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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읽는자-41화 (41/553)

# 41

제41화

그러나 마비는 이야기가 다르다. 출혈처럼 생명의 위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대로 시간만 보내면 풀리기 때문이었다. 즉, 도와줄 부분이 없었다.

‘너무 아까운데.’

아무리 퀘스트 때문이라고 하지만 30분이란 시간을 이대로 멍하니 보내야 된다니 살짝 짜증이 났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파비앙의 마나가 깃듭니다.]

[27분 동안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

추가로 나타난 메시지. 메시지를 확인한 수혁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줄었어?’

30분이었던 시간이 27분으로 줄어들었다.

[파비앙의 마나가 깃듭니다.]

[22분 동안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파비앙의 마나가 깃듭니다.]

[18분 동안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

.

.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15초마다 파비앙의 마나가 깃들며 시간이 줄어들었다.

‘이대로면 10분도 안 걸리겠는데?’

한 번 시간이 줄어들 때마다 많게는 5분 적게는 3분이 줄어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어제보다 더 빠르게 끝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수혁의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파비앙의 마나가 깃듭니다.]

[1분 동안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2분도 되지 않아 30분이었던 마비 상태는 1분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내 1분이 지났고 수혁은 몸의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

“마나가 많아서 그런지 마비는 금방이네.”

수혁이 마비에서 풀려나자 파비앙이 중얼거렸다.

“이제 끝난 건가요?”

파비앙의 중얼거림에 수혁이 물었다.

“응, 오늘은.”

수혁의 물음에 파비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수혁은 파비앙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방에서 나와 1층으로 내려가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30일간의 여정>

독에 대한 면역력이 부족한 당신. 파비앙은 당신의 면역력을 키워 줄 생각이다. 하루에 한 번 파비앙이 주는 독을 복용하라!

[파비앙의 특제 독 복용 : 2 / 30]

퀘스트 보상 : 칭호 – 독의 대가

‘앞으로 28일.’

28번만 더 복용하면 퀘스트가 끝난다. 그러면 더 이상 독의 마탑에 올 일이 없다. 수혁은 스크롤을 내렸다.

<특수 퀘스트 - 카루의 유산>

늑대 사냥꾼 카루. 카루는 아버지의 유품을 어느 한 늑대에게 빼앗겼다. 그 늑대에게서 목걸이를 되찾아라!

[왕늑대 : 0 / 1]

[늑대 : 0 / 100]

[카루의 목걸이 : 0 / 1]

퀘스트 보상 : ???

이제 늑대 서식지로 갈 차례였다. 수혁은 퀘스트를 보며 생각했다.

‘오늘 깰 수 있으려나?’

수혁에게 주어진 시간은 6시간이었다. 6시간 뒤 수혁은 도서관으로 돌아가야 한다.

‘깰 수 있겠지 뭐.’

어제와 또 상황이 다르다. 파이어 월과 불놀이가 추가되었다. 두 스킬을 배우기도 전에 이미 수월하게 늑대들을 학살하던 수혁이었다.

6시간이면 충분히 깰 수 있을 것이다. 카루의 목걸이가 한 방에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마탑에서 나온 수혁은 바로 동쪽 늑대 서식지로 향했다. 비인기 사냥터라 그런 것일까? 늑대 서식지에는 여전히 단 한 명의 유저도 보이지 않았다.

“파이어 스피어.”

수혁은 우선 전방에 있는 늑대 두 마리를 향해 파이어 스피어를 날렸다.

쾅!

파이어 스피어가 작렬하며 왼쪽에 있던 늑대가 사망했다. 같이 있던 늑대가 사망함으로 수혁을 인식한 늑대는 재빨리 울음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아우!!!

보통 유저들이라면 더 이상 울지 못하게 공격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혁은 여태까지 그래왔듯 가만히 기다렸다.

‘왔다.’

그리고 이내 늑대들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수혁은 입을 열었다.

“매직 미사일.”

쾅!

열심히 울던 늑대는 그대로 죽음을 맞았고 수혁은 다가오는 늑대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다섯 마리니까.’

다가오고 있는 늑대의 수는 다섯이었다.

‘불놀이 한번 써 보자.’

파이어 월을 쓰기에는 조금 아까웠다. 뭉쳐 있는 것도 아니고 한두 마리야 잡을 수 있겠지만 나머지 늑대들은 돌아서 올 것이다. 수혁은 불놀이를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범위 안에 늑대가 들어오자 다시 입을 열었다.

“불놀이.”

불놀이를 사용하자 파이어 볼보다 반 정도 작은 크기의 불덩어리가 날아갔다. 작은 불덩어리는 그대로 늑대에게 작렬했고.

쿵!

그 순간 늑대가 엎어지며 드랍 창이 나타났다. 죽은 것이다. 하지만 수혁은 드랍 창에 신경을 쓸 수 없었다.

스악!

늑대 시체에서 다시 작은 불덩어리가 튀어나와 그 뒤에 있던 늑대에게 날아갔기 때문이었다.

불덩이는 그렇게 끊임없이 이동하며 다가오던 다섯 늑대를 전부 시체로 만들고 나서야 이동을 멈췄다.

“와…….”

수혁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대박이네.”

정말 좋은 스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불놀이는 원래 지금 수혁이 배울 수 있는 스킬이 아니었다.

일반 직업의 경우 불놀이를 배우기 위해 50레벨을 달성해야 한다. 그런 스킬을 이런 곳에서 쓰고 있으니 좋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수혁은 드랍 아이템들을 전부 습득 후 주변을 확인했다.

‘뒤에서 셋, 앞에서 둘.’

울음소리에 나타난 늑대는 다섯 마리가 끝이 아니다. 1차일 뿐이다. 앞으로 2차, 3차에 걸쳐 늑대들이 나타날 것이다.

“매직 미사일.”

수혁은 사냥을 시작했다.

* * *

<특수 퀘스트 - 카루의 유산>

늑대 사냥꾼 카루. 카루는 아버지의 유품을 어느 한 늑대에게 빼앗겼다. 그 늑대에게서 목걸이를 되찾아라!

[왕늑대 : 0 / 1]

[늑대 : 100 / 100]

[카루의 목걸이 : 0 / 1]

퀘스트 보상 : ???

수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퀘스트 창을 닫았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1시간, 늑대 100마리를 잡고 왕늑대를 찾기 시작한 지 무려 1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왕늑대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돌아다녀도 왕늑대가 보이지 않았다.

-아우!

“매직 미사일.”

100 이상으로 숫자가 올라가지 않을 뿐 100마리는 진즉 잡았다. 이후 왕늑대를 찾아다니며 1시간 동안 수많은 늑대들을 학살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늑대들을 잡은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왕늑대를 만나지 못해 슬슬 짜증이 났다.

바로 그때였다.

쿵!

귓가에 들려오는 익숙한 땅울림.

“……!”

수혁은 땅울림에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땅울림이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빽빽이 자라난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쿵!

다시 한 번 땅울림이 들려왔다.

‘왕늑대!’

땅울림을 들은 수혁은 확신했다. 왕늑대가 분명했다. 보이는 건 아니지만 이곳 늑대 서식지에서 이런 땅울림을 낼 수 있는 건 왕늑대 뿐이었다.

‘드디어!’

수혁은 땅울림이 들려오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경고!]

[늑대 서식지의 왕, 왕늑대가 등장합니다.]

‘목걸이가 나와야 할 텐데.’

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퀘스트 완료 조건은 왕늑대 뿐만이 아니다. 카루의 목걸이도 필요하다.

‘안 나오면…….’

왕늑대가 카루의 목걸이를 드랍 하지 않으면? 수혁은 또다시 왕늑대를 찾아 돌아다녀야 한다.

물론 이곳에서 기다릴 필요는 없다. 보스 몬스터인 왕늑대가 언제 리젠 될 줄 알고 기다린단 말인가?

‘서쪽으로 가야지.’

늑대 서식지는 동쪽에만 있는 게 아니다. 서쪽에도 늑대 서식지가 있다. 이번에 카루의 목걸이가 나오지 않는다면 수혁은 서쪽 늑대 서식지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스윽

생각을 마친 수혁은 나무를 지나쳤다. 그리고 수혁은 왕늑대와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크어어엉!

왕늑대가 포효와 함께 달려오기 시작했다.

“매직 미사일.”

수혁은 왕늑대를 향해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그리고 날아가는 매직 미사일과 다가오는 왕늑대를 보며 생각했다.

‘기절 터져라!’

매직 미사일의 특수 효과인 기절. 기절이 터지길 수혁은 바라고 있었다. 실험해 보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쾅!

이내 매직 미사일이 작렬했다.

“……!”

그리고 수혁은 움직이지 않는 왕늑대를 보며 웃었다. 기절이 터진 것이다. 물론 기절 시간은 길지 않기에 수혁은 재빨리 이어 외쳤다.

“파이어 월!”

수혁이 하려 했던 실험, 그것은 바로 파이어 월의 위력이었다. 어느 정도 데미지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늑대로 실험을 할 수는 없었다. 매직 미사일에도 죽는 늑대가 아니던가? 실험하기에는 늑대의 생명력이 너무나 적었다.

스아악!

기절한 왕늑대의 발밑에 작은 마법진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내 마법진에서 거대한 불의 장벽이 치솟았다.

스악!

-쿠어어어어엉!

그 순간 왕늑대는 고통스런 포효를 내뱉었다.

-쿠어엉……

그리고 1초가 지났다.

쿵!

왕늑대가 앞으로 움직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앞으로 쓰러졌다.

[늑대 서식지의 왕, 왕늑대가 죽음을 맞았습니다.]

[5분 간 늑대들이 공포 상태에 빠집니다.]

‘광역 마법이라 약한 줄 알았는데…….’

파이어 월은 광역 마법이었다. 그래서 데미지는 그리 강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데미지 역시 엄청난 것 같았다. 메시지를 보며 생각하던 수혁은 고개를 돌려 드랍 창을 확인했다.

43.

-왕늑대의 가죽

-왕늑대의 송곳니

-왕늑대의 가죽 장갑

-카루의 목걸이

“나이스!”

다행히도 카루의 목걸이가 드랍 됐다. 수혁은 아이템을 습득 후 창을 열었다. 인벤토리를 연 게 아니다. 퀘스트 창이었다.

퀘스트 창을 연 수혁은 완료 조건을 달성해 완료 버튼이 활성화된 특수 퀘스트 ‘카루의 유산’을 보았다.

“다른 유산 퀘스트도 이렇게 친절하면 좋을 텐데.”

스킬 퀘스트 말고도 수혁은 퀘스트가 많았다. 파란 책을 통해 받은 유산 퀘스트들. 하지만 다른 유산 퀘스트들은 카루의 유산 퀘스트와 달리 불친절했다. 친절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수혁은 퀘스트를 완료했다.

[특수 퀘스트 ‘카루의 유산’을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퀘스트를 완료하자 메시지가 나타났고 메시지를 본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물음표였던 보상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

인벤토리를 확인한 수혁의 표정에 의아함이 가득 나타났다.

“뭐야? 지도?”

의아함이 나타난 이유, 그것은 바로 보상으로 받은 게 지도였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지도의 정보를 확인했다.

<카루의 보물 지도[영웅]>

지도다.

“…….”

지도의 정보를 확인한 순간 수혁은 불안감을 느꼈다. 아이템 정보가 너무나도 불친절했기 때문이었다.

‘영웅?’

더군다나 지도의 아이템 등급은 평범도 아니고 특별도 아니고 유물도 아니었다. 바로 영웅이었다. 신과 전설 다음으로 좋은 등급인 영웅!

‘아니겠지, 지도는 지도니까.’

영웅 등급의 지도. 불친절한 설명. 수혁은 애써 불안감을 억누르고 지도를 꺼내 펼쳤다.

“……?”

지도를 확인한 수혁의 표정에서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의아함이 자리를 잡았다.

‘마탑 도서관?’

의아함이 재차 모습을 드러낸 이유, 그것은 바로 지도 상단에 ‘마탑 도서관’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루의 보물 지도는 마탑 도서관을 보여주고 있었다.

‘뭐야, 보상이 도서관에 있어?’

도서관이라니? 너무나 뜬금없는 장소였다. 수혁은 빨간 점, 보물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빨간 점이 자리 잡은 위치를 보며 생각했다.

‘근데 여긴 책장이잖아…….’

빨간 점은 책장을 가리키고 있었다. 책밖에 없는 책장에 왜 빨간 점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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