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
제40화
‘카루의 목걸이가 문제네.’
왕늑대와 늑대를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늑대야 금방 100마리를 잡을 수 있고 왕늑대는 찾는데 오래 걸릴 뿐 찾는다면 쉽게 잡을 수 있다. 하지만 퀘스트 완료 조건은 총 3개였다.
‘늑대한테 드랍 되나? 왕늑대?’
왕늑대를 잡고 늑대를 다 잡았더라도 ‘카루의 목걸이’라는 아이템이 필요하다. 책에는 늑대가 가져갔다고 쓰여 있었다.
‘그래, 큰 늑대라고 하니까 왕늑대겠지.’
그것도 다른 늑대보다 훨씬 큰 늑대라고 쓰여 있었다. 왕늑대를 가리키는 게 맞을 것이다.
‘한 번에 드랍 되는 거겠지?’
만약 한 번에 드랍 되는게 아니라면? 왕늑대는 보스 몬스터다. 즉, 한 번 잡으면 다시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
‘한 번에 나왔으면 좋겠다.’
수혁은 한 번에 드랍 되길 바라며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늑대 사냥꾼 카루』를 옆으로 치우고 하얀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 * *
“그럼 언제부터 가르치실 생각이십니까?”
케일이 물었다.
“음…….”
파비앙은 케일의 물음에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지금 가르쳐 봤자. 자기 마법에 자기가 중독되겠지.’
독 마법은 적아가 없다. 모든 마법이 그렇지만 독 마법은 더욱 그렇다. 마법을 시전한 시전자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독 마법에 중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독 마법에 입문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되는 것이 독에 대한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것이었다.
‘특히나 재능이 뛰어나니 더 강력할 거고.’
측정불가의 재능을 받은 수혁이 독 마법을 사용한다면? 그 위력은 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할 것이다.
하지만 독 마법은 앞서 말했듯 적아가 없다. 시전자라도 위험하다. 즉, 지금 수혁에게 독 마법을 가르치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오히려 지금 가르치면 해가 되니까.’
생각을 마친 파비앙은 답을 기다리고 있는 케일에게 말했다.
“앞으로 29일 뒤?”
이미 시작했다. 앞으로 29일, 29일이면 독에 대한 면역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29일이 지나면 본인의 독에는 결코 중독되지 않을 정도의 면역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때부터 파비앙은 수혁에게 독 마법을 가르칠 생각이었다.
“그렇군요.”
파비앙의 답에 케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그럼 그때 맞춰 준비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케일이 파비앙에게 질문을 한 이유는 독마법을 가르치는데 필요한 재료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독마법은 다른 마법들과 달리 많은 준비물을 필요로 한다. 당장 구하기 힘든 준비물도 있었다.
“응, 잘 준비해 줘. 특히나 카라스의 독은 꼭.”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파비앙이 탄성을 내뱉으며 이어 말했다.
“브리니스를 만나야겠어.”
* * *
스아악
빛이 사라졌다.
“흐음…….”
하지만 아무런 메시지도 뜨지 않았다. 수혁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레벨이 올라서 그런가?’
어제는 늑대 사냥 때문에 책을 많이 읽지 못해 확신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오늘 많은 책을 읽은 수혁은 확신할 수 있었다.
‘확실히 전보다 덜 올라.’
예전에는 거의 한 권마다 지혜가 올랐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두 권을 읽어야 지혜가 상승했다는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물론 연달아 지혜가 오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건 정말 두꺼운 책을 읽었을 때뿐이었다.
‘8밖에 안 올랐는데…….’
레벨이 올랐다고 해도 고작 8이었다.
‘아쉽긴 하지만.’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보다 지혜가 덜 오르는 건 아쉽지만 그렇다고 레벨을 올리지 않을 수는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수혁은 책을 반납 후 도서관에서 나왔다. 도서관에서 나온 수혁은 불의 마탑으로 걸음을 옮기며 오늘 하루 계획을 점검했다.
‘일단 불의 마탑에서 아이템 사고.’
현재 수혁의 수중에는 1500골드라는 거금이 있었다. 예전이라면 그냥 가지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다음 독의 마탑 가서 독 복용하고.’
불의 마탑에서 아이템을 구매해 스킬 퀘스트를 완료한 다음 수혁은 독의 마탑에 갈 생각이었다. 파비앙에게 받은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였다.
‘그다음에 늑대 서식지로 가자.’
늑대 서식지를 끝으로 계획 점검을 끝낸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무슨 스킬을 배울까.’
완료할 스킬 퀘스트를 정하기 위해서였다. 수혁은 우선 1차적으로 완료 조건이 아이템만으로 이루어진 것들을 추렸다. 그리고 2차적으로 불의 마탑에서 판매하는 것들을 추렸다.
‘4개.’
1차, 2차로 추리니 남은 퀘스트는 4개였다.
<스킬 퀘스트 – 플레임>
조건을 달성해 완료하라!
[4등급 마나석 : 0 / 10]
[불의 돌 : 0 / 2]
퀘스트 보상 : 스킬 – 플레임
<스킬 퀘스트 – 파이어 월>
조건을 달성해 완료하라!
[4등급 마나석 : 0 / 20]
[불의 돌 : 0 / 5]
퀘스트 보상 : 스킬 – 파이어 월
<스킬 퀘스트 - 파이어 스톰>
조건을 달성해 완료하라!
[3등급 마나석 : 0 / 10]
[불의 돌 : 0 / 5]
[불의 눈 : 0 / 1]
[하급 마족의 영혼석 : 0 / 1]
퀘스트 보상 : 스킬 – 파이어 스톰
<스킬 퀘스트 – 불놀이>
조건을 달성해 완료하라!
[4등급 마나석 : 0 / 5]
[하급 마족의 영혼석 : 0 / 1]
퀘스트 보상 : 스킬 – 불놀이
플레임, 파이어 월, 파이어 스톰, 불놀이. 4개의 퀘스트를 전부 배울 수는 없었다. 수혁은 퀘스트를 보며 생각했다.
‘개비싸.’
5등급 마나석은 현재 10골드에 거래된다. 그리고 그 상위 등급인 4등급은 50골드, 3등급은 200골드에 거래되고 있었다. 즉, 모든 스킬 퀘스트를 완료하기에는 골드가 부족했다.
‘일단 파이어 스톰은 못 배우고.’
다른 재료들을 다 제쳐 두고 마나석만 하더라도 10개가 필요하다. 그것도 하나에 200골드인 3등급 마나석이다. 무려 2000골드. 현재 수혁이 가진 골드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플레임은 배울 수 있겠고.’
불의 돌은 30골드에 구매가 가능하다. 4등급 마나석과 불의 돌을 전부 구매한다고 하더라도 560골드다. 플레임은 충분히 배울 수 있다.
‘근데 플레임을 배우면 파이어 월을 못 배우잖아.’
하지만 문제가 있다. 플레임을 배울 경우 파이어 월을 배울 수 없다. 파이어 스톰 때와 마찬가지로 골드가 부족하다.
파이어 월을 배우기 위해서는 1150골드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즉, 파이어 월과 플레임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된다.
‘불놀이를 보자.’
물론 당장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불놀이를 배우는데 필요한 골드가 얼마인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었다.
불놀이가 400골드를 넘어갈 경우 파이어 월 하나를 배우느냐 아니면 플레임, 불놀이 두 개를 배우느냐로 갈린다. 그렇다면 고민을 해 봐야 한다.
하지만 불놀이가 400골드가 안 들어간다면? 파이어 월과 플레임의 싸움인데 당연히 파이어 월이 나았다. 플레임은 단일 지속이지만 파이어 월은 광역 지속이다.
불의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곧장 마탑 1층에 있는 상점으로 가 차례를 기다렸다. 대지의 마탑 만큼은 아니지만 불의 마탑 역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무엇을 찾으십니까!”
이내 수혁의 차례가 되었다.
“하급 마족의 영혼석 얼마죠?”
“100골드입니다.”
수혁의 물음에 담당 NPC 페로가 답했다.
‘그러면.’
하급 마족의 영혼석 가격을 들은 수혁은 계산했다.
‘불놀이를 배우는데 350골드.’
4등급 마나석 5개, 하급 마족의 영혼석 1개. 총 350골드가 들어간다. 계산을 끝낸 수혁은 입을 열었다.
“하급 마족의 영혼석 1개랑 4등급 마나석 25개, 불의 돌 5개 주세요.”
“100골드, 1250골드, 150골드 합쳐서 1500골드입니다.”
페로는 수혁의 말에 답하며 손을 내밀었다. 수혁은 1500골드를 꺼냈다. 1000골드 이상 꺼낼 때 나타나는 은색 주머니가 페로의 손으로 전달됐다. 주머니를 받은 페로는 주머니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잠시 기다려 달라는 말과 함께 페로는 뒤쪽에 있는 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페로가 나왔다. 페로의 손에는 상자가 하나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상자를 받은 수혁은 인벤토리에 상자를 넣은 뒤 마탑에서 나오며 상자를 개봉했다.
[상자를 개봉합니다.]
[하급 마족의 영혼석 1개를 획득합니다.]
[4등급 마나석 25개를 획득합니다.]
[불의 돌 5개를 획득합니다.]
메시지를 보자마자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이제 준비물이 모였으니 퀘스트를 완료할 차례였다.
[스킬 퀘스트 ‘파이어 월’을 완료하였습니다.]
[스킬 ‘파이어 월’을 습득합니다.]
[스킬 퀘스트 ‘불놀이’를 완료하였습니다.]
[스킬 ‘불놀이’를 습득합니다.]
<파이어 월>
숙련도 : 초급 1단계(0%)
특수 효과 : 이동속도 –20%
마나 : 1000
쿨타임 : 2분
시전 시간 : 10초
지속 시간 : 20초
<불놀이>
숙련도 : 초급 1단계(0%)
특수 효과 : 10초 안에 대상이 죽을 경우 5M 이내 적 하나에게 ‘불놀이’ 시전 (최대 7번)
마나 : 300
쿨타임 : 1분
시전 시간 : 5초
지속 시간 : 10초
수혁은 파이어 월과 불놀이의 정보를 확인하고 중얼거렸다.
“학살하기 엄청 좋겠는데.”
파이어 월이야 두말할 것 없었고 불놀이 역시 어마어마했다. 아무리 불놀이 데미지가 약하다고 하지만 수혁의 지혜를 생각해 보면 늑대가 10초나 버틸 수 있을 리 없다.
즉, 한 번 사용하면 근처에 있는 늑대들은 씨가 마를 것이다. 그렇게 스킬을 살피며 수혁은 다음 목적지 독의 마탑으로 향했다.
42.
독의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자연스레 걸음을 옮겨 4층으로 올라갔다. 4층에는 역시나 어제 보았던 여인과 사내가 지키고 있었다. 수혁은 인벤토리에서 증표를 꺼냈다.
“더 이상 보여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수혁이 증표를 꺼내자 여인이 말했다. 그리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앞장 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수혁은 다시 증표를 넣고 여인의 뒤를 따랐다.
똑똑
“파비앙님.”
얼마 뒤 목적지에 도착한 여인은 걸음을 멈추고 노크했다.
“들어와!”
그리고 노크를 기다렸다는 듯 안쪽에서 파비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인은 파비앙의 말에 문을 열고 옆으로 비켜섰다. 수혁은 그대로 여인을 지나쳐 방으로 들어갔다.
“어서 와!”
수혁이 들어오자마자 파비앙은 활짝 웃으며 수혁을 반겨 주었다. 그리고 수혁은 파비앙이 들고 있는 보랏빛 액체가 가득 담긴 병을 보았다.
‘오늘은 무슨 독이려나.’
* * *
[파비앙의 특제 독을 복용하셨습니다.]
[30분 동안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메시지가 나타난 순간 수혁은 움직일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눈동자를 제외한 모든 부분의 통제권을 잃었다.
‘30분? 이런 미친.’
눈동자를 움직여 메시지를 확인한 수혁은 욕을 내뱉었다. 마비 시간이 무려 30분이나 되었기 때문이었다.
‘어제처럼 도와줄 것도 없잖아.’
어제 처음으로 독을 복용했을 때에는 출혈 상태에 걸렸다. 출혈 시간은 10분이었다. 물론 출혈로 깎이는 생명력이 있기에 수혁은 결코 10분을 버틸 수 없다. 혼자였다면 말이다.
하지만 독의 마탑장인 파비앙이 있었고 출혈 데미지는 초당 1로 떨어졌다. 결국 수혁은 파비앙의 도움으로 죽지 않고 10분을 버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