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66화 (66/553)

# 66

제66화

마탑에 남아 있는 건 마탑 도서관에 책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마탑 도서관의 모든 책을 읽게 된 순간 수혁은 다른 도서관을 찾아 떠날 예정이었다.

-연중 : 어디로 갈지는 생각했냐?

연중의 물음에 수혁은 생각했다.

‘흐음…….’

어디로 가야 될까?

‘하드락이 좀 괜찮아 보이긴 하는데…….’

요 며칠 동안 복수를 위해 하드락으로 출근을 했기 때문일까? 하드락에 있는 도서관에 관심이 갔다. 마탑 도서관만큼 큰 것은 아니었지만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크기였다.

‘이용 조건도 괜찮아 보이고.’

도서관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 조건이었다. 하드락의 이용 조건은 다른 도서관에 비해 조금 수월한 편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수월하다기보다는 노력한 만큼 빠르게 달성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하드락은 도시 국가이며 용병 국가이다. 그런 하드락의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2가지 조건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된다.

‘A급 용병만 되면 되니까.’

첫 번째 조건은 A급 용병이 되는 것이다. 지역 ‘마탑’에 중앙 마탑이 있듯 하드락에는 용병 사무소가 있었다.

용병 사무소에서 퀘스트를 받아 수행하다 보면 등급이 올라간다. 즉, 퀘스트를 빠르게 깨면 빠르게 A등급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연중이네 길드가 하드락에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두 번째 조건은 S등급 길드에 소속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A등급이 아니어도 도서관 이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수혁은 이미 연중의 ‘리더’에 들어가기로 이야기가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연중의 길드 ‘리더’의 거점은 하드락이 아니었다. 즉, S등급이 아니었고 두 번째 조건은 없는 조건이나 마찬가지였다.

-수혁 : 하드락으로 생각하고 있어.

-연중 : 뭐? 하드락?

-연중 : 악마 길드는? 귀찮지 않겠어?

현재 하드락의 분위기는 혼란 그 자체였다. 수혁과 악마 길드 때문이었다. 대륙 전체로 따지면 크지 않지만 하드락에서만큼은 수위를 다툴 정도의 규모를 갖고 있는 악마 길드가 수혁에 의해 몰락해 가고 있었다. 악마 길드 입장에서 수혁은 결코 가만히 둘 수 없는 존재였다.

-수혁 : 당장 이용할 건 아니니까.

아직 마탑 도서관을 정복하지 못했다. 그리고 하드락으로 확정된 게 아니라 후보 중 하나일 뿐이다. 다른 좋은 도서관이 나타난다면 당연히 그 도서관으로 갈 것이다.

-수혁 : 그리고 귀찮지 않게 만들어야지.

거기다 수혁은 이대로 악마 길드와의 관계를 유지할 생각이 없었다. 분이 완전히 가라앉을 때 관계 역시 완전히 끝낼 생각이었다.

-수혁 : 이제 나 책 읽는다.

-연중 : 알았다. 연락은 꼭 주고! 무슨 일 생기면!

연중의 귓속말에 수혁은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책장에서 책을 꺼내 책상으로 돌아와 독서를 시작했다.

* * *

“후아!”

양주혁은 한숨과 함께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끝났다.”

드디어 기나길었던 업무 하나가 끝났다. 그 때문일까? 양주혁의 입가에는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러고 보니…….’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목의 피로를 풀고 있던 양주혁은 문득 든 생각에 장율을 보았다. 여태까지 그래왔듯 장율은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율아.”

양주혁은 장율을 불렀다.

“네.”

장율이 답했고 양주혁이 이어 말했다.

“특등급 유저들 근황 좀.”

방금 전 끝낸 업무에 집중하느라 양주혁은 요 근래 특등급 유저들에 대한 보고를 듣지 못한 상황이었다.

“전부요?”

“특별히 사고 일으킨 유저 없지?”

장율의 반문에 양주혁이 물었다.

“네.”

특등급 유저들은 플레이 자체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이끈다. 그러나 그뿐, 양주혁이 신경을 쓸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면 사냥왕이랑 수혁만.”

장율의 답에 양주혁이 말했다. 특등급 관리 대상이라고 모두 다 같은 급은 아니다. 특등급에서도 급이 나누어진다.

양주혁은 그중 사냥왕과 수혁을 가장 위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사냥왕과 수혁은 다른 특등급 유저들에 비해 조용히 플레이 중이었다.

사냥왕은 묵묵히 사냥을 통해 레벨을 올리고 있었고 수혁은 대부분의 시간을 독서로 보내고 있었다.

이런 둘이 다른 특등급 유저들과 마찬가지로 이슈를 끌기 시작한다면? 어마어마한 관심이 일어날 것이다.

“잠시만요.”

양주혁의 말에 장율은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입을 열었다.

“사냥왕은 지금도 사냥 중입니다.”

장율의 입에서 먼저 나온 것은 사냥왕었다.

‘역시.’

예상대로 사냥왕은 여전히 사냥 중이었다.

“퀘스트는?”

양주혁이 물었다.

“조건 거의 달성했고 조만간 천계로 넘어갈 것 같습니다.”

“그래?”

장율의 답에 양주혁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혁은?”

끄덕임을 멈춘 양주혁이 장율에게 물었다.

“독서 중입니다.”

“요즘에도 악마 길드 찾아가?”

처음 수혁이 악마 길드에 찾아가 한 행동을 보고 양주혁은 어마어마하게 놀랐다. 갑자기 왜 이러나 싶었다.

“네, 아무래도 많이 화가 났나 본데요?”

“하긴, 지인 두 명이 죽었으니.”

하지만 상황을 알아보니 이해가 됐다. 같이 여행을 떠난 지인들. 여행 전날에 지인들이 악마 길드원에게 죽었다.

“근데 지금까지 하는 걸 보면 가족이겠지?”

“예, 아무래도 가족일 것 같아요. 벌써 10일째니까요.”

수혁이 악마 길드와 다투기 시작한 지 벌써 10일째였다. 단순 지인의 복수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아, 맞다!”

바로 그때였다. 문득 든 생각에 장율이 말했다.

“조만간 마탑 도서관 정복할 것 같습니다.”

“……벌써?”

장율의 말에 양주혁은 놀랐다.

‘시간 참 빨라.’

오렌의 도서관을 정복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탑 도서관 정복이라니? 시간이 참으로 빠르다 생각하며 양주혁이 입을 열었다.

“다른 도서관을 찾을까?”

“아무래도 여태까지 보인 행동을 봐서는…….”

장율이 말끝을 흐렸다. 여태까지 보인 수혁의 행동을 보면 분명 또 도서관을 찾아 나설 것이었다.

“음…….”

양주혁은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던 양주혁은 이내 생각을 마치고 입을 열었다.

“새로운 도서관을 찾을 때 알려 줘.”

“네.”

장율의 답을 듣고 양주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나와 휴게실로 향하며 생각했다.

‘스승님은 무슨 생각이실까.’

대마도사의 후예인 수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직업을 좀 하향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신경 쓰지 말라는 답만 들었다.

이견을 달 수 없을 정도로 판게아의 모든 것을 만든 스승님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양주혁은 궁금했다.

‘정보만 다 확인할 수 있어도…….’

양주혁도 확인이 불가능한 정보가 있었다. 그 정보들만 확인할 수 있어도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지 유추 할 수 있을 텐데 참으로 아쉬웠다.

‘에휴, 언젠간 알 수 있겠지.’

확인이 불가능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정보의 보안 등급이 내려와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양주혁은 그에 대한 생각을 접고 휴게실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고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67.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책을 덮은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여태껏 읽은 책들을 반납한 뒤 도서관에서 나와 워프 게이트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이제 슬슬 대화를 해 볼까?’

어제의 학살로 악마 길드에 대한 분노는 완전히 가라앉았다.

‘지금쯤이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겠지.’

그리고 악마 길드도 지금쯤이면 거의 미쳐 있을 것이다.

‘말해 줄 거야.’

지금이라면 학살을 의뢰한 자가 누구인지 알려 줄 것이다.

‘근데 안 알려 주면 어떻게 하지?’

물론 확실한 건 아니다. 학살의 의뢰자가 누구인지 알려 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 계속해서 복수해야겠지.’

잠시 생각을 한 수혁은 생각을 마쳤다. 알려 주지 않는다? 그러면 알려 줄 때까지 복수를 끝내지 않으면 된다.

향후 계획을 점검한 수혁은 곧 워프 게이트에 도착했고 붉은 여우 가면을 착용한 뒤 하드락으로 이동했다.

웅성웅성

하드락에 도착한 수혁은 웅성이는 유저들을 지나쳐 워프 게이트에서 나왔다. 그리고 곧장 악마 길드의 길드 하우스로 걸음을 옮겼다.

“와, 악마 길드원 아직도 돌아다니네?”

“이제 곧 A등급으로 떨어진다는 썰이 있던데?”

유저들의 대화를 들으며 걸음을 옮기던 수혁은 곧 목적지에 도착했다. 길드 하우스 앞임에도 악마 길드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나 때문인가.’

혹시나 여태까지 이어온 학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던 수혁은 악마 길드원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응?”

그리고 얼마 뒤 길드 하우스에서 악마 길드원이 하나 나왔다. 길드 하우스에서 나온 악마 길드원은 앞에 서 있는 수혁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여우 가면?”

가면을 쓴 수혁을 보고 악마 길드원은 미간을 좁혔다. 미간을 좁힌 악마 길드원은 그대로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길드 마크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

길드 마크가 없는 것을 본 악마 길드는 침을 꼴깍 삼키며 다시 고개를 내렸고 수혁은 그런 악마 길드원의 반응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쪽 길드장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요.”

“……수혁?”

악마 길드원은 수혁의 말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네.”

수혁이 답했고 악마 길드원은 반사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길드장 좀 불러 주세요. 없으면 부길드장이라도.”

* * *

‘17일째.’

바알은 고민했다. 수혁이 처음 길드 하우스에 나타난 지 벌써 17일이 지났다.

‘이대로는 안 되는데.’

17일 중 단 하루를 제외하고 수혁은 꾸준히 매일매일 길드 하우스에 나타났다. 그리고 길드원들을 학살했다.

기나긴 시간 동안 이어지는 학살을 막지 못하고 있어서 그런지 많은 길드원들이 길드를 탈퇴했다.

그리고 길드원들이 탈퇴해서 그런지 아니면 이 일이 알려져서 그런 것인지 의뢰의 수도 감소하고 있었다.

‘A등급으로 떨어지면…….’

이대로 가다가는 S등급인 길드 등급이 A등급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S등급과 A등급의 차이는 크다.

NPC들이 제공하는 퀘스트 중 한둘이 참여 하는 퀘스트가 아닌 길드 단위 혹은 군대가 참여하는 큰 퀘스들은 대부분 등급이 높은 길드에게 먼저 연락이 간다.

만약 A등급으로 떨어진다면? 그런 큰 퀘스들을 받지 못할 것이고 다른 S등급 길드들과의 차이는 점점 벌어질 것이며 그렇게 되면 더 많은 길드원들이 탈퇴를 할 것이다.

즉, 수혁의 학살을 해결하지 못하면 끊임없는 악순환으로 악마 길드는 서서히 몰락하고 말 것이다.

‘대화를 해야 되는데.’

최상위 랭커에게 의뢰를 해 수혁을 죽인다? 포기했다.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바알은 수혁과 대화를 하고 싶었다.

왜 이러는 것인지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어떻게 하면 학살을 멈출 것인지 모든 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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