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
제88화
바로 그때였다.
똑똑
“케임 길드의 마스터가 왔습니다.”
“……?”
노크와 함께 들려오는 목소리에 라이노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케임 길드, 하드락의 정보 길드였다. 정보 길드의 마스터가 왜 자신을 찾아왔단 말인가?
“모시게.”
라이노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끼이익
그리고 얼마 뒤 문이 열리며 케임 길드의 마스터 케임이 들어왔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안으로 들어온 케임이 인사를 하며 자연스레 라이노의 반대편에 앉았다. 라이노는 반대편에 앉은 케임을 보며 생각했다.
‘무슨 일로 온 거지?’
케임이 왜 온 것일까?
‘직접 온 걸 보면 보통 일은 아닐 테고.’
길드의 마스터인 케임은 웬만한 일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다. 즉, 케임이 온 것은 웬만하지 않은 일이라는 뜻이었다.
‘설마 수로의 일 때문인가?’
혹시나 수로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여쭤 볼 게 있습니다.”
케임이 입을 열었다.
“말씀하시죠.”
생각에 잠겨 있던 라이노 역시 잠시 생각을 접고 케임의 말에 답했다. 그러자 케임이 이어 말했다.
“수혁이란 자를 아십니까?”
“……!”
이어진 케임의 물음에 라이노는 순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케임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이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아시는군요!”
라이노의 반응에 케임이 확신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케임의 말에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라이노는 입가에서 미소를 지웠다.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그리고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케임이 수혁을 알고 있는 것일까?
‘설마 케임 길드와 문제가 생기신 건가?’
혹시나 앞전의 악마 길드 때와 마찬가지로 케임 길드와 문제가 생긴 것일까?
“설마 누가 의뢰를 한 겁니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 의뢰를 한 것일까?
“예, 아무래도 저희 일의 특성상 자세히 말씀 드리기는 그렇지만 나쁜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일이라 할 수 있지요. 혹시 그자에 대한 정보를 좀 얻을 수 있을까요?”
스윽
케임은 라이노에게 말하며 품에서 주머니를 꺼냈다. 골드가 두둑하게 들어 있는 돈 주머니였다.
‘……?’
그러나 돈 주머니를 꺼낸 케임은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
라이노의 표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만.”
케임이 당황한 그때 라이노가 입을 열었다.
“정보를 드릴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수혁에 대한 정보를 판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하지만 차기 마탑장의 정보를 팔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
그런 라이노의 반응에 케임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라이노가 돈을 마다할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보 길드의 수장은 운으로 올라온 자리가 아니었다. 케임은 재빨리 상황을 파악했다.
‘라이노가 돈에 팔지 않을 정도라면 보통 인물은 아니야.’
라이노가 돈을 거부할 정도라면 수혁은 보통 인물이 아닐 것이다. 독의 마탑에서도 꽤나 높은 위치에 있을 것이다.
하기야 트윈 헤드 오우거를 중독시켜 죽일 정도의 독 마법을 다루는데 평범한 마법사일 리 없었다.
“결코 나쁜 일에 쓰일 정보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정보는 없습니다.”
“알려 주실 수 없는 이유는 알려 주실 수 있나요?”
“…….”
라이노는 답을 하지 않았다. 답을 하지 않는 라이노를 보며 케임은 생각했다.
‘어떻게 하지.’
정보를 얻기 위해 왔는데 정보를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드렉 길드 이름을 팔아야 되나?’
드렉 길드의 이야기를 꺼내야 되는 것일까? 어차피 나쁜 일로 정보를 구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일로 정보를 구하는 중이었다. 드렉 길드의 이름을 팔아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케임이 고민하고 있던 그 때 라이노 역시 고민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도대체 어떤 일로 케임이 수혁에 대한 정보를 구하고 있는 것일까?
‘나쁜 일은 아니라고 했지만.’
나쁜 일은 아니라고 했다. 좋은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쁘다, 좋다의 기준은 철저히 케임의 입장에 맞추어져 있었다. 케임의 생각에 좋은 일이라 해도 라이노의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
“…….”
“…….”
그렇게 서로가 고민에 빠져 정적이 감돌기 시작했다. 물론 정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리고 정적을 깬 것은 케임이었다.
“드렉 길드에서 의뢰를 받았습니다.”
결국 케임은 드렉 길드의 이름을 팔기로 결정했다.
“……드렉 길드요?”
라이노는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시 케임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단어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드렉 길드에서 의뢰를 했단 말입니까?”
반문을 했던 라이노는 케임이 답하기도 전에 재차 물었다.
“예.”
케임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라이노는 케임의 끄덕임을 보며 생각했다. 드렉 길드에서 왜 수혁에 대한 정보를 의뢰한 것일까?
“이유가 뭡니까?”
도대체 차기 마탑장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진 라이노는 케임에게 물었다.
“포섭입니다.”
케임은 라이노의 물음에 답했다.
“아…….”
라이노는 케임의 답에 탄성을 내뱉었다.
“지금도 알려 주실 수 없으십니까?”
탄성을 내뱉는 라이노의 반응을 보고 케임이 물었다. 케임의 물음에 라이노는 생각했다.
‘포섭이라면…….’
악마 길드는 좋지 않은 일이었기에 철저히 함구했다. 그러나 포섭은 이야기가 다르다. 더군다나 드렉 길드였다.
‘알려 주는 게 낫겠군.’
오히려 드렉 길드에서 실수를 하지 않도록 알려주는 것이 나았다. 거기다 차기 마탑장인 수혁이 드렉 길드와 인연을 맺는다면? 좋으면 좋았지 결코 나쁘지 않았다. 생각을 마친 라이노는 자신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케임을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 * *
-연중 : 그러면 던전 갈 때 길드 가입도 하자.
-수혁 : 알았다.
-연중 : 수고해라! 그리고 고맙다.
-수혁 : 뭘, 나한테도 좋은 일인데.
-연중 : 즐판해라!
-수혁 : 즐판!
연중과의 귓속말을 끝낸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늘은 만날 수 있으려나.”
벌써 3일째였다. 오늘은 오렘을 만날 수 있을까? 수혁은 중얼거림을 내뱉으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88.
-쿠어어?
-우어어!
걸음을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오우거들의 포효를 들을 수 있었다. 수혁은 포효가 들려오는 곳으로 향했다.
‘트윈이 둘이네.’
오우거의 수는 다섯이었다. 그리고 다섯 중 둘이 트윈 헤드 오우거였다.
‘이러면 한 방은 안 되겠고.’
일반 오우거만 있었다면 포이즌 포그와 파이어 스피어로 단번에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트윈 헤드 오우거는 두 마법의 조합에도 죽지 않는다.
“포이즌 포그.”
방법을 바꾸기로 결정을 내린 수혁은 우선 포이즌 포그를 시전했다.
스아악
독 안개가 나타났고 오우거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독의 사슬.”
수혁은 우왕좌왕하며 독 안개에서 벗어나려는 오우거들을 향해 독의 사슬을 시전했다. 초록색 연기로 만들어진 사슬이 나타나 오우거들을 연결시켰다. 그리고 그 순간 오우거들의 이동속도가 대폭 감소했다.
독의 사슬이 나타난 지 3초, 3초가 되었을 때 일반 오우거 셋이 쓰러졌다. 그리고 또 다시 3초 뒤, 트윈 헤드 오우거 둘이 쓰러졌다.
그렇게 모든 오우거를 처치한 수혁은 드랍 된 아이템을 습득 후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우어어!
“포이즌 스톰.”
-쿠어어어!
“불놀이.”
걸음을 옮기며 수혁은 만나는 오우거들을 족족 처치했다.
[레벨 업!]
중간 중간 나타나는 레벨 업 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 속도면 190 찍겠네.’
지금 속도라면 190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쾅!
바로 그때였다.
“응?”
땅이 흔들렸고 수혁은 순간 균형을 잃고 휘청였다.
-쿠허허허허허헝!
그리고 이어 여태까지 들었던 오우거들의 포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쩌렁쩌렁한 포효가 들려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메시지도 나타났다.
[경고!]
[레드 산맥의 제왕, 트리플 헤드 오우거 오렘이 나타났습니다.]
“……!”
메시지를 본 수혁은 두 눈을 크게 떴다.
‘헐.’
그토록 찾아다닌 오렘, 메시지는 오렘이 나타났다는 메시지였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를 확인했다.
<레드 산맥의 제왕>
레드 산맥의 오우거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이유, 그것은 바로 레드 산맥의 제왕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레드 산맥의 제왕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사무소에 보고하라!
[트리플 헤드 오우거 오렘 : 0 / 1]
퀘스트 보상 : B등급 승급
오렘을 발견할 경우 퀘스트 조건이 충족됩니다.
사망 시 퀘스트가 취소됩니다.
단, 오렘에게 사망 시 퀘스트 취소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직접 봐야 되는 건가?’
나타났다는 메시지가 나타났기에 조건이 충족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고 포효가 들려온 곳을 보았다. 아무래도 직접 봐야 조건이 충족될 것 같았다.
쾅!
수혁은 주기적으로 균형을 흔드는 땅에 조심스레 걸음을 옮겨 포효가 들려오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오렘을 발견한 수혁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와…….’
트리플 헤드 오우거인 오렘은 트윈 헤드 오우거와 큰 차이가 없었다. 체구도 비슷했고 눈에 띄는 차이라면 머리가 둘, 팔이 네 개인 트윈 헤드 오우거보다 머리가 하나, 팔이 두 개 더 달려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그 사소한 차이 때문일까? 풍기는 분위기가 크게 달랐다. 오렘은 트윈 헤드 오우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압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잡아 볼까?’
수혁은 오렘을 보며 고민했다. 이미 퀘스트 완료 조건은 충족했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투자한 3일이 살짝 아까웠다.
‘엄청 셀 것 같은데…….’
고민이 드는 이유, 그것은 바로 오렘의 강함 때문이었다. 이곳 레드 산맥은 200~250 레벨의 오우거들이 서식하는 곳이었다.
200~250레벨 사냥터의 보스 몬스터, 거기다 종족이 오우거였다. 아마 말도 안 되는 강함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었다.
‘한 방에 죽지는 않겠지.’
현재 수혁의 생명력은 11만이 넘는다. 아무리 오렘의 공격력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단 번에 11만이 넘는 생명력을 0으로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아공간으로도 있고.’
거기다 수혁에게는 긴급 탈출 스킬인 ‘아공간으로’가 있었다.
‘일단 해 보고 안 될 것 같으면 튀자.’
안 될 것 같으면 아공간으로를 시전해 도망치면 그만이었다. 고민을 끝낸 수혁은 오렘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수혁은 걸음을 열 번 옮기기도 전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트리플 헤드 오우거 오렘이 당신을 발견했습니다.]
오렘이 자신을 발견했다는 메시지 때문이었다.
“……!”
메시지를 본 수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오렘을 보았다. 오렘을 본 수혁은 3개의 머리 중 하나와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