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70화 (70/553)

# 70

제70화

70.

“다음 분?”

NPC가 재차 수혁을 불렀다.

“저기요. 님 차례에요.”

그럼에도 수혁이 움직이지 않자 뒤에 있던 유저가 살짝 짜증이 깃든 목소리로 수혁을 건들며 말했다.

“아, 네. 죄송합니다.”

유저의 손길에 정신을 차린 수혁은 캐릭터 창을 닫았다.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의뢰 목록을 보고 싶습니다.”

수혁은 인벤토리에서 용병패를 꺼내 건넸다. 용병패를 확인한 NPC는 서랍을 열어 종이 뭉치를 꺼내 수혁에게 내밀었다. E등급 의뢰 목록이었다.

“확인하시고 말씀해 주시길.”

수혁은 NPC의 말을 들으며 의뢰 목록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뭐지?’

의뢰 목록을 확인하던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F등급에만 있는 건가?’

수혁이 원하는 의뢰는 완료 조건이 아이템으로 이루어진 의뢰였다. 그런데 원하는 의뢰가 보이지 않았다.

‘끙.’

마지막 의뢰까지 확인한 수혁은 속으로 앓는 소리를 내뱉으며 처음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첫 번째 의뢰를 보며 생각했다.

‘이러면 이게 제일 낫겠네.’

오크를 사냥하는 의뢰였다. 하드락 근처에 오크들이 많은 것을 생각해 보면 금방 완료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퀘스트 ‘오크 부락 탐사’를 수락하셨습니다.]

의뢰를 받고 수혁은 용병 사무소에서 나왔다. 그리고 퀘스트 창을 열어 ‘오크 부락 탐사’를 확인했다.

<오크 부락 탐사>

오크들이 도시로 내려오고 있다. 부락을 확인해 오크들의 상황을 파악하라!

[오크 : 0 / 200]

퀘스트 보상 : 200골드

‘남쪽 빼고 전부 있다고 했지.’

하드락에는 오크가 많다. 남쪽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전부 오크들이 있다. 수혁은 퀘스트창을 닫고 동쪽으로 향했다. 용병 사무소에서 가장 가까운 입구가 동쪽이었기 때문이었다.

“고블린 사냥 가실 분!”

“험블 호랑이 사냥 가실 분 구합니다! 힐, 탱 있어요! 딜러만 오시면 됨! 법사 환영!”

동쪽 입구에 도착한 수혁은 수많은 유저들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입구는 입구네.’

입구의 풍경은 마탑이나 하드락이나 다르지 않았다. 수혁은 유저들을 지나쳐 계속해서 동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인간이다!

-인간!

얼마 지나지 않아 ‘고블린 초원’에 도착한 수혁의 앞을 고블린이 막아섰다.

“불놀이.”

물론 수혁이 걸음을 멈추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불놀이를 시전해 앞을 막아선 고블린을 전부 처치한 수혁은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파이어 스피어.”

“포이즌 스피어.”

“독의 사슬.”

그 뒤로도 고블린들은 계속해서 앞을 막아섰다. 마법 한 번만 쓰면 알아서 정리가 되었기에 수혁의 속도는 느려지지 않았고 곧 수혁은 고블린 지역을 벗어나 오크가 서식하는 카매인 산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파티 구합니다!”

“힐러 구해요! 힐러 오면 바로 출발! 힐 3개 있으신 분만! 힐장판 있으면 2개도 됨!”

인기가 많은 사냥터라 그런 것일까? 성문 앞과 마찬가지로 카매인 산맥 입구에는 수많은 유저들이 모여 파티 혹은 파티원을 구하고 있었다.

“야, 저기 마법사 아니야?”

“에이, 독 마법사잖아.”

“아, 저게 독 마법사야?”

“어.”

“저 유저도 대단하다. 어떻게 독 마법으로 여기까지 왔지? 육성 존나 힘들다며.”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수혁은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두 유저가 수혁을 바라보고 수군대고 있었다.

‘저 유저들만 그런 건가.’

수혁은 유저들의 수군거림을 들으며 생각했다.

‘아니면 인식이 더 안 좋은 건가.’

독 마법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안 좋은 것 같았다.

“저기 법사님 저희랑 파티 하실래요?”

“아, 죄송합니다. 파티가 있어서.”

“혹시 치유 법사신가요? 같이 파티 사냥 하실래요?”

“저만 가면 출발인가요?”

하드락에는 마법사의 수가 적다. 그래서 마법사로 보이는 유저들에게 많은 이들이 다가가고 있었다. 즉, 마법사는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수혁에게는 단 한 명도 오지 않았다.

‘어차피 파티 할 생각이 없긴 했지만.’

물론 수혁은 애초에 파티를 할 생각이 없었다. 파티를 하자고 해도 거절 했을 것이다. 그런데 거절할 기회조차 오지 않으니 조금 찝찝했다.

바로 그때였다.

“저기요!”

찝찝한 마음을 오크들에게 풀어내기로 마음을 먹은 순간 누군가 수혁의 앞을 막아섰다.

“……?”

수혁은 앞을 막아선 여인을 보고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여인이 인사를 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수혁은 여전이 의아한 표정으로 여인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저 기억하세요?”

“……네?”

그리고 이어진 여인의 물음에 수혁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아는 사람인가?’

기억하냐니? 혹시나 아는 사람인 것일까? 그러나 여인이 누구인지 생각나지 않았다.

‘착각한 거 아냐?’

여인이 착각을 한 게 아닐까?

‘그러고 보니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그런데 여인을 보다보니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억 안 나시는구나!”

수혁의 반응에 여인이 이어 말했다.

“오렌 도서관에서 봤었는데.”

“아!”

여인의 말에 수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때 그 여자!’

오렌의 도서관에서 만났던 여인이었다. 다짜고짜 스텟은 이곳에서만 오르는 게 아니다, 책을 읽으면 오르는 것이다, 라고 말했던 그 여인.

“안녕하세요.”

여인을 기억해 낸 수혁은 다시 한 번 인사했다.

“기억나셨구나!”

수혁의 인사에 여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혹시 오크 사냥하러 오신 거예요?”

“네, 의뢰 때문에요.”

“그럼 같이 사냥 하실래요? 저희 힐러랑 탱커 다 있는데!”

“아…….”

여인의 물음에 수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죄송해요. 제가 금방 또 가야 돼서.”

그리고 이어 수혁은 거절했다. 수혁은 경험치를 올리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의뢰를 완료하기 위해서였다. 200마리? 금방 잡을 것이다. 오히려 파티를 하는 게 느릴 수 있다.

“아, 그러시구나…….”

수혁의 답에 여인은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그럼 다음에 봬요! 즐판 하세요!”

그리고 여인은 다시 자신의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아는 사람이야?”

“응. 그때 도서관에서 봤던 사람.”

“아, 그 책 읽으려고 도서관에 왔다는 그?”

여인과 일행의 대화를 들으며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취익!

-인간! 취익!

“펜타님! 힐 좀요!”

“생명의 물결!”

초입이라 그런 것일까?

“아, 오크 진짜 없네.”

“조금 더 들어갈까요?”

“그러죠.”

오크보다 유저들이 더 많았다. 이곳에서 200마리를 채우려면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릴 것 같았다.

‘어차피 돌아가는 건 아공간으로로 할 거니까.’

수혁은 더욱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돌아갈 때 걸리는 시간은 ‘아공간으로’의 워프 마법진을 이용할 것이기에 걱정할 필요 없었다.

-취익! 인간이다. 취익!

-죽인다! 취익!

“히, 힐 좀요! 어서!”

“쿨이에요! 일단 포션 복용해 주세요!”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유저의 수는 적어졌고 오크들은 늘어났다. 그리고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유저들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취익?

-인간, 취익.

수혁은 다가오는 오크를 보며 생각했다.

‘이제 마음 편히 잡아야지.’

이제 유저도 없다. 즉, 경쟁자가 없다. 혹시 모를 스틸을 걱정할 필요 없이 마음 편히 스킬을 난사해도 된다.

“불놀이.”

수혁은 전방에 있는 오크 두 마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냥을 시작했다.

“파이어 스톰!”

“포이즌 스톰!”

“포이즌 클라우드!”

1초마다 드랍 창이 갱신되기 시작했다.

‘눈알이 무슨…….’

갱신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올라가는 오크의 눈알을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이래서 1골드였구나.’

오크가 드랍하는 잡템임에도 왜 1골드에 판매되고 있던 것인지, 매물이 많았던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수혁은 끝없이 올라가는 오크의 눈알에 관심을 끄고 퀘스트를 확인했다. 그리고 얼마 뒤 퀘스트 완료 조건을 충족한 순간 수혁은 사냥을 끝냈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 * *

용병 사무소 2층.

‘말도 안 돼.’

의뢰 완료를 담당하고 있는 롤링은 당황스런 눈빛으로 눈앞의 사내를 보았다.

‘의뢰를 받은 지 얼마나 됐다고.’

의뢰를 받은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오크 200마리를 벌써 잡았다고?’

사내가 받은 의뢰는 오크 200마리를 잡는 것이었다. 그런데 1시간도 되지 않아 200마리를 잡았다.

거짓이 아니었다. 용병패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용병패에는 분명 200마리를 잡았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E등급 용병이?’

문제는 사내가 E등급 용병이라는 것이었다.

“저 끝났나요?”

사내가 물었다.

“아, 네.”

멍하니 사내를 바라보던 롤링은 화들짝 놀라며 답했다.

“그럼 용병패 좀 주시겠어요?”

이어진 사내의 말에 롤링은 아차! 하는 표정으로 용병패를 돌려줬다. 그리고 재빨리 의뢰 보상이 들어 있는 상자도 건넸다.

“안녕히 계세요.”

용병패와 보상을 받은 사내는 뒤로 돌아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으로 내려가는 사내의 뒷모습을 보며 롤링은 생각했다.

‘수혁이라…….’

용병패 각인되어 있는 사내의 이름은 수혁이었다.

‘관심 있게 봐야 될 것 같군.’

아무래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될 것 같았다.

“용병패를 주시겠습니까?”

롤링은 수혁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그리고 본연의 일에 충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50분이 지났을 때.

“……?”

반대편에 앉은 사내를 보고 롤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 또…….’

50분 전 의뢰를 마치고 돌아갔던 사내. 관심 있게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생각을 한 수혁이 왔기 때문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수혁이 용병패를 내밀었다.

‘설마 그 사이에 의뢰를 하나 더 완료했다는 건가?’

이곳에서 용병패를 내미는 행동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의뢰의 완료. 롤링은 당황스런 표정으로 용병패를 받아 확인했다.

‘이런 미친!’

그리고 수혁이 받은 의뢰와 용병패의 기록을 보고 롤링은 욕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오우거를 50마리나 잡았다고?’

수혁이 받은 의뢰는 오우거를 50마리 토벌하는 것이었다. 오우거는 결코 약하지 않다. 50마리를 잡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런데 용병패에는 50마리를 잡았다는 기록이 되어 있었다.

‘1시간도 안됐잖아!’

물론 놀란 이유는 50마리를 잡았다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롤링이 놀란 이유는 시간이었다. 수혁이 의뢰를 완료하고 간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그 사이에 의뢰를 받고 오우거를 50마리나 잡았다? E등급 용병의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끝났나요?”

수혁이 물었다.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롤링은 용병패와 의뢰 보상 상자를 돌려줬다.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1층으로 내려갔다.

‘설마 또 오는 거 아냐?’

용병패를 받고 떠나는 수혁의 뒷모습을 보며 롤링은 생각했다. 벌써 2번의 의뢰를 완료한 수혁이었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도 아니다. 왠지 또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시간 뒤 롤링은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여기요.”

“…….”

롤링은 용병패를 내미는 사내. 수혁을 보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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