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제7화
“혹시나 있을 수 있잖아. 무슨 히든 피스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하고.”
양주혁이 말했다.
“있을 수야 있겠죠.”
장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있을 리 없지만 양주혁의 말대로 혹시나 하고 이용하는 유저가 있을 수 있다.
“근데 거기에 있는 히든 피스는 히든 피스라고 할 수 없지 않나요?”
그러나 이용을 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오렌의 도서관에 있는 히든 피스는 히든 피스라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렌의 도서관이 아닌 다른 도서관에서도 얻을 수 있는 히든 피스였다.
“그렇긴 하지. 그 시간에 차라리 레벨을 올리거나 퀘스트를 하는 게 나을 테니까.”
거기다 히든 피스라고 하지만 효율이 너무나 좋지 않았다. 차라리 그 히든 피스를 얻을 시간에 레벨을 올리는 게 더 나을 정도였다.
“근데 그게 후반에 가면 빛을 발하니까.”
물론 초보 때 이야기다. 후반에 가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후반에 가서는 도서관의 히든 피스를 얻은 자와 얻지 않은 자의 차이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때 가서 얻기에는 너무나도 늦고.”
도서관의 히든 피스는 레벨이 높을수록 얻는 것이 힘들다. 저레벨 때 히든 피스를 얻는 게 가장 좋다.
“어?”
바로 그때였다. 장율이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왜 그래?”
양주혁은 장율의 놀란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1등급 직업을 얻은 유저가 나타났습니다!”
“뭐?”
그리고 이어진 장율의 답에 양주혁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템이 평범, 특별, 유물, 영웅, 전설, 신 총 6등급으로 나뉘어져 있듯 특수 직업 역시 등급이 있었다.
바로 1등급부터 6등급이었다. 오렌에서 얻을 수 있는 훈련 기사는 6등급 직업이었고 테이머는 5등급 직업이었다.
6등급 직업은 일반 직업과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5등급부터는 차이가 눈에 보일 정도로 나는 편이었다.
그런데 1등급이라니? 물론 1등급 직업은 좋은 만큼 육성이 힘든 편이었다. 일반 직업이 레벨을 올리는 데 1이 필요하다면 1등급 직업은 100을 필요로 한다.
단순히 경험치를 이야기 하는 게 아니다. 특수 직업의 경우 레벨을 올리는 데에도 스킬을 올리는 데에도 퀘스트를 깨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어떤 직업이야?”
반문을 했던 양주혁은 이어 물었다. 1등급 직업은 하나가 아니다. 꽤나 다양하다. 그중 어떤 1등급 직업이 풀린 것인지 궁금했다.
“파멸의 군주입니다!”
“……휴.”
긴장한 표정으로 답을 기다리던 양주혁은 장율의 답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다행이네.”
파멸의 군주, 1등급 직업답게 좋다. 분명 좋은 직업이었다. 그러나 육성도 힘들 뿐더러 파멸의 군주는 받쳐줄 유저가 필요하다. 홀로 플레이한다면 일반 직업보다 못한 직업이 파멸의 군주였다.
“근데 어떻게 벌써 그 조건을 달성한 거지?”
양주혁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파멸의 군주 전직 퀘스트를 받기 위해서 달성해야 되는 조건이 있다. 그 조건은 결코 첫날에 충족할 수 없었다. 어떻게 그 조건을 달성한 것인지 의아했다.
“그게 조건이 바뀌었습니다.”
“……뭐? 조건이 바뀌어?”
“네, 스승님이 직접 바꾸셨는데요?”
“아…….”
장율의 답에 양주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뭐, 이유가 있으시겠지.”
탄성을 내뱉은 양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끄덕임을 멈춘 뒤 이어 말했다.
“어쨌든 상황 잘 주시해. 메시지 뜨는 대로 보고해 주고. 4등급 이상만. 5, 6등급은 굳이 보고 하지 마.”
“네.”
* * *
삐빅!
알람이 울리자 수혁은 반사적으로 눈을 떴다. 눈을 뜬 수혁은 기지개를 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새해구나.”
침대에서 일어난 수혁은 시계를 보았다. 드디어 해가 바뀌었다. 물론 해가 바뀌었다고 해서 수혁의 생활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중학생이 된 이후 항상 혼자서 새해를 맞이했던 수혁이었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수혁은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30분간의 독서로 정신까지 완전히 차린 수혁은 책을 덮었다.
책을 덮고 부엌에 온 수혁은 냉장고를 열었다.
“라면이나 먹어야겠네.”
그러나 눈에 띄는 반찬이 없었고 수혁은 결국 날계란 하나를 꺼내는 것으로 냉장고에서의 볼일을 끝냈다. 그리고 이어 수혁은 찬장을 열어 라면을 꺼냈다.
그렇게 계란 라면을 끓인 수혁은 라면을 들고 컴퓨터 앞으로 왔다. 잠을 자지 않고 플레이한 이들이 있을 것이다.
수혁은 밤새 어떤 글들이 올라왔을지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지 기대하며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인기글이 모여 있는 베스트 게시판을 클릭했다.
“흐음…….”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인기글은 특수 직업에 관련된 글이었다.
“특수 직업이라…….”
인기글의 내용 전체를 10이라고 한다면 특수 직업에 대한 정보는 1, 자랑이 9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댓글에는 수많은 유저들이 특수 직업을 어떻게 얻었는지 묻고 있었다.
“마법사면 충분하지.”
수혁은 뒤로 가기를 눌렀다. 어차피 수혁은 마법사로 전직할 생각이었다. 특수 직업에 대한 정보는 필요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칭호?”
수혁이 두 번째로 확인한 인기글은 칭호에 대한 글이었다.
제목 : 오렌에서 얻을 수 있는 꿀칭호 알려준다.
캐릭터명 : 파개한다
토끼 100마리 잡으면 오렌의 학살자라는 칭호 받을 수 있다.
힘, 민첩, 체력, 지혜 3씩 올려준다. 꿀칭호 받아가라.
참고로 내려가서 100마리 잡으면 소용없다. 무조건 오렌 토끼만 가능함.
“오?”
글을 확인한 수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조금만 잡으면 얻을 수 있는 건가?”
현재 수혁은 퀘스트 완료 후 70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퀘스트를 위해 5마리를 잡았으니 총 75마리를 잡은 것이고 글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25마리만 잡으면 칭호를 얻을 수 있다.
수혁은 이 글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댓글들을 확인했다. 만약 거짓이라면 반응이 좋지 않을 것이다.
“……음?”
댓글을 확인한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댓글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부정적이었다. 문제는 거짓이라 부정적인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루카 : 100마리 잡을 시간에 내려가서 레벨 업을 하겠다.
-디시카 : 이 글 보고 친구 먼저 보냈다. 근데 내 레벨 9 친구 레벨 15. 슈발럼아.
-이시드 : 님들 이 글 사실입니다. 그런데 안 하는 게 좋습니다. 비효율 갑입니다.
-목도리도마뱀 : 칭호 땄다. 언젠가는 이 칭호가 빛을 발하는 날이 오겠지?
칭호 자체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댓글이 부정적이었다. 총 댓글을 10이라 한다면 긍정적 댓글이 1, 부정적 댓글이 9였다. 1:9라는 압도적인 비율.
“뭐 상관없지.”
수혁은 뒤로 가기를 눌렀다. 수혁에게 중요한건 효율이 아니었다. 어차피 토끼를 잡아야 되는 수혁이었다.
“별거 없네.”
이후 다른 인기글들을 확인했지만 크게 관심이 가는 정보는 없었다. 때마침 라면을 다 먹은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설거지 등의 접속 준비를 한 뒤 곧장 ‘판게아’에 접속했다.
‘응?’
접속하자마자 주변을 확인한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 어디 갔지?’
유저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로그아웃하기 전만 하더라도 몇몇 유저들이 열심히 토끼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다 어디 갔단 말인가?
의아해하던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수혁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끊임없이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우선 캐릭터 창을 열었다.
레벨 : 6
경험치 : 1%
생명력 : 1860
마나 : 200
포만감 : 85%
힘 : 11
민첩 : 12
체력 : 35
지혜 : 10
“이제부터 보너스 스텟은 쭉 모으고.”
마법사로 전직하기 위해서는 10레벨과 30의 지혜가 필요하다. 현재 수혁이 10레벨에 지혜 3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받을 보너스 스텟을 전부 모아야 한다. 칭호를 생각한다고 해도 3의 여유가 있을 뿐이다.
“포만감은 문제없고.”
포만감은 85%로 문제없었다. 수혁은 캐릭터 창을 닫고 이어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훈련 교관에게 받았던 검을 꺼내 토끼를 향해 휘두르기 시작했다.
8.
스걱!
‘역시.’
토끼를 향해 검을 휘두르며 수혁은 생각했다. 어제도 느낀 것이지만 훈련 교관에게 선물 받은 검은 훈련용 검과 차원이 달랐다. 몽둥이 같았던 훈련용 검과 달리 선물 받은 검은 진짜 검다웠다.
스걱!
세 번 혹은 네 번 공격해야 죽었던 토끼가 두 번 만에 죽을 정도니 말이 필요 없었다.
[오렌의 토끼를 100마리 잡으셨습니다.]
[칭호 : 오렌의 학살자를 획득합니다.]
[칭호 정보는 캐릭터 창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토끼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경험치를 올리고 토끼 가죽을 수집하던 수혁은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칭호 ‘오렌의 학살자’를 획득했다는 메시지였다. 수혁은 다시 캐릭터 창을 열었다. 그리고 칭호가 생김으로 활성화된 칭호 버튼을 클릭했다.
-오렌의 학살자 (힘, 민첩, 체력, 지혜 +3)
그러자 칭호 창이 나타났다. 칭호 창에 자리 잡은 ‘오렌의 학살자’를 확인한 수혁은 칭호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어 캐릭터 창을 닫은 뒤 다시 사냥에 집중했다.
‘앞으로 52장.’
25마리를 잡아 토끼 가죽 20장을 얻었다. 그러나 어제 구한 가죽과 합쳐 봤자 목표인 132장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52장을 더 모아야 된다.
‘70마리 조금 넘게 잡으면 되겠지.’
70마리를 잡아 49장의 토끼 가죽을 얻었다. 앞으로 70마리 정도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 * *
‘제발 나와라!’
수혁은 토끼를 향해 검을 휘두르며 생각했다.
스걱
검에 베인 토끼는 그대로 쓰러졌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이어 드랍 창이 나타났고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끝!”
드랍 창에는 토끼 가죽이 있었다. 드디어 목표했던 132장을 달성했다. 수혁은 습득을 누른 후 캐릭터 창을 열었다.
레벨 : 8
경험치 : 51%
생명력 : 2040
마나 : 260
포만감 : 61%
힘 : 14
민첩 : 15
체력 : 38
지혜 : 13
보너스 스텟 : 10
현재 레벨은 8.
“흐음…….”
레벨을 보며 수혁은 침음을 내뱉었다.
“역시 10레벨은 무리였나.”
토끼는 저레벨 몬스터였다. 1레벨 유저들도 잡을 수 있는 초보들의 몬스터였다. 그런 토끼로 레벨 업을 하는 건 역시나 한계가 있었다.
“2레벨은 내려가서 올려야겠네.”
물론 조금이긴 하지만 경험치가 오르긴 한다. 토끼를 잡다 보면 언젠가는 10레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태껏 수많은 토끼를 잡았다. 지겹도록 잡았다. 더 이상 수혁은 사냥을 하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