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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
“…….”
진우들을 응급실로 보낸 후, 함교로 모인 남궁 신과 페리샤는 무거운 침묵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안티 텔레포테이션 영역에서 벗어나, 텔레포트를 사용하여 중국 영역으로 도주하다시피 이동한 지하드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방패막이가 되어줄 산이 적당히 배치된 지역에 자리를 잡고선 수리용 드론을 통해 수리에 들어갔다.
다행히도 이실리아가 막아준 덕분에 지하드는 그나마 멀쩡 할 수 있었지만, 장갑이 뜯겨져 나가면서 취약점으로 돌변한 구역도 있었고, 무인 병기들 대부분도 당장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원래라면 그리핀이 자신이 예전에 몰래 붙여놓은 신호기를 따라 연합군에게 방향을 지시하여 삼태극을 향해 군대를 진격시키겠지만, 페리샤는 자신의 기지로 연합군의 발걸음을 멈춰 자신도 몰랐던 후속 공격을 막아냈다.
어쨌든간에 위기에서 벗어나긴 하였으나, 삼태극 발호 이후 최대, 최악의 패배임은 분명했다.
“신님. 플래티나와 후지미네는…….”
“플래티나는 머리가 파괴되었고, 후지미네님은 뇌와 내장 전체부터 시작하여 온 몸이 구워졌습니다. 그 부분을 다시 원상복구 시킨 것 자체부터 문제에 봉착합니다.”
남궁 신은 상상만 해도 아찔한지, 힘겹게 한 숨을 내쉬면서 말을 이었다.
“게다가 이미 한차례 떠난 영혼을 다시 안착시킨다고 해서 부활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강력한 대마법사라 해도, 마법의 힘으로 영혼을 시체에다 넣어봤자 밑 빠진 독에 물넣기나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죽지 않으려면 사람의 생명력을 흡수하는 생활을 영원히 이어가야 합니다. 한마디로 좀비나 마찬가지입니다.”
거기까지 말한 신은 ‘밑 빠진 독의 구멍을 막으려면 신성력이 필요합니다.’ 라고 추가로 덧붙이며 입을 다물었다.
페리샤는 그 말을 듣고 후지미네와 플래티나가 다시 살아 돌아오기 힘들다 생각하면서 눈 앞이 아찔해졌다.
자신의 것을 타인이 빼앗는 행위 자체를 극도로 혐오하는 진우가 그녀들의 죽음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랐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쟁을 멈추기 위해 연합군의 수장들과 협의를 한 것은 그녀의 독단이다.
즉, 페리샤가 내린 결정에 상관하지 않고 보복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너무나 컸다.
‘시간이 필요해.’
부상은 금방 회복된다.
부서진 기계는 다시 수리하고 만들면 된다.
하지만, 패배의 충격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몸의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낫지만, 마음의 상처는 영원히 지속된다는 말도 있잖은가.
정신적으로 겪은 고통과 상처는 시간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 법.
하지만, 진우가 분노에 미쳐 그딴 것에 상관하지 않고 날뛴다면, 다른 이들은 패배의 후유증을 겪으며 세계와 싸워야 할 것이다.
지잉-
“형님!”
“주인님!”
그 때, 진우가 이실리아와 함께 멀쩡한 모습으로 함교에 모습을 드러냈다.
몇십 분의 시간이 흘러, 약의 효과가 사라지면서, 팔과 상처들이 모두 재생된 것이다.
두 사람은 이실리아와 함께 온 진우의 안부를 묻듯이 몸을 벌떡 일으켰고, 진우는 두 사람의 어깨를 만지면서 앞으로 나아가 함장석에 털썩 앉았다.
이실리아는 그런 진우의 곁에 서서, 진우와 조금이라도 떨어지기 싫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었다.
“신. 후지미네와 플래티나는?”
“그게…….”
신은 아까 페리샤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똑같이 전달하였다.
마법의 힘으로만 영혼을 안착시키면 언데드 몬스터나 다름없이 되어버리고, 오로지 신성력의 힘으로만 안전하게, 진정한 의미로서 부활시킬 수 있다는 것을.
“…….”
결국 그녀들을 부활시켜도, 좀비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진우는 두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것이 분노를 삼키려는 행위임을 직감한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우씨.”
그 때, 이실리아가 진우의 목덜미에 손을 올리며 목을 조심스럽게 주무르자, 그는 자신의 굳은 목을 풀어주는 보드라운 손을 매만지며 대답하였다.
“걱정하지 마. 지금 분노가 머리 끝까지 차오르지만…여기서 날뛰면 그건 호탕하고 시원한 게 아니라 병신 인증을 하는 꼴이라는 건 내가 더 잘고 있으니까.”
다행히도 진우는 현재 자신들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분노로 날뛰어봤자, 결국 자기 사람들에게만 상처를 주는 꼴이니까.
분노로 날뛰는 것은 적이 눈 앞에 있을 때 해야 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실리아가 곁에서 자신을 보듬어주지 않았더라면 병신 인증을 할 뻔하였다.
그만큼 지금의 진우는 겉으론 평온하지만 속으론 극도의 분노가 타오르고 있었다.
“페리샤, 상황.”
“예. 현재 상황은…….”
페리샤는 무인 병기들과 지하드의 피해 보고부터 설명하였고, 그것들을 수리하기 위한 자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그거라면 예전에 우리가 모아둔 자재 창고를 사용하면 되겠군.”
로스차일드 가문의 비밀 금고에서 엄청난 양의 금괴를 아크로스에게 팔아, 그만한 양의 다양한 물건들을 받았던 삼태극은 그 많은 물품을 보관하기 위해 중국 변방에 위치한 공장을 창고로 개조하여 보관하였다.
만약을 대비하여 무인 병기들을 배치시켜서 적이 침입하였을 때 신호를 보내도록 되어 있으니, 거기까지만 가면 다시 병기를 생산할 수 있고 지하드도 완벽하게 수리할 수 있다.
지금은 만약을 대비하여 적의 추적이 있다면 여기서 막아내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 동안 최대한 빨리 수리를 통해 전투력을 회복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삼태극의 미래라 할 수 있는 자재 창고 위에서 적과 싸우면 누가 이기든지 삼태극의 피해는 ‘심각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미루고 싶었지만, 결국 말할 수 밖에 없는 내용을 설명하였다.
살아남은 진우의 노예들은 모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고, 도우미였던 매그너스와 아론의 부상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였다.
“특히 아론은 척추가 부러져서…기계로 척추를 맞추던가 대 수술을 감행해야 합니다.”
아군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진우를 위해 험난한 길을 걸어온 이들이다.
진우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 신을 향해 바라보았다.
“신.”
“예.”
“예전에 니가 말했었지. 아론이라는 그 녀석, 무술의 재능이 어마무지 하다고.”
“그렇습니다.”
“그 녀석 치료 해주고 무공 몇 개 가르켜 줘라.”
“예? 치료는 그렇다쳐도 무공은…….”
“그 녀석이 그랜드 아크의 발을 아주 잠깐 동안 묶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미 골통이 빠개졌을거야. 그러니까 그 은혜 갚는다고 생각해.”
신은 진우의 말에도 확실히 일리가 있다 여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의도로 진우를 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랜드 아크와 1:1 승부를 위해 나서는 것은 그야말로 미친 짓이나 마찬가지.
그런 미친짓을 하면서까지 도와줬으니 그만한 답례는 해줘야 한다.
아론에 대한 처우를 정한 진우는, 분노로 끓어오르는 속을 다스리며 삼태극의 수장으로서 침착하게 일을 정리해 나갔다.
“페리샤. 일단 창귀들을 우선적으로 수리해서 후속 부대가 오는지 정찰을 보내. 그리고 골출귀들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포격전에 대비하고.”
“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치료가 끝난 이들은 휴식을 취하면서 언제든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여 싸워야 할 상황임을 인지시켜줘. 지금의 우리는 적들의 입장으로 보자면 가장 먹음직스러운 상황이니까.”
다행히도 진우는 삼태극의 수장으로서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현재 상황에 걸맞는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페리샤처럼 특출난 머리를 가져서 눈이 확 뜨이는 신기묘산 같은 능력은 없었지만, 상식적이면서도 견실한 대책을 내놓으며, 분노로 타오르고 있으나 거기에 이성을 빼앗기지 않는 모습을 통해 신과 페리샤는 조금씩 안정감을 되찾게 되었다.
능력은 두 사람이 뛰어날지 몰라도, 진우는 한 집단의 수장으로서의 중심을 잡아준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핵무기가 있으니까 저들도 핵무기를 완전 해체하기 전까지는 쉽게 군대를 진격시키지 않을거다. 내가 말한 것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것뿐이니까 다들 너무 긴장하지 말고 적당히 풀고 있어.”
진우는 거기까지 말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나는 좀 피로해서 내 방으로 돌아가 잠시 쉬도록 하겠다.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말해.”
“예.”
“예.”
그렇게 함교 밖으로 향하려던 찰나,
“신. 잠깐.”
진우는 뭔가 생각이 났는지 신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이며 불렀다.
“생명석 몇 개 남았지?”
“생명석 말입니까? 아직 20개 조금 넘게 남아 있습니다. 정확히는…….”
“정확하게 말할 필요는 없어. 대신에 이거 하나만 대답해줘.”
잠시 말문을 멈춘 진우는, 두 눈을 감고 뭔가를 생각하다가 결심하듯이 입을 열었다.
“생명석 10개 분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겠나?”
“가능은 합니다만, 너무 과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서 사용하기 힘들…설마?”
그의 질문에 대답하던 신은 말하는 도중에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두 눈이 동그랗게 변하였다.
“형님, 생명석 1개 분량은 여러 명 수준의 선천지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굳이 과욕을 하실 필요가…….”
지금까지 생명석을 먹지 않았던 진우가 생명석을 먹으려 한다는 것을 이해한 신이 과욕은 오히려 독이라고 설명하려 하였지만, 진우는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과욕이지. 하지만, 여제를 상대하기 위해선 더 강한 힘이 필요해. 그렇기 때문에 과욕을 하려는 거다.”
“하지만…….”
“나는 소설속 주인공들마냥 왠 이상한 개똥철학 같은 걸로 깨달음 얻고 우왕ㅋ굳ㅋ 하면서 내공이 강해진다거나, 무공이 쎄진다거나, 더 높은 경지의 마법사가 된다거나 하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내가 벽을 넘고 강해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생명석뿐이다.”
진우는 자기 스스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무공이든 마법이든 뭐를 배우든 간에, 자신은 깨달음 같은 것을 통해 강해질 수 있는 성격의 인간이 아니다.
애초에 사람 죽이기를 재미로 여기고, 섹스, 쾌락으로만 살아가는 자신이 철학적인 자아성찰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개소리다.
“형님…….”
“신, 이건 명령이다.”
“…알겠습니다.”
결국, 진우가 ‘명령’ 을 사용하자, 신은 그 명령까지 어길 수 없었는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일이 생긴다면 곧바로 나를 호출하도록. 이실리아, 가자.”
“예, 여보.”
진우가 함교 밖으로 나서며, 이실리아가 그 뒤를 따라 나서면서 신과 페리샤만이 남게 되었다.
“단단히 마음을 먹으신 것 같습니다.”
“후우…….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선천지기는 오히려 독이 되는데…….”
“하지만 주인을 위해 부작용을 최소화 시키는 것이 우리의 몫이지요.”
페리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신은, 잠시 생명석을 응축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저는 잠시동안 운기조식을 취하겠습니다. 여제와의 싸움에서 체력과 마나를 너무 많이 소모해서 조금이나마 여유가 있을 때 회복해야겠습니다.”
아주 잠깐이라도 방심하거나 움직임이 느렸다면 온 몸이 찢어발겨지는 공세를 퍼부었던 여제를 상대한 신은 조금 지친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과 도윤이 사용하는 훈련장으로 향하였다.
거기서 운기조식을 통해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함이다.
페리샤는 여긴 자신에게 맡겨달라며 신의 걱정을 덜어주었고, 그녀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신은 그녀를 맡기며 운기조식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주인님…….”
홀로 함교에 남게 된 페리샤는, 분노로 당장 미칠것만 같은데도 수장으로서 중심을 잡는 진우를 향해 걱정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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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쾅! 우지직! 쿠쾅!
문 밖에 있던 이실리아는, 안쪽에서 괴성을 내지르며 분노를 토해내는 진우의 목소리를 들을때마다, 거기서 느껴지는 슬픔과 증오를 느끼며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씨발! 씨바아아알!”
우당탕! 콰앙!
자신의 암컷들을 죽인 적을 향한 분노, 그랜드 아크를 너무 깊이 믿어버린 자신을 향한 자책, 감히 자신을 죽이려 한 전 세계를 향한 증오가 복잡하게 어울러진 노성.
이실리아는 이렇게라도 해서 진우가 분노를 조금이나마 토해내기를 기원하였다.
“들어와.”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정신적으로 다소 지친듯한 진우의 목소리가 밖에서 기다리던 이실리아를 불렀다.
지잉-
이실리아는 기계식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어지럽게 난장판이 된 방 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염동력으로 대충 쓰레기가 된 물건들을 구석으로 치웠고,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있는 진우의 곁에 다가와 다소곳하게 앉았다.
“…….”
“…….”
두 남녀는 서로의 체온을 느낄 정도로 가까이 앉아 있으면서도, 누가 먼저 쉬이 입을 열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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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번에 하드한 ㅅㅅ씬이 나오면 진우가 자신의 분노를 여자들에게 푸는 쪼다 같아 보이니까 처음엔 달달한 ㅅㅅ씬이 나올거임
이제 다음편의 ㅅㅅ씬을 통해 내가 쉬어야 할지, 아니면 계속 써야 할지가 결정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