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0화 (90/90)

8. 에필로그

그렇게 아기 토끼끼는 자신을 캄캄한 집에 가두고 홀로 살아갔어요. 어른 토끼끼가 될 때까지 드문드문 외로움이 찾아왔지만, 토끼끼는 바깥세상이 더 두려웠어요.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꽁꽁 걸어 잠근 토끼끼네 집을 두들겼어요.

깜짝 놀란 토끼끼는 문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며 겁에 질렸답니다.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문을 두들기는 소리는 멈췄어요.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토끼끼는 조심히 문에 귀를 갖다 대었어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고 문틈으로 달콤한 향이 솔솔 들어왔어요.

코를 킁킁거린 토끼끼는 발소리와 단내가 멀어지는 걸 알아채고는 고민 끝에 조심스레 문을 열었어요. 겁 많은 토끼끼가 낼 수 있는 용기는 단 한 뼘. 걸쇠가 걸린 문 사이였답니다.

“집에 있었구나!”

한 뼘 열린 문 사이로 다른 토끼끼가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어요.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새로운 토끼끼는 해맑게 웃으며 따뜻하고 달콤한 빵을 문 사이로 내밀었어요.

“나와서 나랑 놀지 않을래?”

복슬복슬 토끼끼는 햇님처럼 반짝였고 아름다웠어요.

처음 보는 사랑스러운 색에 토끼끼는 깜짝 놀라 문을 꽝! 닫고 말았답니다.

“이 빵이 먹고 싶지 않은 거야? 최고급 버터를 사용해, 무척이나 달콤해.”

토끼끼는 문을 열지 않았어요.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 내가 직접 만들었는데 정말 안 먹을 거야?”

토끼끼는 이번에도 문을 열지 않았어요.

바깥이 조용해지고 나서야 토끼끼는 슬며시 문을 열어봤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떠난 줄 알았던 복슬복슬 토끼끼는 맛있는 빵을 들고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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