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864화 (86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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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가장 먼저 회복한 것은 재생 능력을 가진 진우였다.

진우는 인간의 기준을 훨씬 넘어선 방어력을 가지고 터프한 체력을 가진 리엘루스와 플래티나를 뒤로 미루고, 아키와 신의 상태를 최우선적으로 확인하였다.

다행히도 아키는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서 피해를 최소화 시켰고, 신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호신강기를 펼쳐뒀기에 욱씬거려도 뼈에 금이 가는 부상까지 달하지 않았다.

물론, 그만한 부상을 입어도 이 때를 위해 준비한 생체 나노 슈츠의 힘으로 회복이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그만한 부상을 입지 않았다는 것 자체에 안도감을 느낀 진우는 용광검을 치켜들며 여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무기의 파괴력을 키우는 것은 오히려 자살행위! 여기선 최대한 작게 만든다!’

여제의 힘을 느껴본 진우는 움직임이 크면 일방적으로 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용광검을 소도 형태로 바꾸었고, 플래티나의 머리 위에 올라탄 여제의 가슴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쉭쉭쉭쉭-!

용광검의 절삭력을 믿고 있는 진우는 팔을 작고 빠르게 움직이며 공세를 퍼부었다.

여제 또한 비상식적인 위력을 가진 지구제 유물의 힘을 두 눈으로 확인하였기에, 진우의 공격을 뒤쪽으로 이동하면서 피하였다.

츠팡-!

순간, 기습적으로 여제가 잽을 날리며 진우의 안면을 공격하였다.

왠만한 신체 강화자들이라면 신체의 일부분이 터져나갈 정도의 위력.

“음?”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났다.

진우의 얼굴이 한 쪽으로 몰리면서 괴상한 형태가 된 것이다.

쉭!

스극!

그 틈을 노린 진우가 다시 한번 팔을 휘두르며 여제의 팔뚝을 공격하였고, 여제가 뒤늦게 팔과 함께 몸을 움직이며 회피하였으나 손목 부근에 용광검 끝 부분이 약간 깊숙하게 스쳐지나갔다.

잘리고 태워지는 고통이 손목에서 느껴졌지만, 여제는 진우의 모습에 흥미를 느꼈다.

“몸의 형태도 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던 것이냐?”

“그래. 지금까지 이 능력을 사용할만한 가치를 지닌 녀석들이 없었지만 말이야.”

진우는 신체 변형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실제론 섹스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전투에서 사용한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그건 그 능력을 사용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굳이 신체 변형 능력까지 사용해가며 싸워야 할 적수를 맞이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만약을 대비하여 비장의 수로 사용하기 위해 숨겨온 것도 있고.

“흡!”

진우는 기합성과 함께 다시 한번 정면으로 돌진하였고, 방금 전처럼 여제의 몸을 향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물론, 여제의 대응 방법 또한 그에게 맞춰 달라졌지만.

콰지직!

여제는 진우의 공격을 피하면서 뒤쪽으로 옮기던 발걸음에 힘을 주었고, 그와 동시에 진도 8.0 이상의 지진이 온 것마냥 땅이 갈라져나가기 시작했다.

“윽!?”

땅이 갈라지며 여기저기가 울퉁불퉁해지자 잠시 균형을 잃은 진우의 모습에, 여제가 몸이 그를 향해 튀어나갔다.

스팟-

텔레포트 특유의 공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진우의 앞으로 이동한 여제.

진우는 텔레포트에 가까운 속도로 다가온 여제의 모습에 경악하였다.

만약, 그녀가 움직이는 잔상의 끝을 보지 못하였더라면 텔레포트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여제가 자신의 안면을 향해 휘두르는 주먹에, 그의 모든 감각과 세포들이 피하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큭!!”

지금까지의 공격과는 차원이 다른 위험과 살기를 느낀 진우는 신체 변형의 능력으로 상체를 옆으로 꺽었고, 아슬아슬하게 여제의 주먹이 그가 있던 곳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콰지직!

놀랍게도 여제의 헛손질에 진우의 뒤쪽에 있던 땅이 갈라지며 건물이 파괴되었다.

염동력을 사용한 것도 아니고, 남궁 신처럼 기를 사용한 것도 아니다.

인간의 기준, 인간이 세운 이론으론 설명할 수 없는 궁극에 달한 힘의 결정체.

헛손질 한 방으로 땅을 가르고 건물을 파괴한 여제는 뒤이어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두를 자세를 취하려던 순간,

스팟-

닌자도를 역수로 쥔 아키가 여제의 뒤쪽으로 텔레포트를 하여 여제의 목덜미를 향해 찔러넣었다.

그녀의 존재감을 느낀 여제는 발목만 뒤로 움직이며 땅을 쓸어냈고, 그녀의 뒤꿈치에 콘크리트 파편, 모래들이 인간의 몸을 꿰뚫을 기세로 쏘아져 나갔다.

티티티팅!

하지만, 아키의 정면에 보이지 않는 막이 그 파편들을 모두 막아냈고, 그녀는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당황하지 않으며 공격을 이어나갔다.

여제는 귀찮다는 듯이 상체를 약간 돌리며 발을 휘두르며 자세를 낮춘 아키를 공격하였지만, 아키는 그녀의 발이 땅에서 떨어지자마자 텔레포트를 하였다.

후웅!

여제의 발길질에 엄청난 바람이 폐허가 된 길거리를 휘몰아쳤지만, 텔레포트로 회피한 아키는 초고속 텔레포트를 사용하며 여제의 주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나타내기를 반복하였다.

그 속도는 아키가 십수명으로 보일 정도로, 아무리 생체 나노 슈츠의 백업이 있다곤 하지만 이만한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아키의 기술이 뛰어나다는 증거다.

하지만,

쩌엉!

“윽!”

여제는 그녀의 속도에 현혹되지 않으며, 정확하게 주먹을 뻗어 아키의 몸을 후려쳤고, 그녀의 몸에 걸쳐진 실드가 깨지면서 충격의 여파로 인해 뒤쪽으로 물러서게 되었다.

“마음에 안 들어.”

그 때, 아키에게 실드 마법을 펼쳐주고 잠시 무언가를 확인하던 남궁 신이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표정으로 여제를 노려보았다.

“음?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건가?”

여제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여전히 분노가 서려있는 신은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 여유. 그 미소. 네 년은 지금까지 ‘전력’ 으로 싸운게 아니야.”

“그거야 당연하지 않느냐? 여가 전력으로 싸운다면 그대들은 10초 안에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

즉, 진우 일행은 격투게임으로 비유하자면 강주먹, 강킥, 그밖에 레버를 돌려야 나오는 기술들을 사용해가며 싸우는데 반해, 여제는 약주먹, 약킥만을 사용해가며 싸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약주먹, 약킥의 위력이 초필살기 급이라서 진우 일행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형님.”

신은 용광검을 치켜들며 돌격할 타이밍을 찾고 있던 진우를 향해 입을 열었다.

“뭐냐.”

“이 년, 제가 혼자 처리하겠습니다.”

“무슨 소립니까!”

뜬금없는 남궁 신의 폭탄 발언에 이벨은 당황하며 중간에 끼어들었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도 이길 수 있을까 말까인데 혼자서 싸운다니……! 자신감과 교만의 차이도 이해 못합니까!”

이벨은 신을 향해 헛소리 말고 함께 싸우자 하였지만, 신은 그런 그녀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며 진우의 눈빛만을 마주보았다.

“신.”

“예.”

“처리해.”

“감사합니다.”

“치우!!”

이벨의 상식선으론 서로 힘을 합쳐서 여제의 빈틈을 아주 약간이라도 만든 후, 부모님이 남겨준 비밀 병기인 이능력의 힘을 무효화시키는 독약을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였다.

게다가 여제가 얼마나 강한지 느꼈으면서 왜 저런 되도 않는 자존심을 부린단 말인가!

“지금부터 나와 여제의 결투를 방해한다면 내가 먼저 베어낼 것이다.”

신은 이벨을 향해 검으로 가리키며 위협적으로 입을 열었고, 그 모습에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여제는 웃음을 터트렸다.

“후후…후하하하하핫!”

지금까지 독, 함정, 기습, 매복 같은 더러운 짓부터, 행성을 대표하는 강자들과 싸우기도 하였지만, 지금까지 자신의 힘을 느끼고서도 혼자서 상대하겠다는 이는 생전 처음이였다.

“남궁 신이라고 했던가?”

웃음을 멈췄지만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인 여제는 남궁 신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렇다.”

“그대의 이름, 큰소리 칠만한 능력이 된다면 여가 평생 기억…아니, 제국의 역사에 영원히 기록해주겠다.”

“그럴 필요는 없어. 네 년은 여기서 내 손에 패배할 테니까.”

신은 쌍용검을 잡으며 기수식을 취하였고, 조용히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애초에 혼자 많은 공간을 차지하여야만 모든 실력을 뽑아낼 수 있다. 방금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동격으로 취급하지 마라.”

그렇게 말한 신은 조용히 주문을 외우면서 자신의 몸에 온갖 버프 마법을 걸기 시작하였다.

힘을 키우는 스트랭스, 유연성을 올려주는 그레이스, 속도를 올려주는 헤이스트, 피부 자체를 돌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스톤 스킨 등등,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버프 마법을 사용한 그는, 잠시 두 눈을 감으며 몸의 상황을 관조하였다.

번쩍!

눈을 뜬 신은, 무림 세계의 전생자였던 무황, 독고무린이 만든 보법인 무황보를 밟으며 쏘아져 나갔다.

“!?”

보조 마법의 힘으로 버프를 받은 상태에서 무공을 사용하는 훈련을 해왔던 신은 여제조차 순간적으로 깜짝 놀랄 정도의 속도로 파고들어갔다.

‘무황일도!’

하지만, 신은 쌍용검의 사정거리가 닿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수평으로 검을 그어냈고, 여제는 본능적인 위험을 느꼈는지 자신도 모르게 대각선 오른쪽 방향을 향해 크게 점프하면서 회피하였다.

쿠르르르르르---

순간, 여제의 뒤쪽에 있던 수십여미터 안의 건물들이 정확하게 남궁 신이 베어낸 검격에 따라 실금이 생기며 무너지게 되었다.

‘이능력의 기운이 아니야?’

뭔지 몰라도 자신이 아는 이능력의 힘이 아님을 직감한 여제는 점프한 방향에 위치한 10층짜리 건물을 딛으려 하였지만,

“낙일!”

보법을 밟으며 빠르게 달려나가, 여제의 바로 아래에서 텔레포트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하더니 쌍용검을 검집에 넣은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스컥!

놀랍게도 여제가 디딤돌로 사용하려던 10층 건물은 정확하게 수직으로 그러져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무너졌고, 그 사이에 끼어있던 여제는 본능적으로 양 팔로 몸을 가렸기에 양 팔에 긴 혈흔이 이어져 있었다.

이능력의 힘이 아니면서도 이능력을 뛰어넘는 기이한 힘.

여제는 지금까지 수많은 우주를 돌아다녀봤지만, 이토록 이질적인 힘과 자신이 알던 기존의 법칙을 송두리째 뒤엎는 힘은 처음 이였기에, 두 눈에는 당혹감과 호승심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여제는 무너지는 건물의 벽을 밟고선 신을 향해 쏘아져 나갔으나, 신은 피하지 않고 그런 그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양쪽의 공격이 충돌하던 순간,

푸츅!!

“!?”

눈 앞의 신은 홀로그램처럼 사라졌고, 대신에 여제의 위쪽에서 모습을 드러내 그녀의 어깨를 찔러넣었다.

원래는 머리를 찌르려 하였는데, 여제가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몸을 틀었기에 어깨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무황각!’

신은 쌍용검을 놓으며, 일반적인 물리학의 이론을 무시한 속도로 빙글 돌아 발꿈치로 여제의 허리를 내리찍었다.

쿵! 쾅! 쿠르륵!

여제는 그 충격으로 인해 땅바닥에 두 차례 튕겨져 나간 후, 쓰러져가던 건물벽에 충돌하면서 건물 잔해에 깔려졌다.

“후욱- 후욱-“

여기까지가 5초도 안되서 일어난 공방전이다.

신은 가볍게 운기하여 숨을 몰아쉬었고, 이벨은 그런 신의 모습에 바보처럼 입을 벌리고 있었다.

‘이것이…예언의 영웅…….’

여제와 교전한 이벨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부모님이 남겨주신 독약을 사용하지 않고선 여제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남궁 신이 이렇게 여제를 상대로 엄청난 공방을 펼치자, 남궁 신이야말로 지구, 아니, 세계가 인류를 지키기 위해 만든 영웅임을 알게 되었다.

만약, 그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펜타곤 소속에 넣었다면 이 모습에 든든함을 느꼈겠지만, 아쉽게도 지금의 그는 치우에 의해 타락한 악당에 불과하였다.

‘…일단 여기선 두고보자. 그리핀의 지시도 있었으니까.’

그리핀은 이벨에게 이러한 지시를 내렸다.

만약, 여제를 상대로 삼태극이 큰 활약을 한다면, 그들이 활약을 하게 내버려두라고.

이벨은 그 지시가 삼태극의 체력을 최대한 빼놓으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음을 직감하였고, 남궁 신이 여제와 막상막하로 싸우는 모습에 여제를 처리하고 저들도 처리해야 한다는 것에 반감을 가지지 않았다.

저 힘이 인류를 향해 겨눠진다고 하면, 그 자체만으로 재앙이나 마찬가지니까.

어쨌든, 이벨은 자신의 체력을 보존하면서 남궁 신의 싸움에 집중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약간 떨어진 곳에서 그랜드 아크가 이상하게 힘겨워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세삼 다시 말하지만 남궁 신이 무공명을 외치지 않는 이유는 무황의 중2력이 넘쳐나서임다 ㅋㅋ

다른 무림인들이 ‘무황님, 님 무공이 짱짱맨인건 아는데 무공명 하나하나마다 자기 이름 붙이는 건 좀 무리수 아닌가요?’ 라고 딴지 걸면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겠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 수준이 비슷했다는 게 문제.

게다가 힘없는 사람이 중2병짓 하면 조롱거리지만, 세계 최강의 무인이 하면 무게가 다른 법이라서 아무도 딴지를 못 걸었음.

어쨌든 정상적인 네이밍 센스를 가진 남궁 신은 ‘무황’ 이름이 붙은 무공명은 죽어도 입 밖으로 내지 않으니까 그리들 아세염.

원래는 본문에다 쓰려고 했는데 존나 잘 싸우는데 괜히 이런 개그로 분위기 망치고 싶지 않아서 여따 써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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