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77화 (77/553)

# 77

제77화

* * *

C등급으로 승급 후 수혁은 곧장 1층으로 내려와 줄을 섰다. 의뢰를 받기 위해서였다. 인원이 가장 많아 카운터도 다섯 개로 가장 많은 C등급이었기에 줄은 빠르게 줄어들었고 곧 수혁의 차례가 되었다.

“의뢰 목록을 보고 싶습니다.”

수혁은 자리에 앉아 용병패를 내밀며 말했다.

“여기 있습니다.”

용병패를 받은 NPC는 수혁에게 의뢰 목록을 보여주었고 수혁은 어떤 의뢰들이 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살폈다.

‘이제 좀 멀리멀리 나가야 되네.’

목록에 있는 모든 의뢰를 확인한 수혁은 첫 번째 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의뢰 목록을 내밀며 말했다.

“첫 번째 의뢰로 하겠습니다.”

[퀘스트 ‘7봉우리에 피는 꽃’을 수락하셨습니다.]

퀘스트를 받은 수혁은 용병패를 돌려받고 용병 사무소에서 나왔다. 그리고 동쪽 성문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7봉우리에 피는 꽃>

카매인 산맥 7봉우리에 서식하고 있는 몬스터 콘타. 콘타의 등에서 피어오르는 활력의 꽃 헬리드를 채집하라!

[콘타 : 0 / 20]

[헬리드 : 0 / 20]

퀘스트 보상 : 900골드

몬스터와 몬스터의 부산물을 가지고 오는 퀘스트였다.

‘경쟁자도 없을 테니 금방 깨겠지.’

퀘스트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콘타의 물리 방어력은 무지막지하게 높다. 그리고 드랍 하는 아이템 중 가치가 높은 것도 없어 인기가 없는 몬스터였다. 도착만 하면 금방 완료할 수 있을 것이다.

동쪽 성문에 도착한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카매인 산맥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매인 산맥 입구에 도착했고 수혁은 웅성이는 유저들을 지나쳐 그대로 산맥에 들어갔다.

‘7봉우리가 여기였지.’

이미 7봉우리의 위치를 알고 있는 수혁의 걸음은 단 한 번도 멈춰지지 않았다. 수혁의 걸음은 목적지인 7봉우리에 도착하고 나서야 멈춰졌다.

‘아무리 인기가 없다고는 하지만.’

수혁은 눈앞에 보이는 몬스터 콘타를 보며 생각했다.

‘진짜 많네.’

많아도 너무나 많았다.

‘마법 한 번만 써도 되겠는데?’

일단 시야에 들어 온 콘타의 수만 족히 30마리는 넘었다. 범위 마법 한 번이면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퀘스트 완료에 필요한 활력의 꽃, 헬리드 20개가 나온다면 말이다.

“포이즌 스톰.”

수혁은 풀을 뜯으며 돌아다니는 콘타들을 향해 포이즌 스톰을 시전했다.

스아악!

이내 포이즌 스톰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와 동시에 드랍 창이 나타났다.

“…….”

드랍 창을 본 수혁의 미간이 좁혀졌다.

-콘타의 등껍질 24개

-헬리드 3개

정확한 수는 세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족히 30마리는 넘었다. 그런데 드랍 된 헬리드는 고작 3개뿐이었다.

‘에휴, 그럼 그렇지.’

C등급은 C등급이었다. 수혁은 포이즌 스톰을 지나쳐 봉우리 중앙을 향해 나아가며 콘타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응?’

그리고 얼마 뒤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집?’

77.

전방에 집이 보였다.

‘봉우리마다 있는 건가?’

1봉우리에도 집이 있었다. 비록 집의 주인인 케탄이 죽기는 했지만 말이다. 수혁은 콘타들을 죽이며 집으로 다가갔다.

‘여기는 온전하네.’

케탄의 집과 달리 이 집의 문은 박살나지 않았다. 온전히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끼이익

바로 그때였다.

“……?”

문을 열고 집에서 사내가 나왔다. 집주인이 있을 것이라 생각지 못했던 수혁은 사내의 등장에 당황했고 그것은 사내 역시 마찬가지였다.

“…….”

“…….”

둘 사이에 침묵이 감돌기 시작했다.

“누구신지…….”

먼저 입을 연 것은 사내였다. 사내의 눈빛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하기야 처음 보는 이가 집 앞에서 서성이고 있으니 경계하는 것도 당연했다.

“헬리드를 구해 달라는 의뢰 때문에 왔다가 집이 있길래 궁금해서 와 봤습니다. 하하…… 그럼.”

수혁은 어색한 웃음으로 답을 하고 뒤로 돌아섰다.

“잠시만요!”

그러나 뒤로 돈 수혁은 다시 뒤로 돌 수밖에 없었다. 사내의 외침 때문이었다. 수혁은 의아한 눈빛으로 사내를 보았다.

“용병이십니까?”

“네.”

“저 혹시 지금도 의뢰를 받으시는지요?”

사내가 수혁을 부른 이유, 그것은 바로 의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수혁은 거절했다.

“제가 용병 사무소를 통해서만 의뢰를 받는지라.”

용병 사무소에서 받는 퀘스트가 아니면 등급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퀘스트가 없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없어 못 깨고 있는 상황에 굳이 따로 퀘스트를 받을 생각이 없는 수혁이었다.

“부탁드립니다! 아주 간단한 의뢰입니다! 하드락에 있는 코파인 상단. 그곳에 조장으로 있는 로미안이라는 친구에게 편지 하나만 전해 주시면 됩니다. 편지만 전해 주시면 10골드를 드리겠습니다.”

<해키드의 편지>

코파인 상단 1조장 로미안에게 해키드의 편지를 전하라!

[해키드의 편지 : 0 / 1]

퀘스트 보상 : 10골드

해키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퀘스트가 나타났다. 그리고 퀘스트를 본 수혁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로미안?’

로미안 때문이었다.

‘이 사람도 로미안이랑 관련이 있어?’

봉우리에 살고 있기에 혹시나 케탄처럼 로미안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 생각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해키드는 로미안과 관련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수혁은 자신의 답을 기다리는 해키드에게 답했다. 어차피 가는 길이었고 이번 일로 대도 켈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퀘스트 ‘해키드의 편지’를 수락하셨습니다.]

답을 하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편지를 가져오겠습니다.”

“예.”

수혁의 답을 듣고 해키드는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뒤 편지를 들고 나왔다.

“여기 있습니다. 이 편지를 코파인 상단의 1조장 로미안이라는 친구에게 전해 주시면 됩니다. 의뢰의 보상은 그 친구가 해 줄 겁니다! 의뢰를 받아주셔 정말 감사드립니다.”

편지를 내밀며 해키드가 말했다.

[해키드의 편지를 획득하셨습니다.]

수혁은 편지를 받은 뒤 답했다.

“아닙니다. 어차피 가는 길인 걸요. 그리고 로미안 님이라면 저도 알고 있구요.”

수혁은 편지를 받으며 답했다.

“헉! 로미안을 알고 계십니까?”

해키드는 수혁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이곳에 오기 전 로미안 님의 의뢰를 받았었습니다. 1봉우리에 있는 케탄이라는 분께 편지를 전하는 의뢰를요.”

“오, 케탄 그 친구는 잘 지내고 있습니까?”

“아, 그것이…….”

수혁은 말끝을 흐리며 괜히 케탄에 대한 말을 꺼냈다고 생각했다. 케탄은 죽었다. 케탄의 죽음을 해키드에게 알려 줘도 될까?

“……?”

수혁이 말끝을 흐린 것에 불안함을 느낀 것일까? 미소를 짓고 있던 해키드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런 해키드의 반응에 수혁은 진실을 답해 주기로 결정을 내렸다.

“제가 갔을 때에는 이미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한 뒤였습니다.”

“……!”

해키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놀란 표정으로 수혁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저벅저벅

‘……?’

뒤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수혁은 뒤로 돌아 발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그리고 발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한 수혁은 미간을 좁혔다.

발소리의 주인공은 한 명이 아니었다. 두 사내가 다가오고 있었다. 문제는 두 사내의 머리 위에 떠있는 길드 마크였다.

‘악마 길드?’

두 사내 머리 위에 떠 있는 길드 마크는 악마 길드의 마크였다.

‘여기는 무슨 일이지?’

이곳 7봉우리는 유저들에게 인기가 없는 사냥터다. 수혁도 의뢰가 아니라면 오지 않았을 곳이 바로 7봉우리였다.

‘의뢰?’

지금 다가오는 악마 길드원들은 무슨 이유로 온 것일까? 의뢰 때문에 온 것일까?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수혁의 귓가로 악마 길드원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둘이나 있는데?”

“상관없잖아.”

“하긴 저 둘 중 해키드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거지.”

대화를 통해 수혁은 악마 길드원들의 목적을 알 수 있었다. 악마 길드원들의 목적은 해키드였다.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해키드를 찾는 것일까? 악마 길드의 이미지가 좋지 않다 보니 좋은 목적으로 찾은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은 수혁은 다가오는 악마 길드원들을 보며 해키드에게 물었다.

“저 둘을 아십니까?”

“……아뇨. 처음 봅니다.”

해키드는 악마 길드원들을 보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악마 길드원이 해키드를 모르듯 해키드 역시 악마 길드원들을 모르고 있었다.

“네가 할래?”

“아, 1봉우리 때부터 내가 했잖아.”

“범죄자 수치 초기화할 때 내가 돈 좀 보탤게.”

“알았다.”

그리고 이어 들려오는 악마 길드원들의 대화에 수혁은 생각했다.

‘1봉우리?’

분명 1봉우리라는 단어가 나왔다. 1봉우리부터 뭘 했단 말인가?

‘설마.’

혹시나 케탄의 죽음이 악마 길드원들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휙!

왜소한 체구의 악마 길드원이 팔을 휘둘렀다. 그리고 수혁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거리도 짧고 속도도 빨랐으며 방패나 무기를 들고 있지 않던 수혁은 무언가를 피하거나 쳐내지 못했다.

[중독되지 않습니다.]

[유저 ‘살귀’에게 공격받으셨습니다.]

[유저 ‘살귀’와 적대 상태가 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고 수혁은 고개를 내려 자신의 배를 강타하고 떨어진 무언가를 확인했다.

‘단검?’

고개를 내린 수혁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단검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단검을 본 수혁은 다시 고개를 들어 단검을 날린 왜소한 체구의 사내 살귀를 보았다.

“…….”

살귀는 매우 당황스런 표정으로 수혁을 쳐다보고 있었다. 공격이 먹히지 않아 당황한 게 아니었다.

“왜 그래?”

옆에 있던 건장한 체격의 사내 즐렘은 살귀의 반응에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이어 살귀가 답했다.

“수, 수혁이야.”

“뭐?”

즐렘은 살귀에 답에 놀란 목소리로 반문했다.

“저 새…… 아니, 저 유저 캐릭명이 수혁이라고.”

“…….”

살귀의 답에 즐렘은 살귀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돌려 당황스런 표정으로 수혁을 보았다.

“거기 두 분.”

수혁은 당황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두 사내 살귀와 즐렘에게 말했다.

“잠시 이야기 좀 하죠.”

* * *

바알은 서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후, 좋았어.’

서류에는 현재 악마 길드가 수행 중인 의뢰와 각종 정보가 쓰여 있었다. 현재 악마 길드의 상황은 매우 좋았다.

‘이대로면 금방 복구할 수 있겠어.’

3일 전에 끝난 수혁의 학살. 수혁에게 입은 피해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피해를 복구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갑자기 연달아 이런 일들이 일어나다니. 흐흐.’

하지만 학살이 끝나 그런 것인지 하늘이 도운 것인지 의뢰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것도 큼지막한 의뢰들이 여럿 있었다.

이대로라면 수혁에게 입은 피해를 전부 복구하는 데 2주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서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던 바알은 입꼬리를 더욱 올렸다.

바로 그때였다.

-살귀 : 길마님.

귓속말이 왔고 입꼬리를 힘껏 올리고 있던 바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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