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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후욱- 후욱- 훅-“
백인 남성 한 명이 드넓은 훈련장의 외곽을 돌면서 무거운 땀을 흘리고 있었다.
욱씬-!
“크윽!”
허리와 등 전체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느낀 그는 몸이 무너지면서 무릎을 꿇었고, 스킨 헤드의 백인 남성, 매그너스가 다급히 다가왔다.
“괜찮나, 아론? 이제 막 회복기인데 무리하지 말…….”
“뭐지. 이걸로 겨우 끝인가?”
매그너스가 아론의 몸 상태를 걱정하려 하였지만, 신은 그런 그의 말을 도중에 끊으며 아론을 향해 무심히 말을 하였다.
“이걸로 겨우냐니! 아론은 척추가 부러져서 2주간 누워있었어! 척추 부러진 사람이 아무리 회복됐다지만 2주만에 이런 재활 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야!”
매그너스는 아론의 재능과 끈기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신을 향해 발끈하며 반박하였다.
그랜드 아크를 상대로 몇 초 정도 시간을 번 수준에 불과하지만, 그 몇 초 덕분에 진우의 목숨이 가까스로 살아남게 되었고, 성격은 더럽고 잔인하지만원한만큼이나 은혜를 잊지 않은 진우는 아론을 위해 지하드의 모든 의료 시설을 사용하고, 남궁 신이 힐링 포션과 내력까지 불어넣어주며 부러진 척추를 맞춰주었다.
그 치료 덕분에 지금 이렇게 일어설 수 있지만, 문제는 척추가 부러진 고통이 계속 남아서 아론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였다.
“겨우 이정도로 무너질 정도라면 내 무공을 배울 가치도 없지. 아무리 주군의 은인이라지만 자격이 되지 않은 이에게 무공을 전수할 수 없다.”
“!!”
아론은 무공을 배울 수 없다는 말에,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다잡으며 힘겹게 일어섰다.
“끄…끄으으윽……!!”
고통이 온 몸에 욱씬거리며 빨리 편해지자고 외쳤지만, 그는 느릿느릿하긴 해도 다시 일어서는데 성공하였다.
‘무공…반드시 배워야만 해……!’
남궁 신에게 무공이라는 것을 본 아론은 무공이라는 힘에 대한 찬사보다, 마치 자신의 반쪽을 되찾은듯한 기쁨을 먼저 느낄 수 있었다.
보자마자 ‘이거다’ 라고 온 몸의 세포가 울부짖고, 본능과 이성이 하나 되어 무공이라는 힘에 대한 갈망을 내비쳤다.
농담이 아니라 상대방을 죽여서 얻을 수 있는 거라면 1초도 생각하지 않고, 결과가 뻔하더라도 당장 목숨을 내걸며 달려들었을 것이다.
척추가 부러졌다가 다시 회복된 사람이 겨우 2주만에 쉬었다가 재활 운동을 한다.
아마 의사들이 봤더라면 이건 무슨 종류의 신종 고문이냐며 경악을 하겠지만, 아쉽게도 이 안에선 밖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다.
“척추는 확실하게 붙었다. 설령, 또 부러진다 해도 다시 맞춰주면 되는 일. 게다가 계속 누워있으면 몸이 썩는다며 재활 운동을 하겠다는 것도 내가 강요한 것이 아냐.”
아니, 척추를 무슨 조립 장난감 취급하냐? 부러져도 다시 맞춰주게?
게다가 척추가 부러진 부상을 당했는데 최소 1~2달은 푹 쉬고 재활 운동를 해야지, 겨우 2주 쉬고 재활 운동을 하는 게 말이 돼?
매그너스는 대체 누구부터, 어디서부터 딴지를 걸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였지만, 신은 그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자신의 신호기를 호출하여 뭔가를 두드렸다.
“그리고 이제부터 이걸 외워야 한다.”
삐링- 삐링-
아론의 가슴팍에 달려있는 신호기에서 전자음 소리와 함께 홀로그램으로 뭔가가 튀어나왔고, 거기에는 의학용 교습에 나올법한, 피부가 완전히 벗겨져 있는 형태의 마네킹이 정면, 후면, 옆면으로 세워져 있으며, 각 부위에 생소한 단어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인간의 혈도다. 동그라미 친 것은 무공을 배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고, 그 외에는 알아두면 나중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생소한 단어인데다 생전 못 들어본 것들이니 외우기 힘들 테니 당장 외우라곤 하지 않겠다. 어차피 무공을 배우다보면 자연스래 알아갈 테니까.”
“…….”
300여개가 넘는 혈의 개수를 본 아론은 순간적으로 눈이 아파옴을 느꼈지만, 무공이라는 것을 배우려면 알아야 한다는 사실에 눈에 불을 켜고 하나라도 외우고자 하였다.
“그리고 네 몸은 아직 무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지금은 재활 운동에만 전념하도록.”
“좋아……! 반드시 해내겠어!”
아론은 무공을 배우기 위해 다시 한번 천천히 뛰기 시작하였고, 홀로그램을 눈 앞에 띄우며 혈의 위치를 자신의 손으로 짚어나가며 외워나갔다.
저 정도 근성과 열의라면 딱히 신경 쓰지 않아도 충분하리라.
매그너스는 예전에도 강함을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는 아론의 모습을 봐왔지만, 이토록 강함에 대한 열의와 욕심이 강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는지 황망한 표정으로 척추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볼 뿐이였다.
어쨌든, 아론의 몸이 제대로 움직이기 전까지 시간이 남게 된 남궁 신은 매그너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는 정말로 무공이 필요 없나?”
“나에겐 영 재능이 없어 보이더군. 아무리 여러 번 들어도 이해가 잘 안되고.”
아쉽게도 매그너스는 무공의 재능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머릿속에 고민이 많아서 무공에만 집중할 수 없어.”
“형님이 말씀하신 ‘소원’ 문제인가?”
“…….”
그는 무언의 긍정을 하였고, 이내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질문을 하고자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 곧 연합군과 붙을거라 하던데. 지나가는 여성들은 다들 그 화제에 대해서만 얘기하더라고.”
“너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엔 네 손을 빌릴 일은 없을 테니까.”
‘연합군’ 이라는 소리가 나오자, 남궁 신의 표정이 단숨에 매서워졌다.
여제 때문에 아군을 돕지 못한 것도 있지만, 감히 마음을 써준 형님을 배신한 연합군과 그랜드 아크를 향한 원한이 그의 살기를 더더욱 날카롭게 갈아냈고, 그 살기를 직접적으로 맞은 매그너스의 표정은 살기에 놀라 굳게 되었다.
“형님은 자신이 빠진 삼태극은 진정한 삼태극이 아니라며, 적에게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느끼게 해주겠다며 정면대결을 하겠다고 선언하셨다.”
“뭣?”
정면대결? 그 대군을 상대로?
“그리고 나도 있지.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삼태극이 무엇인지 놈들에게 뼈저리도록 느끼게 만들어줄 생각이다.”
“…….”
일반적인 상식과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얘네들 완전히 제대로 미쳤네’ 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랜드 아크만큼 삼태극과 가장 많은 접점을 가지고 있던 매그너스는 ‘이들이라면 정말로…….’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남들은 ‘치우는 미쳤으니까 당연히 이번에도 미친 짓을 하는 거겠지’ 라고 생각하겠지만, 매그너스가 본 진우는 그 행동에는 모두 그럴 수 있는 자신감과 힘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매그너스가 느낀 삼태극 내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악이였다.
물론, 팀워크가 좋지 않다거나, 사기가 떨어져 있다거나 하는 그런 최악이 아니였다.
포로고 뭐고 모조리 몰살시켜버리겠다는 강렬한 악의가 요동치고 있기에 최악이라고 말한 것이다.
“내게 배울 생각이 없다면 이만 가보도록 하지. 여제와 싸운 이후에 느낀 것이 있어서 그것을 정리해봐야 하거든.”
여제와 싸우며 뭔가 깨달음의 실마리를 얻게 된 신은 자신의 전용 훈련장으로 발을 옮기려던 찰나,
“그리고 형님께 소원을 빌 것이 있다면 빨리 비는 게 좋을 거다. 너무 늦으면 돈도, 권력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테니까.”
“!!”
예전에 진우도 이와 같은 말을 하였다.
‘진심이다. 정말로 이 자들은 지구 전체를 멸망에 가까운 피해를 입힐 생각으로 가득차 있어!’
매그너스는 어디론가 사라지는 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하였고, 하루치 재활 훈련을 끝낸 아론이 부르기 전까지 삼태극이 승리한 이후의 일을 예측하였다.
‘그렇다면…나는…….’
한참을 고민하며 무언가를 생각하던 매그너스는, 뭔가를 다짐하면서 일단 삼태극과 연합군의 전쟁이 어떤 결과를 맞이하는지부터 확인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이 진우에게 빌어야 할 소원이 달라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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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르르르---
수많은 병기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이동한다.
파워 아머를 입은 각 국의 정예 특수 부대원들과 이능력자들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주변을 경계하며 이동하고, 병사들도 언제 어디서 적의 기습이 가해질지 모르기에 충분히 경계를 취하고 있었다.
연합군은 2주동안의 시간을 통해 중국의 영역, 아니 이제는 삼태극의 영역이 된 땅을 밟으며 지하드를 향해 이동하는 중이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각 국의 수장들을 붙잡아 인질로 삼던 이들이 모두 지하드의 텔레포트 시스템을 통해 사라졌다는 것이다.
즉, 가장 보안이 철저한 곳을 힘으로 뚫은 이들이 이번엔 적으로 나온다는 뜻.
하지만, 이번엔 각 국의 수장들과 이능력자들의 가족들을 모두 안전하게 보호하는 대책을 마련하였고, 눈치만 보고 있던 다른 국가에서도 콩고물을 먹기 위해 끼어들게 되었다.
이미 연합군이 삼태극을 상대로 한차례 승리하였기에, 이번에도 승리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 그들은 중국의 광활한 영토가 자국의 영토로 편입되는 꿈을 꾸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완전히 괴멸하였고, 십수억을 넘는 인구수도 계속된 가혹한 지배와 통치로 그 수가 엄청나게 줄어든 상황.
다른 국가로 이민한 이들이 중국 땅을 다시 중국인에게 돌려달라고 소리칠게 뻔하지만, 아무런 힘도 없어진 중국인들의 목소리는 강대국들의 귀까지 도달하지 못하리라.
삼태극의 등장으로 인한 후폭풍으로 공백이 된 중국의 영토는 삼태극을 괴멸시킨 후에 큰 문젯거리로서 남게 되리라.
정치적인 문제는 정치가들에게 맡기고, 군인들은 삼태극이라는 인류의 적을 해치우기 위해 지하드가 위치한 지역을 포위하며 진군하였다.
하지만, 포위중인 연합군의 포위망은 그다지 두텁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지하드가 있는 위치는 소수가 포위당하기 딱 좋은 위치였기 때문이다.
즉, 지상군을 이쪽으로 모이게 만든 후, 단숨에 다른 곳으로 텔레포트할 계획이라 생각한 것이다.
거기에 대한 대응책을 나름대로 마련한 연합군은 일단 지상 부대를 통해 포위망을 구축하며 진격을 시켰고, 그와 동시에 지하드를 정확하게 노리며 미사일을 발사시켰다.
미사일 폭격을 맞은 후에 포위망을 구축한 지상 부대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겠다는 뻔히 보이는 수였지만, 지하드가 도망칠 생각이라면 이 공격으로 도망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지하드는 요격 장치를 가동하여 미사일들을 모두 격추시켰고, 마치 들어올 테면 들어오라는 듯이 무인 병기들을 전함 밖으로 내보냈다.
당연하게도 연합군은 함정과 기습을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이동을 하였지만, 놀랍게도 작은 습격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이쯤되니 연합군의 지휘관들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정면 대결을 펼치겠다는 모습인데?’
‘설마. 이미 우리에게 한차례 패배했는데?’
‘이 모든 게 기만 전술이 아닐까?’
‘대체 치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몇몇 지휘관들은 방어 능력에 특화된 이능력자들과 소규모 부대를 보내자, 골출귀들의 포격이 그들을 향해 쏟아 부어졌다.
다행히 사정거리 안쪽으로 깊숙하게 들어가지 않아서 큰 피해는 없었지만, 이로서 적은 자신들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고 있음을 어느정도 확인하게 되었다.
물론, 이 또한 기만 전술일 확률도 있다.
이렇게 결사항전의 의지를 보이며 전력을 집중시키게 만들어,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연합군의 국가나 미국 같은 적대국으로 이동하여 기습 공격을 가할 확률.
이러한 문제로 모든 지휘관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일단 포위망만 구성하고 만약을 대비한 방어적인 조치를 취하였다.
연합군의 지휘관들은 눈치 싸움으로 인한 장기전이 이어질거라 예상하였지만, 지하드에서 치우 일행이 모습을 드러내자 당황하면서도 이 전쟁을 단숨에 끝낼 수 있게 되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만큼 삼태극을 패배시킨 것이 그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지만, 문제는 그 자신감이 너무 과하다는 것이였다.
============================ 작품 후기 ============================
내 소설이 많은 사람을 타락시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분명 초반에는 ‘헐;; 어떻게 이런걸;;’ 라며 경악하던 사람이 ‘작가야 더 강하게 못 쓰냐?’ 라고 댓글을 쓰고, 정중하게 존댓말을 쓰던 독자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반말로 찍찍 내뱉는 모습을 보니 참...나란 새끼가 많은 사람을 버려놨구나 싶네 ㅎㅎ
다음 작품인 인외마경에선 더 많은 사람들을 타락시켜야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