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14화 (14/553)

# 14

제14화

‘흐.’

처음 도서관을 왔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니 무언가 뿌듯했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던 수혁은 빵을 전부 먹고 시간을 확인했다.

‘로그아웃 해야겠네.’

로그아웃을 해야 될 시간이었다.

‘마탑은 내일 가자.’

정해 놓은 시간에 무조건 로그아웃을 해야 되는 건 아니다.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그건 수혁 스스로가 정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급한 일도 아닌데 자신과의 약속을 깨고 싶지는 않았다. 거기다가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오렌이다.

캐릭터를 삭제하고 재생성을 하지 않는 이상 오렌의 땅을 밟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지막인 만큼 수혁은 차근차근 오렌을 둘러보고 마탑으로 갈 생각이었다.

스아악

수혁은 로그아웃 후 캡슐에서 나왔다. 캡슐에서 나온 수혁은 우선 오랜 접속으로 인해 생겨난 뻐근함을 풀기 위해 스트레칭을 했다.

스트레칭 이후 수혁은 컴퓨터를 켜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부모님에게 온 문자와 연중에게 온 문자가 있었다.

“오늘은 못 들어오시는구나.”

문자가 온 시간은 달랐지만 내용은 같았다. 부모님의 문자를 확인한 수혁은 이어 연중의 문자를 확인했다.

연중

- 끝났냐?

문자의 내용은 단순했다. 수혁은 문자를 보고 연중에게 전화를 걸었다.

“게임 중인가?”

그러나 연중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무래도 게임 중인 것 같았다. 수혁은 연중에게 문자를 남긴 후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사이 부팅된 컴퓨터 앞에 앉아 판게아의 공식 홈페이지를 들어갔다. 그간 어떤 일들이 있었나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별일 없었네.”

인기 게시판들을 돌아다녔으나 관심이 가는 정보가 없었다.

“공지사항은…….”

수혁은 마지막으로 공지사항을 확인했다.

“없고.”

역시나 공지사항도 올라오지 않았다. 공지사항도 없고 더 이상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게 없어진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3층으로 향했다. 운동을 할 시간이었다.

* * *

띠리리릭!

알람이 울림과 동시에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능숙하게 침대에서 내려와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부모님과 연중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수혁은 어제와 똑같이 부모님의 문자를 확인했다.

“……?”

문자를 확인한 수혁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

여행을 가자는 내용 때문이었다. 물론 여행이라는 단어에 의아해한 것은 아니었다. 수혁이 의아해한 것은 바로 여행의 목적지 때문이었다.

아버지

- 조만간 판게아로 여행 한 번 가자!

어머니

- 아빠가 얘기했을지 모르겠네? 오전 10시에 캡슐 설치 기사 갈 거야! 설치 위치는 거실!

‘판게아에서?’

여행의 목적지는 판게아였다.

‘판게아를 하셨나?’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아니지, 캡슐이 온다는 거 보니 이제 시작하시는 건가.’

수혁은 답장을 보내고 연중의 문자를 확인했다.

연중

- 드디어 끝났네! 그러면 마탑에서 몇 시에 볼까? 문자 남겨놔. 나 참고로 10시 정도에 일어나서 12시에 접속한다.

문자를 본 수혁은 생각했다.

‘설치 기사가 10시에 온다고 했지?’

어머니의 문자를 보면 캡슐 설치 기사가 오는 시간은 오전 10시였다. 그리고 연중이 일어나는 시간도 10시였다.

딱 좋았다. 오랜만에 연중과 통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수혁은 연중에게 문자를 보내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지금 시간이…….’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8시라.’

현재 시간은 8시, 캡슐 설치 기사와 연중이 일어나는 10시까지 2시간이 남아 있었다. 수혁은 2시간 동안 무엇을 할까 생각했다.

‘접속은 조금 그렇고.’

잠시 접속을 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설치 기사에게 연락이 올 수도 있고 연중에게 연락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접속은 제외했다.

‘운동을 지금 하자.’

생각 끝에 수혁은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작은 헬스장인 3층으로 올라갔다.

* * *

“설치 끝났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캡슐 설치를 끝낸 설치 기사가 수혁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혹시나 문제가 생기면 이쪽으로 연락 주십쇼! 바로 달려오겠습니다!”

수혁의 말에 설치 기사는 미소를 지으며 명함을 내밀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설치 기사는 수혁이 명함을 받자 다시 한 번 인사하며 집에서 나갔다. 그렇게 설치 기사가 나가고 수혁은 방으로 돌아왔다.

“1시에 보자고 했으니까.”

이미 연중과의 통화는 끝이 났다.

“2시간이면 충분하겠지.”

약속 시간은 1시였다. 현재 시간은 11시, 약속 시간까지 2시간이 남아 있었다. 2시간이면 충분히 약속 장소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수혁은 바로 캡슐로 들어가 ‘판게아’에 접속했다.

스아악

어두웠던 주변 광경이 로그아웃을 했던 도서관으로 변했다. 수혁은 다시 한 번 도서관 내부를 둘러보았다. 아주 익숙한 풍경이었다.

이제 이 익숙한 풍경과도 안녕이다. 아쉬움, 그리움, 뿌듯함 등 각종 감정이 섞인 눈빛으로 내부를 둘러 본 수혁은 뒤로 돌아섰다.

“여기 있습니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케잔은 수혁이 나오자 받아두었던 출입증을 내밀었다. 수혁은 출입증을 받으며 생각했다.

‘이제 이 출입증도…….’

더 이상 쓸 일이 없다. 하지만 추억이 담겨 있는 아이템이었다.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어 가장 밑쪽에 출입증을 보관했다.

“안녕히 계세요.”

수혁은 인벤토리를 닫고 케잔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나왔다. 도서관에서 나온 수혁은 방향을 잡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야…….’

걸음을 옮기며 주변 건물들을 구경하던 수혁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판게아를 시작한 지 2달이 넘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냈고 모든 관심이 도서관에 가 있던 수혁이었다.

마을 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구경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건물이 상당히 멋스러웠다. 마치 판타지 소설에 나온 마을로 여행을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 가자.’

그렇게 1시간을 투자해 마을 구경을 끝낸 수혁은 중앙 광장으로 향했다. 약속 시간도 그렇고 이제 마탑으로 갈 때가 되었다.

“훈련 기사 할 거냐?”

“아니, 훈련 기사가 개쩌는 직업도 아니고 한번 특수 직업으로 전직하면 다른 특수 직업으로 전직 불가능하잖아.”

“그럼?”

“그냥 전사해서 광전사 트리 타려고.”

“하긴, 광전사면 훈련 기사랑 거의 비슷하니까.”

“오히려 광전사가 낫지. 육성 시간 생각해보면 훨씬! 내가 무슨 24시간 게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경험치를 언제 올려?”

“고럼고럼.”

“너는? 훈련 기사 할 거냐?”

“아니, 나도 광전사 할 생각이야.”

중앙 광장으로 향하며 수혁은 앞에서 걷고 있는 유저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훈련 기사의 인식이 이 정도로 떨어졌나?’

특수 직업 ‘훈련 기사’. 수혁 역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인식이 떨어졌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하긴 육성도 힘들고 힘든 만큼 차이가 나는 게 아니니까.’

생각을 해 보니 인식이 좋지 않은 게 이해가 갔다. 훈련 기사는 특수 직업이라 일반 직업에 비해 육성이 힘들다.

그렇다고 일반 직업과 비교해 특출 나게 좋은 것도 아니었다. 육성은 힘든데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니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그렇게 주변 유저들의 대화를 귀담아 들으며 걸음을 옮기던 수혁은 목적지인 중앙 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앙 광장에 도착한 수혁은 오렌에서 원하는 곳으로 워프를 시켜 주는 NPC 코드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좀 기다려야겠는데…….’

코드라에게 다가가며 수혁은 생각했다. 이미 많은 유저들이 줄을 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혁은 줄을 선 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늦지는 않겠지?’

약속 시간은 1시였다. 12시까지 마을 관광을 했으며 중앙 광장에 오느라 10분을 허비해 남은 시간은 50분뿐이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니 조금 불안했다.

“다음! 다음! 다음!”

그러나 빠르게 줄어드는 줄을 보며 수혁은 안도할 수 있었다.

‘늦지는 않겠어.’

다행히도 약속에 늦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다음!”

이내 수혁의 차례가 되었고 수혁은 자신을 바라보는 코드라에게 말했다.

“마탑으로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코드라는 수혁의 말에 답하며 허공에 지팡이를 휘둘렀다.

[마법사들의 연합, 마탑으로 워프 합니다.]

그러자 메시지와 함께 수혁의 발밑에 작은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리고 곧장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공간의 일그러짐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 일그러짐이 복구되기 시작했고 수혁은 복구되는 공간을 보며 생각했다.

‘어디려나?’

워프 장소는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마탑에는 워프 장소가 여럿 있다. 여러 워프 장소 중 한 곳으로 보내주는 것이다.

‘2광장이면 좋겠는데.’

수혁은 원하는 장소가 있었다. 바로 약속 장소와 가까운 제2광장이었다. 2광장이라면 금방 약속 장소에 도착할 수 있다. 20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스악

“마나 포션 팝니다! 효과 괜찮아요! 지혜까지 올라가요! 한번 보고 가세요!”

“퀘스트 같이 깨실 분!”

“지혜 5 올려주는 로브 팝니다! 빨강, 파랑, 초록 각각 1개씩 있어요!”

“스킬북 팝니다! 아이스 볼, 슬로우, 파이어 스피어 있습니다!”

일그러졌던 공간이 완벽히 복구되었다. 그리고 수혁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여러 사람들의 외침을 들을 수 있었다.

‘어디지?’

수혁은 우선 이곳이 어디인지 확인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을 둘러본 수혁은 곧 게시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게시판에는 이곳이 어디인지 쓰여 있었다.

“…….”

그리고 게시판을 본 수혁은 말없이 미간을 찌푸렸다.

16.

-제3광장

수혁이 도착한 곳은 3광장이었다.

‘하필이면.’

여러 워프 장소 중 가장 원치 않았던 곳이었다. 그 이유는 약속 장소에서 가장 멀기 때문이었다.

‘촉박하려나?’

약속 장소인 중앙 마탑 남쪽 입구와 3광장의 거리는 조금 긴 편이었다. 직접 가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남은 시간은 40분.

‘늦지는 않겠지.’

제일 먼 3광장이지만 40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수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제 포기하자.”

“성공하면 대박이잖아!”

“새꺄, 지금 3번이나 죽었어. 페널티 어쩔래?”

“보상만 받으면 페널티는 문제없어! 거기다가 지금 포기하면 여태껏 받은 페널티는? 아깝잖아.”

“그래, 네 말대로 보상만 받으면 페널티는 문제없지. 충분히 페널티를 메우고도 남을 정도의 보상이니까. 그리고 여태 받은 페널티가 상당히 아깝긴 해. 그런데 통과하기가 존나 힘들잖아. 이 새끼야.”

“그래도 거의 다 갔잖아. 조금만 더 가면 보상이라고!”

“하, 알았다. 앞으로 딱 두 번이다. 두 번 도전했는데 안 되면 난 절대 트리플 안 가, 더블도 안 가, 단일로 갈 거야.”

“응!”

유저들의 대화를 들으며 수혁은 생각했다.

‘통과? 시험 같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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