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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읽는자-8화 (8/553)

# 8

제8화

거기다 토끼를 잡아 10레벨을 찍는 것보다 내려가서 다른 몬스터들을 잡는 게 더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드디어 도서관이다.’

수혁은 캐릭터 창을 닫으며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토끼 가죽 132장을 모았다. 이제 가죽을 판매하면 보유하고 있는 골드를 포함해 도서관 출입증을 구매할 수 있는 50골드가 모인다.

어서 토끼 가죽을 처분하고 도서관에 가고 싶었다. 수혁은 마을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진심 이렇게 스틸하는데 어떻게 칭호를 따라는 거지?”

“칭호 따려는 분은 좀 멀리 가세요. 그러면 무난하게 땀.”

수혁은 곧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혁이 사냥했던 곳과 달리 마을 입구에는 여전히 수많은 유저들이 아옹다옹하고 있었다. 그런 유저들을 지나쳐 마을 안으로 들어온 수혁은 곧장 상점으로 향했다.

끼이익

“어서 오세요.”

상점의 문을 열자마자 상점주인 타라가 반겼다.

“안녕하세요.”

수혁은 타라의 반김에 인사하며 다가갔다. 그리고 도착과 동시에 인벤토리를 열어 토끼 가죽을 꺼내기 시작했다.

“……!”

수혁이 꺼내는 토끼 가죽을 보는 타라의 표정에는 놀람이 가득했다. 132장은 타라의 입장에서도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와, 저 유저 봐.”

“저거 다 토끼 가죽 아니야?”

“몇 마리나 잡은 거지?”

놀란 것은 타라만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다른 아이템들을 구경하던 몇몇 유저들도 수혁이 꺼낸 토끼 가죽을 보고 웅성이기 시작했다.

“전부 팔겠습니다.”

유저들의 웅성거림을 들으며 토끼 가죽을 전부 꺼낸 수혁은 타라에게 말했다.

“자, 잠시만.”

타라는 당황스런 목소리로 수혁에게 말하며 토끼 가죽의 수를 세기 시작했다. 수를 세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이내 타라가 입을 열었다.

“132장이네, 35골드 줄게.”

‘응? 33골드 아닌가?’

수혁은 타라의 말이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토끼 가죽은 4장당 1골드였다. 즉, 132장은 33골드다. 그런데 2골드가 더 많았다.

‘서비스인가?’

많이 팔아서 더 쳐주는 것일까? 그런 수혁의 의아함을 눈치 챈 것인지 타라가 이어 말했다.

“2골드는 서비스야. 이렇게 많이 가져왔는데 조금은 더 줘야지.”

역시나 서비스였다.

“감사합니다.”

수혁은 감사 인사와 함께 토끼 가죽을 판매했다. 그리고 수혁은 곧 35골드가 담긴 주머니를 받을 수 있었다.

‘……흐.’

인벤토리에 주머니를 넣자마자 골드가 올랐다. 정확히 35골드가 올라 현재 수혁의 골드는 52골드가 되었다. 52골드라는 거금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2골드는 빵을 사자.’

가만히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포만감은 떨어진다. 2골드로 빵을 사서 포만감에 대비하기로 결정한 수혁은 상점에서 나왔다.

‘빵집이…….’

상점에서 나온 수혁은 바로 도서관에 가지 않았다. 도서관은 최종 목적지였다. 그 전에 빵집에 들려 빵을 살 생각이었다. 수혁은 가이드북을 꺼내 지도를 확인했다. 그리고 빵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와, 냄새 좋다.’

빵집에 가까워질수록 식욕을 돋우는 냄새가 짙어졌다. 지도와 냄새를 따라 걸음을 옮긴 수혁은 곧 빵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거 살게요.”

“부드러운 빵 3개군요! 1골드 입니다!”

이미 빵집에는 빵을 사기 위해 몇몇 유저들이 줄을 서 있었다. 수혁 역시 줄을 서기 위해 빵집 내부를 돌아다니며 빵과 빵의 가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딱딱한 빵도 파네?’

빵집에는 수많은 빵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퀘스트 보상으로 받았던 딱딱한 빵 역시 있었다.

돌이 떠오를 정도로 단단한 식감의 빵이라 그런 것일까? 1골드로 살 수 있는 딱딱한 빵의 수는 어마어마했다.

‘10개에 1골드?’

무려 10개였다. 1골드만 지불하면 10개를 살 수 있다.

‘…….’

수혁은 잠시 고민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골드는 2골드였다. 2골드면 딱딱한 빵 20개를 살 수 있고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아니야, 그래도…….’

잠시 고민하던 수혁은 딱딱한 빵에서 시선을 돌렸다. 아무리 포만감만 채우면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조금 먹기 수월한 것을 먹고 싶었다. 맛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는,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빵을 먹고 싶었다.

‘부드러운 빵이라.’

딱딱한 빵 옆에 있는 빵은 부드러운 빵이었다. 확실히 빵다운 빵이었지만 수혁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1골드에 3개?’

부드러운 빵의 경우 1골드에 3개를 살 수 있었다. 1골드로 10개를 살 수 있는 딱딱한 빵과 너무나 차이 났다. 수혁은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며 다른 빵들을 확인했다.

‘…….’

그리고 모든 빵을 확인한 수혁은 어느새 딱딱한 빵 앞에 돌아와 있었다.

‘하…….’

딱딱한 빵을 보며 수혁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돈이 문제야. 돈이.’

다른 빵들을 확인했다. 살 수 있는 빵 종류는 총 다섯 가지. 그러나 포만감이 목적인 수혁에게 딱딱한 빵만 한 빵이 없었다. 딱딱한 빵 다음으로 괜찮은 빵이 부드러운 빵인데 부드러운 빵 역시 1골드에 3개로 딱딱한 빵과 어마어마한 차이가 난다.

스윽

결국 수혁은 빵집에 비치되어 있던 바구니에 딱딱한 빵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20개의 딱딱한 빵을 바구니에 넣은 수혁은 줄을 섰다. 수혁의 앞에 있던 유저나 빵을 사고 빵집에서 나가던 유저들이 수혁의 바구니를 보고 흠칫흠칫 놀랐다.

‘딱딱한 빵을 사?’

‘아니, 왜 저렇게 많이 사지? 저 돌덩어리를?’

유저들이 흠칫한 이유는 당연히 딱딱한 빵 때문이었다.

“저…….”

어떤 유저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수혁에게 물었다.

“그건 왜 사시는 거예요?”

“포만감 때문에요.”

“아, 제 것도 드릴까요?”

“네?”

질문에 답하던 수혁은 예상치 못한 유저의 말에 반문했다. 그리고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주시면 감사하죠.”

도서관에 책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다 읽는 데 필요한 시간은 어마어마할 것이고 빵 20개로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포만감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빵을 준다니 당연히 받아야 된다. 그것이 딱딱한 빵이라도 말이다.

“여기요.”

수혁의 답에 유저는 인벤토리를 열어 딱딱한 빵 6개를 꺼내 수혁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빵을 받아 인벤토리에 넣은 수혁은 유저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즐판 하세요.”

“옙! 즐판 하세요!”

그렇게 수혁에게 빵을 준 유저는 빵집에서 나갔다.

“저도 드리겠습니다.”

“저도요!”

“여기 있습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빵을 사고 빵집에서 나가던 유저들이 수혁에게 인벤토리에 있던 딱딱한 빵을 건네기 시작했다. 수혁은 빵을 받으며 생각했다.

‘좋긴 한데 뭔가…….’

인벤토리에 차곡차곡 쌓이는 딱딱한 빵을 보니 마음이 편했다. 그런데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었다.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내 수혁의 차례가 되었다.

“……많이 받으신 것 같은데.”

그리고 수혁이 들고 있는 바구니와 앞서 상황을 전부 지켜보고 있던 빵집 주인 카라는 당황스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9.

“진짜 사실 겁니까?”

딱딱한 빵을 진열하긴 했지만 팔릴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진열대를 채우기 위해 진열해 놓았을 뿐이었다.

“네, 제가 여유가 없어서요. 20개인데 2골드 맞죠?”

“예, 맞습니다.”

“여기요.”

수혁은 2골드를 건네고 딱딱한 빵 20개를 구매했다.

“안녕히 계세요.”

빵을 구매한 수혁은 빵집에서 나가기 위해 뒤로 돌아섰다.

“잠시만요!”

바로 그때였다.

빵집 주인 카라가 수혁을 멈춰 세웠다.

“……?”

수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뒤로 돌아 카라를 보았고 카운터에 있던 카라가 카운터에서 나와 진열대로 다가갔다.

‘뭐 하는 거지?’

진열대로 다가간 카라는 진열되어 있던 딱딱한 빵과 그 옆에 있던 부드러운 빵 몇 개를 집어 수혁에게 다가왔다.

“드리겠습니다.”

“……!”

빵을 집는 것을 보고 설마 했던 수혁은 자신의 생각대로 카라가 빵을 내밀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야?’

갑자기 왜 빵을 준단 말인가?

“감사합니다.”

일단 수혁은 감사를 표하며 빵을 받아 인벤토리에 넣었다. 준다는데 받지 않을 수혁이 아니었다.

‘왜 준 거지?’

빵을 받은 수혁은 생각했다. 왜 카라가 빵을 준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까지 팔리지 않으면 버릴 생각이었습니다. 부담 갖지 말아 주세요.”

카라가 수혁에게 말했다. 수혁은 카라의 말에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불쌍해 보이나?’

아무래도 불쌍해 보이는 것 같았다. 하기야 웬만해선 먹지 않을 딱딱한 빵을 무지막지하게 샀으니 불쌍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수혁은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하고 빵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딱딱한 빵이 몇 개나 있는지 확인했다.

원래 가지고 있던 것과 방금 전 유저들에게 받은 것 그리고 구매한 것과 카라에게 받은 것을 합쳐 딱딱한 빵은 112개가 있었다.

“112개면 엄청 버틸 수 있겠는데.”

112개면 정말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예상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부드러운 빵도 6개나 줬네?”

카라는 딱딱한 빵만 준 게 아니었다. 부드러운 빵도 줬다.

“정 못 먹겠을 때 하나씩 먹어야겠다.”

부드러운 빵은 딱딱한 빵과 얼마나 차이가 날지 궁금했다. 하지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먹을 생각은 없었다.

도저히 딱딱한 빵이 넘어가지 않을 때 그때 하나씩 먹기로 결정을 내린 수혁은 인벤토리를 닫았다.

이제 포만감을 해결해 줄 빵도 넉넉히 챙겼으니 최종 목적지인 도서관에 갈 차례였다.

저벅!

빵집에서 나와 계속해서 걸음을 옮긴 수혁은 곧 최종 목적지인 도서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잠시 걸음을 멈춰 도서관을 바라보는 수혁의 표정에는 기대가 가득했다.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도서관을 바라보던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갔다.

“누구십니까?”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입구를 지키고 있던 도서관 사서 케잔이 물었다. 수혁은 케잔의 물음에 답했다.

“도서관을 이용하고 싶어 왔습니다.”

“출입증 좀 주시겠습니까?”

케잔이 손을 내밀었다.

“출입증이 없어 구매하려고 합니다.”

수혁은 케잔이 손을 내밀자 인벤토리를 열며 말했다.

“아, 그러시군요.”

손을 내밀었던 케잔은 수혁의 말에 짧게 탄성을 내뱉으며 손을 회수했다.

“50골드 맞죠?”

“예, 맞습니다.”

수혁은 인벤토리에서 50골드를 꺼냈고 50골드를 본 케잔은 수혁에게 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수혁입니다.”

“수혁 님…….”

케잔은 수혁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출입증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요.”

그사이 수혁은 50골드를 내밀었고 케잔이 답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무래도 출입증을 만드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는 듯했다.

“다 됐습니다!”

이내 출입증이 완성되었고 케잔이 출입증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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