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91화 (91/553)

# 91

제91화

고민을 끝낸 수혁은 인벤토리를 닫았다. 그리고 하드락의 도서관으로 걸음을 옮기며 친구 창을 열어 카미안의 접속 상태를 확인했다.

카미안은 접속해 있었다. 혹시나 접속해 있지 않으면 도서관에서 기다릴 생각이었던 수혁은 조금 아쉬운 표정으로 카미안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카미안 님?

귓속말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미안에게서 답이 왔다.

-카미안 : 예! 수혁 님.

* * *

“대, 대박!”

카미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

그런 카미안의 반응에 주변에 있던 코마 길드의 간부들이 의아한 눈빛을 보내왔다.

“됐습니다! 됐어!”

카미안은 간부들의 의아한 눈빛을 보며 헤벌쭉 미소를 지은 채 외쳤다.

“저, 길마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 할 수 없는 카미안의 외침에 간부들이 물었다. 도대체 뭐가 됐단 말인가? 그리고 대박은 또 뭐고?

“해결됐습니다!”

간부들의 물음에 카미안은 다시 한 번 외쳤다.

“설마 지하 수로 말입니까?”

카미안의 외침에 간부 중 하나인 로아가 말했다. 간부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바로 지하 수로에 대한 회의 때문이었다.

방금 전까지도 열띤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해결이 됐다면 지하 수로에 대한 것이 분명했다.

“그래!”

로아의 말에 카미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수혁 님이 도와주신대! 지하 수로 일을!”

“……!”

카미안의 말에 로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

“……?”

놀란 것은 로아뿐이었다. 수혁에 대한 일을 아는 것은 카미안과 로아 둘뿐이었다. 수혁이 제안을 거절해 간부들에게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간부들은 여전히 의아한 표정으로 카미안을 바라보았다.

“혹시 수혁이 악마사냥꾼을 말하는 겁니까?”

간부들을 대표해서 레게토가 물었다.

웅성웅성

“헐, 그 악마사냥꾼?”

“에이, 악마샤낭꾼이 아닐 수도 있잖아. 캐릭터명 중복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그건 그렇지. 그런데 길마님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 보면 보통은 아닌 것 같은데.”

레게토의 물음에 간부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띵!

간부들의 웅성거림에 회의장이 시끄러워지자 카미안은 옆에 있던 벨을 울렸다. 벨이 울리자 간부들이 입을 다물었고 카미안이 입을 열었다.

“예, 맞습니다. 악마사냥꾼 수혁 님입니다.”

웅성웅성

띵!

카미안의 말에 간부들이 다시 웅성이기 시작했고 카미안은 다시 한 번 벨을 울렸다. 간부들이 조용해지자 카미안이 이어 말했다.

“수혁 님과 함께 지하 수로에 들어 갈 인원은 넷입니다. 물론 저를 제외하고 넷입니다.”

모두가 함께 갈 수는 없다. 수혁과 대화를 나눠 정한 인원은 다섯이었다. 카미안 본인을 포함해서였다.

“가고 싶은 분들은 손을 들어 주세요.”

스윽 스윽 스윽 스윽 스윽

카미안의 말에 간부들이 서로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서서히 한 명씩 손을 들기 시작했다.

얼마 뒤 모든 간부가 손을 들자 카미안은 조금 난감해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지원할 것이라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포기하자고 했던 사람들이…….’

모두가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간부들 중 반 이상이 퀘스트를 포기하자고 했었다. 지하 수로의 키메라들을 처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간부들이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었다. 한 사람에 의해 상황이 반전되었다는 것이 조금 씁쓸할 뿐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근데 언제 출발하는 겁니까?”

로아가 물었다. 로아의 물음에 모든 간부의 시선이 카미안에게 쏠렸다. 그러고 보니 가장 중요한 게 출발 시간이었다.

“내일 아침 9시입니다.”

카미안은 로아의 물음에 간부들을 보며 답했다. 내일 아침 9시가 바로 수혁과 약속한 시간이었다.

“아…….”

“끙…….”

몇몇 간부들이 시간을 듣고 탄식을 내뱉으며 손을 내렸다. 손을 내린 간부들은 출근 혹은 다른 약속 때문에 접속이 불가능한 이들이었다.

‘여섯.’

그럼에도 아직 손을 들고 있는 간부는 여섯이나 되었다. 카미안은 여전히 손을 들고 있는 여섯 간부에게 말했다.

“참고로 수혁 님이 도와주신다고 해서 독에 대해 방비가 되는 건 아닙니다. 독을 버티지 못하면 죽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 죽겠죠.”

스윽 스윽

카미안의 말에 여섯 중 둘이 손을 내렸다. 이미 키메라의 독이 얼마나 강한지 간부들은 알고 있었고 독에 버틸 수 없는 둘이 손을 내린 것이었다.

“딱 됐네요.”

둘이 손을 내림으로 딱 넷이 남았다.

“그럼 로아, 케토토, 가란 님, 케이크로스 님이 가는 겁니다. 내일 아침 9시까지 늦지 말고 와 주세요.”

* * *

수혁은 환한 표정으로 눈앞의 건물을 보았다.

‘여기가…….’

눈앞의 건물은 바로 수혁이 하드락으로 오게 만든 근본적인 이유 하드락의 도서관이었다.

‘오늘은 시간이 있으니까.’

원래 바로 지하 수로에 가려 했다. 하지만 카미안과 대화를 나누며 생각을 바꿨다. 시간이 너무 늦었다.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는 지하 수로의 많은 곳을 헤집고 다녀야 되는데 그러려면 밤을 새야 된다. 하지만 수혁은 밤을 샐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지하 수로에 가는 것을 내일로 미뤘다.

‘책이 얼마나 있으려나.’

물론 그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책을 읽고 싶은 마음도 한몫했다.

수혁은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입구를 지키고 있던 NPC에게 용병패를 내밀었다.

“……!”

용병패를 본 NPC는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수혁과 용병패를 번갈아 쳐다보기 시작했다. 수혁은 그런 NPC의 반응에 입을 열었다.

“나갈 때 받아 가면 되죠?”

“아, 예!”

수혁의 말에 NPC는 움찔하더니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수혁은 용병패를 놔두고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안에 들어 온 순간 수혁은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수많은 책장과 책장에 자리 잡고 있는 수많은 책들을 볼 수 있었다.

‘……?’

하지만 책들을 본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뭐야?’

책장도 많았고 책들도 많았다. 그런데 시야에 들어 온 책들 대부분에 반짝임이 없었다. 즉, 읽지 않은 새로운 책이 아닌 이미 읽은 책이라는 뜻이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물론 반짝이는 책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중복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중복이 이렇게나 많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아니야, 뒤쪽에는 새 책이 많을 수도 있잖아.’

시야에 들어온 책들은 극히 일부였다. 뒤쪽의 책들은 반짝반짝 빛이 가득할 수도 있었다.

‘확인해 보자.’

수혁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뒤쪽에 있는 책장의 책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응?’

그러나 두 번째 책장 라인에 도착하자마자 수혁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수혁이 걸음을 멈춘 이유, 그것은 바로 시선을 끄는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주황?’

주황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주황색은 오렌의 도서관은 물론 마탑 도서관에서도 본 적 없던 색이었다.

‘어떤 퀘스트를 주려나.’

빨간색 책은 보상으로 스텟을 강화시켜 주었다. 노란색 책은 보상으로 스킬을 주었고 파란색 책은 아직 완료하지 못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이템을 줄 것이다. 그렇다면 주황색은 어떤 것을 줄까?

91.

어떤 보상을 줄지 상당히 궁금했다.

‘일단.’

잠시 주황색 책을 바라보며 궁금해하던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차피 도서관은 텅 비어 있었다. 당장 책을 읽을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 수혁은 확인할 것이 있었다. 이곳에 얼마나 많은 책이 있는지 정확히는 읽지 않은 책이 얼마나 있는지였다.

수혁은 걸음을 옮기며 책장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파랑!’

네 번째 라인에 파란 책이 보였다.

‘빨강!’

일곱 번째 라인에 빨간 책이 보였다. 물론 그것이 끝이었다.

“…….”

이내 마지막 라인까지 확인을 한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말없이 미간을 찌푸릴 뿐이었다. 수혁이 미간을 찌푸린 이유, 그것은 특수 퀘스트를 주는 책이 3권밖에 없어서가 아니었다.

‘한 달이면 다 읽을 것 같은데.’

바로 이곳 하드락 도서관에 있는 새 책의 수 때문이었다. 한 달, 이곳에 있는 새 책들을 읽는 데 필요한 시간은 한 달 정도였다. 한 달이면 모든 책을 읽을 자신이 있었다. 아니, 자신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한 달이면 또 다른 곳을 찾아야 되는 건가.’

적어도 세 달은 마음 편히 책을 읽고 싶었다. 그런데 한 달이라니?

‘그냥 읽은 책을 또 읽을까?’

문득 읽은 책을 그냥 또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새 책이 없으면 모를까.’

하지만 수혁은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새 책이 주는 만족감과 이미 읽은 책이 주는 만족감에 큰 차이가 없다면 모를까 큰 차이가 있었다.

이미 읽은 책이 주는 만족감이 1이라면 새 책이 주는 만족감은 10이었다. 새 책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미 읽은 책을 또 읽을 생각은 없었다.

‘이런 데 시간 쏟지 말자.’

수혁은 이내 고민을 끝냈다.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에 고민을 할 필요는 없었다.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일단 여섯 권.’

시간은 충분했다. 시간을 확인한 수혁은 마지막 라인에 있는 책장에서 책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수혁이 꺼낸 책의 수는 세 권이었다. 여섯 권을 읽기로 결정을 내린 수혁이 세 권만 꺼낸 이유는 남은 세 권이 다른 라인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첫 번째 라인으로 걸음을 옮기며 오면서 보았던 빨간 책과 파란 책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황 책을 꺼냈다.

그렇게 주황 책을 마지막으로 여섯 권을 들고 수혁은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가장 먼저 주황색으로 반짝이는 『용병왕 하드락』을 펼쳤다.

.

.

.

-아들이 물었다.

-어떻게 용병왕이 되었느냐고.

-아들의 물음에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내가 용병왕이 될 수 있던 이유.

-그건 바로 오우거의 공격에도 멀쩡할 수 있던 맷집 때문이 아니었을까?

주황 책 『용병왕 하드락』의 마지막은 의문문으로 끝이 났다.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책을 덮었다. 그러자 주황빛이 사라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스아악

[특수 퀘스트 ‘버팀의 미학’이 생성되었습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버팀의 미학?’

메시지를 본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특수 퀘스트의 이름 때문이었다. 특수 퀘스트의 이름은 ‘버팀의 미학’으로 어떤 퀘스트인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혹시 스텟 강화인가?’

빨강 책처럼 혹시 스텟을 강화시켜주는 퀘스트가 아닐까? 수혁은 확인을 하기 위해 퀘스트 창을 열었다.

<특수 퀘스트 - 버팀의 미학>

공격을 버텨 맷집을 키워라!

[받은 데미지 : 0 / 10,000,000]

퀘스트 보상 : 스텟 – 맷집

사망 시 받은 데미지가 0으로 초기화 됩니다.

“……!”

그리고 퀘스트를 확인한 순간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퀘스트 보상이 바로 맷집이었기 때문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