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제15화
궁금했지만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궁금한 건 아니었다. 수혁은 계속해서 유저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며 약속 장소인 중앙 마탑 남쪽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12시 57분!’
약속 장소에 도착한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약속 시간인 1시까지 3분이 남아 있었다. 수혁은 늦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며 생각했다.
‘괜히 여기로 잡았나?’
약속 장소를 괜히 남쪽 입구로 잡은 것 같았다.
웅성웅성
그도 그럴 것이 남쪽 입구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과연 이곳에서 연중을 찾을 수 있을까?
바로 그때였다.
“수혁아!”
수혁은 귓가에 들려오는 외침에 뒤로 돌아섰다. 이곳에서 수혁이란 단어를 내뱉을 만한 이는 한 명뿐이었다.
“수혁아!”
뒤로 돌아섰지만 수혁은 외침의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연중을 볼 수 없었다. 또다시 외침만을 들을 수 있었다.
“어디 있니! 수혁아!”
수혁은 사람들을 지나쳐 외침이 들려오는 곳으로 다가갔다. 다가가는 사이에도 외침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리고 수혁은 곧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쉴 새 없이 자신을 부르는 사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짙은 검은색의 갑옷으로 전신을 무장한 사내였다.
‘연중이겠지?’
투구에 의해 얼굴도 가려져 있어 연중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연중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아니, 확인만 하지 못했을 뿐 연중이 분명했다. 수혁은 사내에게 다가갔다.
“수…….”
수혁이 다가오자 사내는 외침을 멈췄다.
“왔구나!”
역시나 사내는 연중이었다.
“일단 친구 추가부터!”
연중은 투구를 벗으며 말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의 앞에 창이 나타났다. 친구 요청 창이었다. 수혁은 확인을 눌렀고 이어 친구가 되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여기.”
친구 추가를 끝낸 이후 연중이 손을 내밀었다. 수혁은 연중이 내민 손에 쥐어져 있는 주머니를 볼 수 있었다.
“뭐야?”
주머니를 본 수혁은 연중에게 물었다.
“지원금!”
연중은 수혁의 물음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주머니에 들어 있는 것은 바로 지원금, 골드였다.
“고맙다.”
수혁은 연중에게 주머니를 받아 정보를 확인했다. 골드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
그리고 정보를 확인한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200골드?’
주머니에 들어 있는 골드는 무려 200골드였다.
“이렇게 많이 줘도 돼?”
수혁은 놀란 표정으로 연중에게 말했다. 200골드라니? 어마어마한 금액이 아닌가?
“이 정도야 뭐.”
연중은 수혁의 말에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며 답했다.
“나, 준랭커야. 이 녀석아.”
랭킹 200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연중이었다. 연중에게 200골드는 그리 부담되는 금액이 아니었다.
“일단 그걸로.”
연중은 수혁에게 200골드를 어떻게 쓸지 설명해 주었다.
“방어구부터 사. 괜찮은 걸로 사는 게 좋을 거야. 너도 알다시피 초반에는 방어구가 상당히 중요하니까.”
초반에는 무기도 중요하지만 방어구의 중요성이 더욱 컸다. 제대로 된 파티가 짜이지 않아 홀로 행동해야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이곳은 마탑, 마법사들만 넘쳐나는 곳이었다.
“무기는 절대 사지 말고.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너한테는 돈 낭비야.”
이어 연중이 말했다. 방어구만큼은 아니지만 무기 역시 중요했다. 하지만 수혁이 무기를 사는 것은 낭비나 다름없다고 연중은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혁은 마법사가 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마법사는 지혜 스텟이 공격력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친다.
수혁의 지혜는 말이 안 될 정도다. 레벨 8의 지혜라고 할 수 없다. 어마어마한 지혜를 가지고 있는 수혁에게 무기는 중요하지 않다.
무기를 사나 사지 않나 같기 때문이다. 지금 무기를 사 봤자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래 쓸 것도 아니다. 차라리 빠르게 레벨을 올려 괜찮고 오래 쓸 무기를 구매하는 것이 나았다.
“아니다. 방어구도 사지 마.”
말을 이어나가던 연중은 처음 했던 말을 부정했다.
“생각해보니까 방어구도 지금 살 필요가 없네. 다 한 방일 텐데.”
무기와 마찬가지로 방어구도 살 필요가 없었다. 무기를 사지 않는 것은 무기를 쓰나 안 쓰나 전부 한 방이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한 방이다. 공격 받을 가능성이 적었다. 0에 가까웠다. 그런데 굳이 방어구를 살 필요는 없었다. 거기다 지금 레벨에서 착용이 가능한 방어구는 무기와 마찬가지로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응.”
연중의 말에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혁 역시 연중의 말대로 무기와 방어구를 살 생각이 없었다.
‘레벨 10만 찍으면 되는데.’
레벨 10만 찍으면 된다. 그런데 굳이 무기와 방어구를 살 필요는 없었다.
이후 수혁과 연중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물론 대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럼 이만 가 볼게.”
준랭커인 연중은 참으로 바빴다.
“그래, 잘 가라.”
“무슨 일 생기거나 궁금한 거 있으면 귓속말 보내고!”
연중은 수혁에게 말하며 워프 스크롤을 사용해 사라졌다. 그렇게 연중이 사라지고 수혁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제 레벨을 올릴 시간이었다.
‘남쪽 사냥터로 가는 게 낫겠지.’
중앙 마탑이라고 하지만 정중앙에 위치해 있는 건 아니었다. 아주 크게 치우친 건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남쪽에 위치해 있었다.
수혁은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남쪽 초보자 사냥터로 갈 생각이었다.
“갓 나온 빵 사가세요!”
남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수혁은 전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보았다. 그리고 수혁은 맛있는 냄새를 사방으로 풍기는 빵들을 볼 수 있었다. 진열대에 가득 진열되어 있는 빵들을 보며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3개 남았네.’
인벤토리에 남은 것은 딱딱한 빵 3개뿐이었다.
‘빵이나 사갈까?’
포만감을 생각해서라도 어차피 빵을 사야 된다. 수혁은 진열대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어서 오십쇼!”
수혁이 다가오자 사내가 인사했다.
“어떤 빵이 있는지 좀 보고 싶은데요.”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사내는 수혁의 말에 앞장 서 빵집 안으로 들어갔다. 진열대에서 이야기를 들으려 했던 수혁은 사내의 뒤를 잠시 바라보다 이내 빵집으로 들어갔다.
“여기 있습니다. 앞에 보시면 어떤 빵들인지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빵집으로 들어간 수혁은 사내에게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정확히 어떤 빵들이 있는지 설명을 받은 건 아니었다. 빵집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었다. 하기야 손님이 한, 둘도 아닌데 일일이 빵들을 설명해 줄 리 없었다.
“계산은 저쪽에서 하시면 됩니다!”
사내의 설명이 끝났다.
“예.”
수혁이 답하자 사내는 다시 밖으로 나가 외치기 시작했다. 사내의 외침을 들으며 수혁은 빵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딱딱한 빵은 여기도 있네…….’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 온 것은 딱딱한 빵이었다. 그러나 수혁은 더 이상 딱딱한 빵을 먹을 생각이 없었다.
오렌에서야 돈이 없었기에 딱딱한 빵을 먹었다. 그러나 지금은 돈이 없는 게 아니다. 연중에게 받은 200골드가 있었다.
‘부드러운 빵은 먹어 줘야지.’
물론 돈이 있다고 엄청 비싼 빵을 먹을 생각은 아니었다. 수혁은 딱딱한 빵의 한 단계 위인 부드러운 빵을 먹을 생각이었다. 수혁은 딱딱한 빵 바로 옆에 있던 부드러운 빵을 가득 집어 계산대로 다가갔다.
“……!”
계산대에 있던 여인은 수혁이 가져온 부드러운 빵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10골드입니다.”
“여기요.”
이미 10골드를 꺼냈던 수혁은 여인에게 내민 뒤 바로 부드러운 빵들을 인벤토리에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빵들을 인벤토리에 넣은 수혁은 여인에게 인사하며 빵집에서 나왔다.
‘포만감이…….’
빵집에서 나온 수혁은 캐릭터 창을 열어 포만감을 확인했다.
‘채워 놔야겠네.’
다행히도 포만감은 50에 가까워져 있었다. 수혁은 인벤토리에서 부드러운 빵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
빵을 먹으며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 정도로 부드러운 빵의 맛은 대단했다.
물론 처음 느끼는 맛은 아니었다. 오렌에서도 부드러운 빵을 먹어 본 적 있다. 비록 그 양은 많지 않았지만 말이다.
‘딱딱한 빵을 하도 먹어서 그런가?’
부드러운 빵 역시 싸구려 빵이라 할 수 있다. 아니, 싸구려 빵이 맞다. 부드러운 빵 밑에는 딱딱한 빵 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맛이 느껴지는 이유는 그동안 딱딱한 빵이 주식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어쨌든 부드러운 빵이 이 정도인데.’
수혁은 반이 남은 부드러운 빵을 입안에 넣으며 생각했다. 부드러운 빵이 이 정도인데 이보다 더 비싼 빵들은 얼마나 맛있을까?
‘아니지, 비싸다고 맛있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더 맛있지 않을 수 있다. 비싸다고 맛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부드러운 빵이 가장 맛있을 수 있다.
“같이 늑대 잡으러 가실 분!”
“여우 사냥 가실 분 구해요! 저는 참고로 아이스 윌 배웠습니다!”
“여우 사냥 갑니다! 참고로 전 탱커입니다! 딜 확실한 마법사 한 분 모셔요!”
그렇게 빵에 대해 생각을 하던 수혁은 남쪽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입구에는 수많은 유저들이 파티원을 구하고 파티를 구하고 있었다. 물론 수혁은 파티를 할 생각이 없었기에 유저들을 지나쳐 초보자 사냥터로 이동했다.
‘토끼는 잡아 봤자 별로 안 오르겠지.’
가장 먼저 마주한 몬스터는 토끼였다. 그러나 수혁은 유저들을 지나쳤던 것처럼 토끼들 역시 지나쳤다. 토끼를 잡아 레벨을 올리기에는 토끼의 경험치가 너무나 적었다.
‘벌써 들개 구역인가?’
두 번째로 마주한 몬스터는 들개였다. 수혁은 검을 꺼내 쥐고 주변을 돌아다니던 들개에게 다가갔다.
원래 수혁의 레벨이라면 들개의 다음 단계인 여우를 잡아야 한다. 그러나 여우를 홀로 잡기에는 부담됐다.
‘얼마나 잡아야 되려나.’
수혁은 들개를 향해 검을 휘두르며 생각했다.
17.
스걱!
검이 작렬했다.
낑!
그리고 들개는 비명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물러났다. 수혁은 순식간에 멀어진 들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수혁과 마찬가지로 들개 역시 수혁을 바라보았다.
왈!
수혁을 바라보던 들개는 이내 짖으며 수혁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달려오는 들개를 보며 수혁은 마주 달려가지 않았다. 수혁은 때를 맞춰 검을 휘두를 생각이었다.
그런 수혁의 생각을 예상한 것일까? 들개는 수혁에게 거의 근접했을 때 힘차게 점프를 했다.
“……!”
점프한 들개를 보고 수혁은 살짝 놀랐다. 수혁이 놀란 것은 들개가 점프를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약점?’
들개의 배에 나타난 반짝임 때문이었다. 허수아비에서 보았던 반짝임은 약점이었다. 공격 시 치명타가 터지는 약점!
휙!
수혁은 약점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점프한 상황에서 방향을 틀지 못한 들개는 그대로 공격을 허용했다.
스걱!
[치명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