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856화 (856/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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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모른다는 것은 전쟁에서든, 정치에서든, 사업에서든, 인간 관계에서든, 엄청난 문제로 다가온다.

정확히 말하자면, 몰라도 건들지 않으면 일단 중간은 가는데 자신의 힘만 믿고 다짜고짜 힘싸움을 시작하면 문젯거리로 발전한다.

여제에 의해 통제되고 있던 싸움에 굶주린 전사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러시아 전역을 공격하였고, 눈에 걸리는 도시, 마을들은 그야말로 초토화되어 갔다.

그리고, 강자와의 대결과 자신이 모르는 독특한 신비 외엔 흥미를 못 느끼는 여제는, 전사들이 약탈해온 지구의 유물 무기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호오, 정말 신기하구나. 아무리 봐도 평범한…아니, 순도와 품질까지 낮은 무기인데.”

거기까지 말한 여제는 보병이 사용하는 근접전용 제식 무기인 플라즈마 소드와 유물 검을 부딪혔다.

파치지지직!!

일반적인 금속의 무기라면 이미 잘리고도 남아야 하건만, 유물 검은 플라즈마 소드의 위력에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어찌 이렇게까지 버틸 수 있단 말인가? 이는 ‘불가사의’ 라는 단어 외에 표현이 불가능하구나.”

그녀는 재미난 장난감을 발견한 소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유물 검과 플라즈마 소드를 몇 번이고 부딪혀나갔고, 플라즈마 소드의 절삭력을 버티는 유물 검의 모습에 신기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앞에, 전사들을 대신하여 지구를 조사하고 연구할 과학자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저희들도 이 무기를 어떻게든 연구해봤지만, 아무리 확인해봐도 어째서 이런 말도 안되는 능력이 나오는건지 알 도리가 없사옵니다.”

“후후후. 역시 우주는 넓구나. 설마 과학의 이름으로 해결이 안 되는 이런 신비가 은하 구석의 작은 행성에서 존재하고 있었다니. 이 행성이 더더욱 마음에 들기 시작하였다.

여제는 플라즈마 소드를 아무렇게나 내던지고선, 검지로 유물 검의 검면을 만졌다.

꺼칠꺼칠하고 투박하다.

하지만, 그 너머로 과학의 이름을 벗어난 어떤 힘이 느껴진다.

그 때, 여제가 앉은 의자에서 삐삑 거리는 신호가 울렸고, 여제가 팔 받침대에 위치한 스위치를 누르자 그녀의 앞에 홀로그램이 나오며 얼굴이 버섯 같은 외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폐하. 전사들이 세뇌한 지구인들의 정보를 확인해 본 결과, 지구의 옛 역사에 이름을 남기거나, 어떤 집념이 담겨져 있는 물건이 비정상적인 힘을 가진다 합니다. 지구인들은 그런 물건을 ‘유물’ 이라 부르며, 그런 유물들을 모아서 병기로 활용중이라 하옵니다.-

“그리고?”

-그리고 유물에 등급을 나누었는데, 9가 최하, 1이 최상위라 합니다. 그리고 폐하께서 들고 계신 그 무기는 4등급의 무기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흠. 그렇다면 1등급의 유물을 기념품 삼아 가지고 싶구나.”

-헌데…지구 년도로 몇 십 년 전에 살라딘이라는 지구인이 이러한 유물들을 닥치는대로 끌어 모았고, 지구인들이 연합하여 처단하였지만 그가 끌어 모은 유물들은 모두 행방을 알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구에는 유물이 더더욱 희귀해져서 쉽게 밖으로 내보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살라딘?”

여제는 어디서 들어 본듯한 이름인데 라며 혼잣말과 함께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였고, 그녀 대신에 눈 앞에 있는 과학자가 대신 대답해주었다.

“쿠오젝급 함선을 탈취한 지구인이 바로 그입니다!”

“아. 여 또한 이제 기억이 났다. 그리고 그 탈취한 함선은 현재 나를 이 지구로 부른 치우라는 지구인이 사용하고 있는 중이지.”

여제는 살라딘이라는 인간을 당장 족쳐서 유물을 빼앗으려 하였지만, 결국 그 유산을 치우가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을 지어 보이며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또 치우인가. 정말이지 그는 여의 관심을 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 같구나. 이토록 여의 인생에 깊은 인상을 준 존재는 처음이다.”

“너무 과도한 기대는 하지 마시옵소서. 폐하는 이미 이 우주 최강의 지배자이자 전사이십니다. 겨우 이런 좁아터진 행성의 인간 따위에게 너무 크게 기대하시다 실망하실 것 같아 두렵습니다.”

강자의 여유로 무장한 여제는 다소의 실수를 해도 웃어 넘기는 아량을 가지고 있으나, 자신의 기대감을 배신한다면 그 여파가 상상을 초월한다.

강자라고 기대하여 실컷 들떴는데 알고 보니 쭉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여제는 그 분노로 미쳐 날뛴 경험이 몇 차례 있었는데, 혼자서 행성 몇 개를 박살내기도 하였다.

만약, 지구 같은 작은 행성에서 그 분노가 터진다면, 농담이 아니라 지구를 우주의 먼지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여러 과학자들은 지구가 작고 성장 가능성이 뚜렷하지만, 풍요로운 대지를 이용한 농업 행성으로 만든다면 제국의 식량 사정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우주에 있는 대다수의 행성들은 행성 토착형 생물을 제외하면 다른 종의 식물이나 열매가 자라나는 것이 힘든데, 지구는 수백 종류의 식물과 열매가 자랄 수 있다.

게다가 바다에는 수 백 종류의 어류들까지 살아, 그야말로 식량의, 식량에 의한, 식량을 위한 행성이라고 밖에 표현이 불가능한 풍요로운 땅이다.

그런 땅이 여제의 분노로 파괴되거나 초토화된다면, 제국을 관리라는 입장으로선 미치도록 아까우리라.

진우가 보면 엄청 분노하겠지만, 이들은 처음부터 그가 여제의 마음에 들 일이 0.0001% 도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기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이번엔 정말로 아주 재밌는 상대가 될 것 같구나. 확신이 들어.”

여제는 과학자들의 근심을 뒤로 하며, 자신이 매만지던 검을 아무렇게 내던졌다.

“일단 이 유물들이라는 것을 챙길 수 있으면 챙겨두도록. 여에겐 필요 없지만 다른 전사들에겐 나름 쓸모가 있을 것 같으니.”

“예!”

과학자는 힘있게 대답하면서 여제 앞에 있는 유물들을 챙겨 나갔고, 여제는 치우와 얼마 후에 만날 수 있게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라면 자신의 무료함을 아주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강자들에게서 느끼지 못한 감정을 치우라는 존재로부터 느낀 여제는, 자신의 직감을 믿으며 그와 마주하는 그 날을 기다렸…….

“아니, 굳이 이렇게 혼자 바보처럼 기다릴 필요는 없겠지.”

뭔가 좋은 생각이 난 여제는 기함의 선장실을 담당하는 이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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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얘기지만 러시아가 칼리 제국으로부터 무차별적인 공격을 당하기 시작하였다는 사건은 전 세계에도 퍼지게 되었고, 그 과정중에서 러시아가 선제 공격을 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 전에 정보력이 빠른 곳에선 여러 곳의 부대와 이능력자들이 빠지고, 특수 부대들까지 어디론가 동원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이미 전후관계를 모두 알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러시아는 지금 전 병력을 동원하며 어떻게든 막아내고자 노력 중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속도로 파멸을 향해 치닫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협상? 애초에 대화조차 받아주지 않는다.

아니, 그들은 애초에 누군가와 대화할 생각 따윈 처음부터 없었고, 여제 또한 전사들의 불만을 다스릴 줄 아는 지배자여서 이번 기회에 전사들의 스트레스를 싹 풀어낼 요량이였다.

안 그래도 아무거나 하나 걸려라 라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거기에 딱 맞춰서 러시아가 스스로 뺨을 내민 상황.

어쨌든, 러시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그 불을 끌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

답이 없는데 어쩌겠는가. 살려달라고 사람들을 향해 외쳐야지.

알렉산드로 대통령은 자존심이고 체통이고 다 버리면서 러시아를 구원해 달라 소리치고 있었지만, 러시아를 구해줄 수 있는 강대국은 이미 알아볼 거 다 알아봤기 때문에 쉽게 나서지 못하였다.

완벽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기습 공격을 가했는데 상대방의 정공에 일방적으로 밀렸다.

그 사실을 알았는데 누가 함부로 군사를 내겠는가?

확실한 것은 여러 국가가 힘을 합쳐서 연합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나아가 삼태극과의 연합에 좀 더 무게추가 실렸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은 러시아의 사태에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좀 더 빨리 소수 정예의 연합군을 만들기 위해 정치, 사상간의 문제는 뒤로 넘기며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인류가 하나되는 효과가 생겼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미국이 삼태극과 협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연합군에 삼태극이 들어가게 되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 되었다.

반 삼태극파인 러시아가 있었더라면 기정사실화까진 안 되었겠지만, 러시아는 내부를 활개치는 칼리 제국의 외계인들 때문에 제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황.

다른 이들은 미국의 결정에 깜짝 놀라면서도, 그만큼 칼리 제국이 보여준 힘이 강하기에 미국도 겁을 먹은 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 예상은 절반만 맞았다.

‘그리핀……. 그는 변했다.’

그리핀으로부터 삼태극과 칼리 제국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해들은 제이콥 대통령은, 그리핀과 마주했을 때의 기억을 되새겼다.

‘뭣!? 설마 정말로 이런 말도 안되는 방법을 쓰겠다는 건가!?’

‘예. 삼태극과 칼리 제국은 이미 인간의 기준을 넘어선 강함을 가진 이들입니다. 그런 이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습니다.’

‘…나도 국가를 위해선 어떤 더러운 수단이든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네. 하지만 자네는…….’

‘펜타곤과 상관없이 오로지 저의 생각입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질 테니 대통령께선 그냥 몰랐다고만 하시면 됩니다.’

회상을 끝낸 제이콥 대통령은, 그리핀의 분위기가 옛날과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확신하였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제이콥 대통령도 많이 느껴본 감정의 것이였다.

‘시기. 질투. 증오. 왜 자네가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된 것인가.’

모두가 존경하며, 펜타곤의 두뇌로 칭송 받고, 모두에게 공정한 그리핀은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가 말한 방법이 더럽긴 해도 효과는 분명해 보였고, 모든 책임을 혼자 지겠다는 그리핀의 다짐에 승낙을 하였다.

아무리 더러워도 국가의 대사를 위해서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그렇게 삼태극과의 연합에 찬성표가 과반수를 차지하였고, 회의의 대변자가 삼태극과 연락을 취해 연합을 꾸리기로 결정을 하였음을 통보하였다.

“큭큭큭. 네 말대로 러시아가 좆되니까 다들 꽁지에 불이 붙어서 후다닥 연합을 결성하는데? 하여간 지배자로서의 자격도 없는 놈들이라니까.굳이 이렇게 할거면서 왜 시간을 날리고 지랄이야?”

진우는 여러 국가의 수장들을 지배자로서의 자격도 없는 이들이라고 폄하하며 비웃어 보였고, 회의의 대변자와 직접 통신을 한 페리샤 또한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마 처음부터 손을 잡자고 하면 자신들이 그만큼 불리한 입장이 될 것이라 여겼겠지요. 정치라는 것이 필요하긴 하지만, 인간의 헛된 자존심 때문에 그 필요성까지 오염되는 것 같습니다.”

두 남녀는 그렇게 지구의 여러 수장들을 싸잡아 비웃으며 낄낄거린 후, 칼리 제국을 상대하기 위한 인선을 고르기 시작하였다.

이능력의 힘도 중요하지만, 경험과 임기응변이 뛰어난 이들을 위주로 뽑아야 한다.

그냥 싹 다 보내면 되는 거 아닌가 싶겠지만, 칼리 제국을 물리친 이후에 다른 국가에서 자신들을 공격해올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여제와 싸울 팀과 퇴로를 확보할 팀을 나누어야만 하였다.

거기다 다른 곳에서도 정예의 이능력자들을 보내니, 굳이 삼태극이 모두 다 감당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여제와 싸울, 경험많고 임기응변이 뛰어난 이들을 선발하는 과정 중, 갑자기 함교의 메인 모니터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튀어나왔다.

-음. 잘 연결되었군.-

칼리 제국의 여제.

그녀가 지하드에 일방적으로 통신을 연결한 것이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저쪽의 연결을 막을 수가 없어서…….”

함교 한 쪽 구석에서 마스지드가 모습을 드러내며 사과하였지만, 진우와 페리샤는 지하드가 원래 칼리 제국의 것이였으니 일방적으로 연결하는 방법이 있을거라 판단하며 마스지드에게 뭐라 하지 않았다.

-간만이구나, 치우. 여를 공격할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는가?-

그녀는 자신을 공격해올 지구인들의 반격을 순수하게 기대하고 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작품 후기 ============================

평생 소설을 쓰다가 죽기로 마음먹은 이상, 후속작의 준비는 반드시 필요한 법.

그래서 인외마경, NTL 삼국무쌍 외에 다른 후속작을 계속해서 구상중인데, 영지물과 이세계에서 소환되는 내용의 소설을 생각중임.

현대 레이드물은 왜 안 쓰냐고?

나는 원래 남들이 안 쓰는 장르를 파고드는 게 좋거든!

솔직히 현대 레이드물은 이미 과포화 상태임. 나올법한 내용은 다 나와서 이제 와서 거기 껴들어봤자 의미가 없엉.

어느날 갑자기 ‘이거다!’ 라는 독특한 발상이 튀어나오면 또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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