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37화 (37/553)

# 37

제37화

“수고하셨어요!”

“수고요!”

“수고하셨습니다!”

곰이 쓰러지고 뀨우, 카토, 케빈은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진짜 힘드네요.”

“그러게요. 탱커만 있었어도 많이 수월해질 텐데.”

“차라리 마탑 말고 다른 곳에서 시작할걸 그랬어요.”

“맞아, 파티도 잘 껴 준다는데.”

지역 ‘마탑’은 마법사들의 세상이었다. 전사? 도적? 없었다. 당연히 제대로 된 파티 구성이 되지 않았다. 치유 마법사인 뀨우가 얼마 되지도 않는 생명력으로 탱커 역할을 맡아야 할 정도다.

“포그 쿨 돌아오셨어요?”

“네!”

“그럼 시작할까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세 마법사는 휴식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음 곰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 우리가 먼저 쳤어요!”

“웃기시네. 포그 깔린 거 안 보여요?”

주변에 있는 곰들은 이미 유저들과 전투를 하고 있었다. 아니, 유저들의 수가 더 많아 서로 다툴 정도였다. 곰을 잡는 것도 힘든데 곰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힘들다.

“그냥 늑대 서식지를 갈까요?”

뀨우가 말했다.

“헛, 버틸 수 있을까요?”

카토는 뀨우의 말에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아무리 힐이 있어도 힘들 것 같은데.”

케빈 역시 카토와 같은 생각이었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이 일어난 이유가 무엇인가? 늑대 서식지에서 사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마법사밖에 없는 이곳에서 수많은 늑대들을 상대로 사냥을 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어그로 관리도 안 되구요.”

지금이야 뀨우가 곰의 시선을 끌고 있지만 늑대의 시선을 끄는 건 불가능하다. 도발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많은 늑대들의 시선을 마법사인 뀨우가 어떻게 끈단 말인가? 아니, 시선을 끌어도 문제였다. 힐이 있어도 순식간에 죽음을 맞을 것이다.

“경계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잡으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부정적인 카토와 케빈의 반응에 뀨우가 말했다.

“많이 모인다 싶으면 바로 도망을 치면 되구요.”

계속해서 이어지는 뀨우의 설득.

“거기다 지금 곰을 잡는 게 상당히 힘들 것 같아서.”

잡는 게 힘들다기보다 찾는 게 힘들었다.

“흐음, 케빈 님 생각은 어떠세요?”

“일단 한번 해 볼까요?”

“그럴까요?”

“그럼 가 보죠.”

결국 카토와 케빈은 설득을 당했고 뀨우는 앞장 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4마리까지는 커버되겠죠?”

“네, 예전에 잠깐 해 봤는데 4마리까지 사냥 가능하더라구요.”

“그럼 5마리 되면 빠지죠.”

걸음을 옮기며 셋은 대화를 나눴다. 언제 도망을 갈지, 어떤 식으로 잡을지 등에 대한 이야기였다.

“도착했네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이동하던 셋은 목적지인 늑대 서식지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전방에는 늑대 한 마리가 홀로 있었다.

“일단 제가 저 녀석 끌고 올게요.”

뀨우가 앞으로 나섰다.

“잠깐만요.”

하지만 앞으로 한 걸음 옮기자마자 뀨우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뀨우는 목소리의 주인공 케빈을 보았다.

“저거 좀 이상하지 않아요?”

케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늑대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요? 이 정도 거리면 인식을 해야 되는데.”

“왜 숲을 바라보고만 있을까요?”

자세히 보니 이상했다. 늑대 혼자 있는 게 이상하다는 건 아니었다. 인식 범위에 들어섰음에도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과 숲을 바라보고 있다는 게 이상했다.

“저기 숲 쪽에 뭔가 있는 거 아닐까요?”

처음 이상함을 제기했던 케빈이 말했다. 계속해서 숲을 바라보는 늑대. 혹시나 숲에 뭔가 있는 게 아닐까?

바로 그때였다.

쿵!

굉음이 울려 퍼졌다. 굉음의 근원지는 숲이었다. 그리고 이어 메시지가 나타났다.

[늑대 서식지의 왕, 왕늑대가 죽음을 맞았습니다.]

[5분 간 늑대들이 공포 상태에 빠집니다.]

“……?”

메시지를 본 뀨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왕늑대가 죽어?’

왕늑대가 누구인가? 늑대 서식지의 보스 몬스터로 수십 명의 마법사들이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잡지 못한 무지막지한 녀석이었다. 그런데 그런 왕늑대가 죽다니?

‘고렙이 온 건가?’

물론 왕늑대가 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가끔가다 고레벨 유저들이 와서 잡아가고는 했다. 혹시나 이번에도 고레벨 유저가 와서 죽인 것일까? 이내 생각을 마친 뀨우는 카토와 케빈에게 물었다.

“가 볼까요?”

* * *

수혁은 인벤토리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현재 인벤토리에는 생명력 포션 20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왕늑대의 등장에 도망을 쳤던 수혁은 곧장 마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점심을 먹은 뒤 다시 접속하여 그동안 습득했던 잡템들을 판매하고 포션을 구매했다.

“파이어 스피어도 배웠으니까.”

<파이어 스피어>

숙련도 : 초급 1단계(0%)

특수 효과 : 30% 확률로 대상에게 화상을 부여한다.

마나 : 300

쿨타임 : 20초

시전 시간 : 2초

포션만 구매한 것은 아니었다. 스킬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스킬을 습득하기 위해 불의 마탑에서 아이템들을 구매했다. 그리고 퀘스트를 완료해 ‘파이어 스피어’를 습득한 수혁이었다.

“돈만 더 있었어도.”

골드가 부족해 완료할 수 있는 스킬 퀘스트는 ‘파이어 스피어’ 한 개 뿐이었다. 골드만 더 있었어도 스킬을 더 얻을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스킬도 3개고 생명력 포션 역시 빵빵하다. 이제 왕늑대가 나타난다고 해도 도망을 칠 이유가 없었다.

-아우!

수혁은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열어두었던 시스템 창들을 전부 닫았다.

-아우!

늑대는 수혁을 응시하며 동료들을 호출하고 있었다.

-아우!

수혁은 늑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계속해서 늑대가 주변 동료들을 호출할 수 있도록 공격을 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그리고 멀리 있던 늑대들이 울음소리를 듣고 다가오는 것이 시야에 들어 온 순간 수혁은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파이어 스피어.”

파이어 스피어의 시전 시간은 2초였다. 2초가 지나야 완전히 모습을 갖춘다. 하지만 그건 일반 유저들의 경우고 수혁의 입장은 달랐다.

수혁에게는 대마도사의 후예로 전직하며 자동 습득한 스킬 ‘대마도사’가 있었다. 불의 문을 개방하며 강화된 스킬 ‘대마도사’의 효과는 불 속성 마법의 시전 시간을 10초 줄여 주는 것이었다. 즉, 파이어 스피어의 시전 시간은 표기만 2초일 뿐 0초였다.

스악!

시전과 동시에 모습을 갖춘 파이어 스피어는 여전히 울음소리를 내뱉는 늑대에게 날아갔다.

쾅!

속도는 매직 미사일, 파이어 볼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그렇지 않아도 수혁이 가만히 있어 우는데 집중하던 늑대는 파이어 스피어를 피하지 못했다.

-늑대 가죽

-늑대 송곳니

가죽과 송곳니를 드랍 한 늑대의 시체를 보던 수혁은 확인을 눌러 아이템을 습득했다. 그리고 이어 다가오는 늑대들을 보았다.

사냥의 시작이었다.

“매직 미사일!”

“파이어 볼!”

“파이어 스피어!”

“매직 미사일!”

수혁은 쉴 새 없이 마법을 난사했다.

‘역시.’

난사를 하며 수혁은 생각했다. 스킬 하나가 늘었을 뿐인데 전보다 확실히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아니, 느낌만이 아니라 상황 역시 안정적이었다.

‘더 안 오나?’

끊임없이 마법을 날리며 늑대들을 학살한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더 이상 다가오는 늑대들이 보이지 않았다. 근방에 리젠되어 있던 늑대들을 전부 잡은 것 같았다. 수혁은 드랍 창에 가득한 드랍 아이템들을 습득 후 걸음을 옮기며 캐릭터 창을 열었다.

‘흐.’

경험치가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한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5분 사냥한 거 치고는 엄청 올랐네.’

레벨을 올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사냥한 시간은 고작 5분이었다. 5분 사냥한 것 치고는 경험치가 어마어마하게 올랐다.

수혁은 캐릭터 창을 닫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근데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냐?’

늑대도 보이지 않았지만 유저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것이 싫은 건 아니었다. 수혁의 입장에서 유저가 없는 것이 더 좋았기 때문이었다.

‘숲이네.’

초원을 거닐던 수혁은 숲 앞에 도착하고 걸음을 멈췄다. 숲 역시 초원과 마찬가지로 늑대 서식지였다. 문제는 탁 트인 초원과 달리 나무에 의해 시야가 약간 가려진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뭐.’

시야가 좁아지는 건 수혁뿐만이 아니었다. 늑대 역시 시야가 좁아진다. 거기다 나무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수혁은 그대로 숲으로 들어갔다.

‘……응?’

그리고 숲으로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늑대 한 마리.

‘멀잖아.’

정확한 거리는 알 수 없었지만 한눈에 보아도 멀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의 거리였다.

‘근데 왜 이렇게 커?’

그런데 늑대는 작지 않았다. 점처럼 보여야 되는 거리인데 점이 아니었다. 즉, 일반 늑대가 아니었다. 이곳 늑대 서식지에서 일반 늑대가 아니라면?

‘……왕늑대!’

39.

왕늑대가 분명했다.

‘좋았어!’

오늘 오전에 당했던 굴욕을 되갚아 줄 차례였다. 수혁은 왕늑대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물론 주변을 살피며 늑대들이 있나 없나 확인했다. 왕늑대와 싸우는 중 일반 늑대가 달려들면 상당히 곤란해지기 때문이었다.

‘왕늑대 주변이라 그런가?’

보스 몬스터인 왕늑대 주변이라 그런 것일까?

‘은근히 많네?’

걸음을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왼쪽에서 두 마리, 오른쪽에서 세 마리를 볼 수 있었다.

‘일단 오른쪽부터.’

수혁은 우선 오른쪽 세 마리를 정리하기로 결정하고 방향을 틀어 슬금슬금 오른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소리 때문에 오려나?’

적당한 거리에서 걸음을 멈춘 수혁은 생각했다. 파이어 스피어는 물론 파이어 볼이나 매직 미사일은 전부 큰 폭음이 있었다. 아무리 왕늑대와의 거리가 멀다고는 하나 이 소리를 듣지 못할 리 없다.

‘잡고 바로 뒤쪽으로 빠지자.’

쿨타임일 때 왕늑대와 조우하면 안 된다. 수혁은 잡고 일단 빠지기로 결정을 내리고 입을 열었다.

“파이어 스피어, 파이어 볼, 매직 미사일.”

가장 긴 쿨타임을 가지고 있는 파이어 스피어부터 수혁은 오른쪽 세 마리에게 연달아 마법을 시전했다.

쾅! 쾅! 쾅!

마법이 작렬하고 늑대 세 마리는 당연히 죽음을 맞았다. 수혁은 드랍 아이템을 습득 후 곧장 뒤로 빠졌다.

‘역시.’

나무 사이로 왕늑대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왕늑대뿐만이 아니었다. 왼쪽에 있던 늑대 두 마리도 다가오고 있었다.

뒤로 빠져 쿨타임이 끝나길 기다린 수혁은 파이어 스피어의 쿨타임이 끝나자 다시 늑대 세 마리를 죽였던 곳으로 움직였다.

‘돌아갔구나.’

왕늑대는 보이지 않았다. 나무 사이를 보니 원래 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보이는 건 늑대 두 마리뿐.

“파이어 볼. 매직 미사일.”

두 마리라면 굳이 파이어 스피어를 쓸 필요 없었다. 수혁은 엎드려 자고 있는 늑대 두 마리에게 마법을 시전했다.

쾅! 쾅!

다시 한 번 울리는 두 번의 폭음. 수혁은 이번에도 드랍 된 아이템을 습득 후 뒤로 빠지며 나무 사이를 주시했다.

쿵! 쿵!

왕늑대는 이번에도 폭음이 들린 곳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뒤 왕늑대는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수혁은 파이어 볼과 매직 미사일의 쿨타임이 끝나길 기다렸다. 물론 자리에서 그냥 기다린 건 아니었다. 다시 한 번 주변을 확인했다.

‘없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