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899화 (899/923)

0899 / 0923 ----------------------------------------------

12장

“지금 뭐라고 했지?”

진우는 매그너스를 향해 되물었다.

하린이 대신하여 이벨을 조교하기 위한 기초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진우는 전 세계가 혼란에 빠져 있는 틈을 이용해 여제와 다시 대결을 펼치고자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여제가 보여준 힘은 분명히 예전의 자신보다 월등하게 강한 것은 분명하였고, 지금의 힘으로 그녀를 이길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만반의 준비를 갖춰 나가야만 하였다.

일단 복수는 하긴 했지만, 패배와 자신의 여자들이 죽은 분노로 인해 진우의 정신은 다른 이들이 보기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상태.

그렇기에 아키와 이실리아는 그런 진우의 곁에 머물면서, 그의 정신이 안정되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매그너스가 진우를 찾아와 자신의 소원을 말하였는데, 이게 예상외의 소원이라서 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 한번 되묻고 말았다.

“나를 세계…그러니까 지구의 왕으로 만들어다오.”

“…….”

“…….”

“…….”

다시 한번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진우와 그 주변에 함께 있던 아키와 이실리아조차 잠시 할말을 잃었다.

‘얘가 원래 이렇게 권력을 탐하는 녀석이었나?’

진우는 자신이 사람을 잘 못 본건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매그너스는 자신이 이러한 소원을 가지게 된 이유를 설명하였다.

“진우. 너는 분명히 너를 따르는 이들을 제외하고 모든 지구를 파멸시킬 작정이지?”

삼태극이 전 세계에 좀비 바이러스를 퍼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매그너스는, 삼태극이 보여준 전력과 좀비 바이러스의 시너지 효과로 지구를 멸망케 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는 진우의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지구의 왕으로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이다. 그래야만 최소한 지구가, 그나마 많은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으니까.”

만약, 학살을 멈춰달라고 부탁했다면 진우는 무조건 단칼에 거부하였을 확률이 높다.

매그너스는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런 식의 소원을 통해 그나마 세계가 ‘멸망’ 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지 않게끔 유도한 것이다.

“…….”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기 위해 눈을 감은 진우는, 가까이 있던 아키의 몸을 끌어 안으면서 양 손을 그녀의 배에 포개고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으면서 머리가 맑아지고 차분해지는 냄새와 함께 무언가를 생각하였다.

아마 냉철하게 생각하여 어디까지 복수인지, 어디까지 허용인지 나누기 위함이리라.

아키는 자신의 등에서 느껴지는 진우의 따뜻한 품의 감촉을 느끼며, 팔을 위로 올려 자신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난 후, 진우가 얼굴을 떨어뜨리며 입을 열었다.

“좋다. 단, 나를 배신한 녀석들은 반드시 대가를 치뤄야만 하니, 그 결정을 내린 놈들은 용서 못한다.”

즉, 자신을 배신하는 것을 선택한 이들, 각 국의 수뇌부들을 용서하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미국을 파멸시키고 펜타곤 또한 모두 멸절한다.”

“그건……!”

“다른 놈들은 수뇌부만 죽이면서 용서할 수 있어도, 미국과 펜타곤만큼은 절대로 용서 못해. 게다가 놈들은 자신들이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잖아? 그런 새끼들을 깔아뭉개는 것이 원래 내 목표였으니 이것만큼은 허용 할 수 없다.”

“…….”

미국의 모든 것이 무너지고 펜타곤까지 사라진다면 농담이 아니라 대항해시대 시절의 신대륙처럼 무주공산이 될 것이다.

그것도 좀비 무리가 지배하고 있는.

물론, 캐나다와 멕시코가 있긴 하지만, 과연 그들이 미국 전역의 좀비 무리를 퇴치할지, 아니면 오히려 역으로 좀비들에게 위협받을지 아직 미지수.

그 혼란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을 것인지 상상조차 되지 않지만, 진우는 이 부분만큼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기에 매그너스도 여기까지 한계선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아크로스 녀석들도 모두 파멸시킬 생각이다.”

“그건 상관없다. 어차피 있어봤자 도움도 안될 테니까.”

매그너스와 진우는 아크로스에 대한 부분만큼은 입을 모았다.

만약, 매그너스가 지구의 왕이 되었을 때 가장 불안한 세력은 무조건 아크로스가 된다.

그런 이들을 남겨두면 후환밖에 남지 않으니, 죽일 수 있을 때 최대한 죽여놔야 사람들을 다루기도 쉬워지니까.

“그렇다면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군대도 필요할테고, 행정 관리도 필요하고…….”

매그너스가 지구의 왕이 되면 필요한 것들을 혼잣말 하듯이 중얼거리기 시작한 진우는, 살짝 골치 아프다는 표정이 되더니 다른 이에게 이 문제를 떠넘겼다.

“나중에 페리샤를 불러줄 테니까 같이 의논해라. 어차피 여제를 쓰러뜨린 후에 우주로 나갈 테니까 누가 왕이 되든, 짱을 먹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지.”

중요한 것은 복수만큼은 철저하게 한 이후라는 것.

“후후……. 우습군. 설마 내가 이런 소원을 빌 줄이야.”

대기업 사장에서 시작하여 온갖 고난을 겪은 이후에 마지막에는 지구의 왕이라니.

매그너스는 자신의 인생도 꽤나 판타스틱 하다는 생각에 헛웃음을 지어 보였다.

대기업 사장에서 초인등록법안으로 이능력자들을 제압할 수 있나 싶었지만 실패하였고, 그 이후에 로스차일드 가문의 심계를 깨닫으면서 그들과 적대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남다가 마지막에 와서는 지구의 왕이 되다니.

물론, 진우가 여제를 상대로 승리하여야 가능한 일이지만, 매그너스는 어차피 이렇게 죽든, 저렇게 죽든 상관없었고, 왠지 모르게 진우가 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쨌든 소원은 그걸로 끝이냐?”

“끝이다. 물질적인 소원을 빌어봤자 지구에 살아남은 인간이 나밖에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나.”

‘다는 안 죽일건데.’

진우의 계획이 완성된다면, 처음부터 자신에게 가장 먼저 항복한 투르키스탄, 그리고 용광검의 힘을 유지하기 위해 딱히 터치하지 않고 방생하고 있는 한국인, 그리고 굳이 처리할 가치를 못 느낀 극소수의 인간을 제외한 수준만이 지구에 살아남게 되리라.

삼태극에 의해, 진우에 의해 70억의 인구가 2억 미만으로 뚝 떨어지는 것이다.

어쨌든, 진우는 매그너스의 소원을 받아들였지만, 좀비 바이러스에 의해 공격당하고 있는 이들은 딱히 구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숫자가 너무 많으면 관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더 많은 숫자를 줄이고자 공중전이 가능한 창귀들이 유럽 대륙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져 좀비들과 합세하여 방어 부대를 무너뜨리기 시작하였다.

물론, 매그너스는 정보가 차단되어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이 후, 진우로부터 사정을 들은 페리샤는 매그너스가 삼태극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365일 내내 반란군에 시달릴 테니, 뭔가 색다른 방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자신만의 고찰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일단은 여제를 쓰러뜨려야 앞으로 나아가든 말든 할 수 있기에 그 부분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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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며칠 후.

투타타타타타----!!

“캬아아악!”

“끄케헤에엑!!”

미국…아니, 전 세계가 전역 좀비 바이러스에 의해 시달리고 있었지만, 미국은 가장 심하였다.

예를 들어 유럽 대륙은 가진 땅에 비례하여 적당히 뿌렸는데, 미국만큼은 계속해서 좀비 바이러스를 뿌려대며 그 숫자를 늘려가고 있었다.

“밀리지 마라! 방어 라인을 사수해!!”

생화학 테러를 방어하기 위해 방독면을 착용하고 있는 병사들은 소총과 기관총을 쏴재끼며 좀비들을 거의 학살하다시피 사살하고 있었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도 현대 병기의 힘이라면 오히려 좀비가 되려 몰살 당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런 이들의 주장대로 좀비들이 아무리 빨리 달려와도 기관총의 사선에 들어간 좀비들은 한순간에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콰콰쾅!!

뒤이어 박격포 부대의 지원 사격이 이뤄지면서 좀비들의 후방쪽에 폭발이 일어났고, 앞뒤로 좀비들의 숫자가 조금씩 줄여지자 거리를 가득 채운 좀비 무리에도 공백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병사들의 눈빛은 여전히 긴장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쿵쿵쿵쿵!!

“크어어어어어!!”

“D타입! D타입이 떴다!”

데인져러스의 D를 딴 D타입 좀비.

이능력을 가진 이들이 좀비 바이러스에 걸려서 생겨난 특이형 좀비들로, 신체 강화자들은 온 몸이 거대화되면서 모든 것을 분쇄하며 돌격하는 위험 존재가 된다.

병사들은 모든 화력을 쏟아부어 공격하였지만, D타입 좀비는 총탄을 간단히 튕겨내며 방어선을 향해 달려들었다.

쾅! 콰직!

눈에 거슬리는 모든것들을 짓밟고 쳐내면서 달려오는 거대 좀비. 하지만, 미군들도 이러한 존재들을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

“크하아앗!!”

요란스런 코스튬을 입은 남성이 앞으로 튀어나와 거대 좀비를 향해 주먹을 휘갈겼고, 그 충격을 받은 거대 좀비는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에쉬!”

파파파파팍!!

퍼퍼퍼퍼펑!!

“끄워…어어…….”

정면으로 나선 남자가 누군가의 이름을 외치자, 다섯 발의 화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사되어 거대 좀비의 머리를 꽂으며 폭발하였다.

그 폭발로 인해 거대 좀비는 힘없이 쓰러졌고, 나머지 병사들은 총으로 사살 가능한 좀비들을 처리해 나갔다.

펜타곤의 히어로와 군대와의 협동 작전.

숫자의 힘으로 밀고 나가는 군대가 일반 좀비들을 처리하면, D타입 좀비들은 펜타곤의 히어로들이 처리하는 이러한 협동 작전 덕분에 좀비들의 숫자를 조금씩 처리해 나갈 수 있었다.

물론, 미국의 시민들을 이렇게 죽여야 한다는 것이 뼈아프긴 하지만, 그렇다고 치료법도 개발 못한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두고 보고만 있을 순 없잖은가.

타앙!

꾸웅!

순간, 어디선가 들려온 소리와 함께 뭔가가 떨어진 소리가 울려퍼졌다.

모두가 떨어진 소리의 근원지로 시선을 돌리자, 로빈 훗 분위기가 나는 녹색 옷을 현대적으로 어레인지 한 여성이 미간에 피를 뿌리며, 그리고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표정으로 쓰러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격수다!”

그 모습을 본 병사들이 뒤늦게 적 저격수의 존재를 외쳤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외침이였다.

에쉬라 불린 히어로의 미간에서 대구경 총탄이 솟구쳐 올라오더니, 엄청난 속도로 주변을 휘저으며 병사들과 장교들의 몸에다 구멍을 뚫어나갔다.

“끄악!”

“크흑!”

“저…저걸 막아!!”

몇몇 장교들이 막으라고 소리쳤지만, 사람의 몸에다 구멍을 송송 뚫어놓는 위력의 총탄을 어떻게 막으란 것인가.

D타입 몬스터의 돌격을 막았던 히어로가 어떻게든 총탄을 잡아보려 하였지만, 먼거리에서 염동력으로 휘저어지는 총탄을 막을 수 있을리 전무.

“끼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다른 D타입 몬스터가 존재를 드러냈다.

비대해져서 거대해진 뇌와, 폴터 가이스트 현상처럼 날카로운 물건들을 자신의 몸 주변을 빙빙 돌리며, 자신의 몸 또한 염동력으로 들어올린 채 살아있는 자들을 향해 천천히 날아오는 좀비.

염동력자가 좀비화 된 D타입 좀비였다.

덜컹! 우르르르르----

뒤이어 바닥의 하수구 멘홀뚜껑이 열리면서 몸 여기저기에 내장과 살점, 뼈가 드러난 쥐 때가 모습을 드러냈다.

“으아악!”

“흐악! 으아아아!!”

좀비화된 쥐 무리들은 살아있는 인간들의 살점을 뜯어먹어댔고, 좀비들을 막던 방어 라인이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

“이쪽은 끝이네.”

좀비들이 같은 좀비로 인식하는 특수한 액체를 몸 여기저기에 발라둔 노아는, 좀비들을 걱정할 필요 없이 대구경 저격총으로 화살을 쏘는 히어로를 처리한 후에 적의 방어 라인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하였다.

이제 이 좀비들은 생존자들이 모여있는 대피소로 몰려 가리라.

“모조리 다 뒈져버려라.”

동료를 잃은 상실감, 주인님을 잃을뻔한 공포가 증오로 바뀐 삼태극의 간부들은 요 며칠 사이에 미국 전역에서 좀비들의 진격을 도우면서 피해를 극대화 시켜나갔다.

-노아님. 핵무기 반응을 확인하였습니다. 1분 후에 그 쪽으로 핵무기가 폭발할 예정입니다.-

“후…후후…아하하하하핫!!”

그 때, 마스지드로부터 미국이 자국 영토에 핵무기를 발사하였다는 소식을 듣게 된 노아는 후련하다는 듯이 웃어재꼈다.

감히 자신을, 주인님을 배신한 이들이 조금씩, 그리고 확실하게 파멸하고 있다.

왜 갑자기 여제가 아니라 미국을 공격하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진우의 멘탈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었다.

진우는 자신을 배신한 놈들이 살아있다는 것 자체에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었기에, 여제와 싸우기 전에 미국부터 확실하게 망가뜨리고자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렇게 몇 개의 주를 박살낸 삼태극은, 계속해서 미국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스팟-

노아가 텔레포트 시스템을 통해 지하드로 회피하자, 잠시 후에 공중에서 미사일이 투하되며 거대한 버섯 구름을 만들어냈다.

이로서 또 하나의 주가 무너졌다.

============================ 작품 후기 ============================

이제 완결이 진짜 얼마 안남았다

물론 여제와 이벨 조교씬도 확실하게 마무리 지어야지 ㅎㅎㅎ

이제 곧 나오게 될 엔딩씬을 통해 작가로서 가장 중요한 마무리 능력까지 평가받을 수 있을 테니 긴장좀 되네;;

뭐, 물론 조교씬으로 10편은 넘게 쓸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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