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86화 (86/553)

# 86

제86화

수혁이 의아해한 이유, 그것은 바로 처음 보는 몬스터가 쓰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혁이 알기로 레드 산맥의 보스 몬스터는 트윈 헤드 오우거였다.

물론 일반 트윈 헤드 오우거를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네임드, 고유 이름이 있는 트윈 헤드 오우거가 바로 레드 산맥의 보스 몬스터였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들에는 분명 그리 쓰여 있었다.

그런데 퀘스트를 보니 아무래도 잘못된 정보가 알려진 것 같았다. 일반 오우거보다 트윈 헤드 오우거가 훨씬 강하듯 그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는 트리플 헤드 오우거는 더 강할 것이다. 하긴, 그러니 제왕이 되었겠지.

물론 상위 개체라 해도 하위 개체가 더 강할 수 있다. 네임드 오우거가 일반 트윈 헤드 오우거보다 강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트리플 헤드 오우거 역시 네임드였다. 같은 네임드라면 상위 개체가 더 강하다.

‘근데…….’

보상 밑에 수많은 주석이 달려 있었다. 수혁은 주석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퀘스트를 보며 생각했다.

‘보기만 하면 조건이 충족된다고?’

퀘스트 완료 조건이 너무나도 쉬웠다. 트리플 헤드 오우거인 오렘을 잡는 것도 아니고 발견만 하면 된다.

‘얼마나 강하길래…….’

잡는 것도 아니고 발견만 하면 된다니? 도대체 얼마나 강하기에 보는 것만으로 조건이 충족되는 것일까?

퀘스트를 보며 생각하던 수혁은 이내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드랍된 아이템을 습득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파이어 스톰은 지속 시간이 끝나 사라져 있었고 독 안개 역시 서서히 옅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오우거들 역시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찾아볼까.’

주변을 확인한 수혁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디에 있으려나.’

물론 구체적인 목적지는 없었다. 오렘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 * *

“…….”

하드락의 정보 길드이자 음지를 관리하고 있는 케임 길드의 1등급 정보원 라돈은 말없이 전방을 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전방에는 수많은 시체가 있었다. 인간의 시체는 아니었다.

‘오우거들이…….’

수많은 오우거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트윈 헤드 오우거…….’

그중에는 트윈 헤드 오우거의 시체도 보였다.

‘미친, 몇 마리야?’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족히 열 마리가 넘었다. 라돈은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레 오우거들의 시체로 다가갔다. 그리고 시체를 확인했다. 어떻게 죽은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독?’

곧 라돈은 오우거의 시체에서 독을 발견해 낼 수 있었다.

‘독 마법!’

그것도 보통 독이 아니었다. 마나를 머금고 있는 독이었다.

‘허, 수혁 그 자가 벌인 짓인가?’

의뢰를 받은 후 수혁의 흔적을 쫓아왔다. 아무래도 오우거들의 죽음은 수혁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오우거들의 시체를 살피던 라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 본 라돈은 추가로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불 마법도 사용할 줄 아는 건가?’

아무래도 수혁은 독 마법뿐만 아니라 불 마법도 사용할 줄 아는 것 같았다.

‘이 정도 수준이면 수준급인데.’

그것도 겉핥기가 아니라 수준이 꽤나 높아 보였다.

‘더 쫓는 건…….’

흔적이 남아 있었다. 흔적을 쫓아 추격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고민이 됐다. 과연 추적을 더 해도 되는 것일까? 감당할 수 있을까?

‘불가.’

라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길드의 정보원이 되며 가장 먼저 배운 것이 본인의 한계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라돈은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추격은 위험했다.

‘이 정도도 엄청난 정보다.’

결정을 내린 라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을린 나무들과 파헤쳐진 땅, 그리고 수많은 오우거들의 시체. 이 정도도 엄청난 정보였다. 라돈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길드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 * *

다다다다닥

사무실에 홀로 남아 있는 장율은 키보드를 두들기며 모니터를 확인했다. 그리고 얼마 뒤 장율은 바뀐 모니터 화면에 나온 정보를 보고 손가락을 멈췄다.

“……?”

손가락을 멈춘 장율의 표정에 물음표가 나타났다.

‘너무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는 건가.’

오랜 시간 일을 해 눈이 피로해 헛것이 보이는 것일까? 장율은 키보드에서 손을 떼 눈을 비빈 후 다시 모니터를 확인했다.

“…….”

하지만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이런 미친.”

장율은 얼굴을 살짝 구기며 중얼거렸다.

“뭔 짓을 한 거야?”

얼굴을 구긴 채 장율은 다시 키보드를 두들겼다.

‘왜 갑자기 레벨이 폭등한 거지?’

장율이 얼굴을 구긴 채 키보드를 두들긴 이유, 그것은 바로 수혁 때문이었다. 수혁의 레벨이 갑작스레 올라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궁금했다.

“……흐음.”

이내 손가락을 멈춘 장율은 침음을 내뱉으며 모니터를 보았다.

“이래서 레벨이…….”

어째서 수혁의 레벨이 폭등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문을 열고 양주혁이 들어왔다.

“무슨 일 없었지?”

양주혁은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며 장율에게 물었다.

“그게…….”

장율은 말끝을 흐렸고 양주혁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장율의 표정을 확인한 후 한쪽 눈썹을 찌푸렸다.

“뭐야? 뭔 일 생겼어? 그 사이에?”

화장실에 다녀왔을 뿐이다.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니다.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사이에 일이 생겼다?

“일은 아니고 변동 사항입니다.”

“……?”

“수혁의 레벨이 폭등했습니다.”

장율은 의아함 가득한 양주혁의 눈빛에 답했다.

“몇인데?”

양주혁은 장율의 답에 물었다. 얼마나 폭등했기에 장율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1, 2 정도는 아니겠지.’

당연히 1이나 2레벨은 아닐 것이다. 그 정도로 폭등이라고 할 수는 없고 이런 반응을 보일 리도 없었다. 양주혁의 물음에 장율이 다시 답했다.

“167입니다.”

86.

“뭐?”

장율의 답에 양주혁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아까만 해도 120대 아니었어?”

정확히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분명 오늘 아침에 120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167이라니?

“고레벨 사냥터라도 간 거야?”

물론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양주혁은 수혁의 능력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수혁의 스텟이라면 능히 고레벨 몬스터들을 사냥할 수 있다. 즉, 수혁의 레벨에서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고 폭업이 가능하다.

“예, 레드 산맥에서 200~250 오우거들을 사냥중입니다. 트윈 헤드 오우거도 있구요.”

“거길 왜 간 거야?”

“네임드급 트리플 헤드 오우거를 발견하는 퀘스트 때문에 간 것 같습니다. 찾을 때까지는 사냥을 할 것 같습니다.”

* * *

“…….”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11시 57분.’

어느새 로그아웃 할 시간이 되었다.

‘도대체.’

시간을 보며 수혁은 미간을 좁혔다.

‘어디 있는 거야.’

트리플 헤드 오우거 오렘을 찾기 위해 레드 산맥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오렘을 발견하지 못했다. 수혁이 만난 건 트윈 헤드 오우거와 일반 오우거 뿐이었다.

물론 수혁이 레드 산맥 전부를 살핀 것은 아니었다. 레드 산맥은 넓다. 수혁이 돌아다닌 곳은 일부였다.

‘승급 퀘스트는 승급 퀘스트라 이건가.’

발견만 하면 되기에 쉽게 깨겠다고 생각했는데 승급 퀘스트는 승급 퀘스트였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레드 산맥의 제왕>

레드 산맥의 오우거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이유, 그것은 바로 레드 산맥의 제왕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레드 산맥의 제왕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사무소에 보고하라!

[트리플 헤드 오우거 오렘 : 0 / 1]

퀘스트 보상 : B등급 승급

오렘을 발견할 경우 퀘스트 조건이 충족됩니다.

사망 시 퀘스트가 취소됩니다.

단, 오렘에게 사망 시 퀘스트 취소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퀘스트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설마 잡힌 건 아니겠지?’

혹시나 누군가에게 이미 죽임을 당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혁은 보스 몬스터만 잡는 이들을 본 적 있었다. 가능성은 충분했다.

‘만약 잡힌 거면…….’

만에 하나 오렘이 잡힌 것이라면?

‘끙…….’

난감했다.

‘취소하기도 그렇고.’

취소하기에는 페널티가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다른 승급 퀘스트를 받는다고 시간이 단축되리란 보장도 없었다. 수혁은 스크롤을 내렸다. 그리고 로미안에게 받은 퀘스트 ‘준비 기간’을 보았다.

<준비 기간>

로미안은 당신이 이렇게 빨리 열쇠를 가지고 올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 적어도 일주일 이상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로미안 역시 일주일의 시간이 필요했다. 몸 상태도 정상으로 만들어야 하고 준비해야 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일주일 뒤 다시 로미안을 찾아가라!

[대도 켈타의 비밀 동굴 열쇠 : 1 / 1]

[남은 시간 : 7일]

퀘스트 보상 : 퀘스트 – 동굴 탐사

‘7일 안에 발견할 수 있으려나.’

7일 뒤, 수혁은 로미안에게 가야 된다. 그 안에 발견할 수 있을까?

‘그래, 7일이면 충분히 발견하겠지.’

7일은 레드 산맥 전역을 확인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만약 누군가에게 잡힌 것이 아니라면, 길이 엇갈리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어 캐릭터 창을 열었다. 오렘을 찾지 못했지만 수혁이 마냥 시간만 날린 것은 아니었다. 소득이 있었다.

직업 : 대마도사의 후예

레벨 : 167

경험치 : 23%

생명력 : 111600

마나 : 70300

포만감 : 62%

힘 : 40 (+10)

민첩 : 35 (+16)

체력 : 1108 [554 (+10)]

지혜 : 3515 (+10)

‘많이도 올랐네.’

바로 레벨, 수혁의 레벨은 어느새 170대 진입을 앞두고 있었다.

‘하긴 그렇게 죽였는데.’

오렘을 찾아 돌아다니며 수많은 오우거들을 학살해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 레벨이 오르지 않는 게 이상했다.

‘후…….’

수혁은 캐릭터 창을 닫고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로그아웃 했다. 그리고 캡슐에서 나온 수혁은 컴퓨터 앞에 앉았다.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간 수혁은 바로 검색을 시작했다. 검색어는 ‘레드 산맥’, ‘트리플 헤드 오우거’, ‘오렘’ 등 다양했다.

“…….”

그러나 검색을 해도 나오는 게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글이 나타나긴 했지만 수혁이 원하는 글이 아니었다.

원하는 정보를 찾지 못한 수혁은 이내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장으로 다가가 책을 꺼내며 생각했다.

‘빨리 가고 싶다.’

한시라도 빨리 A등급을 달성해 하드락의 도서관을 이용하고 싶었다.

‘A등급 승급 퀘스트는 얼마나 걸리려나.’

B등급 승급 퀘스트도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A등급 승급 퀘스트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까? 그렇게 승급에 대한 생각을 하며 책상에 도착한 수혁은 생각을 접었다. 그리고 책을 펼쳐 독서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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