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859화 (859/923)

0859 / 0923 ----------------------------------------------

12장

이후로 오는 이들은 마치 미리 짜기라도 하듯이, 의문 -> 경악 -> 허탈 -> 순응 이라는 루트를 탔다.

물론, 개중에는 삼태극을 어떻게 믿냐고 난동 부리는 이들이 둘에 하나 정도가 튀어나왔지만, 남궁 신은 그런 그들을 힘으로 압박하면서 조용히 닥치게끔 만들었다.

처음엔 무슨 함정이 있을지 몰라 주변을 경계하였지만, 몇몇은 먼저 위협을 알아보겠다는 일종의 개척 정신으로 주변의 시설들을 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주변 시설들을 이용해도 딱히 큰 문제가 없자, 경계심이 사라진 사람들은 조금씩 삼태극이 마련한 시설을 이용하기 시작하였고, 경직된 분위기가 조금씩 풀어지면서 각자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물론, 끝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쉬고 있는 이들을 바보 취급 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이벨은 그런 그들의 모습에 한 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아는 진우와 저들이 아는 진우는 완전히 다르기에, 그 부분을 어떻게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벨은 속속 도착하는 이능력자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컨디션을 최고로 맞추는데 주력하였고, 노는 이들과 경계하는 이들의 중간에 끼인 이능력자들도 슬슬 분위기를 느끼게 되었는지 둘 중 한 무리에 끼어들게 되었다.

“참나, 삼태극의 전함 안에서 이렇게 쉴 수 있으리라곤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어”

“그러게 말야. 솔직히 까고 말해서 공포 분위기 조성하려고 시체 더미 같은걸 쌓아놓을 거라 생각했다고.”

다들 삼태극의 예상치 못한 호의에, 여전히 아직까지도 함정이라고 생각하는 이들과 삼태극도 칼리 제국에게 겁을 먹었다 생각하는 이들로 의견이 나뉘게 되었다.

철컥- 철컥-

얼마 후, 움직일 때마다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살기 어린 기세를 풀풀 풍기는 이능력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라운드 나이츠.’

‘영국에선 라운드 나이츠를 꺼낸건가.’

다른 이능력자들은 너무나 익숙한 얼굴들의 모습에 끼리끼리 모여서 수근거렸다.

다른 이능력자들도 모두 경계하면서 지하드 내부로 들어왔지만, 영국의 라운드 나이츠는 원탁의 기사들의 검의 효과로 사용할 수 있는 갑옷을 뒤집어 쓰며 당장이라도 적진을 향해 돌격할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남궁 신은 저들을 내버려두면 뭔가 문제가 생길거라 판단하였지만, 그가 움직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성이 목소리를 높였다.

“치우------!!”

“!!”

“!!”

휴게실로 직진한 라운드 나이츠의 리더, 아서가 치우의 이름을 외치자, 다른 곳에서 쉬고 있던 이들도 깜짝 놀라며 소리의 근원지로 오게 되었다.

“당장 모습을 드러내…큿!”

순간, 남궁 신이 쌍용검을 일부러 크게 휘둘러 아서의 목덜미를 노렸고, 아서는 그 공격을 엑스칼리버로 받아쳤다.

“신사의 나라라고 불리우던 영국이 언제부터 망나니의 나라가 되었는지 모르겠군.”

“닥쳐! 우리는 치우를 죽이고 영국의 망신이 된 이실리아를 처단하기 위해 왔다! 당장 치우와 창녀를 불러!”

이실리아가 진심으로 타락하였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아서는 시름시름 앓아 눕게 된 여왕을 위해, 여왕과의 우정을 배신한 이실리아를 창녀라 부르며 매도하였다.

당연하게도 진우를 향한 충성심이 강한 신은 주모主母님을 욕하는 아서의 모습에 살기가 일어날 수 밖에.

“그래, 가끔씩 있지. 자신이 죽을 거라곤 생각치 않고선 날뛰는 새끼들이.”

신은 자신을 향해 자세를 취한 아서와 라운드 나이츠를 토막내고자 쌍용검에 검강을 씌우며 휘두르려던 찰나,

“이런. 친구 집에 놀러왔는데 살기로 피부가 아파오는데?”

라운드 나이츠의 뒤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자 같은 갈기머리와 나이를 잊은 피부와 거구, 호탕한 외모의 소유자이며, 진우와 나이와 국경을 초월한 우정을 가진 친우, 그랜드 아크가 자신의 수행원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랜드 아크……!”

당연히 유럽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그랜드 아크를 친하게 맞이할 리 없는 아서와 라운드 나이츠는 절반씩 앞뒤로 검을 겨누며 신과 그랜드 아크 일행을 경계하였고, 그랜드 아크는 그 모습에 답답하다는 듯이 한 숨을 푸욱 내쉬었다.

“어이. 니들 그러다 진짜 뒤진다.”

“우린 너의 협박에 굴하지 않는다!”

라운드 나이츠의 일원들은 당당하게 외쳤지만, 그랜드 아크는 더더욱 답답하다는 표정이 되었다.

“내가 지금 협박을 하는 것 같냐? 위를 보란 말이다. 위를.”

그가 답답해하는 표정으로 머리 위를 가리키자, 몇몇 라운드 나이츠의 기사들이 고개를 올리자 자신들도 모르게 헉 소리를 내질렀다.

“카르르르르---.”

빛이 닿지 않는 곳의 어둠속에서 8개의 붉은 눈동자가 반짝이며, 인간의 것이라고 보기 힘든 울음 소리가 울려퍼졌다.

“읏!”

동물만이 가질 수 있는 포식자의 살기가 짓누르자, 라운드 나이츠의 기사들은 그 모습에 자신들도 모르게 신음성을 흘렸다.

앞뒤, 위로 모두 포위당한 불안한 상태이니 당연히 낭패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하지만, 라운드 나이츠가 위기에 처해지자 다른 이능력자들도 그들에게 가세할 분위기를 비추고 있었다.

만약, 라운드 나이츠의 기사 한 명이라도 당한다면 곧바로 지금까지 함정을 경계하던 이들이 끼어들테고, 나름 휴식을 즐기고 있지만 삼태극과 적대적인 다른 국가의 이능력자들 또한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 이 싸움에 거들 것이다.

물론, 라운드 나이츠가 바보라서 칼리 제국과 싸우기 전에 내분을 일으키는 바보 같은 행위를 할 리 없지만, 절대로 삼태극에게 굽히고 들어갈 수 없다는 자존심과 이실리아의 일로 충격받은 영국인들을 위해서라도 기세 싸움에서 한 수 먹고 들어가기 위해 이러한 행동을 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신들의 머리 위로 리엘루스가 있었는데도 눈치채지 못하였다는 사실에, 삼태극이 마음만 먹었으면 벌써 시체가 되어 나뒹굴고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아래쪽도 자세히 봐라. 너희들이 뭘 밟고 있는지.”

그랜드 아크가 아래쪽도 가리키자, 대다수가 신체 강화자로 이루어져 있는 라운드 나이츠의 기사들은 아주 집중해서야 볼 수 있는 미세한 실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실금의 모습은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거미줄……?”

거미라고 하면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의 거미줄이 바로 그것이다.

위에는 거미, 아래에는 거미줄.

오싹-

그제서야 자신들이 어떤 상황인지 알게 된 라운드 나이츠의 일원과, 주변에서 끼어들 타이밍을 확인하고 있던 이능력자들의 얼굴에 미미한 공포가 떠올랐다.

이미 자신들은 거미의 함정에 걸려있었던 것이다.

신은 아서를 제외한 라운드 나이츠의 멤버 전원이 전의를 잃는 것을 확인하자, 검을 집어넣으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으면 딱히 큰 문제는 없으니까요. 어떻습니까? 계속 해볼까요?”

“…끄득.”

더 이상 난리를 쳐봤자 이득 될게 조금도 없다고 판단한 아서는 이빨을 깨물면서 엑스칼리버를 검집에 집어넣었고, 다른 이들도 무기를 회수하자 갑옷도 해체되면서 라운드 나이츠의 정복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서 일행은 신경질적으로 안으로 들어갔고, 신은 정중하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그들의 출입을 허가하였다.

“아크로스의 그랜드 아크님과 그 수행원 분들을 환영합니다. 모쪼록 내부의 시설을 사용하여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후후. 그럼 사양않고 즐기도록 하지.”

그랜드 아크는 남궁 신의 환영을 받으며 지하드 안으로 들어왔고, 오자마자 배가 고프다면서 수행원 몇을 이끌고선 뷔페로 쳐들어가 이것저것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여러 사정 때문에 뒤늦게 도착한 이능력자들까지 모두 도착하였고, 각 국의 정예 이능력자들이 모여서 약 150여명의 인원이 모이게 되었다.

얼마 후.

-휴식을 즐기는 각 국의 이능력자 분들께 알립니다. 곧 치우님께서 앞으로의 일정을 설명하고자 하오니, 다들 중앙 휴게실로 모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상입니다.-

페리샤의 정중한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휴식을 즐기고 있는 이능력자들에게 통보되었고, 지하드에 모인 이능력자들 전부 여제를 어떻게 찾아가는지에 대해 궁금했기에,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자 휴게실로 모이게 되었다.

휴게실에는 100여명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지만, 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일어서서 있다면 넉넉하게 200명까지 수용할 수 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지잉-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우가 자동문을 열고 휴게실로 들어왔고, 그의 옆에는 유럽의 보석이라 칭해지던 이실리아가 검은색 바탕에 금실 자수로 화려하게 수를 놓은 등 파인 드레스를 입으며 함께 등장하였다.

“와아…….”

“저…저건…….”

“꿀꺽…….”

“어디서…본 것 같은데……? 하지만 저런 미인을 내가 잊을 리가 없잖아?”

정보력이 빠른 이들은 삼태극에서 모종의 수단을 사용해 이실리아가 젊은 시절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이들도 있었기에 이실리아의 자태에 남성 이능력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흥분하거나 넋이 나가게 되었다.

상대방을 매혹한다는 것만 보자면 거의 이능의 수준에 가까운 기품과 매력을 발산하는 이실리아는, 진우와 한 쪽 팔을 껴안으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 너머에 있는 라운드 나이츠의 옛 동료들을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크읏……! 빌어먹을 창녀가……!’

예전엔 이실리아를 나름 존경하고, 순위는 자신보다 낮지만 연장자로서 대우해줬던 아서는, 이젠 국적이 된 이실리아를 향해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분명히 우리를 노리고 모습을 드러낸거다!’

자의식 과잉 같은 소리라고 생각할 법 하지만, 아서의 예상은 아주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진우는 아서가 자신과 이실리아를 찾는 것을 보고로 들었고, 그런 그를 조롱하기 위해 이실리아와 함께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단지 상대방에게 빅엿을 먹이는데 이실리아와 함께 하는 사소한 문제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발 밑을 보면서 미세한 실금 형태의 거미줄을 보고선 함부로 나서지 못하였다.

진우는 그런 아서의 모습을 비웃으며 이실리아와 함께 미리 준비한 단상 위로 올라가면서 입을 열었다.

“헤이 요~ 다들 안녕하신가?”

실실 거리며 미소를 짓고 있는 진우는 무게감 이라곤 1g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와 태도로 인사를 하였다.

“큭큭큭. 이 자리에서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놈들이 생각보다 꽤 많은데? 하긴, 그 정도는 되어야 이 자리에 올 수 있을테지.”

그는 삼태극의 홈 그라운드에서 적대감을 표출하는 이능력자들의 모습에 오히려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겨우 이정도 도발에 욱하는걸 3류 악당…아니, 양아치 같은 존재밖에 되지 않는다는 반증이니까.

“사족은 여기까지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에 들어가겠다. 일단 오늘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내일 점심 무렵에 칼리 제국의 영역으로 향한다. 그리고 여제와 만나서 싸운다. 이걸로 끝. 질문 있는 사람?”

뭔가 엄청난 계획 같은게 있을 줄 알았던 이능력자들은 당황한 얼굴이 되었고,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사람이 손을 들었다.

“거기.”

진우는 이탈리아에서 온 라틴계 남성 이능력자에게 발언권을 주었고,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하였다.

이탈리아의 이능력자는 손을 들긴 하였지만, 잠시 머리가 복잡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니, 잠깐……. 질문해야 할 구석이 너무 많아서 정리가 좀 필요합니다.”

다른 이능력자들 또한 같은 생각인지 그의 혼란에 수긍하였다.

그렇게 머릿속을 정리한 이탈리아의 이능력자는 상식적인 부분부터 짚어나갔다.

“오늘 최적의 컨디션을 만들도록 쉬겠다고 했는데, 시차 문제로 잠을 못 자는 사람들도 있지 않습니까?”

그의 말대로, 시차 문제 때문에 누군가는 밤이 되어도 생체 시간 문제로 숙면을 취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진우는 이미 그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이 그에게 되물어보았다.

“그건 저기 있는 수면실에서 해결할 수 있지. 수면용 캡슐에 들어가면 부작용 없는 수면 가스와 생체의 흐름을 원활하게 도와주는 파장을 통해 언제든지 자고 최고의 컨디션으로 일어날 수 있어. 우리들도 자주 사용하니까 기대해도 좋아.”

이탈리아의 이능력자가 내던진 질문을 대답해주자, 곧바로 피부가 하얗고 코가 살짝 도드라지게 튀어나온 프랑스의 이능력자가 손을 들어 발언권을 가져갔다.

“내일 칼리 제국의 영토로 향한다고 하는데, 칼리 제국이 우리가 가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리 없잖소? 삼태극에선 어떻게 칼리 제국의 감시망을 뚫고 여제까지 도달할 생각이오?”

모두의 머리에서 나온 의문은 바로 이것 이였다.

비록, 여제는 지구의 강자들의 도전을 받아주겠다곤 하였지만, 지구인들이 이해하기론 칼리 제국의 공격을 뚫고 그녀에게 도달한 이들이야 말로 그녀에게 도전할 수 있다 생각하고 있었다.

다들 진우가 어떻게 대답할지 기대하며 시선을 모았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게 엄청난 충격을 가져오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그거? 아까 여제랑 얘기해서 끝냈는데?”

“…….”

“…….”

“…….”

“…….”

순간, 수많은 사람들은 경악, 허무, 허탈, 어이를 상실한 표정이 되었다.

“여제한테 우리가 내일 지구 시각으로 몇 시에 출발하겠다고 하니까 알겠다면서 길을 내주겠다고 이미 약조했거든. 그런데 계획이고 자시고 그런 게 필요한감?”

진우의 폭탄 발언에 한 자리에 모인 이능력자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 작품 후기 ============================

1년에 한번씩 목감기 걸리네…

특히 환절기 때만 되면 꼭 걸리는데 아주 연례행사 수준이여 ㅠㅠ

그래도 이럴 때 괜히 약먹고 버티면 오히려 병이 더 안 낫는다는 것을 다년간의 경험으로 깨닫았기에 병원 가서 주사맞고 약먹고 자고 일어나니까 나았음.

아직 머리가 띵하고 열이 좀 남았지만 무리만 하지 않으면 괜찬.

문제는 아픈 동안 딸을 못 쳐가지고, 나으면 그 반동이 장난 아니라는 거다!!

글을 쓰는데 성욕으로 집중이 안되서 미치겠다고!!

성욕 때문에 집중을 못하는 전문 용어도 있던 것 같은데 어쨌든 감기땜에 쌓인 것들 풀러 감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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