찌큭찌큭-

진우는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구부리면서 셀리의 질벽을 악의적으로 긁어댔고, 셀리는 당장이라도 신음성을 토해낼 것 같은 표정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만약, 네가 신음성을 질러서 네 할미가 이 꼴을 보면 새벽의 그 짓을 똑같이 되풀이하고, 또다시 이 약을 써야만 하겠지. 하지만, 아까전에 봤듯이 네 할미는 머리가 아파서 비명을 질렀잖아?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또 약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

진우는 셀리의 귓가에서 그녀가 신음성을 내질렀을 때의 상황을 설명해주었고, 오늘 아침에 엄청 괴로워하며 비명까지 질렀던 할머니의 모습을 기억해낸 그녀는 양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필사적으로 신음성을 참아야만 했다.

“흐흥~ 흐흐흥~”

덜그럭 덜그럭-

로파시는 그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설거지를 하며 혼자서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가슴속에 꽉 막혀 있던 수수께끼의 감정이 해결되어 마음이 홀가분해졌기에, 그리고 셀리가 정말로 좋은 남자를 만났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로파시의 설거지가 끝날때까지 셀리는 진우의 공격을 참아내느라 모든 정신을 집중해야만 하였고, 다행히도 로파시가 설거지를 생각보다 빨리 처리한 덕분에 진우의 장난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쳇. 이능력자도 아닌 주제에 설거지를 뭐 이따구로 빨리 처리해?’

진우는 투덜거리면서 슬슬 돌아갈 타이밍임을 확인하였다.

물론, 이대로 그냥 가면 셀리가 불안해할 것이 분명하니, 미리 준비한 선물을 내놓게 되었다.

“할머니, 이제 돌아가봐야 해요.”

“그래, 몸 조심하렴. 그리고 그 삼태극을 꼭, 반드시 응징하거라.”

로파시는 이대로 셀리를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곳으로 떠나 보내기 싫었지만, 손녀는 세상을 위해 싸워야만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때를 써봤자, 오히려 손녀의 마음만 불편해지기 때문에 오히려 응원을 해주면서 서로 웃으며 보내기로 결정했다.

“셀리.”

진우는 셀리의 이름을 부르며 뭔가 채근거리자, 할머니와 꼬옥 안던 그녀는 몸을 떨어뜨리며 자신들이 가져온 선물을 보여주었다.

“워치. 나와.”

치지지직-

“에그머니나!”

셀리가 나오라 하자, 셀리의 뒤쪽에서 스파크음이 튀어나오며 기계로 이루어진 인간형 로봇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이게 뭐니……?”

“삼태극의 무인 병기를 대적하기 위해, 파괴한 무인 병기를 회수하여 독자적으로 개발한 로봇이예요. 이게 앞으로 할머니의 보디가드가 되어줄 거예요.”

“허…허허……. 다들 로봇로봇 하긴 했지만…설마 내 눈으로 이런걸 볼 줄이야…….”

로파시는 로봇에 가까운 무인 병기는 먼 나라의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헛웃음이 절로 튀어나왔다.

“워치. 눈 앞의 사람을 24시간 호위해. 평소에는 스텔스 기능으로 몸을 숨기고.”

우웅-

셀리의 명령에 ‘워치’ 라 불린 기계는 다시 모습을 감췄다.

“고레벨의 이능력자라면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갱단이나 저레벨 이능력자라면 수십명이 달려와도 문제 없는 전투력을 가지고 있어요. 게다가 영구적인 동력원을 사용해서 딱히 충전하지 않아도 돼요.”

“하아…정말 고맙구나……. 정말…내가 손녀 하난 잘 키웠다는 자부심이 들 정도야.”

“이건 진우씨가 요청해서 가능한 거였어요. 위에선 아무런 상관없는 민간인에게 주기엔 너무 위험한 물건이라 거부했는데 진우씨가 필사적으로 달려들었거든요. 대신에 윗직급으로 승진할 수 있었던 진우씨의 승진이 취소되었지만요.”

“셀리. 그 이야긴 하지 말라 했잖아.”

“그래도…….”

“괜한 걱정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셀리의 가족이라면 제 가족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만약, 할머님께서 무슨 변고를 당하신다면 저와 셀리는 그 충격을 이길 수 없을겁니다. 이는 저희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우가 승진을 포기하고 자신을 위해 이런 무인 병기까지 주었다는 사실에, 로파시는 그를 향해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었던 자신의 마음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토록 성실하고 착한데다 책임감과 가족애가 강한, 그야말로 손녀를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위를 기억도 안나는 악몽 때문에 불편해 하였다니.

“정말로 고맙네. 부디 우리 손녀를 귀엽게 잘 봐주게. 성격은 이래도 자신이 편한 상대에게만 하는 거니까 너무 부담 가지지 말고.”

“할머닛!”

“시끄러 이것아! 우리 셀리를 꼭 대려가주게. 꼭! 꼭이야! 꼭!”

로파시는 셀리를 향해 소리를 빽 지르며 진우가 손녀의 사위가 되게끔 신신당부를 하였고, 그렇게 마지막으로 서로를 향해 웃으면서 떠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가볼께요.”

“가보겠습니다.”

셀리와 진우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어디론가 향하였고, 집 안으로 돌아온 로파시는 어제까지만 해도 시끌벅쩍한 곳이 조용해지자 씁슬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워…치? 나와라……?”

치지직-

허공을 향해 조용히 워치라는 무인 병기에게 나오라 명령하자, 그녀의 눈 앞에 손녀와 손녀 사위가 남긴 흔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무인 병기가 있는 이상, 최소한 자연사 하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

“오래 살아야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오래 살아 두 사람의 아기를 봐야만 해.”

사랑하는 손녀와 손녀 사위의 중간에 사랑의 결실물이 함께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한 로파시는, 전에 없던 기운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무슨 수를 써서든 오래 살아, 두 사람의 아기를 보고 죽겠다는 일념이 시들어가던 노인에게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아, 그러고보니 식재를 사야지.”

혼자 먹고 살 정도만 식재를 구비해두고 있었기에, 다시 식재를 구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 그녀는 한 숨을 푸욱 내쉬었다.

오고 가는 것은 어떻게든 하겠는데, 이제는 돈이 있어도 식량을 구하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우르르르르르---

“!?”

그 때, 안 쓰던 방에서 뭔가 쏟아지는 소리가 울려퍼지자, 로파시는 깜짝 놀라며 소리의 근원지로 향하였다.

소리의 근원지는 셀리의 방.

로파시는 자신을 따라오는 워치의 모습에 안도감을 느낀 로파시는 문을 활짝 열어보였고, 거기에는 엄청난 양의 통조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통조림들 위에는 ‘오래 사세요’ 라는 짧은 내용의 편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필체로 보건데 셀리가 남긴 깜짝 선물임이 분명하다.

“…잘 다녀오렴.”

길러준 부모를 죽이고, 기른 자식을 죽이는 험한 세상인데도 이렇게 자신을 챙겨주는 손녀와, 그런 손녀의 가족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승진을 취소하면서까지 보호 수단을 챙겨주는 사위를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손녀와 손녀 사위의 헌신에 자신은 복받은 인생임을 자각하게 되었고, 눈물을 흘리며 감동과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 작품 후기 ============================

어느 할일 없는 날의 동생과 나

동생 : 아오 씨발 모기 새끼들! 또 사라졌어!

나 : 흠, 또 초광속을 쓴 건가.

동생 : 뭐?

나 : 너 모르냐? 모기가 갑자기 눈 앞에서 사라지는 것에는 3가지 학설이 있다고. 첫 번째는 너무 작고 시야 밖으로 빠르게 도망치니까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것, 두 번째는 순간 초광속 능력을 사용해 사라지는 거, 세 번째는 웜홀 능력을 통해 공간과 공간 사이를 뛰는거야.

동생 : 와 씨발 존나 그럴싸하다 ㅋㅋㅋㅋㅋ

나 : 참고로 나는 두번째 학설을 믿고 있어. 겨우 모기 따위가 사람의 눈을 그렇게 휙휙 벗어 날리 없잖아? 그리고 웜홀을 사용할 정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을리 없을테고. 그러니 초광속 능력으로 빠르게 사라지는 게 그나마 가장 현실성 있어.

동생 : 나 군대에서 산디다스 새끼들 잡으려다 존나 놓쳤는데 그 이유 때문이였구만! 비겁하다 개새끼들!

동생과 저는 평소에 요렇게 놉니다.

개소리도 함께 맞장구 치는 사람이 있어야 재밌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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