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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헌터가 되다-4화 (4/149)

리치, 헌터가 되다! 4화

지구(3)

-컹컹!!

“이런 버러지 같은 스켈레톤들이!!”

놀랍게도 헬 나이트는 다른 몬스터들과는 달리 말을 할 줄 알았다.

그런 헬 나이트가 지능을 가진 몬스터답게 수준급의 검술을 뽐내면서 자신에게 달려드는 스켈레톤들을 쳐내며 불같이 화를 냈다.

수준급 검술 그리고 튼튼한 갑주를 갖춰 입은 헬 나이트에게 스켈레톤들은 유의미한 피해를 주지 못하고 하나하나 뼛가루를 날리면서 쓰러져 갔다.

그렇게 헬 나이트가 하나씩 스켈레톤들을 정리해 나갈 때, 헬 나이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인간 하나를 볼 수 있었다.

“저건 또 뭐야? 하찮은 스켈레톤들의 뒤를 이어서 이번에는 하찮은 인간이냐? 후우…… 짜증 나는군.”

자신이 이곳에서 이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헬 나이트는 한숨을 내쉬고는 검을 바로 쥐면서 말했다.

“빨리 처리하고 돌아가자고 케르베로스.”

-컹!

헬 나이트의 말에 그 아래에 있던 케르베로스의 머리들이 컹 하는 소리와 함께 자신에게 달려들던 스켈레톤의 목과 몸통을 단숨에 분리시키고는 자신들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인간에게 빠르게 달려갔다.

“죽어라, 인간!”

그리고 C급 몬스터답게 케르베로스는 엄청난 이동속도를 자랑하면서 건방지게 자신들에게 대적하려는 인간의 앞에 섰다.

그리고 케르베로스들은 자신들의 입을 쩍 벌리면서 그런 인간을 단번에 씹어 먹으려고 했고, 헬 나이트는 자신의 날카로운 검으로 목과 몸통을 분리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의 앞에 선 인간은 보통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 그들에게는 불행이었다.

푸슝!

-캐앵!

앞에 서자마자 날아온 본 애로우가 케르베로스의 앞발을 꿰뚫었다.

자신의 앞발에 꽂힌 본 애로우에 케르베로스가 구슬픈 비명을 내뱉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푸슝! 푸슝! 푸슝!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본 애로우들이 비명을 내지르는 케르베로스의 전신에 날아와 꽂혔다.

거대한 케르베로스의 동체에 수십 발의 본 애로우가 박히는 데에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몇 초에 불과했다.

수십 발의 화살로 인해 몸의 곳곳이 뚫리고도 멀쩡히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건 본 애로우를 쏘아낸 사내, 최진혁의 앞에 있는 케르베로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쿠웅-

케르베로스의 거대한 동체가 쓰러지면서 발생한 충격이 최진혁이 밟고 있는 땅 전체를 울렸다. 그와 함께 케르베로스는 단말마를 내뱉고는 눈을 감았다.

“이…… 이노오옴!!!”

그리고 그의 주인인 헬 나이트는 자신의 기승수의 죽음에 피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의 검을 빼 들고 최진혁에게 달려갔다. 그런 헬 나이트의 모습을 보면서 최진혁이 말했다.

“이제 누가 사냥감일까……? 아아, 그리고 걱정하지 마라. 저기 있는 개와 너는 죽어서도 함께일 테니 말이야.”

나의 충성스러운 부하로서 말이다.

* * *

“케엑…… 쿨럭…….”

땅에 자신의 검을 박고는 피를 토해내는 헬 나이트가 자신의 앞에 선 사내를 텅 빈 눈으로 쳐다보았다.

‘대체…… 이 인간 놈은 대체 뭐냐!’

헬 나이트는 마족이었다. 물론 마족 중에서도 최하급 계층의 마족이었지만 마족은 마족이었다.

인간보다 강한 근력.

인간보다 많은 마나.

인간보다 월등히 많은 수명.

이 모든 것을 가진 게 바로 마족이었다. 하지만 위에 모든 것을 가지고도 헬 나이트는 눈앞의 인간을 이기기는커녕 제대로 된 상처 하나 주지 못했다.

많은 마나의 소모로 약간 혈색이 안 좋아진 것이 전부였다.

그런 최진혁의 모습을 본 헬 나이트는 마지막까지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성공시키지 못했단 사실에 절망하면서 눈을 감았다.

“죽었나?”

온몸에 본 애로우를 박고 선 채로 죽은 헬 나이트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최진혁이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쯧, 역시 쥐꼬리만 한 마나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군.”

본래 여기서 얻은 마석들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 첫 번째 서클을 만들려고 했지만 케르베로스와 헬 나이트 덕분에 다량의 마석을 사용해 버리고 말았기 때문에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최진혁의 입가에는 미소가 맺혀 있었다.

“그래도 수확은 나쁘지 않군.”

눈앞에 있는 헬 나이트는 놀랍게도 마족이었다. 물론 그리 강하고 높은 계급의 마족은 아니지만 마족은 마족.

일반적인 몬스터나 인간보다 월등히 우월한 종족이 마족이었다.

그런 마족으로 언데드를 만든다면 효율이 다른 것들보다 좋은 것은 당연했다.

거기에 헬 나이트와 더불어 멀리 떨어져 있는 케르베로스의 경우에도 살아 있을 적부터 같이 다니던 기승수였다.

저 시체로 본 하운드로 만든다면 다른 것들로 만든 기승수보다 더욱 뛰어난 효율을 지닐 것이 분명했기에 최진혁은 기분이 좋았다.

“후우, 어쩔 수 없이 마석을 몇 개 더 깨야겠군.”

효율이 안 좋지만.

실제로 마법진을 통한 흡수가 아닌 이렇게 깨뜨려서 흡수하는 방식은 극도로 비효율적인 방식이었다.

마석에 담긴 대부분의 마나가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저런 거대한 시체들을 둘이서 끌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최진혁은 곧장 마석들을 깨뜨렸다.

퍼석- 퍼석- 퍼석-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정철식의 얼굴색이 새파래진 것은 덤이었다.

이내 깨진 마석들에서 다량의 마나가 뿜어져 나와 최진혁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그런 마나의 청량함에 최진혁은 또 한 번 탄성을 터뜨리고는 먼저 손을 뻗어 헬 나이트부터 스켈레톤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최진혁의 마나가 헬 나이트의 몸에 깃들자 이내 헬 나이트의 전신에 박힌 본 애로우들이 저절로 뽑혔고, 이내 헬 나이트의 뼈와 살이 분리되었다.

그리고 분리된 뼈의 안와에 붉은 귀화가 맺혔다.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스켈레톤의 앞에 선 최진혁이 턱을 괴고 고민했다.

“흐음…… 워리어라고 이름 붙이기도 나이트라고 이름 붙이기도 애매하군.”

만들어진 스켈레톤의 이름 때문이었다.

최진혁이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스켈레톤의 능력 때문이었다.

마족이라는 베이스 덕분에 더 높은 보정치를 가지고 스켈레톤이 되었지만 선천적으로 낮은 등급(C급) 덕분에 스켈레톤 나이트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약했다.

“뭐, 이름이야 거기서 거기지. 살아생전 헬 나이트라고 불렸으니 특별히 나이트라고 해주마.”

그리 말하면서 최진혁의 나이트의 어깨를 툭툭 치자 나이트가 무릎을 꿇고 충성의 예를 올렸다.

그런 나이트를 뒤로한 채, 최진혁은 멀리서 화살꽂이가 되어 있는 케르베로스에게 향했다.

“충성스러운 기사에겐 좋은 말이 필요한 법이지.”

정확히는 개였지만 말만 한 개였으니 최진혁의 말도 반은 맞았다고 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는 정철식의 표정에는 놀람만이 가득했다.

‘저…… 정말 나랑 같은 인간이 맞긴 한 건가?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정철식은 케르베로스가 스켈레톤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꿈인지 현실인지를 구분하고 싶은 마음에 몰래 주먹으로 얼굴을 쳤을 정도였다.

그렇게 십여 분의 시간이 지나고 성공적으로 케르베로스까지 스켈레톤으로 만든 최진혁이 정철식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최진혁이 갑자기 다가오자 멍하니 구경을 하던 정철식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무…… 뭐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십니까?”

“……안 나갈 건가?”

“아! 나…… 나갑니다! 나가요!”

그제야 최진혁이 무언가를 시키기 위함이 아닌 나가기 위해서 자신에게 다가온 것을 깨달은 정철식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면서 헬 나이트가 죽음과 동시에 생겨난 게이트 앞으로 걸어가서는 게이트로 몸을 던졌다.

정철식이 게이트 안으로 사라지자 최진혁은 마지막으로 던전 안을 스윽 둘러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네 몸은 잘 쓰도록 하지.’

그 생각과 함께 최진혁은 텅 빈 던전에 짧은 목례를 하고는 어느새 본 하운드 위에 타 있는 나이트의 뒤에 올라타며 말했다.

“그럼…… 가보실까.”

그 말과 함께 본 하운드가 힘차게 게이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 * *

퍼엉- 찰칵 찰칵-

그리고 게이트를 나온 최진혁을 반겨준 것은 다름 아니라 카메라의 불빛들과 셔터 소리들이었다.

눈이 아플 정도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에 최진혁이 공격인가 싶어서 나이트에게 명령을 내리려 했지만 이내 원주인의 기억에서 이것들이 카메라와 기자들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그만두었다.

플래시 세례가 좀 잦아들었다 싶으니, 이번에는 기자들이 최진혁에게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최진혁 씨! 정철식 씨의 말에 의하면 혼자서 트랩 던전을 클리어하셨다는데 보스 몬스터가 뭐였습니까?

-현재 가입하신 길드는 있으십니까? 없으시다면 향후 어떤 길드에 들어가실 겁니까?

-지금 옆에 있는 스켈레톤들은 뭡니까? 혹시 소환 마법입니까? 아니면 테이밍 마법?

-최진혁 씨…….

계속해서 쏟아지는 질문들에 결국 최진혁이 인상을 쓰면서 무어라 한마디 하려 할 때, 최진혁의 앞에 누군가가 서서 기자들에게서 그를 가렸다.

“이 이상의 질문들은 모두 컷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최진혁 씨는 막 던전에서 나온지라 불안정한 상태이므로 저희 협회에서 모셔가도록 하겠습니다.”

검은 정장 차림에 허리에는 검을 차고 있는 사내였다.

그리고 말 한 마디로 기자들을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어 버린 사내가 뒤를 돌아 최진혁을 바라보며 상큼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반갑습니다, 최진혁 씨. 대한민국 헌터 협회 소속. S급 헌터 김민식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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