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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갑작스런 그랜드 아크의 일격에 맞은 진우.
평소 같았으면 ‘아야’ 수준의 타격을 받았겠지만, 지금의 그는,
“크헉!”
고통어린 비명을 내지르며, 피를 토하면서 힘없이 나동그라졌다.
“이런. 고통 없이 단숨에 처리해주겠다고 생각했는데 완벽하게 효능이 나오려면 시간이 좀 필요했나 보군.”
그랜드 아크는 이래서 스펙이 확실치 못한 무기는 쓰기 불안하다며 투덜거렸다.
“이…이게 대체……?”
이벨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당황하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그랜드 아크와 진우는 분명 친한 친구 사이였다.
그런데 왜 그랜드 아크가 배신을 하였고, 그와 동급의 이능력자인 진우가 저렇게 힘없이 나동그라지는 것인가?
그랜드 아크는 그런 그녀를 향해 미리 재생 준비를 한 스마트폰을 던져주었고, 이벨은 스마트폰 화면에 그리핀이 일시정지 표시와 함께 무언가를 말하려는 모습을 확인하였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엄청난 속도로 그리핀이 말하는 화면과 동시에 그 밑으로 하얀 자막이 주르륵 지나갔다.
동영상 재생 시간은 총 1.3초.
평범한 사람이 보면 이건 뭔 장난이냐 싶겠지만, 11등급 신체 강화자의 동체 시력은 순식간에 지나가는 자막들을 모두 읽을 수 있었다.
-이벨, 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고, 그랜드 아크가 손을 썼다는 증거겠지. 내가 연구용으로 가져가겠다는 독약은 그랜드 아크에게 넘겨주었다. 그는 우리와 협력하여 치우를 배신하고자 하였고, 나 또한 그가 배신할 수 밖에 없는 증거를 확인하였다.-
이벨은 독기 어린 그리핀의 눈빛에서, 언제나 공명정대하며 정의를 향한 대의 대신에 원한과 독선이라는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네게 말하지 않은 것은 후에 사과하겠다. 하지만, 만약 치우가 네 표정을 보고 눈치를 챈다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여제에 대한 문제에만 집중하여 배신의 낌새를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야 했다.-
실제로 여제가 남궁 신에게 온 몸이 꼬챙이가 되었을 때, 순수하게 여제를 이겼다는 환호만 내질렀었다.
-그리고 이러한 계획은 계획의 전부를 확인한 텔레파시 능력자로 하여금, 각 국에 모인 모든 이능력자들에게 알려주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들과 협력하여 삼태극의 모든 것을 몰살시켜라!-
메시지는 이걸로 끝이었다.
즉, 이 현상은 모두 그리핀이 만들었고, 그 계획을 위해 자신에게 독약의 일부분을 회수하여 그랜드 아크에게 넘겨준 것이다.
‘하지만 굳이 이러한 상황에서?’
예전에 칼리 제국과의 싸움에서 연합군이 승리하면 지하드와 함께 자폭하려던 이벨 이였지만, 그 때는 칼리 제국의 함대와 여제까지 다 함께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여제는 비록 남궁 신에게 부상을 입었다지만 확실하게 죽은 것이 아니고, 무엇보다 여제와 함께 온 칼리 제국의 함대와 외계인들이 남아있다.
이런 상황이니 오히려 틈을 노려 기습하기엔 좋은 상황임을 인정하지만, 그렇다 해도 너무나 큰 무리수라는 것을 이벨조차 느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상황은 그녀의 생각과 다르게 너무나 급박하게 흐르고 있었다.
“편안하게 해주마!!”
그랜드 아크는 다시 한번 진우를 향해 달려들며 나동그라진 그의 얼굴을 발로 짓밟아 으깨려던 순간,
스컥!
“큭!”
자세를 낮춘 아키가 그랜드 아크의 다리 밑으로 텔레포트하여 그의 발목을 그어냈다.
아키는 그랜드 아크가 진우를 공격하는 모습에 영화의 여주인공들 마냥 비명을 꺅꺅 지르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대신, 숨소리와 기척조차 줄이며 회심의 기습을 가한 것이다.
그랜드 아크는 뒤이어 닌자도를 휘두르는 아키의 공격에 거리를 벌려야만 하였고, 진우의 앞을 가로막은 그녀는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동료들을 향해 외쳤다.
“막아!!”
간단명료하지만 목적이 뚜렷한 명령.
투카앙!
그 명령에 쿠베리아트는 그랜드 아크에게 달려들며 거대한 도끼를 휘둘렀고, 그랜드 아크 또한 분쇄기로 맞받아 치면서 거대한 충돌음이 터져나왔다.
리엘루스와 플래티나 또한 이벨을 향해 달려들었고, 이벨은 여기선 자신이 뭐라 말해봤자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며 하는 수 없이 그리핀의 계획대로 행동하는 수 밖에 없었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삼태극의 일행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
하지만,
“와아아아---!!”
저 멀리서 기합성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150여명의 이능력자들이 명백하게 삼태극을 향해 적의를 내비치며 달려들자, 아키의 표정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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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아크의 배신에서 몇 분 전의 지하드.
“응?”
-왜 그러십니까?-
페리샤는 주인님의 승리를 기원하면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중, 함교의 레이더에서 뭔가 이상한 부분을 체크하였다.
“포위망이…두껍다?”
이미 당연한 일이지만, 모스크바 근방에는 여러 국가의 연합군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방어선을 구축하였고, 칼리 제국과 연합 부대의 싸움이 시작되려 할 땐 포위망을 만들어 두었다.
칼리 제국에서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 테지만, 그들은 이정도 포위망 따위야 아무렇지 않게 깨부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차 있는 상황.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칼리 제국의 반응이나 대응이 아니다.
“이 포위망과 배치……. 적의 퇴로를 막는 방식이야.”
-우주에서는 실패했지만 지상에서는 다르다는 오만일까요?-
마스지드가 하나의 가설을 설명하였지만, 페리샤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냐. 그건 러시아가 박살 나면서 끝났어. 그런데 왜 적의 퇴로를 막는 포위진을 구축해둔 거지?”
그녀는 그렇게 고심한 끝에, 한가지 답안을 내놓게 되었다.
“우리도 함께 공격할 생각인가?”
-예? 설마요.-
페리샤가 내놓은 답안에, 마스지드는 말도 안된다는 듯이 반론을 내놓았다.
-여제가 죽는다 해도 칼리 제국의 함대는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함대 한 가운데서 싸움을 벌였다면 난장판이 되었을 테니 가능성이 있겠지만, 도시 한 복판에서 싸우고 있는 이상 그런 바보 같은 행동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맞는 말이다.
삼태극이 악명이 강하다지만, 당장 그보다 더 무서운 칼리 제국이 있는데 삼태극을 먼저 공격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 사는 것이 모두 이성적 이였으면 법은 왜 있고, 전쟁이 왜 일어나겠는가.
-무엇보다 펜타곤의 그리핀은 페리샤님 다음으로 이성적인 인간입니다. 그런 그의 머리라면 여기서 삼태극을 우선시하여 잡아봤자 이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확실히. 그 자라면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겠지.”
페리샤는 펜타곤의 그리핀이라면 눈앞의 공동의 적을 두고 싸우는 바보 같은 짓을 벌이지 않을거라 확신하였다.
거기다가 자신들 쪽에서 우주의 쓰레기가 될뻔한 처지에서 구해주었고, 동맹 관계에 있을 때 동안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다.
즉, 먼저 책잡힐 일이 전무하다는 뜻.
그런 상황에서 아무 이유없이 공격하기엔 그리핀의 이성이 너무 이성적이라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페리샤는 알지 못하였다.
몇차례나 삼태극에 의해 몇 차례나 자존심이 구겨지며 패배와 좌절감을 느끼게 된 그리핀은 옛날의 이성적인 그가 아니라는 것을.
어차피 카메라조차 따라잡지 못할 스피드로 싸울테니, 자신이 봐봤자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 페리샤는 레이더를 확인하면서 다른 이들이 무슨 짓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으로 만족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키로부터 긴급 연락이 페리샤에게 전해졌다.
-페리샤! 페리샤!-
“무슨 일이십니까?”
페리샤는 거의 울부짖는 아키의 목소리에 표정이 굳어졌고,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가슴쪽의 불쾌감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위기감을 느꼈다.
-진우씨가 위급해! 우리를 제외한 전부다 다 적이야! 아크로스도!-
“!!”
페리샤는 곧바로 자신에게만 주어져있는 긴급 권한으로 함교내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강제로 통신을 연결하였다.
“긴급 상황! 펜타곤과 아크로스가 배신했다! 전원……!”
콰앙! 쿠웅!!
“크읏!!”
그녀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포위망을 구성한 연합군들이 지하드를 향해 포격을 시작하였다.
거기다 포격과 동시에 마스지드가 무엇을 감지하였다.
-안티 텔레포테이션 감지! 지하드를 중심으로 반경 수백km에 달합니다!-
안티 텔레포테이션이 EIEW보다 싸다지만 수백km에 달하는 반경에 달하려면 천문학적인 가격이 나온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였어!’
페리샤는 ‘왜’ , ‘어째서’ 를 따지는 시간조차 아깝다고 생각하며 잠시 멈췄던 명령을 다시 내렸다.
“전원 출격하여 아군을 구원한다! 마스지드! 모든 무인 병기를 가동해! 노후화된 것들까지 모두 다!”
-예.-
짧막하게 대답한 마스지드는 수천기의 무인 병기를 가동시키기 시작하였고, 밖으로 출격하는 진우의 노예들을 서포트하고 지하드를 수호하기 위해 일사분란히 움직였다.
‘제발…제발 살아만 계시길……!’
자신이 아는 아키는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는 성격이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절규하며 울 것 같은 목소리를 내뱉었다는 것은, 그만큼 진우에게 큰 위험이 닥쳤다는 뜻.
하지만, 페리샤의 지시를 듣고 지하드 밖으로 나선 이들은 한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콰콰콰쾅!!
엄청난 양의 포격이 지하드에서 진우 일행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대놓고 방해하듯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만한 탄약을 쏟아 부으려면 엄청난 군비가 들테지만, 연합군은 이번 기회가 아니면 삼태극을 처리할 기회가 없다는 듯이 마구잡이로 쏟아부었다.
“하린! 도와주렴!”
“예!!”
이실리아와 하린은 염동력의 막을 크게 펼치면서 장벽을 만들었고, 남은 인원들은 그 틈을 이용해 진우를 구원하고자 뛰어나갔다.
쿠쿠쿠쿠쿵!
“크읏!”
“으윽!”
아무리 10등급의 염동력자들 이라지만, 매우 넓은 반경을 막아내야만 하는 입장으로선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생체 나노 슈츠 덕분에 실시간으로 정신력이 회복되어 다행이지, 저 포격을 막으며 진우에게 가봤자 염동력을 사용하기도 힘들 지경이 되리라.
그렇게 아군이 갈 수 있는 길을 만들며 함께 이동하려던 찰나,
파치지지직! 우우웅---
포격속에서 날아온 피뢰침 같은 것이 지하드의 실드를 꿰뚫고 안쪽으로 파고들어와 박혀들었다.
-정체불명의 자기장 감지. 실드 유지 불가능.-
수천기의 무인 병기를 조종하느라 매우 급박한 사실을 사무적으로 설명하는 마스지드의 목소리에, 페리샤의 표정이 구겨졌다.
한 곳에 집중시킨 에너지를 자기장으로 변환하여, 실드 에너지를 반동력으로 퍼트리는 아크 방사기.
펜타곤에서 대 삼태극 전용으로 개발한 무기로, 지하드의 실드를 뚫기 위해 만든 회심의 병기였다.
즉, 지금까진 실드를 방패 삼아 안전하게 사격하여 적의 숫자를 줄일 수 있었으나, 이제는 너도 맞고 나도 맞는 난타전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페리샤는 마스지드의 보고에서 펜타곤의 신무기임을 직감하였고, 안 그래도 주인님이 위험한데 이런 신무기까지 튀어나오자 자신도 모르게 비명처럼 외치고 말았다.
“이런 신무기를 왜 이제서야 내놓고 지랄이야! 이 빌어먹을 개새끼들아!!”
내놓으려면 우주전에서 칼리 제국과 싸울 때 내놔야지, 왜 자신들과 싸울 때 내놓는단 말인가!
페리샤는 자신들을 공격하는 이들을 향해 욕설을 내뱉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쪽에서도 포격을 가하는 것 뿐이였다.
그리고, 사태의 중요함으로 인해 마스지드의 보고를 모두 다 듣게 된 진우의 노예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 수 밖에 없었다.
“다들 빨리 가!”
그 때, 지하드와 가장 가까웠던 이실리아가 지하드쪽으로 몸을 띄웠다.
“엄마!”
“가! 가서 진우씨를 구해! 반드시!”
진우를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내던질 수 있는 이실리아의 성격상, 진우가 위기에 빠져있다는데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고문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기선 누군가가 모두의 집을 지켜야만 하고, 그것은 아내의 일이라 생각한 이실리아는 양 손을 뻗으며 지하드의 중심부가 폭격 당하지 않게끔 염동력 실드를 펼쳤다.
“여긴 진우씨와 우리의 보금자리야! 그 누구도 망가뜨리지 못해!!”
콰콰쾅!!
이실리아는 자신의 염동력의 장막과 부딪히며 폭발하는 포탄을 막아내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붓기 시작하였다.
투쾅! 투쾅!
뒤이어 지하드에서도 대응 사격을 가하기 시작하였지만, 저들 또한 미리 준비한 염동력자들이 있었기에 염동력의 방패로 포탄을 막아냈다.
물론, 이실리아처럼 10등급의 염동력자가가 아니니 오래 버티진 못하겠지만, 압도적으로 숫적 우위를 점하는 연합군에게 그정도 여유면 충분했다.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저들은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다는 듯이 모든 함정을 팠다.
페리샤는 불안한 표정으로 엄지 손가락을 물어뜯으며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였다.
삼태극 발호 이후, 명실상부한 최악의 위기.
그 위기감이 페리샤의 머리를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 작품 후기 ============================
안경을 샀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듯이 일에 집중하면 눈을 자주 깜빡이지 않는데, 그런 건조한 상태에서 컴퓨터 모니터까지 보니까 눈이 나빠질 것 같드라.
나는 다른 건 몰라도 눈이 나빠지는 것 자체를 극도로 혐오하고 무서워하기 때문에(장님되면 글 못 쓰잖아) 아직은 괜찮지만 미래를 위해 보호 안경을 샀다.
그런데…지금까지 평생 살면서 ‘야, 안경 쓰면 어떤 기분이냐? 한번만 써볼께’ 를 제외하면 단 한번도 쓰지 않은 안경을 쓰니까…안그래도 못생긴 내 얼굴이 더 못생겨 보여ㅠㅠ
거기다가 안쓰던 안경을 쓰니까 콧잔등과 눈 아래쪽이 근질근질 거리고 귀쪽이 살짝 아프고 난리가 났다 ㅋㅋㅋ
참고로 내가 안경 쓴 모습을 본 동생의 감상평.
동생 : 형. 집에서만 쓰고 다녀. 이거 사심 하나 넣지 않고 진지하게 충고하는거야
눈이 나빠지면 계속 안경을 써야하니까 오늘도 나는 눈이 나빠지지 않게 보호 안경을 쓰고 타이핑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