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71화 (71/553)

# 71

제71화

71.

* * *

[퀘스트 ‘트롤 토벌’을 완료하였습니다.]

[승급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승급 의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생각보다 빠르단 말이지.’

3개의 의뢰를 해결했다.

‘10개는 깨야 된다고 들었는데.’

수혁이 알아본 바 퀘스트의 난이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개를 깨야 E등급에서 D등급으로의 승급 의뢰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시간 때문인가?’

수혁이 완료한 의뢰는 3개. 차이가 나도 너무나 났다. 혹시나 의뢰를 완료한 시간 때문인 것일까?

“다음 분!”

이내 수혁의 차례가 되었고 생각에 잠겨 있던 수혁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용병패를 꺼내 내밀며 말했다.

“승급 의뢰 목록을 보고 싶습니다.”

NPC는 수혁의 말에 우선 용병패를 확인한 뒤 승급 의뢰 목록을 주었다. 수혁은 바로 목록을 확인했다.

-오크 부락 섬멸

해빅 오크 부락 섬멸

보상 : 1000골드

제한 : 1주일

-트윈 헤드 오우거 카투르

코니안 산맥 어딘가에 서식하는 트윈 헤드 오우거 카투르 처치

보상 : 500골드, 하드락 공헌도 2000

-현자 하딜로의 부탁

현자 하딜로의 부탁을 들어주기

보상 : 하딜로의 로브

.

.

.

의뢰 목록을 끝까지 확인한 수혁은 첫 번째 장으로 돌아와 생각했다.

‘부락 섬멸이 괜찮겠네.’

대부분의 의뢰들이 보스 몬스터로 추정되는 몬스터를 잡거나 NPC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었다.

보스 몬스터는 인기가 많다. 그리고 찾는데 시간도 걸린다. 즉, 오래 걸릴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그리고 NPC의 부탁의 경우 어떤 부탁인지 쓰여 있지 않았다. 오래 걸릴 수도 있고 짧은 수도 있다. 복불복인 것이다. 그러나 수혁은 굳이 복불복 의뢰를 할 생각이 없었다.

‘정확히 명시되어 있는 걸 보면 위치도 알려 주겠고.’

첫 번째 의뢰인 ‘오크 부락 섬멸’의 간편 설명에는 해빅 오크 부락이라고 정확히 지정되어 있었다. 위치도 알려 줄 것이었다. 결정을 내린 수혁은 의뢰 목록을 돌려주며 말했다.

“첫 번째 의뢰로 하겠습니다.”

[퀘스트 ‘오크 부락 섬멸’을 수락하셨습니다.]

[해빅 오크 부락 지도를 획득합니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생각했다.

‘역시.’

예상대로 부락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는 지도가 제공되었다. 수혁은 용병패를 돌려받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용병 사무소에서 나와 퀘스트창과 인벤토리를 열었다. 퀘스트와 지도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오크 부락 섬멸>

카매인 산맥 근처에 있는 마을 토리아. 최근 카매인 산맥에서 오크들이 내려오기 시작했고 토리아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조사 결과 토리아 마을을 습격한 오크들은 해빅 오크였다. 해빅 오크 부락을 섬멸해 오크의 수를 줄여라!

[해빅 오크 : 0 / 500]

[해빅 오크 족장 카라쉬 : 0 / 1]

[남은 시간 : 7일]

퀘스트 보상 : 1000골드

<해빅 오크 부락 지도>

해빅 오크 부락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는 카매인 산맥 지도다.

정보를 확인한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어 지도를 꺼내 펼쳤다.

‘흐음.’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건 단 2개였다. 카매인 산맥의 입구와 해빅 오크 부락의 위치. 지도를 확인한 수혁은 인벤토리에 다시 지도를 넣고 닫았다. 그리고 카매인 산맥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뭐야? 저 유저?’

코마 길드의 스카우터 로아는 당황스런 눈빛으로 한 사내를 쳐다보았다.

‘아까도 오지 않았나?’

분명 1시간 전 보았던 유저였다.

‘의뢰받고 나갔는데?’

잘못 본 게 아니었다. 길드가 없어 유심히 확인한 로아였다. 분명 1시간 전 의뢰를 받고 나갔던 유저였다.

‘설마 그 짧은 시간에 의뢰를?’

의뢰를 그 짧은 시간에 완료해 버린 것일까? 로아는 사내를 주시했다. 이내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용병 사무소에서 나갔다. 로아는 사내의 뒤를 따라 나갔다.

‘……지도?’

용병 사무소에서 나간 사내는 지도를 보고 있었다.

‘의뢰로 받은 지도인가?’

무슨 지도일까? 의뢰로 받은 지도일까?

‘보통 의뢰는 아니라는 건데…….’

물론 의뢰 지도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의뢰 지도라면? 로아의 머릿속에는 계속해서 물음표가 나타났다.

‘따라갈까?’

이내 사내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래, 길드 영입도 제안할 겸.’

사내는 길드가 없었다. 길드 마크가 없으니 확실했다. 잠시 고민하던 로아는 사내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카매인 산맥 입구에 도착한 수혁은 지도를 꺼냈다.

‘이쪽으로 가면 되는 건가.’

지도를 보며 수혁은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해빅 오크 부락이었다. 이동을 하면 할수록 유저들의 수는 적어졌다.

“포이즌 스피어.”

“파이어 스피어.”

“파이어 볼.”

점점 오크들을 마주치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크들을 학살하며 걸음을 옮기던 그때.

사각!

뒤쪽에서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

수혁은 재빨리 뒤로 돌아섰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부러지는 소리였는데.’

소리가 들려왔다.

‘잘못 들었나?’

혹시나 잘못 들은 것일까? 수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뒤를 돌아 걸음을 옮겼다.

‘응?’

그리고 얼마 뒤 수혁은 다시 걸음을 멈췄다.

‘벌써 도착했나?’

전방에 보이는 투박한 목책. 설마 해빅 오크 부락에 벌써 도착한 것일까? 수혁은 지도를 확인했다.

‘생각보다 산맥이 작나 보네.’

상당히 오랫동안 걸어야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산맥이 작은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취익!

“매직 미사일.”

오크가 나타났고 수혁은 반사적으로 매직 미사일을 날려 오크를 죽였다. 그리고 이어 퀘스트 창을 열어 퀘스트를 확인했다.

<오크 부락 섬멸>

카매인 산맥 근처에 있는 마을 토리아. 최근 카매인 산맥에서 오크들이 내려오기 시작했고 토리아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조사 결과 토리아 마을을 습격한 오크들은 해빅 오크였다. 해빅 오크 부락을 섬멸해 오크의 수를 줄여라!

[해빅 오크 : 0 / 500]

[해빅 오크 족장 카라쉬 : 0 / 1]

[남은 시간 : 7일]

퀘스트 보상 : 1000골드

“……?”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0?’

오크는 죽었다. 드랍 창에 오크의 힘줄이 나타났으니 죽은 건 분명했다. 그런데 왜 1이 아니라 0이란 말인가?

‘설마…….’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해빅 오크가 아닌 건가?’

수혁이 잡아야 할 오크는 그냥 오크가 아니다. 해빅 오크였다. 아무래도 방금 전 죽은 오크는 해빅 오크가 아닌 것 같았다.

‘어쩐지.’

퀘스트 창을 닫은 수혁은 전방의 목책을 보았다. 방금 전 죽은 오크는 저 부락의 오크가 분명했다. 그 말은 눈앞에 부락이 해빅 오크 부락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너무 빠르다 했어.’

수혁은 부락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온 김에.’

이곳 카매인 산맥의 오크들은 100~130 레벨이었다. 즉, 수혁이 경험치를 얻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부락을 청소하기로 결정한 수혁은 입구를 지나쳐 부락으로 들어갔고 그와 동시에 포이즌 스톰을 시전했다.

“포이즌 스톰.”

스아악!

-취익!!!!

-인…… 취익!!

입구를 돌아다니다 수혁을 발견한 오크들은 비명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내 오크들이 쓰러지며 드랍 창이 갱신되기 시작했다.

‘……태양 오크?’

갱신된 드랍 창을 보며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드랍 된 아이템 중 하나에 태양 오크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탑 근처에 있는 오크도 태양 오크 아니었나?’

마탑 근처에도 태양 오크 부족이 있었다.

‘하긴 에픽 몬스터도 아니고.’

오크는 흔한 몬스터였다. 드래곤, 마왕 같은 에픽 몬스터가 아니었다. 같은 이름의 몬스터가 있는 건 전혀 이상할 것 없었다.

‘보스 몬스터는 언제 나타나려나? 보스는 이름이 다르려나?’

수혁은 포이즌 스톰에 죽어 나가는 오크들을 보며 보스 몬스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취익! 침입자!

[경고!]

[태양 오크 부족의 족장, 코렌이 등장합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보스 몬스터의 등장이었다.

‘이름은 조금 다르네.’

마탑 근처에 있는 태양 오크 족장의 이름은 타렌이었다. 부족의 이름은 같으나 보스 몬스터의 이름까지는 같지 않았다. 수혁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태양 오크 부족의 족장, 코렌이 죽음을 맞았습니다.]

[10분간 태양 오크들이 혼란에 빠집니다.]

[태양 오크들이 혼란에 빠져 10분 동안 공격력이 50% 증가합니다.]

[태양 오크들이 혼란에 빠져 10분 동안 방어력이 50% 감소합니다.]

“…….”

메시지를 본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벌써?’

보스 몬스터라 포이즌 스톰만으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포이즌 스톰의 위력은 생각보다 강했다.

* * *

‘이런 미친!’

로아는 당황했다.

‘부락을 무슨.’

은신 상태로 사내의 뒤를 따랐고 도착한 곳은 카매인 산맥이었다. 카매인 산맥 어디를 찾는 것인지 지도를 보며 걸음을 옮기던 사내는 곧 부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로아는 볼 수 있었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부락의 오크들을.

[경고!]

[태양 오크 부족의 족장, 코렌이 등장합니다.]

[태양 오크 부족의 족장, 코렌이 죽음을 맞았습니다.]

[10분간 태양 오크들이 혼란에 빠집니다.]

[태양 오크들이 혼란에 빠져 10분 동안 공격력이 50% 증가합니다.]

[태양 오크들이 혼란에 빠져 10분 동안 방어력이 50% 감소합니다.]

그것은 보스 몬스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반 오크나 보스 오크나 죽는 데에는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포이즌 스톰이 원래 이렇게 좋았나?’

메시지를 통해 보스 몬스터의 죽음을 알게 된 로아는 전방을 휘젓고 있는 독의 회오리를 보며 생각했다.

‘이거 완전 개사긴데.’

포이즌 스톰은 쉽게 볼 수 있는 마법이 아니다. 일단 포이즌 스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레벨도 레벨이지만 독 마법을 익혀야하기 때문이었다.

‘진짜 말도 안 되는 속도네.’

이내 부락이 조용해졌다. 모든 오크들이 죽은 것이다. 로아는 부락 내부를 한번 둘러보고 사내의 뒤를 따라 부락 밖으로 나왔다.

‘응?’

그리고 로아는 지도를 다시 꺼낸 사내를 볼 수 있었다.

‘여기가 목적지가 아니었나?’

부락에 들어가기에 목적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지도를 다시 꺼낸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것 같았다.

‘더 따라가야 되나?’

이미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한 로아는 고민했다. 사내를 더 따라갈지 말지.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이내 로아는 고민을 끝냈다.

‘아직 길드 이야기도 못 꺼냈고.’

사내를 따라 온 목적은 한 가지가 아니었다. 여러 가지였다. 그 중 가장 큰 이유가 길드 영입이었다.

‘어딜 가는지도 궁금하고.’

물론 포이즌 스톰을 보기 전의 이야기였다. 지금은 길드 영입보다 사내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더 궁금했다.

‘던전 같은 곳이면…….’

혹시나 던전이 아닐까 기대하며 로아는 사내의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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