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62화 (62/553)

# 62

제62화

“어, 조금 그렇긴 한데…….”

“야, 그게 중요하냐? 지금 악마 길드 새끼들이 잡혔다는 게 중요하지! 고독 길드에서 계속 악마 길드 새끼들 쫓아냈으면 좋겠다.”

“그건 그렇지. 악마 길드 새끼들 안 보였으면 좋겠다.”

“근데 이러다 헤르딘 대표 길드 되는 거 아냐? 대표 길드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던데.”

“악마 길드만 내쫓아 준다면 나는 찬성!”

“네가 찬성한다고 대표 길드가 되냐? 시장이 정하는 거지.”

‘……대표 길드?’

유저들의 대화를 듣고 수혁은 생각했다.

‘설마 대표 길드를 노리고?’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 고독 길드가 아니라 다른 이가 의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수혁은 알아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만약 고독 길드에서 이번 학살을 의뢰한 거라면…….’

그리고 수혁은 싸늘한 눈빛으로 멀어져가는 만다라와 그 뒤를 쫓는 고독 길드원들을 바라보다가 로그아웃했다.

* * *

‘오랜만이군.’

독의 마탑의 웅장한 자태를 보던 라이노는 이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계단을 통해 3층에 도착한 라이노는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보며 생각했다.

‘봬야 하나?’

4층에는 마탑장과 부마탑장의 방이 있었다.

‘아니야, 좋은 일로 떠난 것도 아니고.’

인사를 할까 했지만 라이노는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좋은 일로 떠난 게 아니다. 좋지 않은 일로 떠났다. 정확히 말해 쫓겨났다고 할 수 있다.

라이노는 고개를 돌려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방 앞에 멈춰 섰다. 라이노는 문에 걸려 있는 문패를 보았다.

-로파드

‘아직도 이 방을 쓰고 있을 줄이야.’

5년 만이었다. 방이 바뀌었을 줄 알았는데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같은 방을 쓰고 있었다.

똑똑

라이노는 노크를 한 뒤 답이 들려오기도 전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누구…… 어!”

독의 마탑 소속 1등급 마법사이자 방의 주인인 로파드가 라이노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게 누구야! 라이노 아니야!”

로파드는 놀람을 지우고 미소를 지으며 라이노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라이노 역시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받았고 악수를 나눈 둘은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았다.

“어쩐 일이야? 지부로 간 뒤 한 번도 온 적 없잖아?”

먼저 입을 연 것은 로파드였다. 라이노는 하드락 지부의 지부장으로 가며 독의 마탑을 떠났고 이후 한 번도 온 적이 없었다. 그런 라이노가 어쩐 일로 온 것일까?

“자네 얼굴도 보고 겸사겸사 궁금한 것도 있고.”

물론 주목적은 로파드를 만나는 게 아니었다. 라이노가 독의 마탑에 온 것은 알아 볼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날 보는 게 겸사겸사인 건 아니고?”

“하하.”

로파드와 라이노는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데 궁금한 게 뭐길래 여기까지 행차한 거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로파드가 물었다. 로파드는 정말 궁금했다. 이곳을 떠난 뒤 독의 마탑에 단 한 번도 온 적이 없는 라이노였다. 그런 라이노가 뭐가 궁금해 독의 마탑에 행차한 것일까?

“음, 그게 말이야…….”

라이노는 로파드의 물음에 말끝을 흐리며 생각했다.

‘사실대로 말해 줘도 되겠지? 어차피 알게 될 거.’

말을 해 주지 않아도 어차피 알게 될 것이다. 로파드의 일이 소속 마법사들의 정보 관리였기 때문이었다.

“우리 마탑에 소속된 마법사의 정보를 좀 알아보려고.”

생각을 마친 라이노는 사실대로 말했다.

“엥?”

라이노의 답에 로파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겨우 그걸 알아보려고 탑으로 온 거야?”

로파드는 라이노가 온 이유가 고작 소속 마법사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응, 내가 아는 사람이 우리 마탑 소속 마법사에게 습격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라이노는 로파드의 반응에 피식 웃으며 이어 말했다.

“……뭐?”

이어진 라이노의 말에 로파드가 인상을 구기며 반문했다.

“그 말 진짜야?”

로파드는 여전히 인상을 구긴 채 라이노에게 물었다.

“진짜 우리 마탑 소속 마법사가 습격을 했다고?”

“나도 직접 본 게 아니고 듣기만 한 거야.”

라이노 역시 직접 본 게 아니었다. 듣기만 한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 마탑 로브를 입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혹시나 우리 마탑 마법사가 아닐 수도 있지만 만에 하나 우리 마탑 마법사라면 직접 이야기를 들어 보고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보려고.”

물론 주목적은 어떻게 된 건지 상황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었다. 정보를 알아내고 넘기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하지만 로파드에게 사실대로 말해 줄 수는 없었다. 주목적을 알게 되면 실망할 것이 뻔했다. 오랜 친구에게 실망을 안겨 주고 싶지 않은 라이노였다.

“어떤 녀석이야? 왜 습격을 한 거지? 나도 어이가 없네. 이름 좀 말해 줘. 내가 당장 찾아 줄 테니까.”

친한 라이노의 일이기 때문일까? 로파드는 직접 알아봐 주기로 결정을 내렸다. 로파드의 말에 라이노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수혁이라고 하더라.”

로파드의 표정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그러나 라이노가 답을 한 순간.

“…….”

흥분이 사라졌다.

“누, 누구라고?”

그리고 말을 더듬으며 되물었다.

“……?”

그런 로파드의 반응에 라이노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라이노는 의아한 눈빛으로 로파드의 물음에 답했다.

“수혁.”

63.

“수혁이라고? 확실해?”

로파드는 다시 한 번 되물었다.

“……왜 그래?”

라이노는 로파드의 반응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친한 마법사인가?’

로파드의 반응을 보니 아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단순히 아는 게 아닌 것 같았다. 반응으로 보아 아주 친하거나 혹은 가까운 마법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하냐구.”

“어.”

라이노는 재차 묻는 로파드에게 고개를 끄덕여 답해 주었다.

“…….”

로파드가 입을 다물었다.

‘수혁 님이 습격을?’

수혁이 습격을 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라이노의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아는 사람이야?”

라이노가 물었다.

“알지.”

생각에 잠겨 있던 로파드는 라이노의 물음에 답했다.

“당연히 알 수밖에…….”

2등급 이하의 마법사들은 수혁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로파드 같은 1등급 이상의 마법사들은 대부분 수혁에 대해 알고 있다. 측정불가의 재능이 아니던가?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로파드는 라이노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만에 하나 수혁 님이 잘못하셨다고 하더라도.’

누구의 잘못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수혁이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을 텐데.’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머나먼 이야기이긴 하지만 독의 마탑을 이끌 차기 마탑장이 아니던가?

“혹시 많이 친한 사람이야? 소개해 줄 수 있어?”

라이노가 말했다.

‘말해 줘야겠지.’

로파드는 라이노의 말에 생각했다. 아무래도 라이노에게 말을 해 줘야 될 것 같았다. 만약 말을 해 주지 않는다면 크나큰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일단 그전에 수혁 님이 누구인지 알려줘야 될 것 같다.”

“님? 누군데 존칭까지 붙이는 거야?”

라이노는 로파드의 말에 되물었다. 로파드는 1등급 마법사였다. 1등급 마법사인 로파드가 존칭을 붙이다니?

‘도대체 누구이길래.’

수혁이 도대체 누구이기에 존칭을 붙인단 말인가?

“수혁 님이 누구냐면.”

라이노의 물음에 로파드가 말을 이어나갔다.

“차기 마탑장이셔.”

“……!”

로파드의 답에 라이노의 두 눈이 두 배로 커졌다. 로파드의 답이 충격적이었는지 라이노는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이내 정신을 차린 라이노가 말했다. 물론 완전히 정신을 차린 건 아닌지 라이노는 말을 더듬고 있었다.

“차기 마탑장이시라고.”

로파드는 다시 한 번 답을 해 주었다.

“…….”

라이노의 표정이 한껏 구겨졌다.

‘이게 무슨.’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차기 마탑장?’

차기 마탑장이라니?

“동명이인 아니야? 다른 수혁은 없어?”

라이노가 물었다. 혹시나 동명이인이 아닐까?

“아니.”

로파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우리 독의 마탑에서 수혁이란 이름의 마법사는 수혁 님 한 분이셔.”

“…….”

라이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 *

“……후우.”

하드락 지부로 돌아온 라이노는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걸 어떻게 하지?’

라이노는 고민했다.

‘차기 마탑장이라니…….’

라이노 역시 낮은 위치의 마법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차기 마탑장으로 내정된 수혁은 더 높은 위치에 있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어 볼 수도 없고.’

차기 마탑장에게 어떻게 된 것인지 어떻게 묻는단 말인가?

‘알려 줘야 하나?’

오늘 악마 길드의 부길드장 하기스가 찾아 올 예정이었다. 하기스에게 수혁에 대한 정보를 알려 줘야 될까?

‘아무리 내가 탐욕적이라고 하지만…….’

탐욕스러움. 라이노 역시 자신이 얼마나 탐욕적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차기 마탑장의 정보까지 넘길 정도로 멍청한 것은 아니었다.

‘죽기는 싫어.’

죽을지도 모른다. 아니, 죽을 것이다.

‘하지만 악마 길드 녀석들의 성격상…….’

악마 길드가 어떤지 라이노는 잘 알고 있었다. 사과를 받지 못하면 아니, 사과를 받는다고 해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알려 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라이노는 생각했다. 제대로 알려 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문제가 될 것 같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알려 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건들 수 없을 테고.’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이다. 아무리 악마 길드라고 해도 건들 수 없을 것이다.

‘아니야, 건들 수도 있잖아.’

그러나 곧 생각이 바뀌었다. 여태까지 보아왔던 악마 길드의 행보를 보면 차기 마탑장이라고 해도 공격을 할 것이다.

‘그냥 모르는 척할까?’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어차피 모르는 것 같은데.’

악마 길드에서 알고 있는 것은 이름과 독의 마탑 로브를 입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 정보로 차기 마탑장인 수혁을 찾아 해를 끼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

라이노는 모르쇠로 일관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생각을 마쳤다.

똑똑

바로 그때였다.

“지부장님, 악마 길드의 부길드장이 왔습니다.”

하기스가 도착했다.

* * *

“저기 위에 있는 게 길드 마크인가?”

“근데 저거 우리 죽였던 녀석들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지성과 지수의 대화에 수혁은 생각했다.

‘악마 길드 새끼들 갑자기 왜 이렇게 많아진 거야?’

로그아웃 할 때만 하더라도 보이지 않았던 악마 길드원들이 다시 나타났다. 그것도 전보다 많은 수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오늘은 안 나타날 줄 알았는데.’

얼마 전 있었던 고독 길드 사건으로 오늘 하루는 악마 길드원들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수혁이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악마 길드원들은 아주 활기차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얼굴을 아는 녀석들이 없으니까 다행이긴 한데.’

수혁의 얼굴을 알고 있는 건 악마 길드에서 둘뿐이었다. 로켄과 헤이든. 그러나 로켄은 고독 길드원들에게 죽었고 헤이든은 수혁에게 죽었다.

거기다 독의 마탑 로브도 인벤토리에 넣어 놨다. 지금 돌아다니고 있는 악마 길드원들은 수혁을 알지 못한다.

바로 그때였다.

“아!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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