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875화 (875/923)

0875 / 0923 ----------------------------------------------

12장

쾅쾅쾅!!

백악관에 정체불명의 2인조 괴한이 침입하여 대통령을 인질로 붙잡았다는 소식을 듣게 된 그리핀은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그 정체불명의 2인조 괴한은 분명 삼태극과 관련된 이들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자신과 연락을 주고 받던 포위군의 고위 장교는 그랜드 아크가 배신을 하였지만 여제가 살아있는 상황이라고 알려주었다.

‘대체 왜?! 분명히 여제를 죽이고 난 이후에 배신을 하라고 독을 줬잖아!’

그리핀은 그레이스의 예언을 100% 확신했었다. 진우가 나타나기 전까진.

진우에 의해 예언의 영웅이 세계의 적이 되는 모습을 목격한 그리핀은 그레이스의 예언도 외부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예언에 맞춰서 상황을 만들다보니 그 정확도가 올라갔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기에 그리핀은 예언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기 위해 여제가 확실하게 죽고 난 이후, 삼태극이 지쳐있는 유리한 상황에서 배신하라고 신신당부를 하며 그랜드 아크와 협약을 맺었다.

그런데 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

그랜드 아크가 독을 사용하였음에도 치우를 죽이지 못하였고, 여제는 전보다 훨씬 강해져서 남궁 신과 자연재해 같은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거기다 미국의 대통령이 삼태극의 인물로 보이는 괴한들에게 공격 당해 붙잡혔다.

아니, 정확히는 연합군 전부는 아니지만 절반 이상 되는 국가의 수장들이 공격당해 붙잡혔다고 해야 맞는 말이다.

‘그랜드 아크! 그랜드 아크! 이 무능력한 병신 새끼! 뇌까지 근육 덩어리였냐, 이 근육 돼지 새끼야! 여제가 죽은 것을 확인한 이후에 독을 사용하라는 지시가 니 대가리론 그렇게나 어려운 명령 이였던거냐!!’

예전의 이지적인 모습 따윈 모두 내버리고 삼태극을 향한 복수심과 원한만이 가득 찬 눈빛을 가진 그리핀은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쳐버린 그랜드 아크를 속으로 미친듯이 욕을 퍼부었다.

차라리 치우를 죽인다면 속이라도 시원했을테고, 여제가 죽었다면 최소한 지구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니게 된 상황이잖은가.

거기다 여러 국가의 수장들까지 붙잡은 삼태극이 무엇을 요구할지 너무나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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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몰아붙이면 안 돼. 국가의 수장쯤 되면 손해 속에서도 그 손해를 최소화시킬 방안을 찾거나 다른 이득을 얻으려 하는 것이 당연하니, 채찍만 쓰는게 아니라 당근도 줘야 해.’

자포자기한 미친년처럼 행동하던 페리샤의 머리는 매우 이지적이고 냉정한 상황이였다.

그도 그럴것이, 여기서 한 발자국이라도 헛디디면 적도 아군도 서로 이판사판이라는 심정으로 충돌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말 한마디로 핵무기급 폭탄이 폭발하는 카운터가 10배속이 되거나, 기폭 장치 자체를 해제할 수 있는 상황.

페리샤는 미친년처럼 깔깔대면서, 그 웃음을 통해 번 몇 초간의 시간으로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켰다.

‘우리가 저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저들이 얻을 수 있는 국가적 이득은 뭐가 있지?’

그녀는 일생일대의 허세를 부리면서, 그 허세를 진실로 만들기 위해 온갖 수작을 부렸다.

복제 인간들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가지고 있던 정찰용 초소형 무인 카메라를 본보기가 될 독일 이능력자의 가족에게 사용하면서 삼태극에서 언제든지 이능력자의 가족을 죽일 준비가 되어있음을 보여주었고, 다행히 그 가족은 베를린에서 이능력자가 피운 난동에 지하실로 피난을 하면서도 서로를 챙겨주는 가족애를 보여주며 시각적, 감성적 효과를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그 후에 독일 이능력자들의 이름 대다수를 읊으며 그 허세를 진짜처럼 꾸미고, 핵무기를 언급하며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아무리 10등급 이능력자라 해도 여기저기 뿔뿔히 흩어져 있는 가족들을 어떻게 다 처리해?’

핵무기를 언급하여 위기감을 증폭시킨 이유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능력자들의 가족들을 붙잡으며 협박하고, 대국적인 문제를 강조하며 가족을 희생시킬 수 있는 이들까지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

‘이제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원래 페리샤는 확실한 증거와 이론, 현장 경험을 토대로 하여 완벽한 주장을 통해 상대방을 논파하거나 자신의 의도대로 흐르게 만드는 이지적이며 논리적인 주장을 선호한다.

하지만, 지금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애드리브로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

만약, 아주 조금이라도 버벅이거나 뭔가를 바라는 모습을 보인다면 눈치가 빠른 이들은 자신이 허세를 부리고 있음을 직감하거나, 뭔가 상황이 이상함을 느낄 것이다.

이쪽에서 갑자기 약한 모습을 보이며 협상하자고 하면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이 허세라는 것을 알게 될 테니 절대로 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안된다.

“키키키킥! 뭐하고 있지? 너희들의 적이 눈 앞에 있잖아? 응? 빨리 죽여. 빨리 죽이라고! 그래야 나도 아무 미련없이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잖아! 끼히히히히힉!”

페리샤의 광기 어린 모습에, 그 누구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였다.

이능력자들은 이대로 공격했다간 자신들의 가족이 공격당하고, 나아가 핵무기가 터지면서 지구를 죽음의 땅으로 만들 확률이 매우 높았기 떄문이다.

거기다 포로로 붙잡힌 각 국의 수장들도 딱히 발언권을 막지 않았음에도 쉬이 입을 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치우를 죽이라 하면 자신의 목숨은 1초 내에 사라질 것이 분명하고, 나아가 이능력자의 가족들까지 위험에 노출시킨 국가 수장이라는 원한까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이능력자의 가족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을 공격해도 그 피해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였다.

애초에 국가 수장이라고 해서 다들 자신의 목숨까지 내걸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자…잠깐……!-

“뭐야!”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이가 말문을 열었다.

동그란 형태의 얼굴과 나이에 비해 다소 젊은 얼굴, 검은 머리를 짧게 깎은 프랑스 대통령이 죽음의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협상을 하고자 백기를 든 것이다.

페리샤는 속으로 ‘아쓰아아!’ 라며 괴상한 환호성을 내질렀지만, 겉으론 신경질적인 표정을 지어보였다.

참고로 지하드 밖에 있는 이들에겐 국가 수장들의 얼굴이 나열되듯이 드러나 있지만, 지하드 내에선 대통령들은 페리샤와 마주보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머리 주변에는 밖의 상황을 보여주는 홀로그램이 있어서 대략적인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수장들에게 최대한의 정보를 주면서 그들에게 상황을 알리기 위한 용도다.

덕분에 대충 상황을 알게 된 프랑스 대통령의 눈은 자신들을 노려보는 페리샤를 향해 기울어졌다.

복제 인간에 의해 염동력으로 몸이 대大자로 뻗어 있고, 다른 지역을 경비하던 요인들의 권총을 막기 위한 고기 방패로 사용되고 있던 그는 일단 협상의 기본, 상대방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상대방이 흥분해 있는 상태에선 그 어떤 이론, 정론도 통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우리 모두 다 죽자!’ 라고 외치는 페리샤를 진정시키는 게 최우선이였다.

-이…일단 대화를 해봅시다.-

‘이 타이밍에 당근을 던질까? 아냐. 너무 일러.’

페리샤는 대화를 원하는 프랑스 대통령의 모습에 대화를 받아줄까 싶었지만, 겨우 한번의 제안을 곧바로 받아들이면 너무 속보이니까 미친년마냥 신경질적으로 대꾸하였다.

“대화? 무슨 대화가 필요한데! 어차피 우린 여기서 다 죽어!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하나라도 더 많이 길동무를 만들거라고!!”

-잠깐잠깐잠깐!-

프랑스 대통령은 눈에 광기어린 살기로 자신을 노려보는 페리샤의 모습에 진정하라는 듯이 입을 열었다.

-보…보아하니 아직 치우는 죽지 않았고 칼리 제국도 그대로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우리끼리 죽고 죽여봤자 결국 칼리 제국만 좋은 일이 되는걸세.-

그는 최대한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페리샤에게 그녀의 자살 행위는 적에게만 이롭다는 것을 알려주었지만, 페리샤는 킥킥거리면서 웃어보였다.

“맞아. 결국 칼리 제국만 이득이지. 그래서 뭐? 주인님도, 동료들도, 나도 곧 죽을텐데 저승에서 너희들이 칼리 제국과 싸워 이기길 빌어줄까? 내가 왜? 어차피 뒈질건데 지구의 안위 따위가 무슨 소용이냐고!!”

페리샤는 자신의 상황과 주장을 다시 한번 저들에게 알려주었다.

곧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 그렇기에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들.

만약, 삼태극이 일반적인 국가였다면 허세라는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었겠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삼태극이라는 조직의 잔인함과 악명이 그 가능성을 차단시켰다.

-그…그렇다면 군대를 물리면 되겠는가?-

-뭐!?-

-그게 무슨 소리요!!-

프랑스 대통령의 소리에 다른 이들이 화들짝 놀라며 반론하였다.

다들 제압당하곤 있지만, 말은 자유롭게 해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된 다른 국가의 수장들이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 뭐 어떻게 하자는 거요! 여기서 삼태극을 죽이면 하하호호 웃으며 다함께 잘먹고 잘 살았습니다 라는 해피 엔딩이 나올 줄 아는가!? 중국에 있는 핵무기들이 몽땅 다 터지면 지구와 우리는 끝이야! 어찌어찌 살아남아도 영화에 나올법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같은 상황이 되겠지! 해피 엔딩이 아니라 핵피 엔딩이라고!-

-…크으…….-

-크흠…….-

처음엔 반발하던 이들도 프랑스 대통령의 반박에 다들 입을 다물고 말았다.

거기다 프랑스 대통령은 쐐기를 박아넣었다.

-그리고 우리가 목숨을 걸고 싸우라고 명령하면 가장 먼저 죽는 건 우리, 우리를 경호하려는 경호원들, 그 다음엔 저들의 가족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는데 가족을 희생하라며 공격하라 명령을 내린다고? 최소한 나는 그런 명령 못 내리니까 강단 있는 다른 사람이 대신 해주시오. 그런 사람이 있다면 감격하며 뒤따라 공격 명령을 내리리라.-

이미 페리샤가 얘기했던 내용이지만,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들에게 처해있는 상황을 다시 한번 알려주었다.

지금은 서로 완벽한 진퇴양난 상황이다.

서로를 죽이기 위해 한 발자국만 가까이 오면 되지만, 누구든 먼저 그 한발자국을 옮겼다간 모두가 파멸하고 만다.

그야말로 완벽한 외통수.

하나의 숨김없이 서로의 약점과 강점의 카드가 풀 오픈 된 상태지만, 양쪽 모두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길 수 있는 패가 하나도 없다.

결국, 남은 것은 협상을 통해 조율해야 한다는 것은 일반인이라도 알 수 있는 사실.

그것도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하는 협상이 아니라, 빠르고 즉흥적이면서도 대국적인 판단을 통해 협상을 해야 한다.

“…진심인가?”

페리샤는 다들 자신의 의견을 수용하려는 분위기가 되자, 조심스래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광기가 사라지는 모습에, 다른 국가의 수장들도 모두 협상이 가능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어쩔 수 없다. 여기선 군대를 물리는 수 밖에 없어.’

‘하지만 이대로 물러서기만 하면 안 돼. 우리들도 뭔가 얻는게 있어야지.’

수장들은 대화가 통할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씩 냉정함을 되찾기 시작했다.

-핵무기.-

-!!-

-!!-

순간, 뒷덜미가 붙잡힌 채로 SP들이 겨누는 무기를 막는 고기 방패가 된 제이콥 대통령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군대를 물리겠다. 하지만, 대신에 중국에 있는 모든 핵무기의 해체를 요구한다.-

삼태극에게 핵무기가 있는 이상, 앞으로 지금처럼 결정적인 상황에서 핵무기를 들고 협박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군대를 철수시키는 대가로 핵무기를 해체해야만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으음…….”

수백발의 핵무기의 완전 해체로 이 위기에서 벗어난다.

페리샤의 마인드라면 진우 > 핵무기 수천만 이라는 공식이 아주 간단하게 성립되지만, 핵무기 수백발은 지구의 자연 밸런스를 무너뜨릴 수 있는 최악의 무기다.

그렇기에 그녀는 단숨에 대답하면서 자신의 공식을 공개하기보단, 최대한 다른 수가 없을까 라며 고심하는 척을 하였다.

“알겠…다. 받아들이지…….”

페리샤는 ‘아 진짜 진짜 아깝지만 목숨이 더 소중하니까’ 라는 티를 팍팍 드러내면서 제이콥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다른 국가의 수장들은 삼태극이 가진 핵무기를 해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속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저 미치광이들 손에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는 핵무기 수백 발이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 눈 앞이 깜깜해졌는데, 그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합군이 보는 앞에서 이뤄진 회담은 비공식적이면서도 공식적인 회담이 되었고, 핵무기 수백발로 살아남게 된 진우 일행의 얼굴에 희망이 피어오르게 되었다.

하린은 사망한 후지미네의 시체를 염동력으로 들면서 가져갔고, 리먼과 아서와 싸우던 아키도 닌자도를 회수하며 진우의 곁으로 다가갔지만, 그 누구도 그녀들의 행동을 막지 못했다.

전쟁은 연합군이 보는 앞에서 수장들의 회담을 통해 끝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가 있었다.

============================ 작품 후기 ============================

이제 완결까지 진짜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일이 널널할 때 동안 1일 1연재로 후딱 스토리 진행 해야겠음.

아마 이정도 페이스라면 12월, 내년 1월 안에 완결이 나오지 않을까 싶네.

참고로 예전에도 말했지만 소설은 완결을 잘 맺어야 최소 평작 이상이 된다고 생각하는 게 나의 지론이다.

아무리 잘 써도 마무리가 씹창이면 소설 전체의 평가도 바뀌는 법이니까.

진짜 최소한 어디가서 욕먹을 엔딩은 쓰지 않을 테니 다들 걱정들 마셈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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