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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이실리아에게 허락을 받아놨어. 너를 고통스럽게 죽여도 된다는 허락을.”
“웃기지 마라! 나는 치우 같은 쓰레기에게 빌붙은 창녀들에게 절대로 지지 않아!”
이실리아와 아키를 창녀로 매도한 아서는 맹공을 퍼부었지만, 아키가 만들어놓은 부상 때문에 움직임이 둔해져가고 있었다.
“끄아악!”
“아악!!”
거기다 주변에서 아군의 비명 소리만이 들려오자, 아서는 주변을 힐끗거리며 패색이 깊은 아군들의 모습을 확인하며 이빨을 깨물었다.
‘반드시 여기서 이 년을 죽여야만 한다!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야 해!’
캉캉캉캉캉!!
두 사람의 검은 잔상과 불똥만을 남기며 어지럽게 휘둘러졌고, 아서는 양 손으로 엑스칼리버를 크게 휘둘러 전력으로 아키의 닌자도를 쳐냈다.
카앙!!
혼신의 힘을 다한 덕분인지, 닌자도를 쥔 아키의 손이 위로 올라갔다.
“죽어랏!!”
드디어 기회가 생겼다 생각한 아서는 힘있게 그녀의 복부를 베어낼 기세로 검을 휘둘렀다.
텔레포트 능력자인 아키는 간단하게 피할 수 있지만,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있었다.
‘미소? 왜?’
자신이 뭘 놓친 건가 싶어 당황한 아서.
하지만, 이제와 검을 회수하기도 힘들기에, 크게 휘둘러서 그 반동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을 때,
퍼억!!
“커헉……!”
탄환 하나가 아서왕의 갑옷 옆구리 부분을 꿰뚫으며 아서의 옆구리에 깊숙히 틀어박혔다.
힘겹게 탄환이 날아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거기에는 총신이 길고 탄환 구멍도 거대하며 총구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리볼버를 든 노아가 냉혹한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창녀들이……!!”
왕실을, 나아가 조국을 배신하여 진우에게 빌붙은 창녀들이 자신을 공격한다는 생각에 분노한 아서였지만,
스컥! 스컥!
“끄하아악!”
아키가 아서의 팔다리를 단숨에 베어냈다.
고통과 부상에 의해 움직임이 느려졌고, 노아에게 한 눈을 잠깐 팔았던 것이 참혹한 결과로 이어졌다.
탁!
아키는 팔다리가 잘려져 아서왕의 갑옷이 사라진 오뚝이 신세가 된 아서의 머리통을 밟으면서 쓰러지지 않게 세웠다.
아마 진우라면 타이트한 닌자복과 가랑이 사이의 도끼 자국을 보며 머리가 밟힌 굴욕감 따윈 무시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겠지만, 안타깝게도 아서는 그렇게까지 망가진(?) 인간이 아니였다.
“크아아악!”
팔다리가 잘려져 나간 고통에 비명을 내지르는 아서.
그는 눈에 눈물이 흘러나올 정도로 괴로워 하였지만, 표독스런 눈빛은 끝끝내 가라앉지 않았다.
“죽어서도 너희들을 저주할 것이다!!”
“그딴 저주는 수십 번은 더 들었어.”
아키는 허리춤에서 강화 유리로 만들어진 수류탄 형태의 물건을 꺼내 들자마자 무릎 아래로 잘려져 나가 축축한 피가 땅을 붉게 적시고 있는 곳을 향해 내던졌다.
쨍강!!
강화 유리가 깨지자 뭔가 썩은 것 같은, 검은빛이 들어간 녹색의 물이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냈고,
치이이이익----!!
“끄아아아아아아!!!”
아서의 무릎을 녹이기 시작하였다.
아키가 리엘루스에게 부탁하여 만든 초고농축 산성액이다.
그는 미친듯이 괴로워하면서 어떻게든 양 옆으로 몸을 날리려 하였지만, 팔다리가 잘려진 그는 자신의 머리를 짓밟으며 강제로 고정시키고 있는 아키의 발에 의해 아래쪽부터 녹아 내려갔다.
“네 놈 때문에 진우씨를 돕지 못해서 큰 문제가 일어날 뻔 했어.”
치지지직!!
“끄어어어어억!!”
“내가 진작에 진우씨를 보호했다면 다른 아이들이 다치거나 죽을 일도 없었을테고, 무엇보다 이제 막 자리를 잡으려 한 내 아기가 부서지는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진우씨를 잃을 뻔 한 두려움, 아기를 잃은 내 고통. 모두 너 때문에 시작된 거라고.”
다른 이들이 진우의 목숨을 위협한 것도, 그랜드 아크의 주먹으로 배를 얻어맞아 자궁에 자리잡으려던 수정란이 파괴된 것도, 모두 아서와 리먼이 자신을 붙잡고 있었기에 생겨난 사건들이였다.
만약, 풍부한 연륜과 경험, 지하드에서 군기 반장을 하던 아키가 중심을 잡아줬다면 다른 젊은 노예들도 평소의 실력을 냈을 것이다.
아키가 10등급 이능력자 두 사람을 잡아줬기에 어느정도 노아 일행에게 여유가 있었지만, 역으로 말하자면 아키가 없었기에 중심과 정면을 맡아줄 사람이 없기에 제 실력을 내지 못했다고 봐도 된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도중에 아서의 다리는 모두 녹아내려, 허리와 내장이 녹기 시작하며 아서의 비명은 공포 영화에 나와도 될 정도로 잔인한 괴로움이 섞여 있었다,
치이이이---
“끄카아아아아아악!!”
아키는 피를 토하면서 온 몸이 녹아내리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서의 모습을 냉혹하게 내려보았고,
“끄아아아아!! 카…하악…….”
심장까지 녹아내리자, 온 몸이 추욱 늘어진 것을 확인한 이후에서야 그의 머리에 올려둔 발을 치웠다.
치이이이---
아서는 시체조차 남지 못하며 죽어버렸고, 유일하게 남은 것은 화려한 문양을 가진 엑스칼리버였다.
유물 무기는 아군이 사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정 안되겠다 싶으면 유물의 힘을 동력원 삼는 코어에다 던지면 되기 때문에, 엑스칼리버를 회수한 아키는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해 몸을 돌렸다.
“제…젠장! 틀렸어!”
“여기서 죽고 싶지 않아!!”
하지만, 일방적인 싸움인데다 아서가 죽으면서 연합군 이능력자들에게 걸어준 버프가 사라지자, 이능력자들은 뿔뿔이 흩어지며 도주하기 시작하였다.
마침 이지스에 탑재된 미사일들도 다 떨어졌는지 정밀 폭격이 멈춰졌기에, 이능력자들은 폭격 걱정없이 도망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지스 내부의 상태는 엉망진창이였다.
주포 한 번, 탑재된 미사일 약간만 쏘면 나머진 그냥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고철덩어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포의 위력으로 해군을 거의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힌터라 그 위용은 매우 클 수 밖에 없었고, 다른 곳의 부대들도 일방적인 학살을 당하며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자 사기가 떨어지게 되었다.
“모두 후퇴해!”
리먼도 여기서 계속 버텨봤자 개죽음이라 판단, 다른 이들에게 후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차라리 지금 후퇴 명령을 내린다면 그나마 체계적으로 후퇴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행히 지금의 상황에서 싸우겠다고 억지 부리는 이들은 존재하지 않았고, 다들 미리 훈련 받은대로 안전하게 후퇴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도망치시겠다? 감히 내 앞에서?”
펜타곤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이빨을 갈아낼 정도로 혐오하고 있는 남궁 신은, 리먼의 목소리에 혀를 날름 핥으며 보법을 밟았다.
“으랴아아아!!”
하지만, 리먼은 자신의 몸을 던지면서 남궁 신의 앞을 가로막았고, 위협적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파치직! 파치치칙!
그의 주먹이 휘둘러지면서 유물 무기의 효과로 강렬한 스파크가 허공을 갈랐고, 신은 방어를 도외시한 리먼의 공격에 잠시 움찔하며 움직임이 멈추었다.
“호오. 목숨을 걸고 막겠다 이건가?”
다른 이들에게 퇴각하라 명령하면서 자신의 앞을 막는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하였다는 뜻.
“…….”
펜타곤의 뒤를 추적하려던 신의 앞을 가로막은 리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자세를 잡았고, 신은 왠지 모르게 그를 향해 시선이 고정되었다.
“이름은.”
“리먼. 리먼 레프리다.”
리먼의 이름을 알게 된 신은 쌍용검에 검강을 집어넣으며 자세를 취하였다.
“흡!”
짧은 기합성과 함께 앞으로 서로를 향해 달려든 신과 리먼.
리먼은 빠르게 잽으로 허공을 치면서 견제를 가한 후, 안으로 파고들어 보디 블로를 날리려 하였지만,
푸욱!
“커헉!!”
안으로 파고드는 자세에서 쌍용검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버프가 사라진 리먼으로선 예언의 영웅보다 강해진 신을 이겨낼 수 없었다.
“커…크헉…….”
심장이 꿰뚫린 고통으로 신음성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 리먼의 모습에, 신은 왠지 모르게 고통을 덜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검을 회수하며 그의 목덜미에 검을 겨누었다.
“마지막 유언은.”
심장이 뚫린 고통으로 힘없이 무릎을 꿇은 리먼은, 신을 향해 올려다보며 모든 것을 쥐어짠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내…부하들을…살려다오…….”
“…….”
촤악-
신은 아무런 대답없이 리먼의 목을 베어냈고, 저 멀리 도망가는 펜타곤의 이능력자들을 한번 바라보다 검을 집어넣으며 뒤로 돌아섰다.
거기에는 이미 많은 이능력자들을 죽이며 온 몸에 피가 묻어져 나온 진우의 여자들이 있었고, 신은 그런 그녀들을 향해 지시를 내렸다.
“쫓아가는 이들은 무시하고 다른 연합군을 친다.”
“예?”
안 그래도 소수마공으로 수많은 인간들의 몸을 퍽퍽 꿰뚫고 터트려가며 재미를 느끼던 도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다른 연합군들도 거의 도망치는 분위긴데요? 차라리 이능력자들을 공격하는 것이 더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이득이 아닌가요?”
그녀의 말대로다.
군인은 시간만 주어지면 다시 훈련이 가능하지만, 이능력자는 재능의 영역이기 때문에 여기서 한 명이라도 처리해두는 것이 정답이다.
“어차피 여기서 죽이든 살리든, 결과는 똑같다. 결국 저들은 주군의 분노를 온 몸으로 받아 하나둘씩 절망에 빠져 죽을 운명이지. 차라리 다른 군인들을 죽여서 전리품을 챙기는 것이 낫다.”
“하지만…….”
물론, 군인들을 죽여서 그들이 가진 무기와 장비들을 노획하여 자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삼태극에게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미래의 적이라 할 수 있는 이능력자를 두고 가기엔 좀 그렇다.
하나, 이 부대의 지휘관은 남궁 신이며, 그의 명령에도 나름의 이득이 있었기에 다른 이들도 수긍하였다.
어차피 삼태극의 ‘응징’ 은 여기서 끝이 아니니, 도주하는 군인, 장갑차, 전차, 포 등등을 처리하고 노획하여 자원을 모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신의 설득에 다들 수긍한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로부터 고립된 삼태극의 성격상 자원은 모아둘 수 있을 때 모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삼태극의 간부들은 자원을 위해서 군인들을 공격하는 것을 선택하였다.
‘…이상하군. 나는 왜 이 자의 죽음에 측은함을 느끼고 있는 걸까.’
신은 자신이 죽인 리먼을 향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기묘한 감각에 의아함을 느꼈다.
솔직히 처음엔 도윤의 생각대로 이능력자를 모조리 죽이려 하였지만, 리먼의 간절한 부탁으로 자원이라는 핑계를 대면서까지 추격을 멈추었다.
본래의 역사에선 호탕한 성품의 리먼 덕분에 신이 펜타곤에 쉽게 녹아들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미래의 아내인 셀리를 빼앗기고 외딴 사막에서 죽어버린 브레이브 워리어, 키반과 함께 신의 왼팔과 오른팔로서 활약하게 된다.
진우의 개입으로 서로를 적대하는 운명이 되었으나, 신은 자신에게 예정되었던 미래의 향기를 느꼈던 것인지, 펜타곤을 향해 증오심을 가지고 있는데도 리먼의 필사적인 부탁에 증오심이 가라앉음을 느꼈다.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가 되어야 하는 운명을 가진 리먼의 죽음을 뒤로한 신은 아무리 많아도 계속 필요한 자원을 위해서 연합군을 향해 몸을 날렸다.
“산개한다!”
이제 연합군은 더 이상 위협적인 반격을 할 수 없다 판단한 신은 산개하는 쪽이 더 낫다고 판단하며 명령을 내렸고, 모든 이들은 이리저리 뿔뿔이 흩어지면서 연합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연합군과 삼태극의 전쟁.
초반엔 그 악명 높은 삼태극과 치우를 잡을 뻔 하면서 기세를 올렸으나, 결국 분노로 장난기를 완전히 배제한 진우의 반격에 의해 연합군은 ‘초토화’ 수준의 패배를 맞이하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런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참 판타스띡한 나날을 보냈는데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평온한 나날을 보내게 되니까 참 여유롭구먼.
앞으로 이런 날만 있으면 좋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