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46화 (46/553)

# 46

제46화

“……어떤 거요?”

“어제 부락 한 곳 사냥하셨죠?”

“……!”

도란의 말에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알았지?’

수혁은 도란의 말대로 어제 부락 한 곳을 사냥했었다. 그런데 그것을 도란이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예,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 역시 님이셨구나!”

도란은 탄성을 내뱉으며 말했다.

“제가 맞출 장비가 있어서 노가다를 하고 있거든요. 어제 부락을 하나 발견했는데 텅 비어 있더라구요. 그래서 혹시나 하고 여쭤봤습니다. 하하.”

“아, 그렇군요.”

“혹시 계속 오크 잡으실 생각이신가요?”

수혁은 도란의 물음에 생각했다.

‘오크를 잡는다고 하면 시비 붙는 거 아냐?’

도란은 노가다를 하고 있다고 했다. 즉, 경험치가 목적이 아니다. 만약 오크를 잡는다고 답을 한다면? 지금 당장 시비가 붙지 않을까? 아니면 후에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까? 갖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수혁의 생각을 눈치 챈 것일까? 아니면 수혁이 아무런 말이 없기 때문일까? 도란이 이어 말했다.

“만약 오크 잡으시면 저는 트롤 쪽으로 넘어가려구요!”

도란의 말에 수혁은 생각을 접었다.

‘아딜로 때문인가.’

아딜로의 PK 사건에 영향을 받아 그런지 괜한 고민을 한 것 같았다. 하기야 그런 정신병자가 많을 리 없지 않은가?

“당분간은 오크를 잡을 것 같습니다.”

수혁은 도란의 말에 답했다.

“그러시구나.”

도란은 수혁의 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즐판하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수혁이 인사를 받아주자 도란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곧장 부락 밖으로 사라졌다. 도란이 사라지고 얼마 뒤 수혁 역시 부락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미 부락을 초토화시킨 수혁이었다. 수혁 역시 부락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부락에서 나온 수혁은 걸음을 옮기며 우선 캐릭터 창을 열었다.

직업 : 대마도사의 후예

레벨 : 85

경험치 : 4%

생명력 : 21800

마나 : 38200

포만감 : 51%

힘 : 30 (+10)

민첩 : 35 (+16)

체력 : 424 (+10)

지혜 : 1910 (+10)

보너스 스텟 : 25

‘85라.’

부락 한 번 휩쓸었을 뿐인데 어마어마한 경험치를 얻었다.

‘이제 슬슬 느려지겠네.’

어마어마한 경험치를 얻긴 했지만 어제와 비교하면 느리다. 그리고 앞으로 점점 느려질 것이었다.

수혁은 보너스 스텟을 지혜에 전부 투자한 뒤 캐릭터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어 인벤토리를 열었다. 방금 잡은 보스 몬스터 타렌, 타렌이 드랍 한 장비 아이템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단단한 판금 갑옷 상의[특별]>

제한 : 전사

물리 방어력 : 200

이동속도 -20%

<단단한 판금 장갑[특별]>

제한 : 전사

물리 방어력 : 200

이동속도 -10%

<날이 바짝 선 양손 도끼[유물]>

제한 : 힘 200

물리 공격력 : 150

공격속도 –20%

타렌이 드랍한 장비는 3개였다.

‘이건 나중에 넘어가면 팔아야겠네.’

옵션이 나쁜 건 아니었지만 당장 처분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랍 된 장비들은 전부 전사들이 쓸 만한 아이템이기 때문이었다.

즉, 마탑에서 이 장비들을 살 만한 유저는 없었다. NPC에게 판매한다? 유저들이 구매하는 가격과 너무 큰 차이를 보인다. 인벤토리가 부족한 것도 아니고 NPC에게 판매할 이유가 없었다.

‘왜 마탑에는 경매장이 없는 걸까.’

제국이나 왕국의 수도에는 경매장이 있어 쉽게 거래가 가능했다. 그런데 마탑에는 이상하게도 경매장이 없었다.

몇몇 국가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마탑인데 왜 경매장이 없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경매장이 생기는 건 아니었기에 수혁은 아쉬움을 달래며 인벤토리를 닫았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트롤 5000마리를 죽이셨습니다.]

[칭호 : 트롤을 증오하는 자를 획득합니다.]

‘나이스!’

메시지를 본 도란은 칭호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캐릭터 창을 열어 칭호 창을 열며 생각했다.

‘이번에도 체력 올려주겠지?’

트롤 1000마리를 잡았을 때 얻었던 칭호 ‘트롤 학살자’의 경우 체력을 10 올려줬다. 5000마리를 잡아 얻게 된 이번 칭호도 체력을 올려줄 것이다.

-트롤을 증오하는 자 (체력 +20)

‘역시.’

칭호의 효과를 확인한 도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효과 그대로였다. 도란은 칭호 창을 닫고 캐릭터 창을 확인했다.

직업 : 죽음의 궁사

레벨 : 321

경험치 : 2%

생명력 : 53990

마나 : 2700

포만감 : 21%

힘 : 922 (+150)

민첩 : 1821 (+250)

체력 : 711 (+190)

지혜 : 135 (+20)

맷집 : 10

‘이 정도면 이제 알테리온에서도 안 죽겠어.’

아주 가끔 미묘한 차이로 죽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죽지 않을 것이다. 그 미묘하게 부족했던 생명력을 지금 칭호 획득으로 채웠기 때문이다. 도란은 캐릭터 창을 닫았다. 그리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1만 마리도 칭호를 줄 것 같은데.’

1만 마리 역시 칭호를 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5000마리다. 그 정도로 오랜 시간 노가다를 할 수는 없었다. 경쟁에서 밀려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칭호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레벨 역시 중요하다.

‘오우거 쪽으로 넘어갈까?’

앞으로 트롤에게 얻을 수 있는 건 아이템뿐이다. 하지만 오우거는 아이템뿐만 아니라 칭호 역시 얻을 수 있다. 거기다가 어차피 트롤이나 오우거나 사냥 속도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 오우거로 넘어가자.’

도란은 오우거를 잡기로 결정하고 방향을 틀었다.

바로 그때였다.

-파비 : 개소리하지 마.

귓속말이 왔다. 귓속말을 보낸 이는 도란이 소속된 길드 ‘화랑’의 길드장 파비였다. 아까 귓속말을 보냈는데 지금에서야 확인을 한 것 같았다. 도란은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확인한 뒤 파비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도란 : 진짜라니까?

-파비 : 최소 더블에 레벨 300이 넘는 것 같은데 길드가 없다고?

-도란 : 어! 분명 없었어!

-파비 : 그 정도면 이미 길드 들어갔겠지. 어디서 구라를 치고 있어.

-도란 : 야, 파멸이랑 호잇 그 새끼들도 길드 안 들어갔잖아.

-파비 : 새꺄, 정신병자들은 제외해야지. 한 놈은 칭호, 한 놈은 PK에 미친 녀석인데 그걸 비교하냐? 그 유저가 설마 그런 정신병자냐?

-도란 : 아니, 그건 아니고. 근데 진짜라니까! 아오, 왜 부길드장은 길드 가입 권한이 없는 거냐? 진짠데.

도란은 파비의 반응이 너무나 답답했다.

‘하긴 믿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

물론 답답하긴 했지만 파비의 반응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현재 귓속말의 주인공인 유저를 처음 봤을 때 도란 역시 NPC인 줄 알았다.

길드 마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니 NPC가 아니었다. 유저였다.

‘그래도 꼭 포섭해야 되는데.’

독의 마탑 로브를 입고 있으며 불의 마법을 사용했다. 최소 더블 마법사였다. 거기다 하급 마법인 ‘불놀이’로 순식간에 오크들을 죽였다. 보통 강한 게 아니다. 300레벨에 가까운 랭커로 예상이 됐다.

현재 판게아에서 길드의 힘은 길드에 소속되어 있는 유저의 힘으로 결정된다. 강한 유저가 있을수록 길드의 힘이 강해지는 것이다. 즉, 길드가 없는 그 유저를 꼭 포섭해야 된다는 생각에 도란은 파비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파비 : 안 믿음.

하지만 파비가 믿지 않으니 답답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친추라도 하는 건데.’

파비가 이런 반응을 보일 줄 알았다면 친구 추가를 했을 텐데 아쉬웠다.

‘지금이라도 가 볼까?’

도란은 생각했다. 그 사내는 당분간 오크들을 사냥한다고 했다. 지금도 오크들을 사냥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 가자.’

잠시 고민을 하던 도란은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오우거의 영역이 아닌 오크의 영역으로 방향을 틀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도란 : 기다려라, 지금 찾고 있으니까.

걸음을 옮기며 도란은 파비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파비 : 그래, 레벨 300 아니다. 레벨 250 넘고 더블 마법사인데 길드가 없으면 내가 5000골드 줌. 길드 가입하면 5000골드 추가로 줌.

-도란 : 캡쳐해 놓는다.

-파비 : 그래라, 나 사냥 간다.

귓속말이 끝났고 도란은 활짝 웃었다.

‘일단 5000골드는 확보했네.’

독의 마탑 로브를 입고 있고 불 마법을 사용했으니 더블은 확실했다. 레벨이 문제인데 그 정도 공격력이라면 300은 거뜬했다. 5000골드는 확보한 것이다.

‘길드 가입이 문제인데.’

길드 가입 여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그때까지 길드가 없는 것을 보면 길드에 들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단 친추는 꼭 하자.’

길드에 가입을 시키진 못해도 친구로 꼭 추가하리라 하고 도란은 다짐했다. 인맥 역시 힘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도란은 파비에게 받을 5000골드로 무슨 아이템을 살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걸음을 옮겼다.

48.

* * *

-인간…… 취익…… 강하군…….

쿵!

거대한 체구의 오크가 쓰러졌다.

[붉은 오크 부족의 족장, 카우소가 죽음을 맞았습니다.]

[10분간 붉은 오크들이 혼란에 빠집니다.]

[붉은 오크들이 혼란에 빠져 10분 동안 공격력이 50% 증가합니다.]

[붉은 오크들이 혼란에 빠져 10분 동안 방어력이 50% 감소합니다.]

오크가 쓰러지자 메시지가 나타났고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다행이야.’

태양 오크 부락에서 나왔을 때 수혁에게 남은 시간은 1시간 30분이었다. 그 안에 오크 부락을 찾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운 좋게 1시간 만에 부락을 찾을 수 있었다.

부락을 찾았을 때 남은 시간은 30분. 30분이면 부락을 초토화시키는데 충분했다. 아니, 30분도 필요 없었다.

수혁은 30분도 안 되어 보스 몬스터인 카우소까지 죽였다. 엄청난 속도로 부락을 초토화 시킨 수혁은 드랍 창을 확인했다. 카우소가 드랍 한 아이템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오크 가죽 197장

-오크 이빨 111개

-오크 눈알 21개

-카우소의 몽둥이

‘하나밖에 안 나왔네.’

아쉽게도 장비 아이템은 한 개만 드랍 되었다.

‘그래도 이름이 붙었으니까.’

수혁은 습득을 한 뒤 인벤토리를 열어 정보를 확인했다. 역시나 마탑에서 팔 만한 아이템은 아니었다. 그렇게 아이템 정보까지 확인을 한 수혁은 인벤토리를 닫았다.

‘여기서 로그아웃 하는 게 낫겠지?’

어차피 내일도 이곳 불렘 산맥에서 사냥을 할 예정이었다. 굳이 마탑으로 왔다 갔다 이동 시간을 늘릴 필요는 없었다. 수혁은 텅 빈 부락을 한번 둘러보고 로그아웃했다.

[로그아웃 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고 주변 공간이 일그러졌다. 수혁은 헬멧을 벗고 캡슐에서 나왔다. 그리고 바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오, 드디어 날짜 잡혔네.’

문자가 2개 와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와 있었다. 메시지의 내용은 가족 여행에 대한 것이었다. 판게아에서의 가족 여행. 드디어 날짜가 잡혔다.

‘4주 뒤면 딱이네.’

여행 날짜는 오늘을 기준으로 4주 뒤. 4주면 파비앙이 준 퀘스트도 끝난다. 시기는 딱 좋았다.

수혁은 답장을 보낸 뒤 핸드폰을 내려놓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접속해 있는 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