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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파치지직!
양 손을 힘있게 부딪히자, 부딪힌 주먹을 중심으로 거대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기 시작하였다.
“끄그그그극!”
“크가아악!”
후지미네가 내뿜는 강렬한 전기 충격에, 그녀를 공격하고자 포위하고 있던 여러명의 이능력자들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온 몸을 부르르 떨며 게거품을 물다가 쓰러지고 말았다.
일반적으로 여러 종류의 힘을 가진 이들은 그 힘의 수준이 낮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기에, 텔레포트를 겸비한 이들은 후지미네의 공격을 맞는 족족 죽어나갔다.
화염이나 얼음 같은 속성 공격은 공격 부위 주변을 악화시키긴 하지만, 일단 신체의 어디든 닿기만 하면 온 몸으로 퍼져나가는 전기에 비할바가 아니였다.
“왔다!”
그 때, 뒤쪽에서 하린의 보호를 받던 진우는 부스터를 사용하며 자신에게 날아온 파워 아머의 모습에 몸을 대大자로 만들며 기다렸고, 하린이 만들어준 구멍을 통해 안으로 들어온 파워 아머는 진우의 몸에 달라붙으며 일체화되었다.
본래의 능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기 방어를 할 수 있게 된 진우의 모습에, 더더욱 안정감을 되찾은 그의 노예들은 더더욱 공격에 박차를 가하였다.
노아는 자신이 조종하는 탄환이 여러 이능력자의 방어를 뚫느라 발사하면서 생겨난 운동 에너지가 많이 감소하였다는 것을 확인하자, 조종하던 탄환들을 하나둘씩 염동력을 해제하며 새로운 탄환을 발사하려 하였다.
“으오오옷!!”
순간,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중세 기사의 갑옷을 입은 남성이 기합성을 내지르며 노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키, 아서, 리먼의 싸움에 끼어들면 아군에게 폐가 된다고 생각하여 모습을 감추었던 란슬롯이 노아를 겨냥한 것이다.
타타탕!
노아는 란슬롯을 향해 권총을 발사하였지만, 그는 아론다이트의 검면으로 탄환을 튕겨내며 앞으로 돌진하였다.
“큿!”
염동력의 힘으로 강력해진 탄환을 막아내는 란슬롯의 모습에, 그녀는 재빨리 권총을 내던지며 호신용 무기로 가져온 중국의 유물 무기를 꺼내들었다.
끝 부분이 세 갈래로 나뉘어진 호신용 무기인 필가차.
일반적으로 게임이나 중국 대하 드라마에서나 가끔씩 볼 수 있는 무기였지만, 어떤 사정이 깃들었는지 6등급 유물의 힘을 가지게 된 한 쌍의 필가차는 노아가 호신용 무기로 가지게 되었다.
카앙!!
아론다이트와 2개의 필가차가 맞부딪히며 힘겨루기 자세가 되자, 란슬롯은 투구 너머로 증오어린 눈빛으로 생체 나노 슈츠의 힘으로 버티고있는 노아의 이름을 울부짖었다.
“노아아!”
“간만이군요, 아저씨!”
라운드 나이츠에서 이실리아와 친했던 란슬롯 이였기에, 자연스래 노아 또한 그와 인연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란슬롯은 노아의 인사에도 살기를 지우지 않았다.
“닥쳐라! 이 자리에서 너와 네 어미의 목을 쳐서 배신자의 말로를 가르쳐 줄 테니까! 죽음으로 여왕폐하께 사죄해라!”
“그 여왕폐하께 말씀해주시죠! 우리 모녀의 몸과 영혼 모두 주인님께 바쳤으니 그만 좀 집착하라고!”
그리고선 노아는 필가차를 휘두르면서 란슬롯을 향해 공세를 퍼부었고, 그와 동시에 탄환들을 조종하여 그의 등 뒤를 노렸다.
퍼퍼퍼퍽!
“크헉!”
옛날의 노아였다면 힘으로 밀렸겠지만, 10등급의 염동력자, 거기다 생체 나노 슈츠의 힘으로 백업을 받고 있는 지금의 노아는 란슬롯이 정면 대결로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였다.
결국, 갑옷을 뚫으며 그의 등판에 총탄이 박혀 들어갔고, 란슬롯은 그 고통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크…크흐흐…….”
하지만, 무릎을 꿇은 란슬롯은 오히려 통쾌하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다.
‘이걸로 내 역할은 모두 끝냈다.’
란슬롯이 노아를 상대로 시선을 끌 때, 아크로스의 암살팀 중 견제조 3명이 텔레포트로 그녀의 주변에 모습을 드러냈다.
“흥!”
후지미네는 자신의 힘을 방출하기 시작하였지만, 그들은 후지미네의 능력을 대비하여 전도율 최악인 고무로 만든 방탄 조끼와 각반, 장갑을 끼고 있었기에 몸을 웅크리며 방어 자세로 나가자 어느정도 버틸 수 있었다.
“감히!”
그녀 또한 자신의 전기 공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자, 더더욱 많은 전력을 쏟아부었다.
“막아볼 테면 막아보세요!”
카지지지지직!
엄청난 굉음과 함께 몸에서 전기를 뽑아내자, 고무조차 타버리면서 꿰뚫리고 말았다.
“끄르르르륵!”
“끄으으으!!”
견제조는 자신들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후지미네의 시선을 끌었고, 그녀의 인지 범위가 견제조에게 고정되어 있을 때 연막탄 2개가 연기를 내뿜으며 굴러들어왔다.
피시이이익---
‘흥, 겨우 이딴걸로?’
일반인이라면 연막탄에서 벗어나려면 밖으로 달려야 하겠지만, 이능력자들은 연막탄 정도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후지미네만 해도 전기 충격을 통해 물리력을 만들어, 그 물리력의 폭풍으로 연막탄을 아주 손쉽게 걷어낼 수 있다.
“응?”
순간, 연막탄에서 힘을 모으고 있던 후지미네의 눈에 붉은색의 안개 같은것이 얼핏 눈에 들어왔다.
연막탄은 일반적으로 하얀색, 회색 빛을 띄지, 붉은색 빛을 띈 연막탄은 듣도보도 못한 그녀는 왠지 모를 불길함에 힘을 빠르게 모아 충격파를 만들고자 하였다.
투콰앙!!
수만 볼트의 전기를 주먹 위에 물리적인 형태로 고정시켜, 인위적으로 충돌시키자 강렬한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면서 충격파가 만들어진다.
그 충격파로 연막탄은 사방으로 흩어져 나갔고, 불길한 붉은색 안개 또한 사라졌다고 생각한 순간!
스르륵-
“흡!?”
땅을 기듯이 접근한 붉은 안개가 절대로 자연적이지 않은 속도로 후지미네의 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후지미네는 끔찍한 비명 소리를 내질렀다.
“끼아아아아악!!”
“키이이이익!”
“!?”
“!!”
후지미네는 자신의 몸을 미친듯이 쥐어 뜯기 시작하였고, 그녀의 입과 코에서 뭔가가 타는 것 같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거기다 항문에서 튀어나와, 후지미네의 뒤에서 여러명의 이능력자를 죽인 기생체도 미친듯이 몸을 흔들며 괴로워하는 것이 아닌가?
“후지미네!!”
노아는 그런 후지미네의 모습에 재빨리 다가가려던 찰나,
“흐아앗!”
아크로스의 텔레파시 능력자로부터 계획의 진상을 들었던 란슬롯이 부상을 무시하며 다시 한번 노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읏!”
란슬롯은 몸을 허리 아래까지 낮추면서 노아의 몸 아래까지 파고 들었다.
문제는, 노아가 자신의 풍만한 가슴 때문에 란슬롯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란슬롯과 이실리아는 실력 증진과 서로의 능력을 파훼하는 법을 깨우치기 위해 다소 강도를 높여 비밀 대련을 한 적이 있었다.
딱히 비밀로 한 건 아니였지만, 마침 여러가지 일이 겹쳐서 라운드 나이츠에 사람이 없었기에 본의 아닌 비밀 대련이 된 것이다.
란슬롯은 이실리아의 염동력으로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였으나, 그녀의 가슴이 일반적인 기준을 훨씬 넘어선 크기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다소 무리하여 이실리아의 가슴 밑으로 파고들어가 시야 밖으로 사라져, 기습 공격을 통해 승리를 취한적이 있었다.
이실리아는 자신의 가슴 크기를 이용한 심술궂음에 대련이 끝나고 란슬롯에게 응징을 가하였고, 그 일은 두 사람에게 있어서 외부에 알려지면 매우 부끄러운 일이였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으며 란슬롯과 이실리아만의 비밀이 되었다.
노아는 자신의 엄마가 했던대로, 란슬롯이 가슴 밑으로 사라지자 몸과 다리 부위를 염동력으로 방어하였고,
스컥!!
그 틈을 노린 란슬롯의 아론다이트가 노아의 왼팔을 기습적으로 잘라냈다.
“꺄아아악!”
왼쪽 팔꿈치가 잘려나간 노아는 피를 뿌리면서 고통스런 비명을 내지르며 괴로워하였고, 그 모습에 진우가 황급히 노아를 향해 무언가를 내던졌다.
“노아! 뒤로 피해!”
고통속에서 들려온 주인님의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회피하자 란슬롯이 후속타를 먹이기 위해 복부에다 검을 찔러 넣으려 하였다.
퍼어엉!
“크윽!”
하지만, 그의 어깨 쪽으로 날려온 미니 수류탄이 폭발을 일으키자, 란슬롯의 몸이 휘청거리며 균형을 잃고 말았다.
탕탕탕탕!
퍼퍽!
그 틈에 노아가 염동력으로 자신이 버린 권총을 잡아 사격하면서 염동력의 힘을 가하자, 부상을 당하고 균형까지 잃은 란슬롯의 투구 사이로 총탄들이 들어가며 그의 눈과 뇌를 헤집었다.
이로서 영국의 최정예로 유명한 라운드 나이츠가 아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버킹엄 궁전에 배치된 2군들을 제외하고 모두 전멸하게 되었다.
“아아아아아악!! 컥…….”
“키에에…….”
그 사이에 후지미네는 피를 토할 정도로 고통스러워하고 괴로워하다가 힘없이 쓰러졌다.
“후지미네?”
그 모습에 하린이 황망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재수없는 일본년이라서 툭하면 틱틱거리고 싸웠지만, 그래도 주인님의 밑에서 함께 싸우는 동료라는 의식은 가지고 있었던 하린은, 기생체와 함께 쓰러지면서 미동도 하지 않는 후지미네의 모습에서 눈을 때지 못하였다.
스르륵--
그 때, 후지미네의 몸에서 붉은 안개가 스르르 튀어나왔고, 이내 사람의 형상을 가지게 되었다.
호리호리한 체격, 잿빛 머리카락, 음산한 분위기.
예전, 이무기를 처치하기 위해 그랜드 아크와 함께 왔었던 잭 매터라는 수행원이였다.
자신의 몸을 불처럼 뜨거운 안개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잭은 후지미네를 죽이기 위해 일부러 희생양을 내보내고, 연막탄을 까서 그 안으로 스며들어가 후지미네를 기습 공격한 것이다.
“허억- 허억-“
하지만, 잭 본인도 안개화 능력을 오래 사용하면 문제가 있는지, 생각보다 오래 버틴 후지미네 때문에 거친 호흡을 내뱉고 있었다.
“이때다! 공격해!!”
잭은 갑작스런 상황에 어리둥절하던 이능력자를 향해 외쳤다.
강한 적이였던 후지미네는 죽었고, 노아는 한 쪽 팔이 잘리는 부상을 입게 되었다.
비록, 재생 능력을 통해 잘려져 나간 단면에서 출혈이 사라졌지만, 고통에 의한 충격은 남아있기에, 정신적으로 불안전한 상황.
부르르르릉---
거기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두억시니들의 저항을 뚫고 도착한 장갑차들에서 은메달, 동메달 리스트라 할 수 있는 이능력자들이 우르르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하린! 정신차려!”
“예…옛……!”
하린은 후지미네의 죽음에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진우의 호통에 다시 제정신을 차렸다.
그녀 또한 한 때는 한국을 대표했었던 이능력자였고, 삼태극으로서 수많은 적들과 싸웠던 경험의 소유자.
거기다, 동료의 죽음에 넋이 나가있기엔 상황이 너무나 급박하다.
쾅쾅쾅쾅쾅!!
장갑차로 수송된 이능력자들은 진우의 얼굴을 알고 있는 지휘관들의 지시하에, 그를 보호중인 하린을 향해 공격을 쏟아 부었고, 적을 어느정도 처리하여 후퇴하려던 원래의 계획은 아크로스에 의해 어긋나고 말았다.
‘젠장! 벌써 10분은 지난 것 같은데 왜 내 이능력은 돌아오지 않은거야!’
체감 시간만 해도 벌써 몇십분은 훨씬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힘이 돌아오지 않으니 미칠 것 같은 진우는 자신을 위해 싸우다 죽은 후지미네의 얼굴에서 시선을 때지 못하였다.
‘그 때 한 방울 묻혔을 땐 분명히 10분이였다. 하지만…….’
그랜드 아크가 기습적으로 사용한 독의 양은 아무리 봐도 한 방울 수준이 아니였다.
‘설마 약의 분량에 따라 시간도 달라지는 건가?’
진우는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과 함께, 고통스런 표정으로 죽은 후지미네의 모습에 어금니를 깨물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반전의 기회가 필요해. 빠져나갈 반전의 기회가……!’
후지미네의 죽음과 노아의 팔이 잘려나간 일에 눈물을 흘리며 낑낑거릴 여유가 없는 진우는, 최악의 경우엔 다 같이 죽겠다는 독기어린 눈빛으로 수많은 이능력자들을 향해 노려보았다.
============================ 작품 후기 ============================
후지미네 사망. 사인은 모든 내장이 타버림.
원래 이쯤에서 몇 명쯤 죽이려고 처음부터 작정을 했었음.
삼태극 최대의 위기인데 안 죽고 다 살아남으면 오히려 위기감이 없어지잖아요?
그리고 차기작인 인외마경에서도 막 죽어나가니까 미리 적응들 해두셈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