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제6화
현재 보유 중인 골드는 퀘스트로 획득한 17골드뿐이었다. 앞으로 33골드가 더 필요하다.
‘토끼 가죽이 얼마에 팔리냐에 달려 있군.’
골드를 확인한 수혁은 퀘스트를 완료하고 남은 토끼 가죽 1장을 보며 생각했다. 이곳 시작의 마을 ‘오렌’에는 토끼만 존재한다.
늑대라든가 여우라든가 곰이라든가 하는 그 외의 몬스터가 없다. 즉,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토끼가 드랍 하는 아이템을 습득해 판매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이곳 ‘오렌’의 토끼가 드랍 하는 아이템은 토끼 가죽뿐이었다.
끼이익
이내 상점에 도착한 수혁은 인벤토리에서 토끼 가죽을 꺼냈다. 그리고 상점 주인 타라에게 다가가 내밀었다.
“이거 얼마에 구매하시나요?”
타라는 수혁의 말에 고개를 내려 수혁이 내민 토끼 가죽을 보았다. 그리고 난감한 표정으로 다시 수혁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미안.”
“……?”
“한 장은 안 사. 적어도 4장은 가져와야 1골드를 줄 수 있어.”
미안으로 시작된 타라의 말에 의아해하던 수혁은 타라의 말이 끝나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수혁은 내밀었던 토끼 가죽을 인벤토리로 회수했다.
“아, 그렇군요. 4장에 1골드인 거군요.”
그리고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상점에서 나왔다. 상점에서 나온 수혁은 허탈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한 장에 최소 1골드는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못해도 1골드는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혹은 2골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 이상의 가격이면 어떻게 하지? 등의 기대도 했다. 그런데 한 장은 사지 않는다니?
‘4장에 1골드면…….’
수혁은 계산했다.
‘33골드니까.’
필요한 골드는 33골드.
‘4 곱하기 33은…….’
계산을 마친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132장?’
33골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토끼 가죽 132장이 필요했다. 132장은 결코 적은 양이 아니었다. 잡을 때마다 드랍 된다고 하더라도 토끼를 132마리나 잡아야 된다.
‘그래.’
132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에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수혁은 찌푸림을 풀었다.
‘질릴 때까지 해 보자.’
처음 토끼를 잡을 때에는 너무나도 뛰어난 그래픽에 거부감이 들었다. 그러나 두 번째 토끼부터는 진짜 소설 속에 들어 온 것 같아 흥미가 생겼다. 수혁은 흥미가 사라질 때까지 지겹게 사냥을 해보자고 다짐했다.
“아! 스틸하지 말라고!”
“지랄, 스틸은 무슨 나한테 가죽 온 거 보면 모르냐? 내가 선빵 쳤던 건데 지가 스틸해 놓고서 무슨.”
다짐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마을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마을 밖에는 전보다 더욱 많은 유저들이 토끼의 소유권을 놓고 다투고 있었다. 수혁은 그런 유저들을 지나쳐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와, 여기도 많네.’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토끼를 잡았던 곳에 도착한 수혁은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아까만 해도 유저들보다 토끼가 많았는데 지금은 유저가 더 많았다.
물론 마을 입구보다는 덜했지만 최소 132마리를 잡아야 되는 수혁은 경쟁이 없는 곳을 향해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여기에서 하면 되겠다.’
계속해서 걸음을 옮긴 수혁은 유저들의 수가 토끼보다 적어졌을 때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사냥을 시작했다.
* * *
“후아.”
캡슐에서 나온 수혁은 깊게 숨을 내뱉었다.
숨을 내뱉은 수혁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70마리밖에 못 잡다니.’
아쉬움이 가득한 이유, 그것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수혁이 잡은 토끼는 70마리였다. 목표했던 132마리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가죽은 50장.’
문제는 드랍률도 아쉽다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드랍률이 좋지 않았다. 70마리를 잡아 나온 가죽은 50장뿐이었다. 아니, 원래 1장을 가지고 있었으니 49장이라 할 수 있었다.
‘내일은 더 얻을 수 있겠지만.’
오늘이야 여러 퀘스트를 깨다 보니 사냥에 쓴 시간이 많다고 할 수 없었다. 내일은 깰 퀘스트도 없고 온전히 사냥에 시간을 쏟아 부을 수 있다.
‘132장을 모을 수 있으려나.’
하지만 132장을 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수혁은 생각을 하며 컴퓨터 앞으로 다가갔다.
판게아의 공식 홈페이지는 판게아의 오픈 1시간 뒤에 오픈 되었다. 어떤 정보들이 올라왔는지 수혁은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흐음.”
공식 홈페이지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들이 올라와 있었다. 회사뿐만 아니라 유저들이 올린 정보들도 상당했다.
“도서관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네…….”
그러나 도서관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각 도서관마다 필요한 게 다른 건가.”
올라온 정보라고는 도서관을 무작정 이용할 수 없다는 것과 도서관을 이용하는 데 필요한 자격이었다.
“귀족? 대상인? 무슨 조건들이 이래?”
50골드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는 오렌의 도서관과 달리 다른 곳들의 도서관은 높은 신분이 필요했다.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은 없나?”
수혁은 조금 더 검색을 해보았다. 귀족이나 대상인 같은 신분이 없어도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있나 없나 궁금했다.
“오?”
검색을 하던 수혁은 곧 탄성을 내뱉었다.
“여기 괜찮네!”
아예 조건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괜찮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도서관이 있었다.
“마법사로 전직만 하면 이용할 수 있다라.”
바로 직업이 마법사라면 이용이 가능한 도서관이었다.
“마탑?”
어디에 있는 도서관일까 확인한 수혁은 국가에 소속된 도서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웬만한 국가보다 더욱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마법사들의 연합인 마탑, 마탑의 관리에 있는 도서관이었다.
“마탑으로 보내달라고 해야겠다.”
마법사로 전직만 하면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마법사로 전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레벨 10, 지혜 30이 마법사의 전직 조건이었다. 향후 계획을 세운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에서 나와 2층으로 올라왔다.
“이제 곧 자야 되니까…….”
책장을 돌아다니던 수혁은 1시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얇은 책을 꺼냈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책을 읽기 시작했다.
‘10마리만 더 잡고 나올 걸 그랬나.’
책을 읽으며 수혁은 생각했다.
‘응?’
그리고 수혁은 당황했다.
‘이게 뭔 상황이야.’
수혁이 당황한 이유, 그것은 바로 지금의 상황 때문이었다. 수혁은 여태껏 책을 읽을 땐 읽는 데에만 집중했다. 다른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책을 읽고 있음에도 판게아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 정도로 아쉬운 건가.’
생각이 난 이유는 아쉬움 때문이 분명했다. 수혁은 책 읽는 것을 잠시 멈췄다. 그리고 아쉬움에 대해 생각했다.
생각을 통해 아쉬움을 완전히 날린 수혁은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쉬움을 날렸기 때문일까? 별생각이 들지 않았다. 온전히 책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수혁은 책에 빠져들었다.
* * *
“지금 레벨 제일 높은 유저가 누구야?”
양주혁이 장율에게 물었다.
“잠시만요.”
다섯 개의 모니터로 가상현실 게임 ‘판게아’의 주요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장율은 양주혁의 물음에 답하며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리고 한쪽 모니터에 새로운 창이 나타났고 그 창을 본 장율이 이어 말했다.
“‘사냥왕’이라는 유저요. 21렙이네요.”
“뭐? 벌써?”
장율의 답을 듣고 양주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제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오픈을 한 지 며칠이 지난 것도 아니다. 하루, 단 하루만이 지났을 뿐이다. 이제 2일차가 되는데 21레벨이라니?
“테스터예요.”
양주혁의 놀란 목소리에 장율이 말했다.
“아.”
그리고 양주혁은 이해했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다.
“테스터였어?”
판게아는 수많은 테스트 끝에 오픈 되었다. 내부 테스트뿐만 아니라 비밀리에 테스터들을 모집해 테스트를 진행했었다.
“그럼 그렇지. 일반 유저가 21은 무리지.”
테스터라면 21레벨을 찍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
“오렌의 학살자 칭호는 몇이나 받았어?”
양주혁이 재차 물었다. 시작의 마을 ‘오렌’. 오렌의 학살자는 오렌에서만 얻을 수 있는 칭호로 오렌의 유일한 몬스터 토끼를 100마리 잡을 경우 획득할 수 있다.
옵션은 기본 스텟 힘, 민첩, 체력, 지혜를 3씩 증가시켜주는 것으로 초기에 상당히 도움 되는 칭호였다.
“퍼센트로 0.7이요.”
“헐, 그렇게나 많이 받았어?”
장율의 답을 듣고 양주혁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토끼 100마리를 잡아야 얻을 수 있는 칭호였다.
유저들이 적다면 모를까 유저들의 수는 하루가 지난 지금 100만을 돌파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0.7%라니? 그 많은 유저들이 튜토리얼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토끼를 100마리나 잡았다? 믿기 힘들었다.
“네.”
“특수 직업 얻은 유저는? 많아?”
“훈련 기사요? 아니면 테이머요?”
양주혁의 물음에 장율이 반문했다.
7.
오렌에서만 얻을 수 있는 직업은 아니지만 오렌에서도 얻을 수 있는 특수 직업이 있었다. 바로 훈련 기사와 테이머였다.
“둘 다.”
“훈련 기사는 500명, 테이머는 3명요.”
“……생각보다 적네?”
칭호를 획득한 유저가 0.7%라기에 특수 직업을 얻은 유저도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그 수는 매우 적었다.
“조건을 달성하기 전에 내려가 버리니까요.”
“하긴.”
훈련 기사와 테이머의 전직 조건은 상당히 까다로웠다. 훈련 기사의 경우 오렌에 자리 잡고 있는 4개 훈련소를 모두 수료해야 된다. 그래야 훈련 기사 전직 퀘스트를 받을 수 있다.
테이머의 경우 더욱 까다로웠다. 테이머로 전직하기 위해서는 우선 토끼를 빈사 상태로 만들어 5골드에 판매되고 있는 ‘아주 잘 구워진 빵’을 먹여야 한다. 그리고 그 토끼와 함께 다른 토끼를 처치해야 된다. 그래야 테이머 전직 퀘스트가 나타난다.
“그러니 특수 직업이지.”
평범하게 따라 간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특수 직업이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아직 양주혁의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최고 레벨 유저, 칭호를 얻은 유저, 훈련 기사나 테이머 같은 특수 직업을 얻은 유저보다 더욱 궁금한 게 남아 있었다.
“도서관은?”
바로 도서관이었다.
“당연히 없습니다.”
“하긴 첫날이니까.”
“아뇨, 며칠이 지나도 없을 것 같은데요. 오렌의 도서관은.”
오렌의 도서관을 이용한 유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니, 이용할 유저가 없을 것이다. 장율은 확신했다.
‘50골드나 필요한데.’
오렌의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50골드가 필요하다. 그런데 50골드는 오렌에서 아주 큰돈이었다. 그 큰돈을 지불하고 도서관을 이용한다? 말이 안 된다. 그런 유저가 있을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