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101화 (101/553)

# 101

제101화

수혁은 가란과 생각이 달랐다. 레임 길드와 드렉 길드는 아니었다.

“저한테 퀘스트를 준 곳이 그 두 곳이니까요.”

그도 그럴 것이 수혁에게 퀘스트를 준 게 레임 길드와 드렉 길드의 마스터인 이안과 알렉스였다.

의뢰를 주고 자기들이 직접 움직였다? 말이 안 된다. 거기다 직접 움직일 것이었다면 미리 말을 해 주었을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두 길드에서 퀘스트를 받으셨다고 했죠.”

수혁의 말에 카미안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럼 레임 길드나 드렉 길드는 아니겠네요.”

카미안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혹시…….”

이번에는 케토토가 입을 열었다.

“입구에 있던 그 마법사 분들 아닐까요? 수혁 님이랑 친분이 있던 것 같은데…….”

케토토가 말한 이들은 바로 독의 마탑 하드락 지부의 지부장 라이노와 지부의 마법사들이었다.

스윽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음을 옮기던 그때 케이크로스가 걸음을 멈추고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다. 수혁은 따라 걸음을 멈춘 뒤 케이크로스를 보았다.

“전방에 키메라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여기가 파괴되지 않은 곳 같습니다.”

케이크로스가 걸음을 멈춘 이유는 바로 키메라의 등장 때문이었다.

‘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되나.’

수혁은 케이크로스의 말에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될지 아니면 아쉽다고 해야 될지 이번 목적지가 아직 파괴되지 않은 소환 마법진 C인 것 같았다.

“곰고블린 역시 여우고블린과 마찬가지로 독침을 씁니다. 다만 여우고블린과 달리 독침이 주가 아니라 부입니다. 주공격은 곰입니다.”

카미안이 말했다. 이곳 소환 마법진 C에서 나오는 키메라는 곰과 고블린의 합성인 곰고블린이었다.

물론 곰고블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소환 마법진 D를 파괴했기 때문이었다. 소환 마법진 D를 파괴한 순간 여우고블린들은 소환 마법진 C에서 소환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즉, 이번에 상대해야 될 키메라는 기존의 곰고블린과 소환 장소가 바뀐 여우고블린이었다.

“그것 말고 특별히 주의할 건 없나요?”

“옙.”

수혁의 말에 카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카미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겨 케이크로스에게 다가갔다.

“이제부터 앞장서겠습니다.”

그리고 케이크로스를 지나쳐 선두가 된 수혁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앞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둘이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여우고블린과 곰고블린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각각 한 마리씩 총 두 마리였다.

“플레임.”

수혁은 플레임을 시작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공격에 여우고블린과 곰고블린은 비명을 내질렀다.

-으악! 뜨거워!

-아파!

-우어엉!

비명을 들으며 마법을 날리던 수혁은 생각했다.

‘곰고블린도 마찬가지네.’

주공격이 고블린이 아닌 곰이라고 했기에 혹시나 늑대오크처럼 거리를 좁혀 오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곰고블린은 여우고블린과 마찬가지로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공격에 아무런 반항을 하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드랍 창이 나타났고 수혁의 공격은 끝났다.

수혁은 그대로 앞장서 걸음을 옮겼고 그 뒤를 케이크로스가 바짝 따라 붙었으며 또 그 뒤를 카미안, 가란, 케토토가 따랐다. 그렇게 1, 1, 3 진영을 유지한 채 수혁과 카미안, 코마 길드원들은 소환 마법진으로 향했다.

* * *

[레벨 업!]

메시지가 나타났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전방을 보았다.

-으아악! 따가워!

-추워!!

전방에는 독에 중독되어 허둥지둥하는 여우고블린과 곰고블린들이 있었다.

‘확실히 많아.’

한 마법진에서 두 키메라가 나오기 때문일까? 앞서 마법진을 파괴했던 때보다 더 많은 키메라들이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이렇게 잡다 보면…….’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찍을 수도 있겠는데?’

키메라들이 많다는 것은 얻을 경험치가 많다는 뜻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누군가에 의해 마법진이 2개가 파괴되어 살짝 아쉬움을 느끼고 있던 수혁의 입장에서 지금의 상황은 참으로 괜찮다고 할 수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저, 잠시만요!”

가장 뒤쪽에 자리 잡고 있던 케토토가 외쳤다.

“……?”

“……?”

케토토의 외침에 수혁은 물론 카미안, 케이크로스, 가란이 의아한 눈빛으로 케토토를 보았다.

“지금…….”

그렇게 4명의 시선을 끌어 모은 케토토가 조금 난감한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뒤쪽에서 누가 오고 있는 것 같아요.”

“뭐?”

케토토의 말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카미안이었다.

“뒤쪽에서?”

“예.”

카미안의 반문에 케토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다른 마법진이 파괴되었다고 해서 혹시나 그 사람들이 이곳에 오지 않을까 싶어 발견의 돌 설치해 놨는데 방금 파괴됐어요.”

케토토의 말에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잠시 여기서 쉬었다가 갈까요?”

침묵을 깬 것은 수혁이었다.

“그러죠! 괜히 들어갔다가 뒤치기 당할 수도 있으니…….”

카미안은 수혁의 말에 동의했다. 지금 다가오고 있는 이들이 호의적인지 적대적인지 알 수 없다.

만약 적대적이라면? 앞으로 나아가 키메라들을 상대하다가 뒤치기를 당할 수도 있다. 가능성을 만들 필요는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가오는 이들을 확인하는 게 나았다. 시간 역시 괜찮았다. 어차피 마법진 두 곳이 파괴되어 시간에 여유가 생기지 않았던가?

수혁과 카미안, 코마 길드원들은 왔던 길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얼마 뒤.

“보입니다.”

케이크로스가 말했다.

“수는 총 다섯. 그중 하나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간파의 눈이 안 먹히는 걸로 보아 몬스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간파의 눈은 몬스터 전용이었다. 간파의 눈이 먹히지 않는 것을 보아 몬스터는 아니었다.

저벅저벅

이내 전방에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수혁아!!”

“……?”

수혁은 전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외침의 내용도 그렇고 목소리 자체가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아시는 분 같은데요?”

외침을 들은 것은 수혁만이 아니었다. 당연히 다른 이들도 들었다. 외침을 들은 카미안이 수혁에게 말했다.

“네, 그런 것 같네요.”

수혁은 카미안의 말에 답하며 생각했다.

‘누구지?’

외침의 내용도 그렇고 목소리가 익숙한 것도 그렇고 아는 자가 분명했다. 문제는 이곳에서 익숙한 목소리를 들려 줄 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인 것일까?

“……!”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본 수혁의 표정에 놀람이 나타났다.

‘……마탑장님?’

사내의 정체는 바로 독의 마탑장 파비앙이었다.

100.

‘어떻게?’

어떻게 파비앙이 이곳에 있는 것일까?

‘왜?’

도대체 무슨 이유로 파비앙이 이곳에 온 것일까? 수혁은 당황스런 표정으로 달려오는 파비앙을 보았다.

“어디 다친 곳은 없고?”

이내 수혁의 앞에 도착한 파비앙은 수혁의 몸을 한 바퀴 돌며 물었다. 그리고 한 바퀴를 돌고 정면에 선 파비앙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어 보이는구나.”

말을 마친 파비앙은 미소를 지었다.

“여긴 어떻게 오신 거예요?”

파비앙의 미소에 생각을 마친 수혁은 파비앙에게 물었다. 파비앙이 이곳에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아, 그게 말이야.”

수혁의 물음에 파비앙이 입을 열었다.

* * *

독의 마탑 부마탑장 케일의 방.

“……지하 수로에?”

보고서를 읽던 케일은 미간을 좁혔다.

“흐음, 이상한 일이군.”

케일은 침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드락이면 대도시라 할 수 있는데…….”

대도시라 할 수 있는 용병 도시 하드락. 보고서에는 하드락의 지하 수로에 키메라가 나타났다고 쓰여 있었다.

“이게 표본이라는 거군.”

보고서를 읽던 케일은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투명한 병들을 보았다. 병에는 키메라의 피부 등 각종 표본들이 담겨 있었다.

스윽

케일은 표본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호오.”

표본을 확인하던 케일은 감탄을 내뱉었다.

“강력하네.”

바로 표본에 남아 있는 독 때문이었다. 표본에 남아 있는 독은 부마탑장인 케일이 감탄할 정도로 강력했다.

“이 정도면 내가 직접 나서야겠는걸.”

하드락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왔다. 그러나 독의 수준을 보니 아무래도 직접 나서야 될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부마탑장님, 레가스입니다.”

노크를 한 이는 1등급 마법사인 라인카르였다.

“들어오세요.”

케일이 말했고 이내 문이 열리며 라인카르가 들어왔다. 라인카르는 상당히 다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표정이 다급했지만 손에 들고 있는 게 없었다. 그 말은 급히 보고할 것이 있다는 의미였다.

“무슨 일이죠?”

케일이 물었다.

“그게…….”

라인카르는 케일의 물음에 말끝을 흐렸다. 어떻게 보고를 해야 될까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을 정리한 라인카르가 이어 말했다.

“지금 하드락의 지하 수로로 수혁 님이 가셨다고 합니다.”

“……예?”

케일은 라인카르의 보고에 미간을 좁혔다.

“수혁 님이요?”

“예.”

“하드락의 지하 수로라면 키메라가 있는 그곳 말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하드락 지부장 라이노가 보고를 했습니다. 현재 수혁 님이 하드락의 지하 수로로 들어가셨다고, 보필하려 했지만 거절하셔 어쩔 수 없이 지부로 돌아왔다고…….”

말끝을 흐리는 것으로 라인카르는 보고를 마치고 케일의 눈치를 보았다.

“……알겠습니다. 나가 보세요.”

잠시 생각하던 케일은 라인카르에게 말했다. 라인카르는 케일의 말에 꾸벅 인사를 하고 방에서 나갔다.

‘지하 수로에 가셨다니…….’

케일은 고개를 내려 표본을 보았다. 하드락 지하 수로의 키메라들의 표본. 강력한 독이 남아 있었다.

“끙.”

표본을 보던 케일은 앓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케일은 방을 나서 파비앙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마탑장님! 케일입니다!”

이내 파비앙의 방에 도착한 케일은 노크 후 외쳤다.

“들어와.”

케일의 외침을 듣고 안에 있던 파비앙이 말했다. 케일은 파비앙의 말에 바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안에서 독을 제조하고 있던 파비앙은 잠시 행동을 멈추고 케일에게 물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케일은 파비앙의 물음에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문제?”

“예, 수혁에 대한 문제입니다.”

“무슨 문제?”

“현재 수혁이 하드락의 지하 수로에 갔다고 합니다.”

“지하 수로? 그게 왜 문제야? 아, 키메라?”

반문을 했던 파비앙은 케일이 답하기도 전에 답을 떠올리고 탄성을 내뱉은 뒤 재차 반문했다.

“예, 여기 키메라의 표본입니다.”

케일은 파비앙에게 키메라의 표본을 내밀었다. 파비앙은 표본을 확인했다. 표본을 확인한 파비앙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표본에 남아 있는 독을 보시면…….”

파비앙의 굳은 표정을 보며 케일이 입을 열었다.

“잠깐.”

하지만 케일은 끝까지 말을 할 수 없었다. 파비앙이 도중에 말을 잘랐기 때문이었다.

“여기 있는 이 독. 아니, 이 표본 하드락 지하 수로 키메라야?”

말을 자른 파비앙이 물었다.

“……예.”

케일은 파비앙의 물음에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큰일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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