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78화 (78/553)

# 78

제78화

‘살귀?’

살귀가 누구인지 바로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귓속말이 왔다는 것은 친구로 등록이 되었다는 것이고 친구로 등록되었다는 것은 바알 본인이 직접 의뢰를 소개했다는 뜻이다.

‘아아, 코파인 상단 의뢰.’

잠시 생각하던 바알은 이내 살귀가 어떤 의뢰를 수행 중인지 떠올리고 살귀에게 답을 보냈다.

-바알 : 네.

-살귀 : 의뢰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바알은 살귀의 귓속말에 인상을 구겼다. 의뢰에 문제가 생겼다니? 살귀가 수행하고 있는 의뢰는 문제가 생길 만한 의뢰가 아니었다.

‘내가 너무 높게 쳐 준 건가?’

살귀의 능력을 너무 높게 쳐 준 것일까? 바알은 살귀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바알 : 무슨 문제입니까?

-살귀 : 그게…….

-살귀 : 수혁이 끼어들었습니다.

“……!”

이어진 살귀의 귓속말에 바알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수혁?’

수혁이라니?

-바알 : 수혁이라뇨? 설마 그 수혁을 말하는 겁니까?

바알은 다급한 표정으로 살귀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살귀 : 가면을 쓰고 있지 않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캐릭터명도 수혁이고 독 마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살귀의 답에 바알의 인상이 구겨졌다.

‘하필 왜 지금이야?’

다툼을 끝낸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이런 시발.’

바알은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살귀에게 물었다.

-바알 : 어떻게 끼어들었다는 겁니까?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보세요.

살귀에게 들은 것은 수혁이 끼어들어 의뢰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뿐이었다. 정확히 수혁이 어떻게 끼어든 것인지, 의뢰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전체적인 상황을 알고 싶었다. 아니, 알아야 했다.

-살귀 : 의뢰의 마지막 장소인 7봉우리에 왔는데 수혁이 죽여야 할 NPC와 같이 있습니다.

-살귀 : 어떤 의뢰를 받은 것인지 의뢰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달라고 합니다.

-살귀 : 어떻게 할까요?

살귀의 물음에 바알은 바로 답을 해 줄 수 없었다.

“후…….”

바알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망할.’

그저 욕밖에 나오지 않았다.

-바알 : 7봉우리라고 했지요?

-살귀 : 예.

-바알 :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그렇게 전해 주세요.

바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혁이 관련된 일이었다. 직접 해결해야만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퀘스트를 받은 거지?’

작은 의뢰는 아니지만 큰 의뢰라고도 생각지 않았다. NPC를 몇 명 죽이고 카매인 산맥의 봉우리들을 확인하는 것이 끝인 의뢰였다.

‘설마 그 붉은 구슬과 관련이 있는 건가?’

의뢰 완료에 꼭 필요한 조건은 아니지만 충족하면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추가 조건이 있었다.

바로 붉은 구슬을 찾는 것이었다. 대도 켈타의 비밀 동굴 열쇠라는 붉은 구슬을 찾는다면 더 큰 보상을 주겠다고 의뢰자 코파인 상단의 부상단장 헤론이 말했다.

‘생각보다 큰 건인가.’

수혁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의뢰다. 생각보다 더 큰 의뢰가 분명했다. 길드 하우스에서 나온 바알은 빠르게 7봉우리로 걸음을 옮겼다.

78.

* * *

“이제 곧 도착하신다고 합니다.”

살귀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수혁은 살귀의 말에 답하며 생각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정보를 얻게 됐네.’

악마 길드에서 정보를 얻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수혁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거 시간을 너무 소비했는데.’

이동 시간도 그렇고 바알을 기다리는 지금도 그렇고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썼다.

‘의뢰를 몇 개나 더 완료할 수 있으려나.’

이제 곧 해가 질 시간이었다. 앞으로 의뢰를 몇 개나 더 완료할 수 있을까?

저벅저벅

생각에 잠겨 있던 중 발소리가 들려왔다. 수혁은 생각을 접고 앞을 보았다. 바알이 다가오고 있었다.

“…….”

바알은 도착과 동시에 말없이 수혁을 보았다. 수혁은 그런 바알의 시선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네요.”

솔직히 말해 오랜만은 아니었다. 악마 길드와의 일을 끝낸 지 3일밖에 되지 않았다. 3일 만에 다시 만난 것이다.

“3일 만이니 오랜만이라 할 수 있군요.”

수혁의 말에 바알이 답했다.

“궁금하신 것이 있다고 하셨다는데…….”

바알은 말끝을 흐리며 수혁에게 말을 넘겼다. 그리고 수혁은 바알의 말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무슨 퀘스트를 받은 것인지, 의뢰한 NPC는 누구인지. 그리고 대도 켈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도대체 무슨 퀘스트를 받았기에 NPC들을 죽이고 다닌 것일까? 그리고 의뢰한 NPC는 누구일까? 악마 길드는 대도 켈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궁금한 게 많은 수혁이었다.

“꼭 알아야 되는 겁니까?”

수혁의 말에 바알이 되물었다.

“네,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제 퀘스트와도 관계가 있어서요.”

“…….”

수혁의 말에 바알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망할 녀석.’

바알은 수혁을 보며 생각했다.

‘이걸 이렇게 당당히 물어보다니.’

퀘스트에 대한 정보를 묻는 것은 실례였다. 그런데 수혁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너무나도 당당히 물었다. 하지만 그 당당함에 반항을 할 수 없었다. 반항을 했다가 3일 전 끝낸 일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후, 알려 줘야겠지.’

수혁의 궁금증을 해결해 줘야 될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친 바알은 답을 기다리고 있는 수혁을 보며 입을 열었다.

* * *

“…….”

수혁은 말없이 7봉우리를 떠나는 바알과 살귀, 즐렘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내 세 사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뒤로 돌아 해키드의 집을 보았다.

‘굳이 들를 필요는 없겠지.’

바알과의 이야기를 굳이 해키드에게 해 줄 필요는 없었다. 로미안이라면 모를까. 수혁은 뒤로 돌아 퀘스트 창을 열었다.

<7봉우리에 피는 꽃>

카매인 산맥 7봉우리에 서식하고 있는 몬스터 콘타. 콘타의 등에서 피어오르는 활력의 꽃 헬리드를 채집하라!

[콘타 : 20 / 20]

[헬리드 : 15 / 20]

퀘스트 보상 : 900골드

‘5개.’

앞으로 5개만 더 모으면 된다. 수혁은 걸음을 옮겨 콘타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헬리드 5개를 습득했고 곧장 아공간으로를 시전해 하드락으로 돌아왔다.

‘일단 가면서 편지부터 주자.’

워프 게이트에서 나온 수혁은 용병 사무소가 아닌 코파인 상단에 먼저 들르기로 결정을 내렸다. 로미안에게 전해 줄 정보 아니, 정확히는 판매할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정보면 동굴 위치에 대해 알 수 있겠지.’

바알 역시 동굴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그 위치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바알에게 들은 이야기가 쓸모없는 건 아니었다. 바알에게 들은 이야기로 로미안에게 많은 것들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 수혁은 확신하고 있었다.

얼마 뒤 수혁은 코파인 상단에 도착했다. 시간이 꽤나 흘러서 그런지 점심 직전에 보았던 사내가 아닌 다른 사내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수혁은 사내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로미안 님을 뵈러 왔는데요.”

“……!”

입구를 지키고 있던 사내는 수혁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답했다.

“무슨 용무로 오신 건지요.”

“……전해드릴 편지가 있어서 왔습니다.”

“편지요?”

“예.”

“직접 전해드려야 되는 겁니까?”

“네.”

수혁은 사내의 물음에 답하며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사내의 반응에서 무언가 이상함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잠시 응접실에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사내의 말에 답하며 수혁은 일단 응접실로 들어가 로미안을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뒤 문이 열리며 두 사내가 들어왔다.

‘누구지?’

두 사내 중 하나는 방금 전 수혁과 대화를 나눈 사내였다. 그런데 그 옆에서 함께 오고 있는 사내는 로미안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사내였다.

“안녕하십니까.”

수혁의 앞에 도착한 처음 보는 사내는 미소를 지으며 수혁에게 인사했다.

“부상단장 헤론이라고 합니다.”

처음 보는 사내의 정체는 바로 헤론이었다. 헤론의 자기소개에 수혁은 놀란 표정으로 헤론을 보았다.

‘이 NPC가…….’

수혁은 헤론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헤론이 유명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곳에 오기 전 바알에게 들었다. 로미안의 동료들을 죽여 달라 의뢰를 한 자가 바로 헤론이었다.

‘왜 로미안이 안 오고…….’

분명 입구를 지키고 있는 사내에게 로미안을 만나러 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째서 로미안이 아닌 헤론이 온 것일까?

‘설마 로미안도 당한 건가?’

설마 로미안의 동료들처럼 로미안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일까?

‘그 짧은 시간에?’

몇 시간 전 로미안을 만났던 수혁이었다.

“1조장인 로미안에게 전할 편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맞습니까?”

헤론이 말했다.

“네.”

수혁은 잠시 생각을 멈추고 헤론의 말에 답했다.

“현재 로미안은 급한 일이 생겨 자리를 비운 상황입니다. 편지를 주신다면 대신 전해드리겠습니다.”

헤론의 말에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닙니다. 본인에게 직접 전해 달라는 의뢰인지라.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

로미안에게 편지를 전해야 퀘스트가 완료된다. 다른 이에게 전해 줄 수 없다. 더군다나 헤론이면 더욱 줄 수 없었다. 로미안의 적이 아니던가?

“……흐음.”

수혁의 답에 헤론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알겠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헤론은 미소를 지었다.

“직접 전해야 하신다니 뭐, 어쩔 수 없지요.”

헤론은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수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언제 다시 오실 예정인지 알려 주시면 로미안에게 전하겠습니다.”

“로미안 님의 일이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수혁은 헤론의 말을 듣고 물었다.

“…….”

헤론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오늘 밤 10시면 끝날 겁니다.”

“그럼 그때 오겠습니다.”

수혁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한 뒤 응접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용병 사무소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진짜 일이 생긴 건가?’

헤론이 왔기에 로미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구체적인 시간을 알려 준 것을 보니 진짜 일이 바빠 오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함정?’

물론 함정일 수도 있다. 10시에 끝나는 게 로미안의 일이 아닌 함정 준비일 가능성도 있었다.

‘아니지, 너무 나갔다.’

하지만 수혁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순히 로미안에게 편지를 전하기 위해 온 것인데 함정을?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 * *

“그럼 퀘스트를 포기합니까?”

살귀가 물었다.

“아뇨. 포기는 하지 마세요.”

바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바알의 답에 살귀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전 바알이 해키드를 죽이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완료 조건 중 남은 것은 해키드의 죽음뿐이었다. 그런데 해키드를 죽이지 말라고 해놓고 퀘스트 포기를 하지 말라니?

“시간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시간제한이 있는 퀘스트가 아니었다. 거기다 상황이 바뀌면 퀘스트도 변경된다. 퀘스트를 받는데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괜히 포기를 통해 날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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