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
제45화
그렇게 고블린 초원을 지나 계속해서 걸음을 옮긴 수혁은 목적지 불렘 산맥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불렘 산맥. 수혁은 불렘 산맥을 한번 스윽 훑어보며 생각했다.
‘뭘 잡을까.’
현재 수혁이 서 있는 곳은 불렘 산맥의 중앙이었다. 그리고 중앙을 기준으로 산맥 왼쪽에는 오크들이 가운데는 트롤들이 오른쪽에는 오우거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어떤 몬스터를 잡을지 고민이 됐다. 오크는 트롤, 오우거와 비교해 경험치가 현저히 낮지만 개체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트롤은 경험치도 적당하고 개체수도 적당했다. 마지막으로 오우거는 경험치가 매우 많았지만 개체수가 적다.
‘내 스킬 구성이면…….’
수혁은 스킬 창을 열어 스킬을 확인했다.
‘오크가 낫겠네.’
스킬을 확인한 수혁은 결정을 내렸다. 스킬을 보니 경험치가 적더라도 개체수가 많은 오크를 잡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파이어 스톰 한 방이면 아무리 많아도 다 쓸어버릴 수 있으니까. 보스는 플레임으로 죽일 수 있고.’
물론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이틀 전 배운 플레임과 파이어 스톰 때문이었다.
<플레임>
숙련도 : 초급 1단계(10%)
특수 효과 : 100% 확률로 대상에게 화상을 부여한다.
마나 : 200
쿨타임 : 1분
시전 시간 : 3초
지속 시간 : 20초
<파이어 스톰>
숙련도 : 초급 1단계(22%)
특수 효과 : 1. 50% 확률로 대상에게 화상을 부여한다.
2. 이동속도 –20%
마나 : 500
쿨타임 : 1분 30초
시전 시간 : 15초
지속 시간 : 1분
단일 대상에게는 그 어떤 스킬보다 강력한 데미지를 주는 플레임. 그리고 파이어 월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범위를 공격하는 파이어 스톰.
이 두 스킬을 배우기 전에도 쉽게 사냥을 했던 수혁이지만 두 스킬을 배운 이후에는 일말의 어려움도 없었다. 수혁은 스킬 창을 닫고 오크들이 서식하고 있는 왼쪽으로 향했다.
-취익! 인간!
산맥으로 들어서자마자 수혁은 오크를 만날 수 있었다.
‘정찰병이네.’
오크는 투구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투구에는 깃털 한 개가 달려 있었다. 깃털 한 개는 정찰병을 의미했다.
-침입! 취익!
오크 정찰병은 콧소리와 함께 수혁에게 달려갔다.
“매직 미사일.”
쾅!
물론 오크는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죽음을 맞았다. 매직 미사일로 단숨에 오크를 시체로 만들어버린 수혁은 드랍 된 아이템을 습득 후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어디에 있으려나?’
걸음을 옮기며 수혁은 주변을 살폈다. 오크 정찰병을 발견한 순간 수혁은 찾을 것이 생겼다.
‘이번에는 어떤 부락일까?’
수혁이 찾는 것은 바로 부락이었다. 오크 정찰병은 부락 주변을 정찰한다. 즉, 이 근처에 부락이 있다는 뜻이었다.
-취익?
바로 그때였다.
-인간이다. 취익.
-취익. 침입자.
수혁은 오크 두 마리와 마주쳤다.
“불놀이.”
마주친 순간 수혁은 불놀이를 시전했다. 작은 불덩이가 날아갔고 5초도 지나지 않아 두 오크는 죽음을 맞았다. 수혁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다시 부락을 찾기 시작했다. 부락에 가까워졌기 때문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오크들이 자주 나타났다.
보스 몬스터도 아니고 고레벨 오크도 아닌데 위협이 될 리 없었다. 수혁은 만나는 오크들을 족족 학살하며 움직였고 이내 걸음을 멈췄다.
‘……!’
걸음을 멈춘 수혁은 절벽 위에 서 있었다.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절벽 아래를 바라보았다.
‘찾았다.’
* * *
-취익? 저건 뭐냐 취익?
불렘 산맥에 자리 잡은 태양 오크 부족의 족장 타렌은 특유의 콧소리를 내뱉으며 물었다.
-불 같습니다. 취익.
타렌의 물음에 옆에 있던 부족장 아도스가 답했다.
-그건 알고 있다. 취익.
아도스의 답에 타렌이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내가 궁금한 건 취익. 불이 왜 회오리 모양이냐는 것이다 취익.
타렌이 궁금한 것은 전방에 보이는 불이 어째서 회오리 모양을 하고 있는가? 였다.
-잘 모르겠습니다. 취익.
하지만 아도스 역시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취익. 저희 부락이 있는 곳 아닙니까? 취익.
-……!
이어진 아도스의 말에 타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고는 다시 한 번 표정을 구겼다.
-취익!
타렌은 콧소리와 함께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일반 오크와 달리 4M의 키와, 키에 걸맞은 두툼한 몸집을 가지고 있는 타렌이 속도를 올리자 땅이 움푹움푹 파이며 주변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내 불의 회오리가 있는 곳, 태양 오크 부락에 도착한 타렌은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멍하니 부락 내부를 돌아다니는 불의 회오리를 바라보았다.
-왜…… 취익…….
타렌은 지금의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오, 왔다!”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타렌은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보았다.
‘인간?’
그곳에는 인간 하나가 서 있었다. 인간이 왜 이곳에 있을까?
‘설마!’
타렌은 곧 떠오른 생각에 허리에 차고 있던 손도끼를 꺼냈다. 그리고 손도끼를 꺼낸 순간 인간이 말했다.
“플레임.”
* * *
[레벨 업!]
메세지가 나타났다. 그러나 수혁은 메시지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벌써 세 번째 메시지이기도 했고 실시간으로 캐릭터 창을 통해 확인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잘 오르네.’
수혁은 캐릭터 창을 보며 생각했다. 현재도 경험치는 쭉쭉 오르고 있었다.
‘역시 파이어 스톰이…….’
경험치가 쭉쭉 오르는 이유, 그것은 바로 파이어 스톰 때문이었다. 물론 파이어 스톰을 사용한다고 경험치가 오르는 건 아니다. 경험치가 쭉쭉 오르는 이유는 파이어 스톰으로 몬스터를 잡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현재 부락 안에 있었다. 그리고 파이어 스톰 역시 부락 안을 휘저으며 오크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파이어 스톰에 끊임없이 죽어가는 오크들.
‘이제 슬슬 나타날 때가 됐는데.’
오크들을 보며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는 다른가?’
수혁은 지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경고!]
[태양 오크 부족의 족장, 타렌이 등장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고 메시지를 본 수혁이 외쳤다.
“오, 왔다!”
수혁이 기다리고 있던 누군가는 바로 보스 몬스터 타렌이었다. 수혁은 외침과 동시에 입구를 보았다. 입구에 거대한 오크가 서 있었다. 메시지의 주인공 타렌이었다.
“플레임.”
타렌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던 수혁은 곧장 플레임을 시전했다. 당연히 플레임의 대상은 타렌이었다.
스아악!
플레임이 시전되었고 타렌의 거대한 몸 곳곳에 불꽃이 나타났다. 불꽃은 작았다. 하지만 타렌의 체구와 마찬가지로 불꽃은 점점 크기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취익!
손도끼를 꺼내든 타렌이 불꽃을 끄기 위해 손으로 불꽃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타렌이 사용 할 수 있는 손은 한 손 뿐이었고 불꽃은 많았다. 끄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타렌은 수혁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불꽃 대신 수혁을 없애기로 결정을 한 것 같았다.
“매직 미사일.”
하지만 수혁의 공격은 플레임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데미지 실험을 하려는 것도 아닌데 굳이 플레임에 죽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파이어 스피어.”
수혁은 다가오는 타렌에게 연달아 마법을 날렸다.
쾅! 쾅!
플레임 때문일까? 아니면 피할 생각이 없던 것일까? 타렌은 수혁의 마법을 피하지 않았다.
-취익…….
그렇지 않아도 플레임에 생명력이 뚝뚝 떨어지고 있던 타렌은 결국 힘없는 콧소리와 함께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고개를 떨궜다. 고개를 떨군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태양 오크 부족의 족장, 타렌이 죽음을 맞았습니다.]
[10분간 태양 오크들이 혼란에 빠집니다.]
[태양 오크들이 혼란에 빠져 10분 동안 공격력이 50% 증가합니다.]
[태양 오크들이 혼란에 빠져 10분 동안 방어력이 50% 감소합니다.]
언제 봐도 기분 좋은 메시지였다. 수혁은 이어 드랍 창을 확인했다. 파이어 스톰 때문에 꾸준히 업데이트 되고 있는 드랍 창이었지만 눈에 띄는 아이템이 있었다.
‘장비!’
장비 아이템이었다.
[레벨 업!]
드랍 창을 보며 흐뭇해하고 있던 그때 또다시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레벨 업 메시지였다.
‘역시 보스 몬스터야.’
역시 보스 몬스터는 보스 몬스터였다. 레벨 업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또 레벨 업을 할 수 있던 것은 타렌의 경험치 덕분이었다.
-취익?
바로 그때 뒤에서 콧소리가 들려왔다. 오크의 콧소리였다.
‘정찰 나갔다 왔나?’
혹시나 정찰을 나갔던 오크가 돌아온 것일까? 수혁은 뒤로 돌아 콧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고 확인을 한 수혁은 당황했다.
‘뭐야?’
콧소리의 주인공은 예상대로 오크였다.
‘왜 이렇게 커?’
그런데 일반 오크는 아니었다. 족장인 타렌 만큼은 아니었지만 일반 오크들보다 훨씬 큰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보스 몬스터는 아닌데…….’
보스 몬스터는 아니었다. 보스 몬스터였다면 등장 메시지가 나타났을 것이다.
‘중간 보스네!’
등장 메시지가 뜨지는 않았지만 일반 몬스터가 아니라면 남은 경우의 수는 하나였다. 바로 중간 보스였다.
바로 그때였다.
픽!
“……?”
중간 보스로 추정되는 오크에게 마법을 시전하려 했던 수혁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화살?’
오크의 미간을 뚫고 무언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튀어나온 무언가를 자세히 살핀 수혁은 화살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취익…….
미간을 뚫고 나온 화살 때문일까? 오크가 앞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이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뭐여.”
47.
오크를 보고 있던 수혁은 목소리가 들려온 입구를 보았다. 입구에는 사내 하나가 서 있었다.
‘유저?’
사내의 머리 위에는 길드 마크가 떠 있었다. 길드 마크가 떠 있는 것을 보아 유저가 분명했다.
‘궁수네.’
거기다 유저는 지팡이가 아닌 활을 들고 있었다. 허리에 단검도 두르고 있었다. 마법사가 아닌 궁수가 분명했다.
‘넘어온 건가?’
마탑에는 마법사만 있다. 다른 직업이 없다. 궁수인 것을 보니 다른 지역에서 넘어온 것 같았다.
‘왜?’
그래서 의문이 들었다. 다른 좋은 사냥터도 많은데 왜 이곳에 온 것일까?
“안녕하세요.”
수혁이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유저가 인사를 했다.
“도란이라고 합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인사 후 자신을 소개한 도란에게 수혁 역시 인사를 했다. 인사 후 잠시 침묵이 감돌기 시작했다. 하기야 당연했다. 안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처음 만난 게 아니던가?
“저…….”
침묵을 깬 것은 도란이었다.
“죄송합니다. 사냥하고 계신 줄 몰랐어요.”
도란이 침묵을 깨고 한 것은 사과였다.
“아, 아닙니다.”
사과를 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 않던 수혁은 도란의 갑작스런 사과에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싸우고 있던 것도 아닌데요.”
전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면 모를까 전투를 하기 전이었다. 딱히 사과를 받아야 할 일은 아니라 생각하는 수혁이었다.
“…….”
“…….”
다시 침묵이 흘렀다.
-취익!
이번 침묵을 깬 것은 수혁도 도란도 아니었다. 파이어 스톰의 지속 시간이 끝났고 아직 죽지 않은 오크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불놀이.”
달려오는 오크들은 다섯, 수혁은 불놀이를 시전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오크 다섯이 전부 죽었고 드랍 창이 갱신됐다.
수혁은 확인을 눌러 드랍 창에 있는 모든 아이템들을 습득했다. 그리고 다시 도란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도란이 입을 열었다.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