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876화 (876/923)

0876 / 0923 ----------------------------------------------

12장

“크르르륵- 아무래도 네가 원하던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

쿠베리아트는 짐승의 울음 소리처럼 웃으며 그랜드 아크를 향해 비웃어 보였고, 그랜드 아크 또한 저 멀리서 들려오는 페리샤와 포로로 잡힌 국가 수장들의 비공식적이면서도 공식적인 회담 내용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등신 같은 새끼들이!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게 치우라고! 놈이 회복하면 지옥이 펼쳐진단 말이다!’

그는 속으로 이렇게 외쳤지만, 이걸 각 국의 수장들에게 설명해봤자 이해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아니, 오히려 자신들의 목숨, 이능력자들의 가족들까지 모두 까발려진 상태이고, 어찌어찌 살아남는다손 쳐도 제대로 된 전력은 모두 연합군으로 보내버렸기에 난동을 피운다면 수장들이 있는 도시는 초토화가 된다는 정론을 펼쳐서 반박하리라.

거기다 삼태극이 가진 수백발의 핵무기를 해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 오히려 대국적인 판단으로 보자면 낫다고 판단 중이다.

그랜드 아크는 눈의 신경을 집중시켜 보이자, 자신의 부하들은 상황이 진정되는 추세이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감조차 잡지 못하고 있었다.

‘치우는 여기서 반드시 죽어야만 한다! 녀석이 살아있으면 내 세계 정복이라는 야망도 끝나고 말아!’

그랜드 아크는 아직도 굉음을 터트리며 싸우고 있는 남궁 신과 여제, 상당한 부상을 입은 이벨과 마찬가지로 큰 부상을 입은 플래티나와 리엘루스의 모습을 확인하였다.

플래티나는 순백의 털이 피로 물들어 있거나 불에 탄 흔적이 역력하게 남아있는데다, 한 쪽 앞다리에 삼지창이 꿰뚫린 부상 때문에 상체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중이다.

리엘루스 또한 8개의 다리중 3개가 부러져서 제대로 균형을 잡지 못하는 중이며, 몸 여기저기가 갈라져서 체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파괴의 시바의 삼지창, 트리슈라의 힘으로 2:1 이라는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형세를 유리하게 점하고 있던 이벨 또한 몸 여기저기가 찢어지거나 베여진 상처가 많아서 피를 흘리고 있는 중이다.

셋 다 회담의 내용을 들었는지, 서로를 경계하긴 하지만 먼저 나서서 공격할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두 괴수들은 부상이 심각하니 내가 전력으로 빠져나가면 뒤쫓아오지 못할 것 같군. 하지만…….’

“크르르---“

도끼를 겨누며 자신을 향해 적대감을 감추지 않는 쿠베리아트는 생채기와 자신의 분쇄기가 타격되어 멍 같은 자국이 남은 것을 제외하면 큰 부상은 없었다.

뼈라도 하나 부서져 있으면 참 좋겠지만, 쿠베리아트와 그랜드 아크의 실력은 거의 비슷하여, 서로 상대방에게 제대로 된 상처를 주지 못하였다.

‘일단 이 년을 어떻게든 눈을 돌리기만 하면…….’

자신의 앞을 막는 쿠베리아트만 어떻게든 한다면 자신이 직접 치우를 죽이러 움직일 수 있다.

거리는 좀 멀지만, 자신의 힘이라면 별로 안되는 수준.

하지만, 문제는 쿠베리아트의 전투 경험이 풍부하여 쉽게 떨어지지가 않는다는 점이다.

서로 무기를 충돌시키면 뒤로 어느 정도 밀어낼 순 있지만, 자신도 그만큼 밀리면서 자세가 무너지지 않게 추스려야 한다.

다소 무리를 해서 어찌어찌 벗어난다 해도, 쿠베리아트가 자신의 뒤를 바로 추적해올 것이 분명한 사실.

만약, 진우를 보호중인 이들이 자신을 단 2초만 막아낸다면 쿠베리아트와 앞뒤로 협공을 당하는 최악의 상황이 오고 만다.

그랜드 아크는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리며 어떻게 해야 진우를 죽일 수 있을지 계산을 하기 시작하였고, 다른 문제는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어느 정도 처리가 가능하지만, 역시나 가장 큰 문제는 눈 앞의 쿠베리아트를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는 부분이였다.

콰아앙!

그 때, 신과 한차례 충돌하던 여제가 유능제강의 원리를 이용해, 향하던 힘의 방향을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만든 남궁 신에 의해 쿠베리아트와 비교적 가까운 자리로 날아가 충돌하였다.

‘이거다!’

“우오오오!!”

그랜드 아크는 기습적으로 쿠베리아트를 향해 분쇄기를 휘두르며 돌진하였고, 쿠베리아트는 갑자기 돌격해오는 그의 공세를 받아내기 시작했다.

캉캉캉캉캉!

검은 폭풍이라고밖에 표현이 불가능한 속도로 거대한 철봉을 휘두르던 그랜드 아크와, 그 공격을 받아내는 쿠베리아트의 공세에서 일어나는 충격파가 따갑게 울려퍼진다.

우지직!

“!”

그 때, 쿠베리아트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그녀가 딛던 지반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치이익!

“크르륵!”

그와 동시에 그랜드 아크의 의안에서 붉은색 레이저가 쏘아지며 쿠베리아트의 눈을 공격하였고, 그녀는 눈쪽을 향해 가해지는 고통에 눈을 감으며 자세가 더더욱 무너졌다.

“흐으읍!!”

그야말로 절호의 찬스!

카아아앙!

그랜드 아크는 호신의 힘을 쏟아부어 쿠베리아트의 몸체를 분쇄기로 가격하였고, 그녀 또한 도끼를 휘두르면서 반격하였지만 자세가 무너진터라 제대로 힘을 주지 못하여 살짝 붕 뜨면서 건물 몇 개를 박살내며 나동그라졌다.

“음?”

“!!”

가까스로 자세를 붙잡은 쿠베리아트의 귓가에 너무나 익숙한, 그러면서도 증오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했는데 너였나. 지금은 더 재미난 상대가 있으니까 신경 끄고 꺼져라.”

남궁 신이라는 최고의 먹잇감을 발견한 여제는, 이미 예전에 자신이 이긴 상대 따위에게 신경을 1%라도 주는 것이 아까운지 다소 도발적인 태도로 대꾸하였다.

하지만, 그녀 때문에 자신의 행성과 동족들이 침공당해 전멸당한 것을 기억하고 있는 쿠베리아트는, 자신에게 꺼지라고 말하는 여제의 모습에 분노를 참지 못하였다.

“크아아아앗!”

퍼석!

“커헉!”

그녀는 여제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지만, 여제의 주먹이 쿠베리아트의 가슴을 뚫고 등 뒤까지 솟구쳐 나왔다.

“난 지금 기분이 매우 좋아. 평생 동안 찾아 다녔지만 존재한다곤 믿지 않았던 최고의 호적수를 만났거든. 너 같은 녀석 따위로 손맛을 버리고 싶지 않으니까 당장 꺼져.”

고어체를 집어 던지며 한 명의 싸움꾼이 된 여제는 쿠베리아트의 몸을 걷어찼고, 가슴이 꿰뚫리면서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 상태에서 걷어차인 쿠베리아트는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나가 수백m 밖에 있던 건물에 쳐박혔다.

“커헉!”

자신은 몰랐던 여제의 최대 파워로 공격 당한 쿠베리아트는 내장 전체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피를 토해내며 몸을 제대로 일으키지 못하였다.

‘지금이다!’

자신의 예상보다도 훨씬 최고의 상황이 되자, 그랜드 아크는 곧장 진우를 잡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깐! 지금 상황이……!”

이벨이 그런 그를 향해 상황을 보자고 말하려 하였지만, 이미 진우를 죽이기로 결정한 그랜드 아크는 그런 그녀를 무시하며 달려나…

“크르릉!!”

…가려던 순간,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읽고 있던 플래티나가 그랜드 아크의 앞을 막아 세웠다.

평소의 플래티나였다면 그랜드 아크의 발을 묶기엔 충분하였지만, 트리슈라에 의해 찔리고 불에 구워지고, 크나큰 상처를 입어 요양이 필요한 지금 상태론,

“꺼져!”

뻐억!

“캐앵!”

그랜드 아크의 분쇄기조차 제대로 피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키르르륵!”

플래티나와 함께 눈치를 챘지만, 이벨과 싸운 부상으로 인해 다리가 부러지면서 속도를 제대로 내기 힘들어진 리엘루스가 울음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지만, 그랜드 아크는 리엘루스가 자신을 쫓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선 굳이 상대하지 않았다.

‘지금은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이라고.’

그렇게 리엘루스를 무시하며 다시 발을 옮기려던 찰나,

우즈즉!

“끄윽!?”

분쇄기에 후드려 맞고도 다시 달려든 플래티나가 그랜드 아크의 왼쪽 발목을 깨물면서 늘어졌다.

“이 개새끼가!!”

리엘루스는 몰라도 플래티나의 속도는 앞으로도 계속 방해가 될 것이라 생각한 그랜드 아크는 분쇄기를 양 손으로 내리찍었고, 분쇄기는 플래티나의 머리를 전력으로 짓이겨 나갔다.

쿵!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진다.

‘주인님을 지켜야만 해!’

하지만, 플래티나는 진우를 지켜야만 한다는 사명감에 목을 미친듯이 흔들며 그랜드 아크의 상처를 크게 벌려놓았다.

콰앙!

의식이 희미해진다.

‘주인…니임…지…켜…….’

플래티나는 의식이 희미해지는 가운데서도, 진우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이빨을 놓지 않았다.

쾅! 쾅! 쾅! 쾅! 우직!

그랜드 아크는 플래티나의 머리를 계속해서 분쇄기로 후려쳤고, 끝까지 이빨을 놓지 않던 플래티나는 결국 머리가 깨지면서 뇌수가 터지며 죽고 말았다.

이벨과 싸우며 힘을 너무나 많이 소모한 플래티나로선 다소 지쳐있는게 전부인 그랜드 아크를 막기엔 역부족이였던 것이다.

그랜드 아크는 플래티나의 죽음을 확인하고선 침을 퉤 뱉으며 진우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고, 다리의 부상으로 인해 동료의 죽음을 지켜봐야만 했던 리엘루스는 상체를 하늘을 향해 높였다.

“키에에에에에-------!!”

동료의 죽음으로 슬픔을 느낀 리엘루스의 울음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

“하아아…살았다아…….”

아수라의 어깨 위에 올라타, 마법을 난사하며 이능력자들을 상대로 어찌어찌 버텨나갔던 도윤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주변에선 동료를 죽인 자신을 향해 죽일듯이 노려보았지만, 이미 회담은 진행되면서 일시 휴전의 분위기가 강했기에 그녀는 뭐 어쩔건데 라는 표정으로 대놓고 비웃어 보였다.

-키에에에에에-------!!-

그 때, 저 멀리서 리엘루스의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그 울음 소리는 평소의 울음 소리와 다소 달랐다.

평소에는 적을 죽였을 때의 잔인하면서도 뭔가를 달성했다는 울음 소리, 혹은 알겠다는 뜻의 긍정적인 울음 소리를 내는데, 이 울음 소리에는 슬픔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쿵쿵쿵쿵쿵!

그와 동시에 저 멀리서 거대한 굉음과 먼지 구름을 만들며 그랜드 아크가 전력으로 뛰어오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랜드 아크는 이게 뭔 일인가 싶어 당황하는 도윤을 굳이 공격하지 않고 지나쳤다.

단숨에 진우를 죽이기 위해선 이런 곳에서 발이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랜드 아크가 배신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도윤은, 자신을 지나치면 누가 있는지를 깨닫고선 황급히 아수라를 향해 심령을 내렸다.

‘그를 죽이려는 속셈이야!!’

어떻게든 막아야만 한다.

싸움이 끝났다 싶어 긴장을 놓고 있었는데, 그랜드 아크가 아직까지도 진우를 죽이려고 할 줄은 생각도 못했던 그녀는 아수라와 함께 그랜드 아크의 뒤를 쫓았으나, 그랜드 아크는 분쇄기를 아수라를 향해 힘있게 내던졌다.

“큿!”

설마 자신의 무기를 내던질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던 도윤은 명령을 내리는 게 한박자 느려서 아수라의 몸으로 분쇄기를 받아내야만 했고, 그랜드 아크는 약 2초 정도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2초.

일반인에게 별로 큰 시간도 아니지만, 0.01초의 세계를 볼 수 있는 11등급 신체 강화자에겐 사람 몇 명 죽이기엔 충분한 시간이였다.

욱씬!

‘큭!’

순간, 플래티나가 물어뜯은 발목의 고통으로 인해 그랜드 아크의 속도가 살짝 느려졌지만, 아수라를 따돌리기엔 아직 충분하다.

“진우씨!”

리엘루스의 외침과 그랜드 아크의 모습을 확인한 아키는 진우의 몸을 밀면서 스스로 방패막이가 되고자 그랜드 아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쒜엑-!

아키의 닌자도가 그랜드 아크의 심장을 향해 정확하게 날아왔지만, 그랜드 아크는 손등으로 닌자도를 쳐냈다.

그로 인해 손등에 상처가 쩍 벌어지며 피가 흘러내렸지만,

퍼억!!

아키가 텔레포트 하기 전에 그랜드 아크의 주먹이 복부에 꽂혀 들어갔다.

울컥!

“으욱!”

내장에 크나큰 충격을 받아 선홍색 피를 토해내는 아키.

하지만, 그녀는 그 와중에도 허리춤에서 뭔가를 꺼내 허공에다 내던졌다.

찌이잉--!

섬광 표창이 터지면서 그랜드 아크와 눈과 귀를 아주 잠깐동안 마비시켰고, 하린은 아키가 준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의 몸을 염풍력으로 들어내며 멀리 내던지려 하였으나,

“흐읍!!”

후우웅!!

그랜드 아크는 몸을 크게, 그리고 강렬하게 휘두르며 자신의 몸을 억압한 하린의 힘을 깨뜨렸다.

“꺄악!”

힘으로 만들어낸 물리력으로 염동력의 억압을 깨낸 그랜드 아크.

하린은 자신의 염풍력이 깨진 여파로 잠시동안 머리를 쥐어싸매며 괴로워하였고, 그랜드 아크는 그 틈을 노려 진우를 죽이고자 달려들었다.

“주인님!!”

귀태들은 모두 전멸하였지만, 덕분에 퇴로를 확보할 수 있었던 셀리는 만약을 대비하여 계속 퇴로를 지키고 있었기에, 진우를 향해 달려드는 그랜드 아크의 모습에 비명을 내질렀다.

‘엄마……!’

유일하게 진우를 보호할 수 있었던 노아는 전력으로 만든 염동력 방패를 펼쳤지만, 전력으로 휘몰아치는 그랜드 아크의 주먹에 죽음을 느끼고선 이실리아를 부르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콰아앙!!

“크으윽!!”

순간, 자신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포탄이 폭발하는 소리가 울려퍼지며 그랜드 아크의 신음성이 울려퍼지자, 약간의 눈물기가 서려있던 두 눈을 조심스럽게 떴다.

거기에는 아수라가 4개의 팔을 휘두른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 그랜드 아크는 예상치 못한 타격을 받아 밀려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플래티나가 만든 상처와 아키와 하린이 소모시킨 시간덕분에 혈강시화 된 아수라가 그랜드 아크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한 방인데! 한 방이면 끝났는데! 너 따위가! 너 따위가아아아!!”

그랜드 아크는 이제 곧이였던 자신의 야망을 망가뜨린 도윤과 아수라를 향해 살기와 원한을 퍼트리며 노려보았지만, 아수라의 어깨에 올라탄 도윤은 그런 그랜드 아크를 무시하며 진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어때? 이 정도면 밥값은 했지?”

“그래! 여기서 살아 돌아가기만 하면 평생 놀고 먹어도 궁신이가 터치 못하게 해주마!”

노아와 마찬가지로 죽음을 각오해야만 했던 진우는 도윤의 평생 백수권을 보장해주었다.

============================ 작품 후기 ============================

왠지 요래 보니까 최종 보스는 여제가 아니라 그랜드 아크 같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