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34화 (34/553)

# 34

제34화

* * *

삐빅삐빅

알람이 울렸다.

평소라면 벌떡 일어났을 수혁이지만 숙취 때문일까? 수혁은 평소와 달리 벌떡 일어나지 못했다.

“……끙.”

앓는 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킨 수혁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방에서 나왔다. 방에서 나온 수혁은 현관을 보았다.

‘출근하셨구나.’

현관에 보이는 신발은 수혁의 신발뿐이었다.

‘괜찮으시려나. 많이 드셨는데.’

수혁은 자신보다 더 많은 알코올을 섭취한 부모님을 걱정하며 갈증을 해소했다. 그리고 갈증을 해소한 수혁은 3층으로 올라갔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수혁은 러닝머신에 올라가 달리며 생각했다.

‘일단 바로 마탑에 들리자.’

굳이 남은 시간이 0이 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그 전에 가도 퀘스트는 완료할 수 있다.

‘무슨 실험인지는 모르겠지만.’

실험, 분명 파비앙은 실험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네.’

어떤 실험인지 알 수는 없지만 최대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혁은 판게아에서의 계획을 세우며 러닝을 끝냈다.

30분간 이어진 러닝 때문인지 수혁의 몸에는 땀이 주륵주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수혁은 후끈후끈 달아오른 상태에서 재빨리 근력 운동에 들어갔다. 그렇게 근력 운동까지 모든 운동을 마친 후 샤워까지 끝낸 수혁은 방으로 돌아왔다.

“…….”

방으로 돌아온 수혁은 핸드폰을 확인했다. 몇 개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수혁은 메시지에 답을 해준 뒤 바로 캡슐로 들어갔다.

스악

접속과 동시에 수혁은 익숙한 도서관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책장으로 순간 시선이 갔지만 수혁의 발걸음은 도서관 밖으로 향해 있었다. 증표를 받아 도서관에서 나온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10시간.’

남은 시간은 10시간이었다. 물론 수혁이 퀘스트 창을 연 것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어차피 시간은 상관없었다. 지금 완료하러 가는데 시간은 중요치 않았다.

수혁이 퀘스트 창을 연 것은 불의 문을 개방하며 생성된 스킬 퀘스트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수혁이 보유하고 있는 공격 스킬은 ‘매직 미사일’ 뿐이었다.

‘사냥을 하려면…….’

매직 미사일의 쿨타임은 10초. 쿨타임이 없다면 모를까 10초의 쿨타임을 가지고 있는 매직 미사일만으로는 사냥을 하는데 지장이 있었다.

사냥이 불가능하다는 소리가 아니다. 사냥은 무척이나 편할 것이다. 압도적인 지혜와 스킬 ‘대마도사’의 효과를 생각해 보면 몬스터들은 너무나 쉽게 죽음을 맞을 것이다. 동레벨 몬스터들은 매직 미사일 한 방이면 충분히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점이 문제였다. 너무나 쉽게 죽는다는 것. 다른 스킬이 없다면? 수혁은 매직 미사일의 쿨타임이 돌아올 때까지 손가락을 빨고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 깰 수 있는 퀘스트가…….’

스킬 퀘스트는 정말 많았다. 하지만 수혁이 깰 수 있는 스킬 퀘스트는 한정적이었다.

‘파이어 볼 하나네.’

현재 바로 완료가 가능한 스킬 퀘스트는 ‘파이어 볼’ 하나뿐이었다. 다른 퀘스트들은 아이템 또는 몬스터 사냥 등 다양한 조건을 필요로 했다.

‘일단 파이어 볼은 습득해 놓자.’

여태까지는 사용할 일이 없어 완료할 수 있음에도 완료하지 않았던 ‘파이어 볼’. 수혁은 스킬 퀘스트 ‘파이어 볼’을 완료했다.

[스킬 퀘스트 ‘파이어 볼’을 완료하였습니다.]

[스킬 ‘파이어 볼’을 습득했습니다.]

20골드를 소모해 파이어 볼을 습득한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더 이상 완료할 수 있는 퀘스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퀘스트 창을 닫은 수혁은 이어 스킬 창을 열었다. 스킬 ‘파이어 볼’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파이어 볼>

숙련도 : 초급 1단계(0%)

특수 효과 : 20% 확률로 대상에게 화상을 부여한다.

마나 : 150

쿨타임 : 15초

숙련도, 특수 효과, 마나. 이 세 가지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숙련도야 알아서 늘어나니 눈여겨 볼 필요 없었고 특수 효과의 경우 어차피 몬스터들이 한 방일 테니 터지지 않을 것이고 마나의 경우 넘쳐난다.

‘15초라…….’

수혁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쿨타임 뿐이었다.

‘10초, 15초.’

매직 미사일은 10초, 파이어 볼은 15초. 30초를 기준으로 매직 미사일은 3번 파이어 볼은 2번 쓸 수 있다.

‘몬스터들이 한 방이라는 가정 하에 5마리를 잡을 수 있는 건가.’

30초 동안 몬스터 5마리를 잡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느리진 않은데…….’

몬스터 5마리를 30초에 잡는 건 결코 느린 게 아니었다. 더군다나 동레벨 몬스터가 기준이었으니 느리긴커녕 빠르다고 할 수 있었다.

‘뭔가 아쉽단 말이지.’

어째서인지 아쉬웠다.

‘경험치만 정상적이었어도…….’

일반 직업과 달리 특수 직업은 레벨을 올리는데 더욱 많은 경험치를 요구한다. 정확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수 직업마다 필요한 경험치가 또 다르다. 하지만 대개 좋은 직업일수록 더 많은 경험치를 필요로 했다.

수혁이 생각하기에 대마도사의 후예는 정말 좋은 직업이었다. 아마도 필요한 경험치는 정말 어마어마할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에 잠긴 채 걸음을 옮기던 수혁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수혁은 생각을 잠시 접었다.

‘4층에서 증표를 보이면 된다고 했지.’

파비앙은 헤어지기 전 4층으로 오라는 말과 함께 증표를 주었다. 수혁은 파비앙의 말대로 계단을 통해 4층으로 올라갔다.

“……?”

“……!”

그리고 4층에 도착한 수혁은 4층을 지키고 있는 사내와 여인을 볼 수 있었다. 사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여인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누구……?”

사내가 입을 열었다. 물론 사내는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다. 여인이 손을 들어 사내의 입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

여인의 행동에 사내가 의아한 눈빛으로 여인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여인은 사내의 눈빛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사내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조차 여인은 모르고 있었다. 여인은 수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혁을 바라보던 여인이 입을 열었다.

36.

“혹시 마탑장님과 약속이 잡혀 있으신…….”

말끝을 흐리는 것으로 말을 마친 여인의 말에 의아한 눈빛을 보내고 있던 사내는 놀란 눈빛으로 수혁을 쳐다보았다.

“예.”

수혁은 여인의 말에 답하며 인벤토리를 열어 파비앙에게 받았던 증표를 내밀었다.

“……!”

“……!”

증표를 본 두 사람의 얼굴에 다시 한 번 놀람이 나타났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두 사람 중 먼저 입을 연 것은 여인이었다. 여인이 앞장 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수혁은 그 뒤를 따랐다.

* * *

“팀장님!!!”

움찔!

업무에 집중하고 있던 양주혁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장율의 목소리에 움찔했다. 그리고 이어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왜?”

“이거…… 이거…… 이상한데요!”

양주혁의 말에 장율이 말했다. 그리고 그런 장율의 목소리에서 양주혁은 엄청난 불안함을 얻을 수 있었다.

‘……도대체 또 뭔 사고가 터진 거야?’

장율의 이런 반응은 처음이 아니었다. 앞서 두 번 이런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그 당시 일어난 사건은 홈페이지 서버가 터질 정도로 큰 여파를 몰고 왔었다. 도대체 이번에는 무슨 사고가 터진 것일까?

“이거 버그 같아요.”

하지만 이어진 장율의 말에 양주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버그? 버그라고?”

버그라니? 누가 또 큰일을 해냈구나라고 생각했던 양주혁이었다. 그런 양주혁에게 버그라는 단어는 너무나도 뜬금없었다.

“진짜야?”

아니, 뜬금 없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장율이 저런 반응을 보일 정도의 버그라면 정말 심각한 버그라는 뜻이다. 양주혁은 장율의 자리로 다가갔다.

“이거 보세요!”

장율은 양주혁이 도착하자 4번 모니터를 가리켰다. 양주혁은 4번 모니터를 보았고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왜?”

“이거 독의 마도사 특전이잖아요.”

“어, 그렇지.”

“대마도사의 후예가 이 특전을 받았다구요. 지금.”

“……뭐?”

양주혁은 당황스런 목소리로 반문했다. 몇몇 특수 직업들은 전직 시 특전이 있다. 특수 직업 ‘독의 마도사’ 역시 특전이 있는 특수 직업이었다.

“독의 마도사 특전을 대마도사의 후예가?”

“네!”

그런데 장율의 말을 들어 보니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잠깐만.”

양주혁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자리에 도착함과 동시에 양주혁은 빠르게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들김을 멈춘 순간.

“…….”

양주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버그 아니야.”

그리고 장율에게 말했다.

“예? 버그가 아니라구요?”

장율은 양주혁의 말에 당황했다. 독의 마도사의 특전이 대마도사의 후예에게 갔는데 버그가 아니라니?

“이게 보니까 독의 마도사가 받는 특전이 아니라. 독의 마탑장이 주는 특전이야. 그러니까 독의 마도사가 받을 확률이 가장 높은 아니, 독의 마도사가 되면 거의 필수적으로 받는 특전이긴 한데…….”

양주혁은 말끝을 흐렸다.

“그럼…….”

장율 역시 말끝을 흐렸다.

“…….”

“…….”

이윽고 침묵이 감돌기 시작했다.

“혹시…….”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침묵을 깬 것은 장율이었다.

“다른 특전도……?”

독의 마탑의 특수 직업 ‘독의 마도사’. 문제는 독의 마탑을 제외한 불의 마탑, 물의 마탑, 바람의 마탑, 대지의 마탑 등 9개 마탑에도 특수 직업 ‘마도사’가 있다는 점과 특전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응.”

양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장율은 놀란 목소리로 짧게 말했다.

“헐.”

* * *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그래, 방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고!”

“네, 안녕히 계세요.”

수혁은 파비앙에게 인사하며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방에서 나오자마자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30일간의 여정>

독에 대한 면역력이 부족한 당신. 파비앙은 당신의 면역력을 키워 줄 생각이다. 하루에 한 번 파비앙이 주는 독을 복용하라!

[파비앙의 특제 독 복용 : 1 / 30]

퀘스트 보상 : 칭호 – 독의 대가

파비앙이 말한 실험. 실험은 바로 독 복용이었다. 목적은 수혁의 독에 대한 면역력을 강화시켜 주는 것이었다.

왜 독에 대한 면역력을 강화시켜야 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강화시켜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30일이나 와야 된다니.’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시간이었다. 독은 하루에 한 번 복용이었고 30번을 복용해야 한다. 퀘스트 명대로 완료하기 위해선 30일이 필요했다. 30일 내내 독의 마탑을 방문해야 되는 것이다.

‘그나마 얼마 안 걸리는 게 다행이네.’

다행인 점은 독을 복용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지금 시간이…….’

독의 마탑에서 나온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도서관을 갈까? 사냥을 갈까?’

시간을 확인한 수혁은 고민했다. 수혁은 오전에는 독서, 오후에는 사냥, 밤에는 다시 독서를 하는 것으로 시간을 배분했다. 그런데 시간이 참으로 애매했다.

‘그래, 사냥이나 가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